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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가 갑이다-186화 (186/203)

< -- 정창민 최종 업그레이드. -- >

치우.고대 최고의 격동기라고 할 수 있는 황제와의 전쟁에서 패하고 안타깝게 쓰러진 동쪽의 패자.하지만···. 단순히 결과만으로 판단하기에는 이 치우라는 남자를 그냥 패배자로 평가 할 수 없었다.당시 염제를 몰아내고 천문의 입구인 판천을 점거한 황제의 유리함을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애당초 염제 역시 독하게 마음먹고 천문의 열고 닫음을 무기로 사용했다면 황제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너무나 압도적인 전황에 염제의 몇몇 부하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강자들은 황제의 편을 들었다.

치우의 편으로 붙었던 이들은 그제까지 신이라고 칭하던 자들에게 학대받아온 기형종족들.도깨비라고 불리는 요괴들 정도였다.그런 압도적인 전력의 상황에서도 치우는 황제에게 아홉 차례의 전투에서 승리한다.

그야말로 최강.

그 어떤 불리한 상황 속에서도 치우가 자신의 측근이라고 할 수 있는 홍면파천대와 함께 등장하면···.그 순간 모든 것이 정해져 버렸다.전술, 전황, 전력의 차.이 모든 것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저 절대적인 강자에게 모두가 굴복하거나 쓰러져갈 뿐.그 당시의 시대에서 진정한 최강이라고 불리던 남자.그게 바로 치우였다.후일 황제의 계략으로 탁록에서 황제의 신수인 응룡의 발톱에 명을 달리하지만···.그렇다고 해서 그가 최강이라는 것을 부정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런 최강의 남자가···. 지금 창민의 눈앞에 있었다.

“고개를 들어라.”

창민은 마치 왕의 명령을 들은 신하처럼 공손하게 고개를 들었다.그리고 눈앞의 치우를 보고 다시 한 번 감탄했다.

‘이게····. 이것이 바로 최강의 존재인가?’선배들을 보고 크게 감탄했었다.이들 만큼만 강해져도 더 이상 나아갈 곳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역대의 선배들이 치우의 옆에 있는 순간 그야말로 피라미로 전락해 버렸다.진정으로 최강이라고 불리는 자의 진정한 힘을 창민은 이 순간 처음으로 목격했다.

“너무 긴장하지 마라. 이래서야 내가 꼭 너를 벌이라도 주는 것 같지 않은가?”

“죄송합니다.”

“일단 안으로 들어가지.”

“예.”

창민은 치우의 허락을 받아서 역대의 선배들과 함께 대궐의 안으로 들어갔다.대궐은 화려하고 먼지 하나 없이 관리되어 있었다.

다만 그걸 관리하는 사람들 따위는 보이지 않았지만 말이다.‘하긴···. 여기가 실제 물질 세계도 아니니까···.’하녀들이나 시종들이 즐비하다면 그게 더 웃길 것 같기는 했다.

치우와 함께 대궐의 안으로 들어간 창민에게 치우는 말했다.

“그래···. 여기서 더 강해지고 싶은게 바램이었나?”

“예. 그렇습니다.”

“그래···. 너도 알다시피 무공이라는 것은 여기까지 가 한계다.”

“예. 선배들에게 들었습니다.”

“선배라····.”

창민은 순간 아차 싶었다.자신이 버릇처럼 역대 후예들을 마치 학교 OB라도 되는 것처럼 선배라고 부르고 있었지만 치우가 듣기에는 무례할 수도····.

“재미있는 녀석이군.”

없었던 모양이다.창민은 속으로 가슴을 쓸어내렸다.치우는 창민을 보고 계속 얘기했다.

“고대의 무인들은 자신을 신이라고 칭했다. 그게 왜 그런지 아는가?”

“그거야···. 당시의 문명수준과 고대 강자들이 가지고 있는 힘을 생각하면····. 보통 민중들이 보기에는 정말 신으로 보일 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창민은 이제까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그런데 치우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고대의 무인들 중에는···. 지금 너 보다 약함에도 불구하고 한 지역의 신이라고 숭배 받는 자들도 있었다.”

“···········?”

창민은 그런 사실은 처음 알았다.하지만 생각해 보면····. 창민의 기억에서 봐도 고대의 몇몇 강자들은 충분히 상대 할 수 있는 수준이기도 했다.

그리고 방금 치우가 말한 것처럼 그들은 스스로를 신이라고 부르고 대중들은 그들을 신이라고 인정하고 숭배했다.왜 그런 것일까?이제까지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은 문제가 창민의 머릿속에 맴돌았다.

그런 창민에게 치우의 설명이 떨어졌다.

“고대에··. 판천은 우리들에게 있어서 성지였다. 왜냐하면 거기서 염제가 최초로 천문을 열었기 때문이다.”

“천문이라면····. 고대 패권을 상징하는 옥쇄를 말하는 겁니까?”

“훗, 그렇게들 알고 있지···. 너에게도 내 기억이 모두 전이된 것은 아닐테니 말이야.”

“············.”

“천문이라는 것은, 질서의 문, 혹은 다른 의미로는 신권(神權)의 문이라고도 불린다.”

“신권의 문이라니···. 그게 도대체 뭡니까?”

“흠···, 너 내가 왜 황제에게 죽음을 당했는지 알고 있나?”

“예? 아···. 계략으로 속아서···.”

“자세히는 모른다는 말이군. 하긴, 그리 자랑스럽지 않은 기억이라서 전이시키지는 않았지.”

“예·····.”

“지금 알려주마···. 아니 보여주마.”

그렇게 말한 치우의 눈이 창민과 마주친 순간···.창민의 의식은 고대의 어느 순간 어느 장소로 날아갔다.

“전하!!! 전하!!! 황제의 서신이 왔다고 들었습니다.”

“풍백인가?”

치우에게 한 걸음에 달려온 남자는 백발에 수염이 성성한 노인이었다.

“어찌 그런 중요한 사실을 저희에게 말하지 않았습니까? 그 발칙한 놈이 도대체 무슨 요구를 했사옵니까? 어째서 군을 철군 시키라고 하셨습니까? 혹시 위험한 생각을 하고 계신 것은 아니옵니까?”

마치 극성 부모처럼 속사포를 뱉어내는 풍백을 보고 치우는

“운사에게 말하지 말라고 했는데 그 친구는 입이 너무 싸단 말이야.”

“전하!!!! 소신에게 상세하게···.”

“별말 안했어. 나보고 군을 물리라고 하더군.”

“그럼···. 그 놈의 말 때문에 정말로 군을 물리라고 명하셨다는 말입니까?”

풍백은 눈을 번쩍 떴다.그가 알고 있는 자신의 왕은 절대로 남의 말을 곧이 듣는 사람이 아니었다.굳이 말하자면 오기로라도 반대로 행동하는 것을 즐긴다.

“어쩔 수 없잖아? 그 놈이 천문을 닫고 영원히 부셔 버리겠다고 협박을 하는데?”

“그··· 그 망할 놈이····.”

풍백은 수염을 덜덜 떨면서 분개해했다.그런 풍백을 보면서 치우가 말했다.

“그러니 물리는 거야? 천문을 닫게 할 수는 없잖아?”

“실제로 할 리가 없습니다. 허풍입니다. 애당초···. 천문이 닫기면 제 놈도 무사할 리가 없다는 것을 뻔히 아는데····.”

“놈은 닫는다.”

이제까지 선선한 미소를 띄우고 있던 치우의 얼굴에 처음으로 심각한 표정이 떠올랐다.

“전하·····.”

“놈은 닫는다. 반드시. 닫는다고 한 이상 반드시 닫을 거다. 비록 그걸로 인해서 세계가 망가진다고 해도 놈에게 있어서 패권을 빼앗기는 것 보다는 낳을 테니까?”

“············.”

“풍백 당신도 알고 있지. 놈은 그런 놈이야.”

모를 리가 없었다.이 태어나면서부터 패왕. 자기 머리위에 누군가가 있는 것을 절대로 용납 못하는 존재.그게 바로 황제였다.하지만····.

“전하. 전하께서는 괜찮으십니까?”

“뭐가 말이야?”

“전하의 지고한 자존심을 말하는 것입니다.”

“흐음····. 내 자존심이라····.”

풍백이 염려하는 것은 치우의 하늘 같은 자존심이었다.황제가 패권을 빼앗기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무슨 짓이라도 할 수 있는 것 처럼···.이 치우라는 자도 승리를 위해서라면 그 어떤 대가라도 능히 감당할 고집쟁이였다.

과거 남쪽의 섬나라 하나를 작은 분쟁으로 반쯤 초토화 시켜 버렸던 것이 그 증거일 것이다.그런 치우가 천문을 인질로 잡혀서 군을 물리는 것이 내킬 리가 없었다.

이제 한 한번만 더 싸우면 사실상 판천을 눈앞에 두고 있는데 말이다.그 말은 염제, 황제에 이어서 치우의 시대가 올것이라는 말과 같은 말이었다.

그런데 치우는···.

“흠····. 난 괜찮아. 별로 판천에서 온 세상의 인간과 요괴들에게 ‘내 말들 들어라.’ 라고 폼 잡는 것은 내키지 않았으니 말이야.”

“전하···. 그 무슨 말씀이십니까? 그렇다면 이 전쟁은 왜····?”

풍백의 말에 치우는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그거야. 황제가 염제한테 한 개념 없는 짓도 짜증 났고, 그 새끼가 날 졸 취급 하려는 것도 빡쳤거든.”

아아···. 방금 빡쳤다고 했다.전설의 인물이자 위대한 구려족의 왕도 빡칠때는 빡치는 모양이다.

“그래서 놈에게 가르쳐 주고 싶었지. 진정한 최강이 누구인지 말이야.”

“전하······.”

풍백은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나왔다.그래. 오랜 전쟁으로 잊어 버리고 있었지만 원래 치우는 이런 사람이었다.

일견 보면 어린애처럼 보이는 고집에 왕의 위엄이 섞여 있는···.약간은 종잡을 수 없는 그런 왕이었던 것이다.그리고···. 지금 이 군세에 모여 있는 자들 역시 모두 그런 치우의 매력에 딸려나온 바보들 뿐이었다.

풍백 자기 자신까지 포함해서 말이다.

“사실 황제 그 놈도 알고는 있었을 거야. 눈치 하나는 나보다 더 나은 놈이니까 말이야.”

“····그럴지도 모르겠군요.”

“틀림없이 그래. 안 그러면 놈이 왜 아홉 번이나 지고 나서야 천문을 부순다느니 마느니 하는 소리를 하고 있겠어?”

“············.”

치우의 말을 듣고 보니 정말로 그런 느끼이 드는 풍백이었다.

“놈도 한때는 서쪽의 패자라 부리던 몸. 반대편의 동쪽에서 최강으로 불리는 나에게 호승심을 가지고 있었겠지. 그래서 격의 차이를 보이고 싶었을 거야. 천문을 이용해서 세계를 인질로 잡지 않아도 스스로의 힘으로 나를 이겨보려고 했겠지.”

“흐음, 그렇군요.”

“킥···. 그래. 하지만···. 그 결과는 지금 보는 대로. 나의 압승과 놈의 연전연패. 결국 놈이 천문을 인질로 잡은 것은 나를 향한 패배 선언이나 다름 없어. 힘으로는 나를 못 당하겠다고 정중하게 백기를 든 거지.”

“···············.”

풍백은 새삼 간탄했다.이번 전쟁은 황제와 치우. 이 두 명의 거대한 초인들에 의해서 벌어진 전쟁이었다.수많은 요괴들과 인간들의 부족이 그리고 신이라고 칭하는 강자들 까지···.세계가 양분해서 싸우는 것 같은 이 아수라장 속에서도 치우와 황제는 서로를 똑바로 마주하고 자신들의 기싸움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뭐, 그러니 난 여기까지면 됐어. 황제 자식이 징징 거리게 한 것으로 충분. 우리는 이제 동쪽으로 돌아가자.”

“알겠습니다. 그럼 준비하겠습니다.”

“으음···. 가는 길에 잘 부탁해.”

“예?”

“아무것도 아니야.”

풍백은 이 시점에서 자신의 주군에게 뭔가 이상함을 느꼈지만···.그냥 무심코 지나가고 말았다.============================ 작품 후기 ============================으음... 치우와 황제의 전쟁도 나중에 외전 형식으로 한 번 적으면 재미 있을까요?항상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감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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