소설리스트

귀환무사-74화 (73/425)

# 74

<귀환무사 74화>

“평소부터 우리를 잡아먹지 못해 안달이 나 있는 곳이 무당파입니다.”

“왜 그런 거지?”

“저도 그 이유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언제부턴가 노골적으로 사문을 구대문파에서 끌어내리기 위해 온갖 음모를 꾸몄다는 것만 알고 있습니다.”

조윤과 북궁천소의 눈빛이 슬쩍 변했다.

무당의 제자들은 셋의 지척에 다다랐다. 셋을 차갑게 노려본 그들이 거칠게 입을 열었다.

“잠시 함께 가야겠다.”

“왜 그래야 하지?”

북궁천소의 삐딱한 시선에 무당의 검수들은 더욱 험악하게 인상을 썼다.

“경을 치기 싫으면 냉큼 따라 나서거라!”

북궁천소와 조윤이 서로를 돌아보며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청명은 슬며시 둘의 뒤쪽으로 숨었다.

조윤이 중얼거렸다.

“몇 년 만에 돌아왔더니 완전히 개판으로 변했군.”

“그러게 말이다.”

조윤이 슬그머니 고개를 들며 담담히 말했다.

“길을 좀 비켜 줘야겠는데?”

“이 자식들이 말로 해서는 안 되는 놈들이었군.”

챙!

일제히 검을 뽑아 드는 무당파의 검수들. 조윤과 북궁천소는 다시 한 번 어이가 없어 웃어야 했다.

소림과 더불어 구대문파의 양대산맥이라는 무당파의 행동이 사마의 무리들과 다를 바가 없었다.

“어이가 없군.”

그 와중에 명수진인과 다른 일행들이 지척에까지 이르렀다.

명수진인은 살기등등한 눈으로 조윤등을 살펴보았다. 명보진인도 똑같은 눈으로 셋을 노려보다가 뒤에 숨어 있는 청명을 발견하고는 대번에 인상이 일그러졌다.

‘저놈은!’

지난날, 명수진인의 명령으로 구천각의 고수들과 함께 혁련천후를 쫓아 움직였을 때, 청명을 보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다시 살펴보아도 분명 그때 그 자리에 있었던 얼굴이 확실했다.

청명도 명보를 발견하고는 표정이 확 굳어졌다.

자신들을 죽이려 들었던 명보를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청명의 불규칙한 호흡을 감지한 조윤이 그를 돌아보며 물었다.

“왜 그러느냐?”

“일전에 사숙조님을 공격했던 사람들입니다.”

순간 조윤의 눈빛이 매서운 빛을 번득였다.

청명이 사숙조라 칭하는 존재가 누구인지 그는 알고 있었다.

“그래?”

“다짜고짜 죽이려고 달려들었습니다. 다행히 사숙조께서 모두 물리쳤습니다만…….”

조윤이 느릿하게 고개를 돌렸다. 이미 그의 눈동자는 서리가 한 겹 깔려 있었다.

“어쩔까?”

“뭘 어째. 주공께 검을 겨누었던 놈이라면 당연히 대갈통을 따 버려야지.”

북궁천소는 이미 굉혈도를 어깨에서 내리고 있었다. 혁련천후의 일곱 수하들 중에서 가장 사나운 기질을 지는 그였기에 굉혈도를 손에 쥐는 순간 이미 주변은 싸늘한 기운이 몰아치고 있었다.

싸아아…….

“엇!”

무당의 제자들은 전신을 조여드는 싸늘한 한기에 흠칫하는 반응들을 보였다.

빠져나온 북궁천소의 대도가 완전히 모습을 드러내자 햇빛에 반사되며 무지갯빛을 번뜩거렸다.

무심히 대도를 응시하던 명수진인은 어디선가 많이 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칼이 핏빛을 띠다니. 그런데 저걸 어디서 봤더라?’

섬뜩한 핏빛을 띤 칼이 어디 흔하랴.

고개를 갸웃하며 기억을 더듬던 명수진인이 돌연 두 눈을 부릅뜨며 전신을 부르르 떨었다.

‘굉혈도!’

칼의 정체를 깨달은 그는 하마터면 말에서 떨어질 뻔했다.

사정없이 흔들리는 명수진인의 두 눈은 굉혈도에서 북궁천소를 향해 옮겨 갔다.

세상에 인상만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면 그 으뜸은 단연 북궁천소가 될 것이다.

‘도, 도왕 북궁천소!’

쿵!

심장이 떨어지는 소리가 천둥처럼 귓속을 울렸다.

파괴의 신이라 불리는 존재, 오 년 전까지 천하에 존재했던 오왕의 전설, 그중 가장 파괴적이고 난폭한 존재였던 도왕 북궁천소가 눈앞에 떡하니 서 있었다.

그것도 자신들을 향해 공포의 마병이라는 굉혈도를 겨누면서.

그때 명보진인의 떨리는 목소리가 명수진인의 귓속으로 흘러들었다.

[세상에…… 도왕과 창왕입니다!]

“……!”

창왕이라는 말에 명수진인의 두 눈은 비로소 조윤을 돌아보았다.

조윤의 손에 쥐어져 있는 창. 그저 평범한 창처럼 보이는 그것의 끝에는 해골 모양의 장식을 한 쇳덩이가 달려 있었다.

틀림없는 창왕의 애병과 똑같은 모양이었다.

드르륵!

북궁천소가 굉혈도를 바닥에 끌며 명수진인과 일행들을 향해 걸었다.

최초 앞을 막아섰던 셋은 이미 북궁천소의 기운에 압도되어 저만치 물러나 있었다.

“우리에게 시비를 건 것은 용서할 수 있지. 하지만 그분께 검을 겨누었다는 건 얘기가 달라.”

“장로님! 명령을 내려 주십시오!”

북궁천소와 조윤을 몰라본 검수 하나가 명수진인을 향해 외쳤다.

“모두 물러서라!”

뜻밖의 명령에 무당파의 검수들은 저마다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명수진인을 주목했다.

“우리를 해친다면 정파의 공적이 될 것이다!”

명수진인의 그와 같은 말이 검수들을 더 놀라게 만들었다.

다분히 굴욕적인 태도가 아닌가.

“그래서 어쩌라고?”

“……!”

콰우우!

북궁천소가 대도를 쥐고 두 다리를 벌리자 강대한 기운이 사방으로 뻗쳐 나갔다.

“앗!”

기운에 휩쓸린 청명이 비명을 지르며 휘청거렸다. 조윤이 손을 뻗어 그를 잡아 주었다.

[천소. 죽이지는 마라.]

[무슨 개소리냐. 주공께 덤빈 놈들이라고 했지 않느냐.]

[그래도 죽이면 안 된다. 놈들은 무당파다. 자칫 주공이 하시려는 일에 해를 끼칠 수도 있다.]

[그럼 이대로 그냥 보내 주자는 말이냐?]

[그럴 순 없지.]

조윤이 앞으로 나섰다.

그러더니 돌연 무당의 검수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놀란 명수진인이 외치려고 할 때, 조윤의 창이 그의 어깨를 강타했다.

“으악!”

부상 때문에 거동조차 불편했던 명수진인은 비명을 지르며 말에서 떨어졌다.

“장로님!”

“쳐라!”

놀란 무당파의 검수들이 일제히 조윤을 향해 달려들었다. 명보진인이 미처 말릴 새도 없었다.

“좋아. 그렇게 나와야 두들겨 팰 맛이 나지.”

북궁천소는 굉혈도를 도로 어깨에 메고는 적수공권으로 달려들었다.

상대가 될 리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모조리 피를 뿌리며 꼬꾸라졌다.

길가에 쓰러져 있던 명수진인의 시야에 두꺼운 가죽신이 들어왔다.

그는 느릿하게 고개를 들어 북궁천소를 올려다봤다.

“이봐, 말코 도사. 너 이름이 뭐냐?”

“크으으…….”

명수진인은 지금 이 순간 북궁천소가 지옥의 악귀처럼 보였다.

그때였다.

“안 돼!”

한 줄기 외침에 이어 누군가가 둘 사이로 뛰어들었다. 북궁천소의 주먹이 날아든 자를 향해 날아갔다.

퍽!

“으악!”

“도량!”

뛰어들었던 그림자는 다름 아닌 도량이었다.

피를 흘리며 늘어진 도량은 죽은 듯, 미동조차 없었다.

명수진인은 쓰러진 도량을 보며 전신을 부들부들 떨었다.

“이놈, 도량아…….”

그는 도량을 향해 바닥을 기었다.

자신을 그토록 미워했던 그가 자신을 구하기 위해 달려들었다가 목숨을 잃었다.

피눈물이 뺨을 타고 흘렀다.

그때였다.

“쿨럭!”

죽은 줄로만 알았던 도량이 기침을 하며 몸을 움직였다.

“도량아!”

조윤의 싸늘한 음성이 명수진인의 귓속으로 흘러들었다.

“오늘은 이 정도에 그친다만 차후, 다시 한 번 이런 일로 맞닥뜨리게 된다면 그땐 너희들이 아니라 무당 전체가 우리를 감당하게 될 것이다.”

명수진인은 힘겹게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보았다.

북궁천소와 조윤, 그리고 청명이 저만치 앞을 걸어가고 있었다.

청명이 그를 돌아보다가 시선이 마주치자 머리를 긁적이며 고개를 돌렸다.

그때였다.

“으…….”

“쿨럭! 쿨럭!”

곳곳에서 무당파의 검수들이 일어서고 있었다.

모두가 죽은 줄로만 알았던 명수진인은 두 눈을 부릅떴다.

그러고는 이내 정신줄을 놓아 버렸다.

제10장 사공진무의 눈물

동승은 사련의 무력부대 추살대(追殺隊)의 부대주다. 그는 지금 자신의 앞을 걸어가는 인물을 응시하며 고개를 저었다.

‘한바탕 난리가 났겠군.’

자신들은 지금 보고 체계를 무시하고 무단 이탈을 했다.

마교의 전귀부대 흑영대를 잡기 위해서였다.

물론 윗선의 명령이 아닌 자신들의 대주가 독단적으로 내릴 결정에 의해서였다.

‘련주의 성격이라면 흑영대를 잡고 돌아가도 우리는 죽을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더 이상 돌아갈 곳이 없어진 건가?’

쓴웃음이 올라온다.

사련에서 태어나 사련에서 살아왔건만 앞으로 더 이상은 그곳에서 살아갈 수 없게 되었다.

모든 것이 눈앞의 인물 때문에 벌어진 일이지만 결코 원망하지 않았다.

“응?”

동승은 걸음을 멈추었다.

앞서 걸어가던 인물이 걸음을 멈추었기 때문이다. 그는 재빨리 옆으로 다가갔다.

“무슨 일이십니까? 대주!”

대주라 불린 인물이 전방을 가리켰다.

전방을 쳐다본 동승의 눈이 크게 떠졌다.

오십 장 밖에서 싸움이 벌어지고 있었다. 평생을 싸움터에서 살아온 그가 고작 싸움 따위에 놀라지는 않는다.

동승을 놀라게 한 것은 거대한 칼과 창을 휘두르는 두 인물이었다.

무당의 검수들 속을 질풍처럼 헤집는 그들의 움직임은 지금껏 동승이 보지 못했던 대단한 무력이었다.

“대단하군.”

사내의 입에서 감정이 실리지 않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칙칙한 기운에 휩싸인 그는 동승에게 있어 이상이자 우상이며 자신이 속한 추살대의 생사여탈권을 한 손에 쥔 대주 철무옥이라는 인물이다.

‘또다시 투기가 발동하셨군.’

동승은 철무옥의 전신에서 스멀거리며 피어나는 기운을 통해 투기를 느꼈다.

강자를 보면 언제나 싸우고 싶어 하는 철무옥의 기질은 고질병이나 다름없다.

사련에서의 모든 것을 내팽개치고 흑영대를 찾아 나섰던 이유도 마교의 최강전귀 관산악, 그와 겨루고자 함이었다.

한때 관산악이 이끄는 흑영대가 사련의 흑살대를 몰살시킨 적이 있었다.

그때 사련의 주인은 모두를 불러 놓고 관산악을 조심하라는 명령을 내린 적이 있었다.

자존심이 상했던 철무옥은 때마침 얼마 전에 바로 그 관산악이 이끄는 마교의 흑영대가 사련의 거점 한 곳을 공격하여 귀중품을 강탈했다는 정보를 접하고는 곧장 중원으로 나섰다.

무단이탈은 바로 그래서 이루어진 것이다.

싸움이 끝났다.

철무옥은 철무옥은 석양 속으로 사라져 가는 자들을 응시하며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멋지지 않느냐?”

“대주. 저희들이 갈 곳은 저들과 반대 방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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