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은하 VS 녹고미 -- >
녹고미는 이번에 한국에 오면서 혹시나 모를 하백의 방해를 막기 위해서 한가지 신권을 부여 받았다.사실 부여 받았다기 보다는 대여 받았다고 해야 맞을 것이다.
애당초 신권이라는 것은 타고난 자가 아니라면 함부로 받을 수 있는게 아니었다.혹은 창민처럼 인간의 한계치가 넘어설 정도의 힘을 손에 넣거나 말이다.
그 두 가지 경우에 다 들어가지 못한 녹고미는 그 대신에 욕수의 신권을 잭 그랜트에게서 일시적으로 대여 받았다.대여 받은 것이기에 장기간 쓰지는 못한다.
녹고미는 오기 전에 잭 그랜트에게 경고를 받았었다.10분.그 정도가 아마 한계치일 것이라고 말이다.
그 이상 욕수의 신권을 쓰면 녹고미에게 기다리는 운명은 죽음 뿐이다.그나마 10분이라는 시간도 녹고미가 욕수의 후인으로서 그 무공을 익히고 있었기에 가능한 시간이었다.
아니었다면 3분도 불가능 했을 것이다.하지만 녹고미는 10분만 있다면 설사 상대가 하백의 후예라고 해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만큼 욕수의 신권이 뛰어났기 때문이다.욕수의 신권은 군권.염제의 부하이자 장군이었던 욕수에게는 군을 장악하고 명령하는 신권이 있었다.
그에게 맡기면 오합지졸이라도 정병으로 변하고 그에게 맞서는 적군은 군권의 명령에 짓눌린다고 했다.방금 은하를 짓누른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고대에 욕수는 이것으로 10만 대군이라고 해도 한번에 짓눌러 죽였던 것이다.그런 신권을 비록 욕수보다 파워가 떨어진다고는 해도 단 한명에게 썼는데 은하가 살아 있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은하 역시 창민처럼 슬슬 인간으로서의 한계에 다가가고 있는 것이었다.은하는 부러진 팔을 힐끔 바라 보고는 녹고미에게 말했다.
“네 놈치고는 무거운 일격이었다. 하지만··. 두 번째는 없을 거다.”
“과연 그럴···. 헉!!!”
말을 하던 녹고미는 어느새 아무 기척도 없이 자신의 품안에 파고 든 은하를 보고 깜짝 놀랬다.그 지척의 거리에서 은하는 녹고미를 향해서 싸늘하게 말했다.
“지금부터 넌··. 그저 죽을때까지 쳐 맞기만 할 뿐이다.”
그리고 거기서부터 은하의 화려한 공격이 시작되었다.은하의 공격이 시작되고 나서 주변에 대기하고 있던 홍면파천대 대원들은 넋을 잃어 버렸다.
“···세상에····.”
“저런게 인간에게 가능한 건가?”
“은하 사저는 둘째였지? 그럼 추가현 사저는····?”
홍면파천대의 대원들은 두 눈을 휘둥그레 뜨고 감탄만 하고 있었다.개중에 누군가가 추가현에게 중얼 거린 말을 듣고 옆에 있던 사람이 옆구리를 쳤다.
‘말을 해도 꼭····.’눈치를 받고 나서야 말을 꺼낸 사람은 추가현의 눈치를 살폈다.사실 추가현은 그 사람의 말을 듣고서 생각했다.
스스로 자문해 본 것이다.‘정말 나에게 저런 것이 가능할까? 지금 당장은 아닐지라도 꾸준하게 수련하면 언젠가라도?’추가현은 확신 할 수 없었다.
그만큼 은하가 지금 보이고 있는 공격은 놀라웠다.정창민의 첫째 제자라는 이름으로 은하에게 체면을 세워야 하는데···.지금 보아하니 평생 그런 것은 불가능 할 것 같았다.
은하의 반격이 시작되고 나서부터 은하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보이는 것은 허공에 무중력 상태로 둥둥 떠 있는 것 같은 녹고미와 그런 녹고미를 둘러싼 지름 5미터 정도의 원형 구체였다.
저 구체가 바로 은하였다.그야말로 속도의 극한.상대가 반응할 틈도, 대응한 방법도 일체 없다.
신권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그 신권을 쓸 틈이 없다면 뭐 하겠는가?은하의 초고속 연타는 소리도 묻혀 버릴 정도로 파격적이었다.콰앙!!!이윽고 녹고미는 연타에서 해방되어서 바닥에 쳐 박혀 버렸다.
바닥에 반쯤 쳐 박힌 그는 그저 꿈틀 거리고만 있을 뿐.손가락 하나 꼼짝을 못하고 있었다.그리고 그제야 연타를 멈추고 모습을 드러낸 은하에게 추가현이 말했다.
“끝난 거니?”
“아니요. 목숨만 딱 살려 뒀어요. 이제 끝낼 거죠.”
은하는 그렇게 말하면서 녹고미에게 다가갔다.그리고 그의 멱살을 잡아서 들어 올렸다.
“마지막으로 남길 말은?”
은하가 그를 들어 올리자 그는 마치 연체 동물처럼 흐느적거리며 딸려 왔다.그 모습은 이미 뼈도 없고··. 근육도 형태를 유지하지 못할 정도로 얻어맞은 자의 모습이었다.이 와중에 주변 사람들은 인간이 저렇게 맞을 수도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그만큼 진귀한 장면이었던 것이다.
“으····. 으으····.”
녹고미는 뭐라고 말하려고 했지만 은하에게는 그저 신음 소리로 밖에는 들리지 않았다.그는 뭘 말하고 싶은 걸까?억울함?원통함?분노?아니면 자존심을 버리고 목숨 구걸이라도 하고 싶은 걸까?뭐가 되었든 간에 지금 그의 운명을 결정하는 것은 은하의 마음 하나뿐이었다.그리고 은하의 마음은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다.
“2년 전에···. 너희들이 뺏어간 사람은 나에게 소중한 사람에게 있어서 소중한 사람들이었다.”
“으으···. 으으····.”
“너희는 그것만으로도 살아있을 가치가 없어.”
은하의 눈이 차갑게 변했다.그리고 그것이 녹고미가 가지고 있는 마지막 기억이었다.촤아악!!!목을 기점으로 십자로 갈라지는 녹고미는 그대로 잔인하게 죽어버렸다.은하는 피뭇은 수도를 털어 버리며 네 조각으로 조각난 녹고미의 시체를 냉정하게 내려 보면서 말했다
“지옥에서 수진이 언니한테 한 번 더 죽도록 해.”
이 시점을 기점으로···. 배달의 문파 안에서 은하에 대한 평가는 바뀌기 시작했다.원래 은하의 어린 시절을 기억하던 문인들은 은하라고 하면 귀여운 시절의 기억이 강했지만···.이때를 기점으로 해서 은하가 배달의 군기반장 같은 위치고 자리 매김하게 되었다.뭐···. 그건 좀 나중의 일이었다.
“오빠···. 난 끝냈어요. 이제 남은건 오빠 몫이에요.”
은하는 그렇게 아련한 표정을 하고 하늘을 보면서 중얼 거렸다.장소를 바꿔서 다시 이탈리아의 베네치아.
“비켜. 다 죽여 버리기 전에.”
창민의 말은 협박도 공갈도 아니었다.그냥 담담한 진실을 입에 담은 것 뿐이었다.
블랙과 화이트는 그런 창민을 보고 안색을 굳혔다.원래 창민이 강한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것은 당초에 그들이 가지고 있던 기억을 아득하니 넘어서지 않는가?지금 창민의 모습에서 그들은 잭 그랜트에 준하는 무언가를 느낄 수 있었다.‘설마 이 자도 신권을 손에 넣은 건가?’잭 그랜트의 힘의 이유를 가장 잘 알고 있는 화이트는 그나마 창민의 강함에 대해서 근접한 답을 내 놓고 있었다.
그들은 창민의 거대함을 실감하고 나자 감히 싸울 생각을 하지를 못하고 있었다.하지만 이 둘과 달리 한끗 차이로 창민의 거대함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 불쌍한 인간이 있었다.
“아무래도 너무 당당하시군요. 우리가 그렇게 우습게 보이나요?”
창민은 말을 꺼낸 사람을 흘깃 봤다.화이트와 블랙 이라는 두 명에 비해서 존재감이 약한 것 같기는 한데 그래도 자세히 보니 제법 강해 보인다.‘은하보다 약간 약한 정도인가?’
“너 이름이 뭐냐?”
“블루라고 불러 주십시오.”
“싫다. 누가 그런 쪽 팔리는 이름으로 부르겠냐? 넌 그냥 파랭이 아니 패랭이면 족해.”
어째 피라미에 어울리는 이름이라고 생각하는 창민이었다.그런 창민의 말에 블루는 인상을 쓰고는 가면을 벗었다.그러자 무척이나 아름다운 미인의 얼굴이 드러났다.
“제가 가면을 벗는다는 것이 가지는 의미가 뭔지 아십니까?”
“코스프레는 그만 할 나이이기는 하지? 정신차려? 고향에 부모님이 우신다.”
“큭····.”
창민의 말에 블루는 얼굴이 붉어졌다.저러면 블루가 아니라 레드라고 불러야 할 것 같았다.블루는 이내 분노를 가라앉히고 싸늘한 표정을 하고 창민에게 말했다.
“제 얼굴은 본 사람은 반드시 죽습니다. 그런 의미인 것이죠. 왜 그런지는····.”
“아, 됐고···. 하나만 물어보자.”
창민은 블루의 말을 중간에 잘랐다.계속 들어봤자. 중2병 스멜만 진하게 풍길 것 같았다.
“···무엇이 궁금하십니까?”
“너 남자야? 아니면 여자야? 몸에 흐르는 기가 양기도 음기도 아닌데 말이야.”
세레이나의 일 이후로 창민은 여자와 남자의 성별을 몸에 흐르는 기로 느낄 수 있는 수련을 쌓았다.별로 강해 지는 것과는 상관 없는 수련이었지만 다시는 ‘갑빠 쩌네.’ 라는 터무니 없는 대사를 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어쨌든 이제 창민에게 성별을 속이는 변장은 일절 통하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창민의 눈앞에 나타난 인간은 그 성별을 전혀 판단 할 수가 없었다.
몸에 흐르는 기가 음기도 양기도 아니었던 것이다.‘생긴것도 곱상한게···. 겉만 봐서는 모르겠네.’창민은 그래서 돌직구로 성별을 물은 것이다.
그러자 블루는 입술을 잘근 깨물면서 말했다.
“그게 중요하십니까?”
“아니. 그냥 궁금할 뿐.”
“·····좋습니다. 저승길 선물로 알려 드리죠. 제 성별은···. 정신은 남자입니다. 이제 됐습니까?”
사실 블루는 수신의 무맥을 이은 후예였다.이 무맥은 한가지 단점이 있었는데 완전히 대성하기 전에는 성별이 모호한 양성체가 된다는 것이었다.
초대 수신도 남자임에도 불구하고 어지간한 여자도 감히 고개를 들지 못할 정도로 아리따운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고 하는데···.아마도 무공 자체가 미용의 효과를 지나치게 강하게 가지고 있는지도 모른다.블루도 원래는 남자였지만 무공을 익힘에 따라서 지금은 여자도 남자도 아닌 양성체가 된 것이다.
“이제 궁금 한 것을 아셨으니···. 죽어 주셔야 겠습니다.”
놈은 그렇게 말하면서 자신의 몸에 숨겨진 신권을 끌어 올렸다.그 역시 창민이 자신보다 한 수 위라는 것은 짐작하고 있었다.
사실 한 수 위 정도가 아니지만 말이다.어쨌든 그런 창민을 상대로 싸우기 위해서 마찬가지로 잭 그랜트에게 부여 받은 신권을 발동 시켰다.
블루가 그렇게 움직이려고 하자 블랙과 화이트도 자신들의 몸에서 신권을 발동 시켰다.하나도 아니고 세 명의 신권이 동시에 발동하기 시작하자 나름 대단한 힘의 파동이 드러났다.
창민은 그런 그들을 보고 맞서려고 하다가 몸을 멈췄다.‘저 놈은····?’창민의 시선을 사로 잡은 것은 신권을 개방시킨 화이트, 블랙, 블루고 아니라 그 뒤에 가만히 서 있는 공호민이었다.
신권을 개방하지 않았다.그러기는커녕 내공도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놈에게서는 그 것을 뛰어 넘은 무언가 불길함이 느껴졌다.‘저 놈은···. 혹시?’문득 창민은 저 놈이 서왕모의 실체가 아닐까 생각했다.
저 놈이 누구인지는 알고 있다.한 때 일본에서 저 놈을 잡으려고 민재를 보냈던 것이 창민이었으니 말이다.
‘원래는 아미파의 출신이었다고 했나?’여자들만 가득한 아미파와 그 아미파에서 자란 남자.뭔가 이론적으로 말 할 수는 없지만 서왕모와 접점이 있을 수도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저 놈을 족쳐 봐야겠군.’창민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움직이려고 했다.
하지만 그때···.
“비켜요.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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