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수가 갑이다-197화 (197/203)

< -- 물의 하백 -- >

먼저 공중에 떠 있는 거대한 물의 덩어리는 완벽한 방어막이었다.하백의 후예가 저 정도로 막대한 물을 두르면 세상의 그 어떤 방공호 보다 안전하다.

지구상의 모든 핵을 세트로 퍼부어도 멀쩡할 것이다.거기에 그 물을 맹렬하게 회전 시켜서 거기서 전류를 생성 시키고 있었다.

원래 물을 고속으로 회전 시켜서 전류를 만들어 내는 것은 하백의 후예의 전매특허다.창민이나 세레이나도 물을 허공섬물로 끌어 들여서 고속으로 회전 시키는 것은 가능하다.

하지만 거기까지가 다였다.물에서 전류를 발전시키는 것은 하백의 후예만이 할 수 있는 것이었다.

민재가 저 정도의 막대한 수량에서 얻어 낼 수 있는 전압이라면···.아마도 미국 대륙 전체의 전력을 감당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원자력 한 두 개는 가뿐하게 씹어 버릴 정도로 막대한 전력이 발전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전류를 물을 매개로 해서 뿜어 내는데 이것이 거의 필살의 일격이었다.물에 한 번이라도 맞으면 그 순간 감전이 되고 계속해서 그 전류는 사라지지 않는다.

민재가 발생 시킬 수 있는 전류는 무한대에 가깝고, 그런 전류를 적이 죽을 때까지 보낸다.‘이건····. 필살을 넘어서 흉악하기 까지 한걸? 하백의 무공이 원래 이렇게 상기가 강했나?’창민이 알고 있는 하백은 어디까지나 평화주의자였다.

분쟁을 싫어해서 세력을 이루지 않은 것만 해도 알 수 있지 않은가?하지만 지금 민재가 쓰고 있는 무공은 어딘지 모르게 하백의 성격과는 다르다는 느낌이 들었다.그리고 그런 창민의 예상은 맞았다.

2년전.민재는 공호민을 상대하느라고 시간을 허비해야 했다.당시의 공호민은 무척이나 강했다.

최강의 마인이라고 소개 받았을 때 허풍처럼 들리기는 했지만 실제로 그런 이름에 걸 맞는 파괴력을 가지고 있었다.민재는 공호민을 단숨에 이기기 위해서는 어딘가 강으로 유인하거나 아니면 어느 정도 시간을 들여서 장기전으로 상대하는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민재가 생각한 것은 전자였다.한강까지 가서 한번에 정리하기 위해서 적을 살살 유인하고 있던 민재는 그만 느끼고 말았다.

수진이가 질풍신뢰를 쓰는 것을 말이다.‘안 돼!!!’민재는 알고 있었다.

수진이의 실력으로 질풍신뢰를 쓴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말이다.민재는 작전을 수정해서 무리를 해서라도 공호민과 정면 격돌을 벌였다.

단기결전이 타입이 아닌 민재로서 최강의 마인으로 다시 태어난 공호민은 만만치 않은 강적이었다.그러나 만만치 않다고 해서 감당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어느 정도 부상을 입었지만 공호민에게 묵직한 일격을 놈에게 먹이고 수진이에게 달려 갔다.수진이가 어디에 있는 지는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거기에 가서 민재가 본 것은···.쓰러져 있는 진아 선배.그리고 시체도 남기지 못하고 서서히 사라져 가고 있는 수진이었다.민진아.최악의 엄마와 최악의 양부 사이에서 생지옥 같은 일생을 살다가 간신히 행복이 뭔지 알아가던 여성이었다.

그녀의 마음을 알고도 받아 주지 못한 것은 미안했지만 그래도 그녀가 행복하기를 바랬다.최수진.민재와 동문이고 민재에게 있어서는 시아 다음으로 소중한 여성이었다.

시아 다음이라고 해도 수진이를 잃은 것은 괜찮다는 것은 물론 아니었다.시아가 연인으로서의 소중한 여성이라면 수진이는 친남매 같은 사이였다.

어느 놈팡이 새끼가 데려 갈 것이라고 생각만 하면 혈압이 상승하는 그런 소중한 누나같은 그리고 여동생 같은 아이였다.그런 그녀들이 죽었다.

민재는 살아 생전에 자신을 그렇게 원망해 본적이 없었다.그녀들이 죽은 이유가 자신의 방심에서 일어난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더욱더 그랬다.

지난 2년은 민재에게 있어서 스스로를 용서 할 수 없는 시간이었다.민재는 동해의 어떤 무인도에 시아와 함께 은거했다.

세상과의 접촉을 최소한으로 하면서 수련에 정진한 민재가 새롭게 개발한 무공이 바로 이것이었다.무한회천뇌옥(無限回天牢獄)민재가 수진이와 진아의 한을 풀기 위해서 직접 만든 무한한 뇌전의 지옥이었다.

‘괴로우냐? 느낄 수 있느냐? 너희들에게 희생당한 내 소중한 이들의 한을.’민재는 최대한 천천히 적들을 죽여가고 있었다.마치 거미줄에 걸린 먹이를 야금야금 갉아 먹는 거미처럼 상대를 고문하면서 죽여가는 이런 모습은 확실히 하백의 후예들에게는 없는 것이었다.

특히 하백의 뇌전은 더욱더 고통 스럽다.원래 살인을 꺼리는 하백의 무공이었기에 뇌전은 살상 보다는 통증을 주는 것에 주력했다.

그런 무공의 성질이 민재의 복수심과 어우러 지니 거의 고문이었다.지금 뇌전에 붙잡힌 화이트와 블랙은 민재의 뇌전에 의해서 신경계를 전부 조각조각으로 찢어 버릴 것처럼 태워가고 있는 것이었다.

“아···· 아아····.”

“크·····그르륵····.”

현경의 경지를 거의 뛰어 넘은 두 초인이 폐인이 되어가고 있었다.인간이 버틸 수 있는 육체적 통증의 한계를 아득하게 초월한 통증에 둘은 이제 이지를 상실해 버렸다.현경의 경지의 끝에 다다른 무인의 강철 같은 정신력으로도 버티지 못할 정도의 지옥 같은 고통.그것이 민재의 복수심으로 만들어진 생지옥이었다.

“·····저 자식 독한놈이라는 것은 알았지만.”

창민은 민재의 행동을 보면서 중얼 거렸다.민재는 더 이상 정신마저 놔 버린 적을 상대로 더 이상 고문하는 의미를 느끼지 못했는지 전앞을 단번에 올려서 놈들을 태워 버렸다.그야말로 세포 한 조각 남기지 않고 둘을 세상에서 지워 버린 것이다.

“이제 방해물은 다 치웠다. 공호민. 각오는 되었나?”

물속에서 어떤 방식으로 소리를 전달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민재의 목소리는 공기중에 파이프관 악기처럼 울렸다.공호민은 화이트와 블랙이 다 죽어가는 동안에도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 있었다.그러자 민재가 자신을 지목하자 팔짱을 풀고는 앞으로 한걸음 걸어 나오면서 말했다.

“·····대단하군. 예전에는 싸움을 꺼리는 기색이 역력했는데···. 이제는 엄연한 살인귀가 되었군.”

“·············.”

“무엇이 널 그렇게 만들었지?”

“그걸 네놈이 몰라서 묻는 것이냐?”

“나 때문에 네가 구하지 못한 계집 둘 때문인가?”

파지지직!!!!

“어차피 곱게 죽여줄 생각은 없다만···. 영혼의 한 족각이라도 온전하게 보전하고 싶다면 그 입을 조심해라.”

“우습군. 넌 나보다 낫다.”

“·····뭐라고?”

“내 앞에서 가증스럽게 ‘나 불쌍해요.’라고 지껄이고 싶다면. 나 이상 가는 지옥을 보고와라.”

그렇게 말을 한 순간 공호민의 전신에서 어마어마한 오로라가 흘러넘치기 시작했다.옆에서 보고 있던 창민의 표정에서 웃음기가 싹 사라질 정도로 강력한 기운이었다.‘저 놈 저 정도였다니·····.’창민을 놀래킬 정도로 공호민의 능력은 놀라웠다.

“네놈 역시 놀고만 있지는 않았다 이거냐?”

민재의 말에 공호민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 나의 이 저주스런 힘은····. 나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강해지고 있다.”

“··············.”

“네가 줄 수 있느냐? 나에게 종말의 평온을.”

“미친놈···. 죽어버렷!!!”

“흡!!!”

콰아아앙!!!!둘이 충돌한것과 동시에 베네치아의 상공에는 핵이라도 터진 것 같은 강렬한 소리와 굉음이 울렸다.베네치아 사람들의 정신이 멀쩡했다면 세상의 종말이라도 온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민재와 공호민의 격돌은 거의 호각이었다.민재를 둘러싸고 있는 뇌전과 물줄기는 거대한 용들로 변해서 공호민을 집어 삼키려고 했다.

거기에 맞서는 공호민의 양 팔에서는 검붉고 끈적한 기공이 뻗어 나와서 민재의 공격에 맞서고 있었다.그 광경은 마치 기분 나쁜 지옥의 나비의 날개짓처럼 보였다.

“민재야 하백의 후예니까 그렇다 치고···. 저 놈은 도대체 뭐지?”

창민이 가지고 있는 고대의 기억으로도 공호민이 뭔지는 알 길이 없었다.공호민.그에 관해서는 전에도 말했지만 태어나면서부터 피와 죽음에 관한 강렬한 집착을 가지고 있는 일종의 싸이코패스였다.

그 광기를 어렸을 때 스승이 발견하고 한 번 바로 잡았지만···.나중에 다시 폭발하고 말았다.그 결과 그는 부모처럼 키워준 스승을 죽여야 했고 동문의 사형제도 죽여 버렸다.

하지만 그 시절의 그는 그것에 대한 죄책감을 가지지 못했다.공호민이라는 개인적인 인간의 고뇌만을 본다면·····.차라리 지금보다 나은 상태일지도 몰랐다.

일본의 삼무녀중인 한명인 호노카에게 실험체로 당한 그는 오로치라는 마물의 복제품이 될 처지에 처했다.그것은 이제까지 공호민이 가지고 있는 광기와 마기를 훨씬 더 강렬하게 불태웠다.

인간으로서의 이성까지 흔적도 없이 사라질 정도로 말이다.그 후에 공호민 본인은 의식이 사라졌다.

한참 후에 의식이 들었을 때 공호민은 진정한 마인이라고 불리는 존재가 되어 있었다.그리고····. 그때부터 진정으로 공호민의 지옥이 시작되었다.

죄······. 라는 것의 무거움은 지극히 주관적이다.예를 들어서 길가던 어른에게 개미의 팔 다리를 뜯고 목 가슴 배를 분리해보라고 하면 그게 뭐하는 짓이냐고 거절하는게 보통이다.

하지만···. 천진한 어린애들은 재미 삼아서 벌레를 잡아서 그렇게 천진하게 팔 다리를 때어본다.어린 시절에 친구들과 흙장난 치면서 논 아이들에게는 한 두 번쯤 있는 기억일 것이다.

어린애와 어른 뿐만이 아니라도 다양한 이유로 인해서 죄의 무게는 주관적으로 변한다.성장환경, 주입받은 교육 등등.그 중에서도 공호민은 타고난 체질이 살인에 굶주린 체질이었다.

지극히 아주 가끔이지만 그런 인간들이 태어나고는 했다.그야말로 아무런 이유도 없이 살인에 매력을 느끼는 타고난 살인마들.그런 공호민이었기에 이제까지 자신의 죄를 자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진정한 마인이 되고 나서 공호민은 사물을 개관적으로 판단하고 사리분별을 할 수 있게 되었다.자신의 죄를 제정신으로 자각한 것이다.

이제까지 얼마나 많은 인간을 죽이고 고통스럽게 했던가?친남매나 다름없던 동문의 사형제들에게 도대체 얼마나 끔찍한 죄를 저지른 것인가?무엇보다 스승.자신의 스승이자 존경과 존엄을 다 해도 마땅한 스승에게 자신이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것인가?마와 선은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진정한 마인이 된 공호민의 정신세계는 오히려 이제까지 그를 구속하고 있던 광기에서 벗어나게 한 것이다.그로 인해서··.그는 인간으로서는 도무지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막대한 죄업에 짓눌려 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전처럼 정신을 마비시킨다거나 하는 것도 불가능할 상태에서 말이다.말이 진정한 마인이지 공호민의 상태는 죄업의 족쇄에 구속당한 개일 뿐이었다.

죄책감을 떨쳐내는 것도 불가능.스스로 목숨을 끊는것도 불가능.죽은 자들에게 사죄를 하는 것도 불가능.거기에 계속해서 잭 그랜트의 명령에 따라서 죄업을 쌓아야 했다.죽기만을 원하는 죄인.죽음의 나락으로 떨어져서 지옥불에 불타올라 스스로 고통 받기만을 원하는 죄인.공호민은 그런 죄인일 뿐이었다.

‘하백의 후예. 그 치우나 황제조차 함부로 하지 못했다는 전설의 전인. 그대라면 날 자유롭게 할 수 있는가?’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지금 해다오.”

“뭐라고 지껄이는거야? 닥치고 죽어!!!”

콰쾅!!둘은 한 차례 거세게 격돌하고 그대로 떨어져 나왔다.‘이 놈 강하다.

’어느정도 머리를 식힌 민재는 공호민의 실력을 인정했다.아니···. 실력 운운하기 이 전에 상태가 어진지 이상했다.

한 방이라도 맞으면 지옥과도 같은 고통을 느끼는 하백의 뇌전을 틀림없이 맞았다.지금도 놈의 몸에서 방전되고 있는 뇌전의 자락이 두 눈에 똑똑히 보였다.

그럼에도 안색 하나 변하지 않고 있다.참을성이 좋고 나쁘고는 상관없다.

저 뇌전에 맞으면 지옥과 같은 고통을 느껴야 하는데 놈은 그렇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작품 후기 ============================항상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신작도 빨리 연재해야 하는데 말이죠.그리고 밀린것도... 정말 기다려 주시는 분들에게 미안할 따름입니다.ㅠㅠ즐감하십시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