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탈리아에서 -- >
창민의 말에 세레이나는 한숨을 쉬면서 대답했다.
“우리 오빠지만 별로 변호할 말은 없네요. 하지만···. 오빠는 그것만이 세계를 구원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믿고 있어요.”
“진짜 미친놈.”
창민은 달리 할 말이 없었다.세계의 모든 인간을 세뇌해서 완벽하게 관리한다?그래···. 그럼 아마도 전쟁도 사라질 테고 지구 온난화나 다른 기타 식량 문제도 어떻게 할 수 있을지 모른다.
심지어는 범죄도 사라지고 법같은 것도 필요 없어질 것이다.범죄의 근원은 인간의 욕망인데 그 욕망이 사라지면 범죄가 발생할 일도 없을 테니 말이다.
그렇게 된 세계는 문자 그대로 한명이 세계의 모두를 컨트롤 하는 동일화된 세계가 될 테니 말이다.
하지만 그런 세계는 인간들이 살아가는 세계가 아니다.인간들이 사육당하는 세계이지.인간이 사회를 이루고 살아가다 보면 눈뜨고 봐주기 힘들 정도로 악당들이 태어나기도 하고··.권력자가 폭주하거나 정부의 기관이 부패하는 일도 벌어진다.
혹은 나라끼리 별 시덥잖은 이유로 서로 전쟁을 하면서 죽고 죽이는 바보짓을 반복하기도 한다.하지만···. 그것까지 포함해서 세계.모든 인류가 살아있는 세계인 것이다.
인간은 자유를 느끼고 자유를 바라면서 살아가는 존재들이다.자유가 없다면 그때는 인생도 없다.
한명의 독재자게 세계를 세뇌하고 이끌어 가는 미쳐버린 광경이 세계의 올바른 모습이라고 동조하기는 절대로 어려웠다.‘그런데 놈은 그게 진정한 인류를 위한 길이라고 생각하고 있단 말이야.’그게 진득한 중2병에서 우러나오는 본심인지. 아니면 서왕모가 집어 넣은 세뇌된 사고 방식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동조할 생각은 눈꼽 만큼도 없는 창민이었다.
“세레나. 넌 여기 검마하고 같이 일단 한국으로 돌아가.”
“뭐라고요? 싫어요.”
“돌아가.”
“싫다고 했어요.”
이제가지 부부 싸움에서 의견 충돌이 일어났을 때 단 한번도 세레이나를 이겨 본 적이 없는 창민이었다.세레이나는 단호하게 창민에게 말했다.
“우리 바보 오빠는 당신이 두들겨 패서라도 정신 차리게 해 줘요. 그건 방해 안 할게요.”
“그럼 왜 여기 남겠다는 거야?”
“다른 놈들은 아무래도 좋아요. 하지만 천마··. 아니 화이트. 그 배신자는 용납 못해요.”
세레나는 푸른 눈동자를 활활 불태우면서 정의에 불타 오르고 있었다.
“····진심이야?”
“물론이죠. 아니면 날 설득할 자신이라도 있나요?”
“·············.”
창민은 잠시 침묵했다.몇 년 같이 살아보니 부부간에 서로 성격을 파악하기는 충분했다.
세레이나는 이성적인 판단을 중용 하는 것 같지만 자존심이 높아서 한 번 고집을 부리기 시작하면 그때 부터는 말릴 도리가 없었다.브레이크가 고장난 폭주 기관차 같이 자신의 의견을 몰아 붙이는데 그 누구의 말도 듣지 않았다.
하지만···.이번 경우에는 창민도 물러날 기색이 없었다.
“세레나, 이런 말 하기는 좀 그렇지만 당신은 졌잖아?”
움찔.창민의 한 마디에 세레나는 고운 이맛살을 찌푸렸다.
“···········왜 나한테 그런 말을 해요.”
“무인으로서, 당신은 졌어. 패배에 승복할 줄을 알아야지. 안 그래?”
“··············.”
창민의 말은 정설이었다.그리고 정설이었기에 자존심이 높은 세레이나는 차마 그 말을 부정 할 수가 없었다.
천마를 생각하면 지금 당장이라도 이가 갈리는 그녀였다.하지만 창민의 말대로 무인이 승부에서 졌으면 그것을 끝이다.
여기서 더 물고 늘어지면 그것은 추태였던 것이다.뭐···. 그래도 신경 안 쓰는 사람은 안 쓰지만 세레이나의 경우는 자존심이 워낙에 고고해서 이 고리타분한 말이 먹혀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하나만 약속해 줘요..”
“뭘?”
“이겨요. 절대로.”
“알았어.”
창민의 짧은 장담이 끝나자 마자 세레이나는 창민의 목에 팔을 감고는 그대로 입을 맞췄다.옆에서 검마가 그걸 보고 한숨을 내쉬었지만 창민도 세레이나도 신경쓰지 않았다.세레이나는 창민의 입술에서 겹쳐진 자신의 입술을 땠다.둘의 사이로 타액이 늘어질 정도로 격렬한 키스였다.
“그럼··. 난 갈게요.”
“알았어. 집에서 기다려.”
창민은 그렇게 말하고 잭 그랜트가 말하는 시간까지 기다렸다.잭 그랜트는 베네치아 항구 밖에 떨어져 있는 섬에서 기다린다고 했다.그런데 문제는···. 창민이 그때가지 기다릴 생각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창민은 떠나가는 비행기를 보고 중얼 거렸다.
“세레나도 대피 시켰고·····. 이제 놀아 볼까?”
좀 이기적이기는 하지만 일단 가족을 대피시킨 이상 더 이상 창민은 타협점을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잠깐 오면서 지금 베네치아가 어떤 꼴인지 확인한 창민은 더욱더 마음을 독하게 먹었다.
인간이 살고 있는 거리가 아니라 인간이 사육 당하고 있는 거리.이런 거리가 전 세계로 퍼져나간다고 생각하면 그 피해는 사실상 인류 멸망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렇게 둘 수는 없지····.”
창민은 스스로 생각할 때 영웅적인 삶을 추구하는 사람은 아니었다.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지금 이 시점에서 창민이 영웅이 되지 않으면 그때는 세계가 망가져 버린다.그러니 결국 선택의 여지는 없는 것이다.
“그럼 가볼까?”
창민이 그렇게 마음 먹은 순간 창민의 겨드랑이 밑에서 두쌍의 날개가 펼쳐졌다.이것은 창민이 손에 넣은 신권중에 하나였다.
아기장수를 쓰러트리고 손에 넣은 이 신권은 신체강화.신체강화라고 해도 그냥 그런 신체 강화가 아니다.아마도 신체 능력의 강화계로서는 신권 중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일 것이다.
뭐니뭐니해도 창민은 이 아기장수와 싸울 때 불가살이의 강철의 권능을 쓰고 있어도 엉망 진창으로 당했었다.불사의 권능이 아니었다면 죽었을 정도였다.
원래 아기장수는 민중에 전해져 내려오는 말중에 하나로 세계를 구하기 위해서 태어난 왕의 아이였다.알에서 깨어난 혁거세처럼 그 역시 어느 부부가 주운 돌에서 깨어 났는데 날개 달린 이 아기의 범상치 않음에 키우던 부부는 점점 겁을 먹었다고 한다.
아기는 날개를 펄력여서 천리를 날고 용마를 길들여서 타면서 이미 영웅의 위용을 뽐냈다.하지만 평범한 부부였던 그들에게 있어서 아기 장수는 큰 부담이었다.
나중에 이 아기가 왕이 될 아이라는 것을 알자 반란으로 인해서 구족이 멸하게 될 것을 겁먹고 아이를 죽이려고 했다.부부는 자고 있는 아기에게 이불을 덥고 곡괭이와 삽으로 두들겼다고 한다.
하지만 꼬박 하루를 두들긴 후에 이불을 걷어 보니 거기에는 상처 하나 없는 아이가 슬픈 표정을 하고 부모를 바라보고 있었다고 한다.아기는 슬픈 얼굴을 하고 부모에게 말했다.
“어째서 저를 죽이려고 하십니까?”
그러자 부모는···.
“너를 죽이지 않으면 우리 일족이 구족이 멸한다. 그러니 네가 죽어야 한다.”
그런 부모의 말에 아기장수는 처연하게 대답했다.
“저를 죽이시려면 겨드랑이 밑에 날개깃을 뽑으면 저는 죽습니다. 부모님이 거두어주셨으니 원하신다면 이 목숨을 거두어 가십시오.”
그렇게 아기 장수는 스스로의 약점을 말하고 부모의 손에 죽었다고 한다.사실 창민은 이 아기장수의 얘기를 알고 있었다.
알고 있었기에 처음에 문을 열고 큐피트처럼 생긴 작은 꼬마 아기가 들어왔을 때 동정심과 방심을 동시에 품었다.그리고···. 그 결과는 무진장 처참했다.
‘그 아기 장수하고 처음에 안 만난 것이 다행이지···.’다섯 번의 전투에서 싸웠던 신수와 영웅들 중에서 아기장수보다 더 강한 자는 없을 정도였다.이름도 크게 알려지지 않은 민중 설화로만 내려오는 그 아기장수가 그렇게 강할 줄은 창민도 꿈에도 몰랐다.
원래 살아 남아서 장성했다면 치우나 황제에 버금가는 업적을 남겼을 지도 모를 영웅의 씨앗이었다.무지하고 소심한 부모에 의해서 죽어서 이렇다 할 업적이 없을 뿐이지 그 힘은 실로 대단했던 것이다.
자기 키의 3분의 1도 안 되는 꼬마에게 멱살이 잡혀서 바닥에 쳐 박히는 경험은 창민으로서는 다시는 하고 싶지 않은 경험이었다.이야기를 들어서 아기 장수의 약점을 파악하고 두 날개깃을 쳐내서 이기기는 했지만 약점을 몰랐다면 질 수도 있었던 전투였다.
무엇보다 이기고 나서 창민이 놀랐던 것은 아기장수의 권능이 하나 뿐이라는 거이다.신체강화라는 신권 하나만으로 아기 장수는 창민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었었다.
무공도 모르고··. 아니 심지어 무술도 모르는 아기의 몸으로 오로지 힘 하나만으로 말이다.그런 아기장수의 신권에는 역대의 후인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그리고 지금···.그 아기장수의 신권이 창민의 몸에 깃들었다.‘저기 쯤인가?’창민은 아기장수의 넘치는 힘을 현계에서 처음으로 사용해 보기로 했다.
바닥에서 허공 섬물로 돌 하나를 주워들은 창민은 그대로 잭 그랜트가 있을 곳을 향해서 자세를 잡았다.무공을 이용한 탄지공 중에는 작은 조약돌을 튕기는 것도 있었다.
1류 고수의 경우는 10미터 밖의 철판도 조약돌 하나로 뚫을 수도 있었다.그리고 지금 창민의 경우는····.피융······. 쾅!!!!!천재지변이라는 것이 이런 것일까?단 한방에 모세의 십계의 재례라도 벌어진 것처럼 바다가 갈라졌다.
그리고 창민이 겨냥했던 섬의 궤도에 있던 방파제는 흔적도 없이 날아가 버렸고 섬도 반파 되었다.정말 부부가 쌍으로 이 도시에 유감이 많은 것 같았다.
“호오···. 과연···.”
아주 가볍게 바둑돌로 알까기라도 하는 것처럼 날렸을 뿐인데도 어마어마한 위력이 발휘 되었다.창민은 새삼 스럽지만 자신을 무참하게 린치하던 아기장수의 힘이 놀라웠다.이제는 자신의 신권이 되었지만 말이다.
“흐음···. 인사를 했는데 안 오네? 한 번 더 던져 볼까?”
창민은 다시 한 번 돌을 들었다.그리고 이번에는 아예 와인드 업을 하기 시작했다.
“어디 지구 궤도 밖으로까지 던져주지.”
창민이 그렇게 말하고 있을 때 누군가가 창민을 향해서 강기의 다발을 집어 던졌다.콰콰콱!!!창민이 피하자 강기의 다발은 애꿎은 건물만 부셔 버렸다.
창민은 고개를 돌려서 공격이 날아온 곳을 봤다.그러자 거기에는 화이트와 블랙, 그리고 마인으로 거듭난 공호민이 있었다.
이미 그들에 관한 정보는 다 얻은 창민이었기에 크게 놀라지는 않았다.
“흐음···. 한명이 안 보이네···.”
창민이 고개를 돌려서 나머지 한명을 찾는듣 하자 화이트가 말했다.
“죄송하지만 그린을 찾으시는 겁니까?”
“아··. 맞다. 내 제자한테도 진 놈.”
“···········.”
아픈 구석을 찌르는 창민이었다.실력으로 패한 것은 아니었지만 아직 설 익었던 은하에게 시합의 룰로라도 패한 것은 이들에게 수치중에 수치였다.
“그 놈은 어디에 있지? 설마 날 상대로 전력을 아끼자는 것은 아닐 테고 말이야.”
“그는 지금 빚을 갚으러 갔습니다. 그보다···. 아직 약속 시간까지는 시간이 남았을 텐데요?”
“빚이라···. 뭐 그건 됐고··. 어차피 볼 장 다 봤으니 지금 시작하나 해 떨어지고 시작하나 마찬가지잖아?”
창민의 말에 화이트는 인상을 찌푸렸다.생각해 보면 잭 그랜트의 원대한 계획이 모두 빚나가기 시작한 것은 이 남자가 등장하고 나서 부터였다.
이 남자가 없었다면 세레이나의 안에 있는 오라버니에 관한 신앙심 같은 믿음도 사라지지 않았을 테고 카이저의 세력이 유럽에 국한 되어 있을 일도 없었을 것이다.모두 이 남자가 만든 배달이라는 문파의 세력 때문에 생겼던 변수였던 것이다.
============================ 작품 후기 ============================창민이 은근히 깽판을 많이 쳤죠.악당과 영웅의 차이는 깽판을 어떻게 치느냐에 있을 뿐인것 같습니다.항상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감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