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은하 VS 녹고미 -- >
‘하지만 그것도 이제 끝이다.’각오를 다신 화이트는 힘을 있는 대로 끌어 올렸다.
“좋습니다. 싸움을 원하신다면 지금 저희가 상대해 드리죠.”
“배짱은 좋다만 무리야. 너희들의 정신나간 중2병 도련님이나 내놔라.”
창민의 이죽거림과 함께 베네치아에서의 일차전이 벌어지려고 하고 있었다.하지만···. 공교롭게도 이것은 일차전이 아니었다.이미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곳이 있었으니 말이다.
“크아악!!!”
“막아랏!!!”
배달의 문파에서 홍면파천대 대원들이 무척 소란스러웠다.창민이 개파를 한 이후로 이 지리산의 본문에는 처음으로 적을 맞이하고 있었다.적은 두자루의 도끼로 무장한 채로 홍면파천대원들을 장작마냥 쪼개버렸다.
“모두 비켜라!! 얌전히 정창민의 가족만 내 놓는다면 네놈들 버러지들의 목숨은 살려주마.”
도끼를 휘두르는 거한의 정체는 바로 그린, 혹은 녹고미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남자였다.그 남자는 창민이 이 본문을 비우는 사이에 창민의 가족을 인질로 잡아두기 위해서 여기에 왔다.
잭 그랜트가 창민에게 질 것이라고 생각해서가 아니라 인질을 잡아서 협상을 이롭게 하기 위해서였다.그가 이 임무를 자원한 것은 잭 그랜트의 부하들 중에 그가 창민에게 가장 원한이 깊었기 때문이다.
‘듣자하니 가족도 많다고 했지? 그렇다면···. 한 두명 정도는 본보기를 보여도 상관 없겠지.’놈은 이를 드러내면서 잔인하게 웃었다.그런 놈의 앞에 나타난 것은 두 명의 여자들이었다.
“정말 재수 없는 얼굴인걸?”
“원래 저랬어요. 유일하게 동정의 여지가 있는 곳이 있다면 저 구제불능의 얼굴일 걸요?”
두말 할 것도 없이 이 두명의 여자는 창민의 제자인 추가현과 이은하였다.추가현은 주변을 둘러보고 싸늘하게 시선을 굳혔다.
‘감히······.’녹고미는 감히 그녀가 가장 자랑스러워 하는 창민이 만든 배달의 식구들을 죽였다.그것도 배달의 본문에서 말이다.
추가현의 판결로는 산채로 찢어 죽여도 시원치 않을 정도였다.
“죽여주마···.”
그녀는 싸늘하게 말하면서 검을 뽑았다.3년의 세월 동안 은하는 눈부시게 진보했지만 은하만 진보한 것은 아니었다.
추가현 역시 수련을 게을리 하지 않았고 그 결과 지금에 와서는 현경을 목전에 두고 있었다.하지만···. 그 정도 능력으로 잭 그랜트의 측근 중에 한명인 녹고미를 어떻게 할 수는 없었다.
예전에 은하가 화경의 경지로 그에게 이겼던 것은 어디까지나 비무대회의 룰을 이용해서 이겼던 것이지 실력으로 이겼던 것이 아니었다.진짜 강자를 실전에서 이겨내기 위해서는 발군의 센스와 운으로는 한계가 있다.
강자를 잡기 위해서는 강자가 필요한 것이다.예를 들어서 이 상황에서 나서야 할 것은····.
“언니. 제가 할게요.”
“·····은하야. 넌 일단···.”
“제가 해야 되요. 저 근육 덩어리 한테는 제가 빚이 있어요.”
“············.”
추가현은 입을 다물고 대신에 한걸음 물러나서 무언의 허락을 했다.은하는 알고 있었다.
추가현은 강하다.아마 전 세계의 여자 고수들 중에는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갈 정도로 강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저 녹고미에게는 아직 안된다.분노로 나선다고 해도 결국은 패할 것이다.
그리고···. 그런 이유가 아니라고 해도 저놈을 누군가에게 양보할 생각은 없는 은하였다.‘이제야···. 이제야 빚을 갚을 수 있겠군.’은하는 그렇게 속으로 생각하면서 저벅저벅 녹고미에게 걸어갔다.
걸어오는 은하를 보면서 녹고미는 비릿한 웃음을 지으면서 말했다.
“호오···. 오랜만인걸? 꼬맹이가 제법 여자티가 나는걸? 어때? 침대에서 재롱이라도····.”
“입 닥쳐. 근육 돼지.”
쩌저억!!어느새 다가왔을까?틀림없이 몇십 미터는 떨어져 있던 은하와 녹고미의 거리가 좁혀졌다.그리고 은하의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빠른 따귀에 녹고미의 얼굴이 휙휙 돌아갔다.
“이·· 이이···.”
그의 얼굴이 붉어졌다.무공을 익히고 나서 이렇게 굴욕적으로 따귀를 얻어 맞은 것은 처음이다.
“입 다물어 냄세난다.”
“감히···.”
짜짜자자자자작!!!이번에는 몇 대나 맞았는지도 모를 정도로 어마어마하게 맞았다.호신강기나 극한까지 단련된 육체 따위는 상관 없었다.
은하가 때리는 데로 고개가 휙휙 돌아갔다.미치고 환장할 일은 녹고미 정도의 고수가 전혀 공격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뭔가 심오한 공격을 한 것도 아니고 그냥 단순한 따귀를 말이다.이것이 말하는 것은 간단하다.
속도에서 까마득하게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녹고미는 처음에 따귀를 맞았을 때는 화가 났지만 두 번째 따귀를 맞고는 머리가 차갑기 식었다.
‘····괴물이 되었군. 못 이겨····.’녹고미는 바보가 아니다.그는 과거에 은하와 두 번 싸웠다.
처음에 싸웠을 때는 그가 압도적으로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무대회의 규칙 때문에 졌다.그 다음에 싸웠을 때는 하백의 후예를 끌어 들이기 위해서였을 때.그때는 무척이나 강해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아직은 자신이 좀 강했다.
결국 승부를 내지 못하고 놓쳐 버렸다.그리고 지금···.자신과 은하 사이에 까마득한 차이가 벌어져 버린 것이다.
‘이길 수 없어···. 그걸 쓸까? 하지만 그랬다가는 하백의 후예가 나타났을 때 쓸 수가····.’녹고미는 머리를 최대한 굴렸다.그런 녹고미의 사정을 고려해줄 의무가 은하에게 있을 리가 없었다.
“뭐 하는 거냐? 이대로 죽을 거냐? 발버둥이라도 쳐보지 그래?”
은하는 싸늘한 시선으로 녹고미를 바라보면서 말했다.녹고미는 머리로는 은하를 이기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은하의 오만한 한 마디는 그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이익!!!”
콰앙!!녹고미가 창졸간에 휘두른 도끼는 그대로 은하의 정수를 쪼갰다.엄밀히 말해서 쪼갠 것은 은하의 잔상이었지만 말이다.
“그래. 그렇게 너 답게 나와야지.”
은하는 그렇게 말하고는 녹고미의 뒤통수를 발로 차 버렸다.빠악!!
“커억!!! 이 년이···. 큭!!”
뒤로 도끼를 휘두르려던 녹고미는 도끼를 휘두르던 손이 은하에게 잡혀 버렸다.은하의 작은 손에 잡힌 녹고미의 팔은 그 두깨만 해도 은하의 허리보다 굵었다.하지만 은하는 그 굵은 팔을 어린애 손목이라도 비틀 듯이 꺽어서 비틀어 버렸다.
“크윽···.”
“형편없군.”
은하는 녹고미의 팔뚝을 잡아 비틀고 머리는 발로 짓밟아서 제압했다.
“형편없어···. 정말 형편없어.”
“크윽····. 이··· 이 년이·····.”
녹고미는 혈압이 솟구쳐서 미쳐 버릴 것 같았다.그가 알기로 은하가 무공을 익힌지 10년도 되지 않았다.그런데 그런 은하에게 지금 이렇게 압도적으로 박살이 나고 있는 것이다.그 순간 고이고이 아껴두고 있던 이성이 멀리멀리 날아가 버렸다.
“죽.여.주.마.”
녹고미의 목소리가 변했다.그리고 분위기까지 말이다.녹고미의 몸에서 하얀색의 서광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그리고 그런 변화가 드러나자 은하는 제 손으로 녹고미를 놔줘 버렸다.
“그래···. 그래야지.”
은하는 오연하게 녹고미의 변화를 기다렸다.무슨 변신하는 최종 보스도 아니고 원래는 기다릴 이유가 없다.
하지만 은하는 기다렸다.녹고미를 자존심까지 완전히 부셔 버리기 위해서였다.
‘수진이 언니··. 지켜봐 줘.’은하는 수백번, 아니 수천번은 생각했다.그때 수진이가 죽을 때, 자신이 무공을 성실하게 수련했더라면···.그랬더라면 이 녹고미를 재빨리 해치우고 민재아 수진이를 도우러 갈 수 있었다면 결과는 달랐을 것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그때 그러지 못했다.그것이 지금까지도, 그리고 앞으로도 지울 수 없는 후회로 남을 것 같았다.
그래서···. 하다 못해 그때 못한 것을 지금 하고 싶었다.녹고미를 압도적으로 눌러주는 것을 말이다.
녹고미는 이윽고 모든 힘을 모았는지 눈을 뜨며 몸을 움직였다.
“원래···. 네년 따위에게 쓸 힘이 아니었다. 그러나····.”
“시끄러.”
“·········.”
“입으로 지껄이지 말고 증명해. 장담컨데···. 날 실망시킨다면 태어난 것을 후회하게 해 주지.”
“········.”
녹고미는 침을 꿀꺽 삼켰다.변했다.과거에 은하와 두 번이나 싸웠지만 이런 모습은 본 적이 없었다.
이 전에 은하는 무공에 뛰어난 재능을 보이는 천재의 편린은 보였지만 그것이 다였다.은하에게 그 이상의 무언가는 보이지 않았다.
철없는 소녀티가 팍팍 났던 것이다.하지만 이제는 틀렸다.
짜릿한 살기.무인으로서의 위엄.마치 삐약삐약 거리던 병아리가 위엄있는 창공의 제왕이 된 것처럼 어마어마한 변화를 일으킨 것이다.단순히 실력이 는 것이 아니라 정신적으로 이전과는 전혀 다른 생물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였다.
‘그래···. 너에게는 이걸 쓸 자격이 있지.’녹고미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도끼를 꺼내서 은하를 겨누면서 말했다.
“실망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제 분노는 없었다.순수한 무인으로서의 열망만이 은하를 상대로 활활 타올랐다.은하는 오연한 시선으로 그런 녹고미를 바라보면서 그의 공격을 기다렸다.
“받아봐라.”
녹고미는 그렇게 말하며 도끼를 천천히 휘둘렀다.그러자 뭐가 거대한 보이지 않는 일격이 은하를 짓눌렀다.
“흡!!”
은하는 처음으로 상대의 공격을 받았다.양손을 위로 올려서 보이지 않는 공격을 받은 은하는 무거운 무언가에 짓눌린 것 같았다.은하의 발밑으로 충격으로 인한 크리에이트가 생겼다.은하의 양 팔은 날카로운 무언가에 찍힌 것처럼 피를 흘렸다.
“은하야!!”
추가현이 황급하게 검을 꺼내고 달려들려고 했다.하지만 은하는 손을 들어서 그녀를 제지했다.
“거기 있어요. 가현이 언니··.”
“고집 피우지···.”
“지금 끼어들면 사저라고 해도 용서 없어요.”
은하는 싸늘한 눈으로 추가현이 끼어 들지 못하게 했다.
“············.”
추가현은 그런 은하에게서 위엄을 느꼈기에 차마 나서지 못했다.지금의 은하는 마치 창민을 보는 것 같은 편린마저 느껴졌다.
“놀랍군. 그걸 막아내다니···.”
“신기한 힘을 발휘하는군. 그런데···. 그건 네 실력이냐?”
“···········.”
“보아하니 아닌 모양이군. 참 너다워····.”
녹고미는 얼굴이 확 붉어졌다.녹고미는 자신의 신권이 실린 공격을 막아낸 은하도 놀라웠다.
하지만 더 놀라운 것은 단 한번의 공격으로 은하가 이 공격의 실체를 어느정도 밝혀 낸 것 같다는 것이었다.============================ 작품 후기 ============================으음... 수면제 약발 떨어졌습니다.
오 마이 갓... 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글리의 주연 배우가 죽었다고 하네요.하아... 앤디 위필드 이후로 가장 아쉽습니다.부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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