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정창민 최종 업그레이드. -- >
치우의 군세는 다음날부터 동쪽의 고향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하지만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치우의 군세에 가장 중요한 인물이 보이지를 않았다.
“전하를 봤는가?”
“아니 나는····.”
“도대체 어디에 가셨다는 건지·····?”
“혹시····.”
“뭔가 우사?”
풍백이 우사가 집히는 구석이 있는 것처럼 말하자 반색을 하고 말했다.
우사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혹시···. 전하께서 혼자서 황제의 군대와 싸우러 가신 것은····?”
“····허허··· 설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전하께서 그런 무모한 짓을·······.”
“···전하라면 하네.”
“하지.”
“하고 말고.”
“··········.”
“··········.”
“··········.”
풍백, 운사, 우사는 서로를 바라보면서 잠시 침묵하다가 소란스럽게 군을 움직였다.
“빨리 전하를 찾아라!! 어서!!!”
그렇게 부하들이 소란을 피우는 사이에 치우는 어느새 유유히 자신의 영역에서 벗어나서 황제의 대군을 마주하고 있었다.
“부를 때부터 예상은 했지만···. 뭐 놈 다운가?”
치우가 부하들에게 말하지는 않았지만 황제의 시선에는 치우에게 군을 물리라는 것 말고도 한가지 요구 사항이 더 적혀 있었다.그것은 바로 단신으로 탁록으로 오라는 것이었다.
오라는 목적은 뻔했다.예전에 염제도 이런 식으로 황제에게 회담이라는 이름으로 초대 받았다가 당했지 않은가?목적이 뻔했지만····.황제는 교묘하게도 이 뻔한 수작을 통할 사람들에게만 부렸다.
염제는 사지라는 것을 알아도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서 기꺼이 나타났다.그리고 치우 역시 그 자존심을 생각하면 틀림없이 나올 것이 분명했다.
결국···. 그 황제의 예상대로 치우는 나타났다.황제의 대군이 기다리고 있는 사지로 혼자서 당당하게 말이다.
“치우·······.”
황제는 입술을 잘근 씹었다.치우의 예상대로 황제는 가능하면 치우에게 실력으로 이기고 싶었다.
하지만····. 직접 부딪혀 본 저 동쪽의 패자는 너무나 강했다.몇 번인가 직접 싸워볼 기회도 있었지만 그때마다 죽을 위기를 넘겨야 했다.
이제까지 자신을 도와준 서왕모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죽어도 진작에 죽었을 것이다.
“폐하. 치우가 나타났습니다. 이제 시작하시지요.”
“······폐하.”
“알고 있다. 서왕모.”
황제는 못마땅한 시선으로 서왕모를 바라봤다.그가 젊은 시절부터 알고 지낸 서왕모는 황제의 신하가 아니다.
엄밀히 말해서 신하라기 보다는 거래 상대에 가깝다고 봐야 할 것이다.아직 신인도 뭣도 아닌 황제는 젊은 나이에 서왕모를 만나고 인생이 송두리째 변했다.
당시에 옥산에서 죽음의 여신이라고 불리던 그녀는 황제를 보고 거래를 한다.그 거래의 결과 그녀는 황제에게서 영원한 생명을 얻고 불노불사가 되었다.
그리고 그 후 황제의 조언자로서 그가 힘을 얻고 야망을 성취하기 위한 조력자가 되었다.염제를 몰아 낸 것.이제까지 치우와의 전투에서 목숨을 건진 것.그 모든 것이 서왕모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언 듯 보기에는 그냥 평범한 이웃집의 중년 여성정도로 보이는 그녀였지만 실제로 가지고 있는 수완은 황제의 뒤편에서 천하를 쥐락펴락 하고 있을 정도였다.이번에 황제에게 천문을 인질로 잡아서 세계를 가물게 하자는 것도 그녀의 머릿속에서 나온 생각이었던 것이다.
“후우···. 서왕모. 시작하라고 하라.”
“알겠습니다. 폐하.”
서왕모가 황제의 명령을 전하자 수십만의 대군이 오로지 치우 한명을 향해서 돌격해 갔다.
“와아아!!!!!”
“구려족의 왕을 잡아라!!!!”
달려오는 황제의 병사들을 보고 치우는 실소를 내 뱉었다.
“누구를 잡아? 이것들이····.”
이제 살만큼 살았고 죽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하고 나타난 치우이기는 했다.하지만····.아무리 그래도 자신의 최후가 이런 잡졸들에게는 아니지 않은가?황제의 무례함에 화가 난 치우는 마음을 싹 바꿨다.
“좋다. 내가 왜 전쟁의 신인지 보여주마.”
그리고 그가 그렇게 말한 순간 전쟁이 시작되었다.50만의 고대 무인으로 이뤄진 군.그 막대한 전력을 상대로 치우 한명이 전쟁을 하기 시작한 것이었다.그렇다. 그것은 전투가 아니라 엄연한 전쟁이었다.
“죽음으로 나를 경배하라.”
치우는 그렇게 말하고 천화무궁기를 슬쩍 휘둘렀다.그러자 그 순간 허공에서 무수한 강기의 다발들이 생겨났다.
그냥 다발이 아니라 모두 창, 검, 도끼, 화살 등등.엄연한 병기의 형태로 확실하게 형질을 변환시킨 강기의 덩어리였다.그런 것이 한두발도 아니고 이루 샐수도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양으로 생겨난 것이다.
“가라!!”
그리고 치우의 손이 휘둘러진 순간 그 무수한 강기의 병기가 적들을 향해서 날아갔다.콰콰쾅!!!!
“으아악!!!”
“피해라!!! 막지 말고 피하란 말이다!!!”
“제길!!! 아악!!!”
참극도 이런 참극이 없었다.어쩌면 자신의 손으로 적의 수뇌의 목을 칠 수 있을지 모른다는 희망에 부풀었던 황제의 군대는 현실을 자각했다.
압도적으로 유리한 전황 때문에 잠시 잊어 버리고 있었다.상대는 치우.전쟁과 무기의 신.머리수 따위는 그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그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약자 수백만이 몰려 온다고 해도 의미가 없다.필요한 것은 치우와 좌웅을 겨룰 수 있는 진정한 강자들 뿐이었다.
아군의 기세가 끊어진 것을 보고 서왕모가 외쳤다.
“가라, 흠비, 뇌신, 알유!!!”
쿠워어어어!!!!천지를 울리는 굉음과 함께 황제의 군대 뒤편에서 거대한 신수가 세 마리 나타났다.
“흠···, 천문에서 저 놈들을 꺼냈나?”
치우는 세 마리의 신수가 어떤 것인지 대강 알고 있었다.호랑이의 몸에 용의 머리를 하고 있는게 알유.원래는 신인이었지만 죽음을 당하고 신수로 변했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괴수에 가깝다.식인의 업을 지고 태어났으니 말이다.
그리고 겉 보기에는 하얀색 수리처럼 생긴 것이 바로 흠비.이것 역시 신인이었지만 죄를 짓고 짐승으로 변한 신수였다.전쟁터에 나타나서 아군과 적군을 가리지 않고 모두 죽여 버린다는 하늘의 괴조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장 골치 아픈게 뇌신이다.저것은 천문에서 꺼내서 복종 시킨 것이 아니라 황제가 원래 사역하던 신수다.
황제는 스스로의 힘으로 굴복시킨 두 마리의 용족을 평소에 대동하고 다니면서 자신의 권위를 자랑하는 것을 좋아했다.뇌신이 그 중에 하나였던 것이다.
원래 뇌택에 사는 우레의 신이고 트깅하게도 용의 몸을 하고 있지만 얼굴응 위엄있는 인간의 머리를 하고 있었다.황제는 서쪽의 패자로 군림하던 시절에 이것을 복종 시켜서 비늘로는 북을 만들고 뿔을 하나 뽑아선 북채를 만들었다.
참고로···· 왜 그런짓을 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자신의 권위를 자랑하기 위해서, 혹은 요괴를 쫓아내기 위해서라고 했지만 치우와의 전쟁에서 아무리 그 북을 울려도 치우편의 도깨비들은 방귀도 끼지 않았다.
어쨌든···. 그 북은 사이비라고 쳐도 뇌신 그 자체는 무척이나 강력한 신수였다.아홉 번의 전투에서 황제편의 그럴듯한 장수들은 대부분 전사, 혹은 부상으로 누워 있다.
그러니 치우를 위해서 특별히 준비한 것이 이 세 마리의 신수인 모양이다.
“좋군·····.”
치우의 입꼬리가 위로 올라갔다.전투를 무엇보다 좋아하는 치우에게 있어서 이 세 마리의 신수는 좋은 장난감이었다.신수라고 다 강력한 전투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이 세 마리는 신권을 품고 있는 진국들이었다.
“어디 놀아보자!!!!”
치우는 그렇게 호기롭게 외치면서 세 마리의 신수를 향해서 돌격했다.
“콰오오!!!!”
“빼애액!!!”
우르르릉!!!괴수들의 울음 소리와 둥 번개의 울림이 세상을 뒤덮었다.치우와 세 마리의 신수가 부딪히고 나서 전쟁터는 훨씬 난장판으로 변했다
“피해라!!! 멀리 떨어져!!!”
“모두 도망가라!!”
“으아아악!!!!”
전쟁터에서 용감하게 싸우는 황제의 군사들도 이 수라장 속에서는 그저 제 한몸 건사하기 바빴다.적이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용감하게 싸우고 장렬하게 산화하는 것을 명예라고 교육···.아니 세뇌 받은 자들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경우가 다르다.용감하게 싸우라고?그런건 어느 정도 급이 맞아야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이번에는 ‘싸운다.’ 라고 하는 행위가 통용이 되지를 않고 있었다.
그만큼 이 인간을 초월한 존재들의 싸움을 처절하고 장대했다.마치 신들이 분노한 것처럼 내려치는 뇌전.한번 할퀴고 가면 대지에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깊은 균열을 만드는 발톱.한번 씩 격돌 할 때마다 터져 나오는 강렬한 굉음과 충격파는 어지간한 무인이라고 해도 사람을 죽일 수 있을 정도였다.
한마디로 이건 싸움의 대상이 아니다.화산 폭발이나 해일에 싸우자고 덤비는 바보는 없지 않은가?그건 그냥 맨땅에 헤딩이다.
그런 인간에게 용감하다고 하는 사람은 없다.그냥 미친놈이라고 할 뿐.이런 격렬한 자연재해를 상대로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은 애당초 제한되어 있었다.
오로지 하나뿐.죽어라 튀는 것이다.코끼리들이 개미집 위에서 싸우는 꼴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세 마리의 거대한 마수의 그런 위용에도 불구하고 전투를 압도하고 있는 것은 치우였다.
“아가리 다물어라.”
치우는 자신을 한 입에 집어 삼키려는 응룡의 입을 천화무궁기로 올려쳤다.거대한 망치로 변환시킨 천화무궁기의 일격에 응룡의 턱주가리고 멋지게 올라갔다.그리고 뒤에서 시건방지게 발톱으로 자신을 찌르려고 하는 흠비의 날갯죽지를 그대로 후려쳐 버렸다.
“꽤애액!!!!”
흠비는 거대한 충격과 함께 그대로 바닥으로 떨어져 버렸다.세 마리의 신수는 자신들의 10분의 1도 되지 않는 작은 인간 한명에게 복날의 개 맞듯이 얻어 맞고 있었다.
이들 중에는 예전에 인간이었던 존재들도 있고 치우의 기억도 어렴풋이 남아 있었다.하지만 이 정도의 괴물인지는 지금 몸소 체험하고 나서야 실감들 하고 있었다.
압도적으로 몰리고 있는 자신의 신수를 보면서 황제는 서왕모에게 말했다.
“이번 전투를 모두 그대에게 맡기겠다고 하기는 했지만 정말 괜찮은 건가?”
“이 늙은이를 믿어 주십시오. 폐하.”
“······알겠네.”
서왕모는 황제에게 항상 모든 것을 보고하는 부하는 아니었다.하지만 일단 일을 맡으면 항상 결과를 보여줬기에 그녀를 신뢰하는 황제였다.
‘어디까지나 신뢰하는 것은 능력 뿐이지만 말이야.’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라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서왕모의 성격을 가장 잘 알고 있는 황제였다.자신의 천하가 온전해 지면 숙청 대상 제 1위에는 서왕모가 올라가 있었다.
하긴 서왕모는 이미 그런 황제의 속셈을 알고 있었지만 말이다.‘강하다는 것은 진작에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새삼 소름끼치기는 하는군. 내가 다른 신인들처럼 힘으로 만사를 해결하는 사람이었다면 상종도 하기 싫었을 거야.’서왕모는 새삼 스럽게 치우를 보고 생각했다.
전면에 나서지 않고 세상을 쥐락펴락 하는 서왕모는 한때 치우를 자신의 전면에 내세우는 것도 생각해 본적은 있었다.하지만 황제에 비해서 치우는 자신의 힘을 너무 과신하는 경향이 있었다.
무엇보다 그 끝 모를 자신감은 누가 시키는 대로 하는 만만한 인물상이 아니었다.============================ 작품 후기 ============================으음... 업로드가 늦어서 죄송합니다.
항상 응원해 주시는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즐감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