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서왕모의 음모 -- >
“·····내 동생 잘 부탁한다.”
그렇게 말하면서 잭 그랜트는 자신의 내공을 움직여서 내부의 혈도를 뒤틀기 시작했다.외부에서 방해가 불가능한 자살법 중에 하나였다.
“컥!!”
“제길!! 뭐하는 짓이야!!”
입에서 피를 한 움쿰 토하는 잭 그랜트를 보고 창민은 이를 악물고 다가가서 내공을 불어 넣었다.창민도 힘을 많이 쓴 상태라서 힘이 별로 남아 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세레이나의 하나 남은 혈육을 죽게 할 수는 없었다.비록 그 상대가 자신의 적이었고, 중증 중2병이었고, 무진장 골치 아픈 상대에다가 약간의 시스터 콤플렉스도·····.
‘그냥 살리지 말까?’잠시 망설였던 창민이었다.어쩔 수 없었다.
라는 완전 범죄의 가능성이 눈앞에서 아른거렸다.하지만 창민은 이내 이를 악물고 내공을 불어 넣어서 혈도를 바로 잡기 시작했다.
‘아무리 그래도 일단은 살려야지···.’창민은 차마 세레이나를 눈앞에 두고 거짓말을 할 자신이 없었다.그러니 그냥 살리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쿨럭···. 쓸데 없는 짓을···.”
“혀 깨문다. 입 다물어.”
창민은 쓸데 없이 정신을 혼란하게 하는 잭 그랜트에게 윽박지르고 몸을 바로 잡는 것에 최선을 다했다.그때···.
“아~! 그래도 오빠가 이길줄 알았는데 말이야.”
“····세레나?”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를 향해서 고개를 돌린 창민은 한국으로 돌려 보낸 세레이나가 여기에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랬다.아니 그건 아무래도 좋았다. 지금 내공을 소모한 창민이 계속 하는 것 보다는 멀쩡한 세레이나가 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세레나, 잠깐 나 좀····.”
말을 하던 창민은 입을 다물었다.세레이나의 얼굴에는 뭔지 모를 미소가 걸려 있었다.자신의 승리를 기뻐하는 미소가 아니었다.그렇다고 오빠의 죽음을 즐기는 미소도 아니었다.마치···. 마치 모든 것을 조종하는 흑막이 보일법한 저 미소···.저것은 창민에게 최악의 상상을 하게 했다.
“······서왕모?”
“훗, 미안해. 자기야. 어쩔 수 없었어.”
“···빌어먹을.”
이건 최악이다. 라고 창민은 생각했다.서왕모의 정체가 무엇인지는 창민에게 있어서 최대의 고민이었다.
이미 창민의 주변에 있는 사람일 수도 있고, 아니면 창민이 한 번도 본적이 없는 사람일 수도 있었다.창민은 제발 자신의 주변 사람은 아니기를 바랬다.
하지만···. 그 최악의 상황이 결국은 생겨 버렸다.그것도 하필이면 창민이 가장 사랑하는 아내인 세레이나가 말이다.
세리이나의 표정은 평소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창민을 향해서 조소를 띠고 있는 저 표정을 창민이 알고 있는 세레이나와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창민은 세레니아··. 아니 서왕모를 보면서 말했다.
“하나만 물어보지···. 저하고 세레나는 같은 존재인 것이냐? 아니면 별개의 존재냐?”
“으음···. 별개일걸? 내가 잠재의식 속에서 이런저런 계기는 좀 줬지만···. 그래도 애가 내 뜻대로 안 움직여서 좀 애먹었지. 설마하니 멋대로 결혼까지 할 줄은 말이야.”
“···그 말은···. 천만다행이군. 너만 없애 버리면 세레나는 자유니 말이야.”
창민은 그렇게 말하면서 몸을 일으켰다.그런 창민을 보고 옆에서 잭 그랜트가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 거냐? 서왕모? 내 동생의 몸안에 왜 그 여자가 있다는 거냐?”
잭 그랜트 역시 서왕모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염제의 기억을, 아니 정확하게 말해서 원한을 가지고 있는 그에게 있어서 서왕모는 불구대천의 원수였다.
염제가 분쟁을 꺼려서 스스로 황제에게 옥좌를 양보한 것은 사실이다.하지만 염제의 성격을 파악하고 그렇게 할 수 밖에 없게 만든 것은 서왕모였다.
그런 서왕모의 이름이 들려오자 잭 그랜트는 눈에 불똥을 튀기면서 창민을 채근했다.
“말해라!! 뭐가 어떻게 된 거냐?”
그런 잭 그랜트에게 대답한 것은 창민이 아니라 세레이나의 몸을 차지한 서왕모였다.
“음, 간단히 말해서····. 이제까지 오라버니의 행동을 모두 조종해 온 것이 이 귀여운 동생이라는 말이랍니다.”
“········웃기지!!! 컥···.”
몸을 격하게 일으키려던 잭 그랜트는 서왕모의 한방을 맞고 그대로 뒤로 나가 떨어졌다.
“지금 저한테 이길 것 같나요?”
“···크윽····.”
잭 그랜트의 힘은 세레이나보다 훨씬 강하다. 하지만 지금 잭 그랜트는 창민과의 결투에서 모든 힘을 다 소모했다.지금이라면 화경의 고수 하나 상대하기도 버거운 것이 사실이었다.
그리고···. 이런 사정은 창민도 비슷했다.‘그나마 내 경우는 자신의 몸에 신권을 쓰는 타입이라서 힘이 좀 남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지금 이 몸으로 세레나의 몸을 차지한 서왕모를 이길 수 있을까?’창민은 침착하게 승률을 계산해 봤다.
지금의 컨디션을 고려하면 승률은 잘 해봐야 20%정도 될 것 같았다.더구나 문제는 서왕모의 몸을 차지하고 있는게 세레이나라는 것이었다.
사랑하는 아내를 죽일 생각이 전혀 없는 창민에게 있어서 서왕모는 최고의 방패를 손에 넣은 것이다.서왕모의 경우는 방어 따위는 무시하고 그냥 정면으로 돌격해서 창민을 일방적으로 몰아 붙이기만 해도 괜찮을 것이다.
서왕모에게 있어서 이 세레이나의 육신은 그냥 일시적인 사용품일 뿐.자신의 영혼이 멀쩡한 이상 얼마든지 후일을 도모 할 수 있었다.그런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창민으로서는 그저 진퇴양난일 뿐이었다.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해야 세레나를 구할 수 있을까?’창민은 그렇게 머릿속으로 잔머리를 최대한 굴렸다.그런 창민을 보고 서왕모가 말했다.
“정말····. 계획이 당신 덕분에 얼마나 틀어졌는지 아나요? 여보.”
“입 닥쳐. 내 아내의 몸과 목소리로 날 그렇게 부르지 마라.”
“흠, 그렇게 구분을 짓겠다고 한다면···. 나도 그게 편하기는 하지. 그럼···. 치우의 후예여. 그대에게 제안하지.”
“··········.”
“그대를 세계의 지배자로 만들어 주겠어요. 그러니 나에게 협력하지 않겠나요?”
“지랄하고 있네.”
창민의 말에 서왕모는 화를 내기는커녕 웃어 버리면서 말했다.
“하아···. 그렇게 말 할 거라고는 생각 했죠. 당신을 치우의 후예는 그 고집에서 신권이라도 발휘하나요?”
“그럴지도?”
역대 선배들을 생각하면 아주 근거 없는 말도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창민이었다.
“하지만 당신은 협력하게 될 거에요.”
“그렇게 생각하는 근거는?”
“후후후···. 사실 이제까지 조종해온 장기말이 망가진 이상····.”
그렇게 말을 하는 서왕모는 잭 그랜트를 슬쩍 바라봤다.그 눈은 전혀 자신의 혈육을 바라보는 눈이 아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당신보다 좋은 장기말은 없거든요. 그러니 거기에 따라주지 않으면 곤란해요.”
“그래서 어쩌겠다는 거냐? 날 힘으로 굴복시켜 보겠다는 거냐?”
창민은 그렇게 말하면서 몸 안에 신권을 불러 일으켰다.아무리 지쳤다고 해도 서왕모에게 맞서서 대항할 힘 정도는 남아 있었다.그런 창민을 보고 서왕모는 괴물이라도 바라보는 것처럼 한숨을 내쉬었다.
“하여튼···. 만사를 힘으로 해결하지. 이래서 치우의 후예들은 마음에 안 든다니까?”
그렇게 말하는 서왕모의 표정은 어딘지 모르게 진저리가 난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고대 시대에서 황제를 꼭두각시로 내세워서 천하를 차지했을 때 치우 때문에 속을 단단히 썩혔다.
그런데 수천년에 걸쳐서 준비를 거치고 일을 다시 도모하려는 지금.여전히 그녀의 앞을 가로 막고 있는 것은 치우의 이름이었다.이쯤 되면 뭔가 운명으로 역인 악연이라고 밖에는 생각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치우라는 존재들은 회유도 협박도 통하지를 않았지만 이번에는 그녀가 치우의 약점을 잡은 것이다.
“만에 하나···. 당신이 나에게 협조하지 않는다는 슬픈 선택지를 선택한다면····.”
“미연시냐?”
“쿡···. 간단해요. 베드 엔딩이라는 거죠.”
그렇게 말하면서 서왕모는 손에 수강을 일으켜서 그대로 세레이나의 목에 겨눴다.그걸 보고 창민이 두 눈을 부릅뜨고 외쳤다.
“그만 둬!!!”
서왕모는 제법 강자이다.고대에서도 그녀와 맞설 수 있는 상대는 열명이 체 되지 않았고, 지금 그녀가 차지하고 있는 세레이나의 육체는 지금의 시대에서 가장 강한 여성중에 한명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런 강한 힘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힘에 의지하지 않았다.오로지 100%이기는 게임 밖에는 하지 않는 그녀의 성격이 창민을 효율적인 수단으로 압박하고 있는 것이었다.
‘빌어먹을······.’창민은 속으로 이를 갈았다.왜 고대에 염제, 황제, 심지어 치우까지 이 여자에게 휘둘렸는지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어느 시대라 해도 서왕모 같은 인간은 상대하기 힘들다.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신의 유리함을 확실히 숙지한 책사.시대의 그늘에서 세계를 쥐락펴락 한 인간들은 대부분 이런 성격의 인간들이 많았다.
‘제기랄···. 어떻게 하지?’
“자···. 빨리 선택해요. 사랑하는 아내의 목숨을 외면할지. 아니면 내 말을 들어서 세계의 지배자가 되던지 말이에요.”
“············.”
창민은 고민에 빠졌다.득이양양한 서왕모의 미소에 이가 갈렸지만 어찌 할 방법이 없었다.
이런 무력감은···. 창민에게 있어서 과거 무공을 익히기 이전에 이제는 이름도 생각나지 않는 무명의 화산파 무인에게 무참하게 짓밟힌 이후로 처음이었다.그때 창민은 압도적인 힘에 짓 밟혀서 집념으로 자신도 힘을 쟁취했다.
그리고 그 후로 창민은 거칠 것 없는 인생을 살아왔다.그 어떤 문파의 이름도, 기존의 권력자들도, 심지어 국가의 군사력 마저도 창민을 곤란하게 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지금.사랑하는 아내의 목숨이 인질로 잡힌 지금에 와서 창민은 실로 오랜만에 위기감과 동시에 주도권을 적에게 빼앗긴 굴욕을 느끼고 있었다.‘생각해. 생각하는 거다.
어떻게든··.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라.’창민은 머리를 굴리고 또 굴려서 총 동원했다.
애당초··. 서왕모에 대비해서 한가지 마련해둔 대책은 있었다.하지만··. 그 대책은 원래 서왕모를 강제로 힘으로 제압하고 난 후에 사용가능한 것이었다.
그런데 서왕모가 세레이나의 몸을 차지한 상태라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것이었다.짝!!생각하는 창민의 귀에 울린 것은 서왕모의 손뼉소리였다.
서왕모는 그 상태로 세레이나의 얼굴로 아름다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자. 이제 생각은 여기까지. 슬슬 선택해 주실까요.”
“··········.”
“미리 말해 두겠는데···. 당신이 싫다고 하면 전 그 순간 당신의 아내인 이 몸을 죽이고 다른 몸으로 전이해서 또 일을 꾸미면 그만입니다.”
“감히·····.”
“감히가 아니죠. 이거 아나요? 제 영혼은 아무 몸에나 들어 갈 수는 없어요. 이 아이에게 들어 올 수 있었던 것은 황제의 핏줄인것과 동시에 아주 희미하게나마 저의 핏줄도 이었기 때문이죠. 그게 뭘 뜻하는지 아시나요?”
“···········.”
창민은 머릿속에 폭탄이 터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세레이나와 핏줄이 빙의의 매개체로 이용 될 수 있다는 말이었다.
그 말은···.창민의 딸 역시 위험하다는 말인 것이다.============================ 작품 후기 ============================으음... 다음 신작을 서서히 공개 준비 해야 겠습니다.
신작의 예고를 조금 하지만 미드 스파르티쿠스를 보고 감명 받아서 만들기 시작한 것입니다.현재 분량으로는 3분의1권 정도 되어있고, 현대 검도 챔피언이 스파르타쿠스 시대의 로마로 타임슬립해서 싸우는 내용입니다.
뭐. 며칠 안으로 공개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하하하. 이렇게 한 번 말한 이상 이제는 더 이상 뒤로 물러날 곳은 없는 법이죠.어떻게든 해 보겠습니다.또 스스로 무리수를 두는 것은 아닌지.....항상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감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