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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무사-65화 (65/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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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무사 65화>

전위는 그대로 몸을 돌려 숲 속으로 뛰어들었다. 그 뒤를 북해빙궁의 무사들이 따르면서 장내에는 사내와 백의인들만이 남게 되었다.

사라져 가는 전위의 뒷모습을 응시하던 사내의 미간에 돌연 주름이 생겨났다.

“북해빙궁의 척살대가 왜 이곳까지 내려온 거지?”

“이상합니다. 북해빙궁의 복장을 하고 이곳까지 내려온 것을 보면 뭔가 중요한 일이 벌어진 것 같습니다.”

“자신이 있었겠지. 누구와 부딪혀도 살아서 돌아갈 수 있다는 그런 자신감…….”

말끝을 흐린 사내가 돌연 쓴웃음을 지었다.

자신은 그러지 못했다.

혹시라도 발각이 될까 두려워 옷에서부터 신발까지 모조리 중원의 것으로 갈아입고 신었다.

“아직 멀었구나. 유소…….”

사내의 이름은 유소였다.

그는 지금 조직을 배신하고 중원으로 떠나온 창왕 조윤을 쫓는 중이었다.

제6장 검후의 위기

천지에 어둠이 내리기 시작한 저녁 무렵, 조윤은 홀로 정원의 의자에 앉아 있었다.

운기를 하듯 미동조차 없던 조윤의 고개가 어느 순간에 왼쪽을 향해 돌아갔다.

“호흡이 거칠다.”

조윤의 옆에 쌓여 있는 목재 더미가 사람의 형상으로 변하며 홍무가 불쑥 튀어나왔다.

“호흡이…… 느껴졌습니까?”

“그렇게 하다간 청부 대상을 향해 칼을 뽑아 보지도 못하고 죽는다.”

“…….”

홍무는 머리를 긁적이며 고개를 숙였다.

지금 그는 조윤에게서 은신술을 배우고 있는 중이었다.

홍무가 흑야의 수하라는 말에, 평소 다른 이들보다 흑야와 가까웠던 조윤이 자청하고 나선 것이었다.

그러나 수련이 거듭될수록 꾸지람의 연속이었다.

“너 정도의 수준이라면 구대문파의 장문인들은 꿈도 꾸지 못한다. 차라리 살수를 포기하고 새로운 길을 찾는 게 더 나을 수도 있어.”

홍무가 고개를 발딱 쳐들며 간곡한 어조로 물었다.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내가 살수냐?”

“……제대로 은신을 할 수 있는 방법만이라도 배우고 싶습니다.”

조윤이 몸을 일으켰다.

홍무의 시선이 집요하게 그의 뒷모습을 좇는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흑야, 놈에게 달라붙어. 그것만이 네가 원하는 경지에 오를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홍무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자신이라고 왜 그러고 싶지 않을까. 그러나 흑야는 지금 여기 없고 또 돌아온다고 해도 자신을 거둬 줄지 그것도 의문이었다.

‘에효…….’

낙담한 홍무는 다시 한 번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배고프다. 밥 먹자.”

“예.”

장원에서 홍무의 주요 업무는 바로 주방을 담당하는 숙수였다.

비단 조윤하고 둘이 있어서가 아니었다. 다른 이들이 다 있을 때에도 음식은 홍무의 담당이었다.

뜻밖에도 음식 솜씨가 뛰어났던 까닭이었다.

홍무가 돌아서려고 할 때였다.

난데없이 장원의 정원으로 유령처럼 내려서는 자들이 있었다.

그들보다 더 빠르게 홍무의 앞에 내려선 이는 조윤이었다. 그의 손에 창이 쥐어져 있었다.

“누구요!”

홍무가 나타난 자들을 향해 놀란 듯 물었다. 조윤이 그를 향해 눈짓을 보냈다.

“들어가 있거라.”

“……예?”

“놈! 냉큼 들어가지 못할까!”

조윤의 분위기에서 심상치 않음을 깨달은 홍무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이내 장원으로 들어갔다.

조윤은 자신을 향해 싸늘히 웃고 있는 유소를 직시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끈질기게도 쫓아왔군.”

“주공의 명령이 좀 지엄해야 말이지.”

“나를 죽여 내 목을 가져오라고 하더냐?”

“잘 알고 있군그래.”

채채챙!

유소의 옆에 섰던 백의인들이 일제히 검을 뽑아 들고는 조윤의 사방을 에워싸기 시작했다.

조윤은 느릿하게 창을 내리며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우습군. 오 년을 함께해 놓고도 아직까지 나를 잘 모르다니. 고작 너희들만으로 나를 죽이겠다고 여긴 것이냐, 유소?”

“충분히 가능할 거라 믿고 있다. 아니었더라면 더 데려왔겠지. 후후후.”

유소는 천하의 창왕을 앞에 두고도 자신만만하게 굴었다.

조윤도 싸늘히 웃었다.

“너는 반드시 더 데려왔어야 했다, 유소.”

“그 자신감 하나는 여전하군. 그러고 보면 성주께서 네놈을 아낄 만도 해. 내 앞에서 너처럼 구는 놈은 네놈이 처음이었으니까.”

스르릉!

유소는 검을 뽑아 들며 조윤의 미간을 겨누었다.

“성주께서 화를 많이 내시더군. 그토록 화를 내시는 성주는 처음 보았지. 그런데 말이야, 알고 보니 그게 화가 아니더군. 웃기게도 그분은 너를 잊지 못하고 있었어. 우습지 않나?”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다.”

“상관없다? 이거 어쩌나. 무지 화가 나려고 하는데 말이야. 태어나서 지금까지 충성을 바쳤던 우리도 뒷전으로 물리고 성주가 총애했던 네놈이 상관이 없다고 지껄이다니. 후후후.”

유소의 두 눈이 점점 살기를 머금어 갔다.

조윤은 늘어뜨렸던 창을 치켜들며 두 발을 어깨 넓이로 벌렸다.

“언제까지 신세타령을 늘어놓을 셈이냐. 나를 잡으러 왔다면 이제 그만 시작을 해야지 않을까?”

“마지막 기회를 주겠다. 지금이라도 순순히 나를 따라 성으로 돌아가 성주께 죄를 빌어라. 그러면 성주께서 너를 용서해 줄지도 모른다, 조윤.”

조윤은 피식 웃었다.

진심이 아님을 그는 알고 있었다.

“전혀 그럴 생각이 없으니 이제 그만 시작을 해 볼까?”

“그렇다면 할 수 없지.”

찌이잉!

유소의 검이 강기를 뿜었다.

일장 가까이 쭉 늘어나니 검이 창보다 더 길어 보였다.

“더 강해졌군.”

“네놈 때문에 악마에게 영혼을 팔았거든.”

“어리석은 놈.”

부우웅!

조윤은 창을 머리 위에서 한 바퀴 크게 돌리고는 조윤을 향해 뻗었다.

유소가 먼저 움직였다.

조윤은 맹렬히 달려드는 조윤의 가슴을 향해 창을 내질렀다. 조윤은 예상을 했다는 듯 허리를 틀어 창을 피함과 동시에 조윤의 허리를 베었다.

그러나 조윤의 창이 더 빨랐다.

깡!

둘이 자석처럼 달라붙었다가 뒤쪽으로 튕기며 떨어졌다.

“쳐라!”

누군가의 명령이 떨어지자 다른 자들이 일제히 조윤을 향해 날아들었다.

그때였다.

“비열한 새끼들!”

뒤쪽에서 묵직한 목소리가 울렸다.

뒤이어 조윤을 향해 달려들던 백의인 두 명이 상하체가 분리되며 꼬꾸라졌다.

털썩!

촤아악!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참혹한 죽음을 당하자 유소의 표정이 급변했다.

뒤이어 장내로 뛰어내리는 이가 있었다. 나타난 이는 북궁천소였다.

조윤의 입꼬리가 슬쩍 말려서 올라갔다. 북궁천소도 씨익 웃었다.

“내가 때마침 잘 온 것인가?”

“후후! 나를 과소평가하는 그 버릇은 여전하군.”

“난 나보다 약한 자는 믿지 않아.”

“그 과대망상도 여전하고…….”

“배고프니 대충 끝내고 술이나 한잔 꺾자.”

“그거 좋지.”

북궁천소가 천천히 돌아섰다.

마친 자신을 노려보며 서 있던 유소와 시선이 마주치자 하얀 이를 드러내며 씨익 웃었다.

“내 친구를 잡으러 온 놈인가?”

“누구냐!”

“나?”

유소는 북궁천소의 전신에서 발산되는 강대한 기운에 내심 놀라고 있었다.

자신과 함께 온 수하들은 용성에서도 알아주는 고수들이다.

한데 그들 두 명이 칼질 한 번에 도륙이 나 버렸다. 아무리 뒤에서 기습을 했더라도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쿵!

북궁천소가 대도를 들어 땅을 후려치자 거대한 흙먼지가 솟구치며 유소와 그 수하들을 향해 폭풍처럼 밀려갔다.

“북궁천소. 남들은 나를 도왕이라 부르더군. 후후후.”

* * *

이변은 화산에서 시작되었다.

검문의 출전자들이 진청 하나를 넘지 못하고서 탈락했다.

검문의 손쉬운 낙승을 예상했던 모든 이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고 그에 반해 화산은 믿기지 않는 현실에 즐거운 시간을 보내느라 여념이 없었다.

장문인 태허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이 모든 것이 사숙의 덕분이 아니겠소? 그분이 아니었더라면 출전조차도 감히 생각할 수 없었을 우리가 아니었소, 장로. 허허허!”

“그러게 말이오. 허허허! 내 살아생전, 이 같은 기쁨을 누릴 줄은 몰랐소이다. 장문인!”

태송은 눈시울까지 붉어져 있었다.

함께 모여서 차를 나눠 마시고 있던 진청 등은 이토록 좋아하는 사문의 어른들을 보며 앞으로 더 잘해야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진호가 껄껄 웃느라 여념이 없는 태허를 향해 조심스레 말을 꺼낸다.

“저희들은 사숙조님께 가 보겠습니다.”

“그분께서 보자고 했느냐?”

“예, 장문 사형.”

“허면 어서 가 보아라. 무슨 말씀을 하시건 간에 귀담아 잘 들어야 할 것이다. 알겠느냐.”

“예. 장문 사형.”

태허가 흡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자 셋은 거처를 나와 혁련천후가 머물고 있는 곳으로 향했다.

진청이 막 빠져나온 전각을 돌아보며 머리를 긁적인다.

“이런 분위기는 역시 어색하군요. 매일 잔소리만 듣던 제가 아닙니까. 쩝.”

“그래도 사문의 어른들이 저리도 좋아하시니 얼마나 좋으냐?”

“그건 그렇습니다만, 솔직히 부담이 돼서 미치겠습니다. 이러다가 이 회전에서 탈락이라도 해 버리면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닐 텐데 말입니다.”

진청의 말에 진명이 머리를 쥐어박으며 짐짓 눈을 부라렸다.

퍽!

“망할 놈. 다음은 이 사형이 첫 번째 주잔데 재수 없게 그 무슨 헛소리냐!”

진청은 머리를 마구 문지르며 도망치는 시늉을 했다. 진호가 빙그레 웃으며 진명에게 묻는다.

“형산파는 남해검문보다 강한 상대다. 괜한 객기는 되레 화를 불러올 수도 있으니 위험하다 싶으면 그 즉시 내게 넘기도록 하여라.”

“지들이 강해 봤자 얼마나 강하겠습니까? 아무튼 다음은 무조건 제가 선발 출전입니다.”

“자신이 있는 모양이구나.”

“이놈이 하는 걸 보고 뭔가 느낀 게 있습니다. 가짜 사부들하고 수련을 하는 것처럼만 한다면 우리가 생각하는 그 이상의 것을 얻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너도 그랬느냐?”

“사형도 그랬습니까?”

“하하하!”

셋은 소리 내어 웃으며 걸음을 빨리했다.

그러다가 이내 걸음을 멈춰야 했다. 저만치 앞에 정도맹의 수뇌부들이 어딘가를 향해 바삐 걸어가는 것이 보였다.

“왜들 저러시지?”

“표정들이 하나같이 심각한데……. 무슨 사건이라도 터진 게 아닐까요?”

“글쎄다.”

셋은 잠시 그 자리에 서서 멀어져 가는 수뇌부들의 뒷모습을 지켜보다가 이내 혁련천후의 거처로 들어갔다.

그는 왕전 등과 함께 차를 마시고 있었다. 평소라면 술을 마셨을 텐데 대회 중이라 술을 파는 데에 제한을 둔 까닭에 차로 대신하고 있었다.

진호는 조금 전에 보았던 수뇌부들에 대해 알려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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