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3년후 -- >
“하지만 그 결과가 어떻게 나왔는지는 잘 알고 있겠지?”
“····치우와 황제의 전쟁을 말하는 건가요?”
“그렇다. 전생의 나는···. 죽어서 영혼이 되어서까지 그 피비린내 나는 전쟁을 지켜봐야 했지.”
그렇게 말하는 잭의 눈은 슬픔을 넘어선 절망이 새겨져 있었다.평화를 사랑하고 인간들을 번영으로 이끌었던 염제는 자신의 권력을 모두 내려놓는 한이 있어도 평화를 바랬다.
하지만···. 그의 부재가 오히려 치우와 황제의 처절한 전쟁을 불러 버린 것이다.그때 그거 느꼈던 절망. 후회. 그 모든 것이 지금 잭의 눈빛에 담겨 있었다.
“전생의 나는 실수를 했다. 인간을 덕과 자비심 만으로 다스린 것이지. 실수다. 다시 없는 실수야.”
“···········.”
“인간을 다스리는 것에 필요한 것은 강한 힘으로 인한 통제와 관리였다. 믿어라. 나에게 두 번의 실수는 없다.”
“오빠···. 지금 오빠가 하는 말은····?”
“난 다시 내 것을 되찾을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는 같은 실수를 범하지 않을 것이다.”
“오빠·····.”
세레이나는 억장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어린 시절 죽은 줄 알았던 오빠가 살아 있었다.그러나 그것에 기쁨을 느낄 여운도 없을 정도로 그녀의 오빠는 정신이 나가 있었다.
“오빠. 정신차려. 오빠가 하는 말은 세계를 지배하겠다는····. 말도 안 돼.”
말을 하다가 세레이나는 헛 웃음이 나올 정도였다.세계 정복이라니···.강호인의 역량이 아무리 크다고 해도 전 세계를 상대로 지배를 하는 것은 무리다.
예전처럼 사람들은 힘만 있는 자를 신봉하지 않는다.아무리 무공이 강해도 군사력이 집중되면 막기 힘들다.
물론 창민이나 세레이나 수준이 되면 어지간한 나라의 군사와도 싸울 수는 있다.창민이 중국을 상대로 직접 증명하지 않았는가?하지만···. 군대를 상대로 어느 정도 싸울 수 있다는 것과 국가를 상대로 전쟁을 해서 이길 수 있다는 것은 전혀 다른 말이다.
무엇보다 그때.창민을 상대로 군사 실험을 할 때도 중군은 진정한 최후의 수단을 쓰지는 않았다.세균병기라던가? 혹은 결정적으로 핵이라거나 하는것들 말이다.
그것들의 경우는 아무리 창민이라고 해도 무리였다.특히 강호인의 입장에서는 핵 보다는 세균 병기가 치명적이었다.
극비 정보지만 미국의 군사 연구실에는 독에 강한 내성을 지는 강호인들을 대상으로 한 살인 바이러스를 몇 십 종류나 개발해 두고 있다고 했다.공기 감염으로 전염되는 바이러스의 경우는 호신강기도 만독불침도 다 쓸모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무슨 놈의 세계 정복이란 말인가?인류는 더 이상 강호인들의 지배를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강하게 진화했다.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 지는 알고 있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을 생각해 보렴.”
“무슨 생각 말인가요? 전 제 오빠라는 사람이 제정신이 아니라는 것에 절망하기 바쁜데요.”
세레이나의 말에 천마가 은근한 기운을 피워 올리면서 말했다.
“아가씨, 주군의 앞입니다. 언사에 조심을 해 주십시오.”
화르륵.천마의 그런 태도에 열이 뻗친 것은 혈마와 검마, 도마였다.그들은 최근 1~2년 사이에 전 주군에 대한 말만 들었을 뿐이지 잭 그랜트와 직접 안면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세레이나가 남장을 해야 했던 이유를 듣는 과정에서 그런 사람이 있었다.라는 것 정도만 알고 있었을 뿐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그들의 주군은 세레이나였고 염제의 후예니 뭐니 해도 거기에 위축될 인간들은 아니었다.
“다시는····. 다시는 그따위 말을 하지 마라. 천마.”
“화이트라고 부르라고 했다. 혈마.”
천마와 혈마의 사이에 살기가 치솟았다.이제까지 혈마는 천마를 한 번도 이긴적 없었다.실력이 뒤진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주군이 모독 당한 순간 목숨을 아낀다면 가신의 자격이 없다.혈마는 적어도 그렇게 생각했다.
“혈마, 일단 진정하도록.”
“주군···.”
“내 명령이 안 들리나?”
“죄송합니다.”
혈마는 그대로 일단 한 발 물러났다.하지만 시선은 천마에게서 떨어 질 줄을 몰랐다.한때는 동문이자 존경하는 선배격의 인간이었지만···. 이제는 그저 배신자일 뿐인 천마에게서 말이다.그렇게 분위기가 험악해지는 것은 아랑곳 하지 않고 잭 그랜트는 말을 이었다.
“별로, 전 세계를 공개적으로 지배할 필요는 없다. 그건 이미 한 번 해봤다. 그리고 실패도 했고 말이다.”
“··············.”
“처음의 계획은 일단 강호를 지배한다는 거였지. 이건 별로 어렵지 않았다. 무림맹이라는 것들은 한심할 정도로 약했거든. 놈들을 따라 잡는 것은 쉬운 일이었지. 다만···. 실패는 허용되지 않았다. 만에 하나라도 말이다.”
“그래서 오빠는 모습을 숨기고 저를 전면에 세웠나요?”
“그래. 네가 나를 거의 신앙에 가깝게 숭배한다는 것을 알았을 때 생각했지. 이 기특하고 귀여운 동생에게 날 위해서 애쓸 수 있는 기회를 줘야겠다고.”
“················.”
세레이나는 입술을 꼭 깨물었다.자신의 지난 인생 전부가 그녀의 오빠의 손바닥 위에서 춤추고만 있었다는 사실을 알자 분함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런 얼굴 하지 마렴. 실제로 넌 잘해 줬단다. 동쪽에서 배달이라는 이레귤러가 나타났을 때, 넌 현명하게 처신해서 결국은 지금의 성세를 이뤘지. 훌륭했다. 칭찬해 주마.”
“전혀···. 전혀 기쁘지 않아요.”
“그거 섭섭한 걸? 이제 내가 세계의 지배자가 되면 넌 명실공히 NO.2가 되는 것이다. 기쁘지 않니?”
“전혀요.”
“호오··. 어째서 그럴까?”
“당연히 오빠의 망상은 불가능하기 때문이죠. 도대체 어떻게 세계를 지배하겠다는 거죠? 전 세계의 사람들을 세뇌라도 시키려는 건가요?”
세레이나의 빈정거리는 말에 잭은 씨익 미소 지으면서 말했다.
“똑똑하구나. 역시 내 동생이라고 해야 할까? 잘도 이 오라버니하고 같은 생각을 했구나.”
태연하게 대답하는 잭 그랜트의 대답을 들으면서 세레이나는 기가 차다는 표정을 지었다.
“오빠! 그게 가능할 것 같아요?”
세레이나가 알고 있는 상식으로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다.물론 무공 중에는 인간의 정신을 잠식해서 세뇌를 하는 기술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효율이 너무 좋지 않아서 그걸 이용해서 세계를 정복하는 것은 무리였다.세뇌에 관한 최고의 달인은 지금 한국에 있는 카트리나 멘지아. 그녀였다.
하지만 그런 그녀 조차도 세뇌로 다스릴 수 있는 인원은 최대 50~80인 정도였다.그 이상은 무리였다.
세뇌라는 것은 결국 뇌에 각인하는 인식.창민이 카트리나를 세뇌시킨 영혼의 각인이 아닌 이상은 대부분 꾸준한 관리가 필요한 것이 사실이었다.
“음, 그게 문제긴 하지. 그래서 원래는 세계의 지도층에 있는 상위 0.001%만을 세뇌해서 세계를 움직인다. 그게 계획이었단다. 그런데····. 계획에 수정이 가해졌지.”
“무슨 말이죠?”
“전 인류의 세뇌. 놀랍게도 그게 가능하단다. 너에게는 가르쳐 주지 않았지만 말이다. 고대 무맥에는 그런 방법이 있었지.”
잭의 말에 세레이나는 생각에 짚히는 구석이 있었다.
“설마······?”
“그래. 처남이 홍면파천대에게 쓰는 술식. 너 역시 알고 있겠지?”
그렇다. 창민에게 절대적인 충성을 맹세하는 홍면파천대.그들에게 걸려 있는 금제는 사실 절대충성이라기 보다는 배신 방지에 가까운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약간만 응용하면··. 그리고 다수의 인간을 피라미드 식으로 세뇌한다면····.세레이나의 머릿속에서 순간 끔찍한 상상이 떠 올랐다.인류사 유래가 없을 정도로 철저한 계급의 수직 사회가 형성될 것이다.
태어나면서부터 죽을 때 까지 완벽한 주어진 테두리 안에서만 생활하는 그런 인생들이 말이다.
“오빠. 지금 제 정신인가요? 저의 제 남편이 거기에 협조를 할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요?”
“협조를 원하는 거란다? 내 사랑스런 동생의 협조를 말이다.”
“··············.”
세레이나는 이를 악 물었다.아무리 생각해도 오빠는 제정신이 아니었다.왜 이렇게 변했는지··, 아니면 원래 이랬는데 자신에게 가면을 쓰고 있었는지는 모른다.하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이 사람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그리고···. 그걸 해야 한다면 그 누구도 아니라 같은 혈육인 자신이 해야 했다.
“오빠···. 미안하지만. 제가 한국에서 배운 교훈 하나를 실천 시켜야 겠습니다.”
몸에서 은근히 기세를 피워 올리는 세레이나를 보면서 잭이 웃으며 말했다.
“흐음, 어떤 교훈인지 오빠에게 말해 주겠니?”
“미친개에게는 매가 약이다.”
그 말과 동시에 세레이나가 전신에서 황금색 투기가 폭발하듯이 솟구쳤다.
“이런이런····. 어린 시절에는 오빠 말을 잘 듣는 착한 아이였는데···. 어째서 이런 왈가닥으로 자랐는지 오빠는 슬프구나.”
“······하나만 물어 볼게요.”
“그러렴.”
“제 인생의 대부분을 오빠가 뒤에서 조종해 왔다는 것은 알겠습니다. 그런데····. 부모님의 일도 오빠가 한 건가요?”
갑작 스럽게 찾아온 괴한.딱 좋은 타이밍에 끼어들어서 남매를 구한 천마.이제까지 거기에 의문을 가진 적은 없었다. 하지만····. 모든 것이 거짓으로 밝혀진 지금····.
“흠·····. 뭐, 별로 쓸모는 없는 평범한 사람들이었으니 말이야. 살아있으면 방해였거든.”
“····그렇습니까? 그럼···. 죽어!!!!”
콰아앙!!!!!그날 저녁.이탈리아 뉴스에 산산조각으로 박살나 버린 바티칸 성당이 속보로 나타났다.
“아쪼····.”
“응? 안아줘?”
“아쪼. 아쪼.”
“그래그래. 안아줄게 우리 딸.”
귀여운 딸의 보챔에 창민을 아이를 들어서 안아올렸다.그런데···.
“어마 아쪼···.”
“아빠 안아달라고 하면 안 되니?”
“어마 아쪼···.”
끝까지 아빠라고는 하지 않는 딸이 야속한 창민이었다.
“엄마 내일 오실거야. 그러니 오늘은 아빠하고 있자. 알았지? 주현아.”
“아바····.”
그제서야 아빠라는 말을 불러주는 딸이 무척이나 사랑스러운 창민이었다.그런 창민의 기분이 바닥으로 떨어진 것은 잠시 후에 배달을 찾아온 한명의 남자 때문이었다.
“뭐라고? 다시 한 번 말해봐!!”
창민의 몸에서 거친 투기가 일어나면서 얼굴에는 근래에 한 번도 보인적 없는 심각함이 보였다.
“저희 주군께서····. 납치 당하셨습니다. 상대는···. 주군의 오빠입니다.”
창민의 앞에 나타나서 눈물을 흘리며 보고를 하고 있는 남자는 창민에게 익숙한 남자였다.과거에 창민과 무신대전에서 결전을 벌이기도 했떤 남자.바로 검마라고 이름 알려진 미첼 프란스였다.
배달에 처참한 몰골을 하고 나타난 그는 양팔이 어디로 갔는지 날아가 있었다.화경의 경지에 있는 그가 이런 몰골로 나타난 것도 놀라웠지만···. 그가 가져온 소식은 놀라움을 넘어서 경악스러울 정도였다.
창민은 한 걸음에 다가가서 미첼 프란스의 멱살을 잡아서 으르렁 거리듯이 말했다.
“질 나쁜 농담이라면 지금 그만둬라? 누가 어떻게 됐다고? 누구에게?”
“빌어먹을!!! 나라고 농담 하고 싶은 기분인줄 알아!!!!!”
창민에게 버럭 소리를 지르는 미첼의 눈에는 피눈물일 흐르고 있었다.그런 미첼을 보고 창민은 터질 것 같은 화를 간신히···. 정말 간신히 억눌렀다.그리고 미첼에게 말했다.
“설명해라. 차근차근····.”
“·····이탈리아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우리는····.”
미첼은 세레니아를 비롯해서 자신들이 이탈리아로 가서 싸우게 된 것까지의 경위를 설명했다.============================ 작품 후기 ============================7월 한달도 잘 부탁 드립니다.
여러분들에게 여쭙고 싶은게 있습니다. 고수가 갑이다도 이제 잘하면 이달 중,, 혹은 다음달 중으로 완결이 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아직 다음 차기작으로 준비한 신작의 분량이 미흡합니다.
그러니 지금 연재중인 고수가 갑이다를 확~~ 폭풍 같이 연재하고 다음 연재작을 차분하게 준비하는게 좋을까요?아니면 일단 고수가 갑이다의 연재 페이스를 조금 늦추고 신작에 공을 더 들이는게 좋을 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