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수가 갑이다-159화 (159/203)

그럼 즐감하십시오.^^< -- 세레이나의 실력 -- >추가현은 순순히 패배를 인정했다.더 해봤자 승산이 뻔한 것을 알고 있었다.

결국 그녀는 여기서 더 해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인정 할 수밖에 없었다.그 정도로 압도적인 차이가 났던 것이다.

“마지막 공격은 무척 좋은 편이었다. 하지만 화려함에 치중해서 속도를 너무 경시했어. 꽃잎의 숫자는 그것의 절반··. 아니 삼분의 일이어도 충분하다. 그 대신에 좀 더········.”

세레이나는 추가현에게 뭐라뭐라 말하고 있었지만······. 추가현은 그저 고개 숙인체로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그런 그녀의 눈에서는 어느새 눈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창민의 무공을 배웠는데··. 그랬는데도 창민 이외의 사람에게 져 버렸다.그녀는 스스로 창민을 볼 면목이 없다고 느끼고 있었다.

“응? 이봐. 너····.”

“죄송합니다.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추가현은 그렇게 말하고는 눈물만 훔치고는 그대로 밖으로 달려 나가 버렸다.뒤에 남은 세레이나가 창민에게 말했다.

“내가 뭐 잘못한 건가?”

“글쎄····. 너 져본 적 없지?”

“어린 시절 오라버니를 제외하면····, 없다.”

당당하게 가슴을 펴고 말하는 그녀를 보고 창민은 한숨을 내쉬었다.무공을 익히기 전까지는 일반인이었던 창민은 지금 추가현의 심정을 어느 정도 이해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녀를 지금 상황에서 더 위로할 생각은 없었지만 말이다.‘결국 스스로 뛰어 넘어야지.’그렇게 세레이나를 향한 추가현의 도전은 손도 발도 쓰지 못할 압도적인 격의 차이만을 남기고 끝났다.

연무장을 뛰쳐나간 추가현에게는 좀 더 자신만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한 창민은 우선 세레이나에게 말했다.

“방금 그게 황제의 무공?”

“그래. 사실 그대도 고류를 익혔으니 알겠지만···. 고대의 무공이라는 것은 형식이 없다. 한세대만 거쳐도 기술의 형태가 완전히 달라지지.”

“그건 그렇지···.”

창민이 심상의 세계에서 역대 치우의 후예들을 만났을 때도 그 점은 맞아떨어졌다.수많은 치우의 후예들이 모두들 저마다의 기술로 창민을 다구리 아니 돌림빵···. 표현이 좀 그렇기는 하지만 어쨌든 때렸던 것이다.

“방금 그거 기술 이름이라도 있나?”

“음, 샤이닝 스트라이크라고 하려고 한다.”

“··············.”

순간 창민은, 무공 익히고 나서 역대 최고의 오글거림을 느꼈다.

“샤이닝···. 뭐?”

웃음을 억지로 참는 창민을 보고 세레이나는 억울한 얼굴을 하고 말했다.

“뭐냐? 그 웃음은···. 내 기술 이름에 뭔가 불만이라도 있는 건가?”

“아니. 불만이라기 보다는····. 그런건 지팡이 집고 뭔가 코스프레라도 하고 해야 하는 것 아니야?”

“응? 그게 무슨?”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순간 창민의 머릿속에는 일본 애니메이션에 자주 나오는 화려하고 요란한 액션의 마법소녀라는 오글거림의 결정체가 떠 올랐다.하지만 그걸 차마 입으로 말할 수는 없어서 키득 거리고만 있었다.

“정말···. 사람이 궁금하지 않나? 무슨 말인지 썩 말해라. 이건 명령이다.”

“내가 명령 들을 이유가 없네요. 쿡···. 그리고 너 다음에 기술 쓸때는 무슨 마스코트 인형이라도 한 개 가지고 해라. 아니면 말할 줄 아는 지팡이라던가?”

“아! 두 번째는 우리 집에 있다.”

“풉!!!”

“아. 진짜····. 무슨 생각을 하길래 그렇게 비웃는 거냐?”

“아니···. 아무것도···.”

“이익····.”

창민이 자꾸 웃자 세레이나는 화를 내면서 창민에게 달려 들었다.두 사람이 잠시 달라붙어서 티격태격하다 보니··.자신들도 모르게 창민은 바싹 붙어서 밀착하고 있는 세레이나를 의식해 버렸다.

‘이런·····.’코끝을 간질이는 세레이나의 향기에 창민은 자신도 모르게 아찔해 지는 것을 느꼈다.수도 없이 많은 미인들을 안아본 창민이었다.

그런데 어째서 이렇게 세레이나는 그 느낌이 다른 걸까?어째서 그녀의 체온은 이렇게 창민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하는 걸까?어째서···. 그녀의 존재는 이렇게 강렬한 소유욕을 불러 일으키는 걸까?창민은 자신도 모르게 홀린 듯이 행동했다.왜 그랬는지 모른다.

몸이 자신의 통제를 벗어났다고 할까? 이제까지 억누르고 있던 무언가가 폭발하는 것처럼 창민의 입술은 마치 홀린 것처럼 세레니아의 붉은 입술을 막아 버렸다.

“··········”

세레이나는 너문 갑작스러운 창민의 기습적인 키스에 순간 당황해 버렸다.아이를 가지겠다.

라는 당찬 포부를 가지고 있는 그녀였지만 정작 여자로서의 경험치는 레벨1의 초렙이었다.당연히 지금 그녀의 입술에 와 닿은 창민의 입술은 그녀에게 있어서 첫키스인 것이다.

입술과 입술을 겹쳤을 뿐인 이 행위가 그녀의 가슴을 세차게 뛰게 했다.이유는 모르겠지만 심장 박동소리가 올라가고 자신의 입술을 통해서 전해져 오는 창민의 입술의 온도가 화상을 입을 것처럼 뜨거웠다.

2초? 3초? 정도의 짧은 입맛춤을 끝낸 둘은 그대로 떨어졌다.첫키스인 세레이나는 물론이고 경험이 풍부한 창민역시 뭐가 뭔지 모를 정도로 당황해 하고 있었다.

‘내가 왜 그랬지. 왜 키스 한거지?’‘내가 왜 키스 당한거지? 왜 안 피한거지? 나 총알이 근거리에서 날라와도 피할 수 있는데?’둘은 상대보다는 자신에 대한 의문감이 더 강하게 들었다.그나마 먼저 정신줄을 챙긴 세레이나가 창민에게 말했다.

“왜···? 키스 한거지?”

창민으 그 말을 들은 순간 이런저런 변명거리가 떠 올랐다.그냥 장난으로 한 번 놀려봤다.

라는 말부터 시작해서 네가 어디까지 진심인지 한 번 테스트 해 본거다 라는 것 까지.순간 머릿속에서 별의 별 변명 거리가 다 떠올랐다.황재민이라는 금세기 여자들의 최대의 숙적하고 친구를 맺은 것이 처음으로 도움이 되는 것처럼 느껴졌다.

‘좋았어. 후자로 하자. 장난이라고 했다면 아무래도 좀 그러니까 일종의 테스트로 했다고 둘러대자.’창민은 그렇게 생각하고 변명하기 위해서 입을 열었다.

“나도 모르게 했어.”

하지만 창민의 입에서 나온 말은 자신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대답이었다.

“뭐? 라고····?”

“나도 모르게 했어. 네 입술이 가까이 있길래···. 나도 모르게.”

창민의 말은 중딩이 여친한테 키스하고 당황해서 입술에 모기가 앉았어 라고 했다가 싸대기를 맞는 것 만큼이나 어이없는 변명이었다.하지만 창민의 그 말은 세레이나의 가슴에 뭔가를 쿡 찔러 넣었다.

“····지금도 내 입술은 가깝다.”

“그러네···.”

“···········.”

세레이나는 이번에는 자신이 먼저 창민의 입술에 키스를 시도했다.약간 서툴러서 코를 부딪혀 버렸지만 이내 얼굴을 살짝 틀어서 입술과 입술이 접촉하는 것에 성공했다.

“훅····.”

창민은 자신의 입술에 강하게 부딪혀 오는 세레이나의 입술에 다소 통증을 느낄 정도였다.화경이던 현경이건 호신강기 쳐 놓는 것도 아니고 키스 세게 하다 보면 입술 찢어질 수도 있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입술에 피가 살짝 날 정도로 거친 키스였지만··.그래도 상관없을 정도로 세레이나의 키스는 창민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했다.창민에게 있어서 이렇게 심장이 두근 거리는 키스는 처음이었다.

이것은 이전에 창민이 순진하고 보통 마인드를 가진 남자였을 때에서 느끼지 못한 감각이었다.마치····.마치 창민은 이제야 처음으로 자신이 사랑에 빠졌다는 느낌이 들었다.

둘의 입술이 부딪힌 상태에서 창민의 혀가 자신도 모르게 세레이나의 입술의 안으로 들어갔다.혀 끝에 그녀의 타액이 닿고 가지런한 치아가 슬쩍 닿는 순간.

“흣!!!”

세레이나는 자신도 모르게 두 눈을 부릅뜨고 창민을 밀어내 버리고 말았다.그녀는 자신이 창민을 밀어내고도 스스로 깜짝 놀라서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아니 음···. 이건 그러니까····. 음····.”

“·····됐어. 아무것도 아니야.”

“··············.”

창민은 변명하려는 그녀를 내버려 두고 그냥 먼저 자리를 떠 버렸다.그렇게 자리를 떠나는 창민의 얼굴에는 복잡한 감정이 섞여 있었다.그날 밤.

“창민씨····. 어때요?”

창민의 방으로 추가현이 찾아왔다.그녀는 낮에 세레이나에게 패배당한 것의 충격은 조금도 남지 않은 것처럼 명량하게 행동했다.

적당히 하늘하늘하게 비치는 핑크색의 네글리제를 걸치고 나타난 그녀의 분위기는 어딘지 모르게 약간 퇴폐적이기까지 했다.세상에 그녀가 이런 모습을 보여주는 상대는 정창민이라는 남자 딱 한 명뿐인 것이었다.

누구라도 그녀의 이런 모습을 단 한번이라도 접할 수 있다면 기꺼히 전재산을 다 내 놓겠다는 인간들이 세상에는 널리고 널렸을 것이다.뭐, 문제는 추가현이 설사 국가예산을 받는다고 해도 정창민이라는 사랑하는 남자가 아니면 이런 서비스는 절대로 하지 않는다는 것이지만 말이다.

아니 사실····.창민이 보기에 그녀는 지금 좀 오버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침대에 살며시 걸터 앉아서 창민을 향해서 다가오는 그녀를 보면서 창민이 내뱉듯이 말했다.

“많이 불안하니?”

움찔.아주 짧은 한 마디였을 뿐이었지만···. 그 한마디는 핵심을 정확하게 꿰뚫고 있었다.창민을 향해서 노골적으로 유혹의 분위기를 풍기던 그녀의 얼굴에는 불안한 기색이 역력해 졌다.

“스승님··· 저는····.”

그녀의 입에서 창민을 향한 말이 창민씨에서 스승님으로 바뀌었다.그리고 울먹거리는 그년의 표정은 모든 것을 말하고 있었다.

아직 괜찮은 가요?아직 제가 당신을 사랑해도 용서 받을 수 있나요?라는 의미를 말이다.원래 창민의 이미지를 위해서 숨겨진 여자라는 위치를 고수한 것은 추가현 자신이었다.

하지만 한편으로 생각하고 있었다.절대로 자신이 창민에게 버림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이다.

창민의 주변에 다른 여자들이 늘어날 일은 있어도 자신은 항상 자신의 위치에서 창민을 사랑 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이다.

그녀가 그렇게 생각한 원인은 이제까지 창민의 곁에서 공개적인 연인으로 있는 다른 여자들에 비해서 자신이 꿀리지 않는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었다.딱히 미모라던가? 능력 이라던가?그런 여자로서의 스팩을 비교해서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어딘지 모르게 눈치채고 있었던 것이다.강예빈이던, 당화영이던 간에···.창민에게 진짜로 사랑 받고 있는 여자는 없다.

라고 말이다.그 누구도 진자로 사랑 받지 못한다면···. 그렇다면 자신의 존재가 버림 받을 일도 없다.

영원히 이 생명이 다하는 동안 창민의 곁에서 그를 사랑 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절대로 창민에게 진짜 사랑이 나타나지 않기를 바라면서····.그런데 세레니아를 보고 한눈에 알아봤다.이 사람이다.

이 사람이 바로 정창민의 유일한 한 사람이다. 라고 말이다.

능력이나 스팩 따위는 아무래도 좋았다.그녀를 절망 시키는 것은 세레이나를 바라 볼 때의 창민의 눈빛이었다.

자신은 죽었다가 깨어나도 절대로 받아 볼 수 없는 눈빛.연민과 동정고 의무감이 뒤섞인 눈빛이 아니라 독점욕과 열망이 뒤섞인 그 눈빛.그것을 눈치 챘기에 그녀는 세레이나에게 시비를 걸었고···.이제 패배까지 하고 창민에게 매달리려고 한 것이다.적어도 지금 이 시점에서 자신이 딱 하나라도 그녀보다 낳은 것이 있다는 것을 어필하기 위해서 말이다.

============================ 작품 후기 ============================필사적인 추가현.으음... 내가 만든 상황이기는 하지만 좀 많이 불쌍하군요.정실이 들어오면 첩들 입장에서는 휴가 갔던 선입이 복귀하는 것 만큼 짜증나는 일이죠.항상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그럼 즐감하십시오.^^< -- 창민 일가를 이룰 결심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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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가현아.”

말은 하지 않았지만 사제 지간으로 지내온 시간이 제법 흘렀다.창민이라고 추가현의 생각을 왜 모를까?다만 지금 창민도 스스로의 감정이 혼란 스러웠기 때문에 그녀를 안심 시켜 줄 수는 없었다.그저 그녀의 이름을 부르면서 그녀를 품에 안아서 달래 주는 것.그게 창민이 할 수 있는 전부였다.

“흑····. 흑흑···. 으아앙!!!!”

결국 추가현은 그대로 창민의 가슴에 쓰러져서 서럽게 울었다.정말 서럽게···.마치 세상의 종말이라도 맞이한 것처럼 서럽게 서럽게 그저 서럽게 울고 또 울었다.

창민은 그런 그녀를 그저 착잡하게 바라볼 뿐이었다.다음날.창민은 일본에서의 간단한 업무를 보고는 한국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물론 그런 창민을 세레이나는 따라오려고 했다.영국에서와 달리 창민은 이번에 세레이나를 때어 놓으려고 하지 않았다.

그저 올 테면 오라는 식으로 태연하게 반응하는 창민을 보고 세레이나는 의외라는 듯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하지만 창민은 그냥 무관심하게 그녀에게 뜻대로 하라는 식으로 말할 뿐이었다.

창민은 그대로 일본을 떠나면서 추가현에게 말했다.

“가현아····. 미안하다.”

“사과하지 마세요.”

“··········.”

“사과하지 않으셔도····. 충분히 괜찮으니까요.”

추가현은 울고 있었지만···.눈물을 흘리면서도 최고의 미소를 지으면서 창민을 배웅해 줬다.그런 그녀의 미소의 의미를 알고 있는 것은···.창민 한명 뿐이었다.한국으로 도착한 창민은 세레이나에게 말했다.

“문파에 가기 전에 잠시 갈 대가 있어. 따라와.”

“·······알겠다. 그대의 뜻대로 하지.”

세레이나는 창민의 말에 선선히 따라 나섰다.어디를? 왜?그런 말은 일체 필요 없었다.

그런 그녀를 데리고 창민이 향한 곳은 서울 외각에 있는 낡은 건물이었다.지금은 아무도 쓰지 않는 듯한 건물에 도착한 창민은 허락도 받지 않고 건물의 안으로 들어갔다.

건물은 일반 가정집이라기 보다는 일종의 단체생활을 위해서 만들어진 집 같았다.그렇다.

여기가 바로 창민이 어렸을 때부터 자라온 고아원이었던 것이다.지금은 쓰지 않는 건물의 안으로 들어간 창민은 추억에 젖은 눈으로 주변을 둘러봤다.

“여기가 그대가 자란 공간인가?”

“그래···. 어린 시절 여기서 자랐지.”

“·············.”

“의외인가? 치우의 후예인 내가 이런 허름한 고아원 출신인게?”

창민의 말에 세레이나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말했다.

“그대가 고아 출신인 것은 이미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는 일이다. 그리고···. 난 출신성분으로 사람을 판단할 정도로 천박하지 않다.”

“쿡···. 그래···. 하지만 보통은 그렇지 않지.”

“···········.”

“잠깐 옛날 얘기 좀 할게.”

창민은 그렇게 말하면서 세레이나에게 자신의 과거를 말하기 시작했다.창민의 과거는 제법 유명하다.

대한민국··, 아니 지금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남자중에 한명인 창민의 출신성분이지 않은가?이미 캐볼 사람들은 다 캐보고 세간에 다 알려 졌었다.하지만 그 어린 시절···.창민이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봐 왔는지는 그 누구도 알지 못했다.

오직 창민 자신 말고는 말이다.창민은 아주 갓난아기 시절부터 고아였다.

부모가 누군지는 모르지만 아기를 버려야 했으니 나름 사정이 있었을 것이다.시설의 앞에 버려진 창민은 고아원에 보내져서 거기서 어린 시절을 지내게 된다.

보통 나이가 어린 아이들은 고아원에서 살아가기 보다는 입양을 가는 경우가 많았다.그 편이 더 원활하고 행복한 생활을 보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창민이 갓난아기 시절부터 입양을 가지 않은 것은····. 그냥 운이었다고 밖에는 할 말이 없었다.창민은 조금씩 자라면서 자신의 고아라는 입장에 관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부모의 전폭적인 지지와 사랑을 받는 다른 아이들에 비해서 고아인 창민은 상대적으로 불편한 점이 많았다.다행이도 창민이 속한 고아원은 양심적인 운영자가 운영하고 있는 곳이었지만 소수의 어른이 다수의 아이들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은 실로 한정되어 있었다.

더구나 창민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역시 세상에서 창민을 바라보는 시선이었다.고아라는 이유로 창민을 예비 문제아처럼 바라보고 종기 다루듯이 하는 어른들을 보고 창민은 생각했다.

저들의 뜻대로 자라면 그것은 패배라고 말이다.어린 소년이 가장 먼저 자각한 것은 패배와 승리라는 두 가지 척도였다.

주변의 시선에 맞춰서 그들의 뜻대로 문제아로 자라나면···. 그때는 정말로 그들의 뜻이 맞다는 말이 되어 버린다.그것이 비록 그들의 시선이 한몫을 해서 생긴 원인이라고 해도···.결국 패배는 패배다.

정창민이라는 소년은 고아라도 괜찮았다.부모가 없어도 괜찮았다.

용돈이 없어도 괜찮았다.하지만····. 패배자가 되는 것만큼은 참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창민은 이를 악물고 공부했다.학원에 갈 수 없으면 혼자서.혼자서 하기 힘들면 같은 고아원에 나이 많은 형들에게···.창민의 지기 싫어하고 마음 먹으면 무조건 해야 하는 승부근성은 이때쯤에 이미 틀이 잡힌 것이었다.

노력하고 노력하고 또 노력하고····.정말 진부하고 재미도 없지만 그렇게 해서 창민은 비교적 우수한 삶을 살아가기 시작했다.물론 개중에는 황재민처럼 터무니 없는 삶을 살아가는 존재도 있었지만 고아 라는 남들보다 불리한 환경 속에서 노력만으로 1류 대학에 진학해서 학비 한번도 안내고 장학금 받아가며 다니고···.그리고 졸업해서 제법 이름있는 대기업에 취업하는 것까지 성공하고···.전세계를 주름잡고 있는 지금의 강호인 정창민에 비하면 별것 아닐지 몰라도 보통 인간 정창민도 상당한 인물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창민 스스로에게 있어서도 그것은 큰 재산이었다.자신은 하면 된다.

라고 진심으로 믿을 수 있는 인간은····.정말 뭔가를 해내는 법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고아라는 것을 불행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있었지. 그 고아라는 꼬리표에 붙어 있는 주변의 시선을 역경삼아서 기어 올라 갈 수 있었으니 말이야.”

“······그대의 얘기는 잘 알았다. 그리고···. 그대의 강한 의지에 존경과 경의를 표한다. 이것은 진심이다. 하지만, 궁금한 것이 있다.”

“············.”

“어째서 나에게 그런 얘기를 하는 것이지?”

세레이나의 말에 창민은 피식 웃으면서 얘기했다.

“그냥···. 너에게 내 모든 것을 들려주고 알려주고 싶었어. 그리고 모든 것을 알려주고 나서 네가 나를 이전과 다르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봐 주기를 바랬지.”

“왜? 그러니까 어째서? 그대의 말은 자꾸 핵심을 벗어나고 있다. 내가 궁금한 것은····.”

“내가 널 사랑하니까.”

“·················.”

그 순간 시간이 얼어 붙어 버린것만 같았다.창민의 말에 세레이나의 얼굴은 딱딱하게 얼어 붙어 버렸다.그리고 한참의 시간이 지나서····.

“지금···. 지금 뭐라고 했지?”

“내가 널 사랑한다고? 잘 못들었어? 또 말해줘?”

“아니 그건 아니지만·····.”

당황하고 있는 세레이나에게 창민이 성큼성큼 다가가서 그녀에게 얼굴을 바싹 들이댔다.

“결혼이니 아이니 뭐니 하면서····. 결국 넌 날 어떻게 생각하지?”

“뭐라고?”

“말했잖아. 너도 날 사랑할 것. 이게 최소한의 조건이라는 것을.”

창민의 말에 세레이나는 그녀 특유의 곤란한 표정으로 한참을 생각했다.마치 유치원생한테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라고 물었을 때의 표정 같은 얼굴을 하고는 그녀는 한참을 망설이다가 말했다.

“나는····. 그대가 좋다. 아마, 천마보다 더.”

“그건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 거야?”

“천마는 나에게 있어서 신하인 동시에 가족같은 존재이기도 하다. 그 존재보다 그대가 더 좋다는 말은·····. 난 아마 그대를 좋아하는 것일 것이다. 하지만 이게 사랑이라는 것인지는 모른다. 난 사랑이라는 감정이 뭔지 잘 모른다. 그저···. 읍!!!”

순간 말하는 그녀의 입에 창민의 입술이 와서 닿았다.이전의 소프트 키스와는 달리 창민의 혀가 능숙하게 그녀의 입안으로 들어가서 그녀의 설육을 휘감는 능숙하고 농밀한 프렌치 키스였다.

세레이나는 이전처럼 창민을 밀어내지는 않았지만 온몸을 부르르 떨고 있었다.창민은 그녀를 행여나 놓칠 새라 꼭 끌어안고 진하게 키스했다.

그리고 잠시후에 둘의 입술이 떨어지고 그 사이로 길게 타액이 늘어지면서 창민이 그녀에게 말했다.

“누구랑 비교한다거나···. 다른 시시콜콜한 이유는 필요 없어. 하나만 대답해.”

“············.”

“나하고 평생 함께 있고 싶니?”

“······예스.”

그녀의 대답을 들은 창민을 그대로 그녀를 자신의 품안에 끌어안았다.정창민 28세.그의 인생에 있어서 이것이 처음으로 찾아온 진정한 사랑이었다.배달에 돌아가는 길에 창민은 세레이나를 옆에 두고 곰곰이 생각에 잠겨 있었다.그런 창민을 보고 세레이나는 의아한 듯이 물었다.

“무슨 고민이라도 있어?”

“그래···. 있지.”

“····사랑을 하면 행복해 져야 한다고 들었어. 그런데 나를 사랑하면서 고민이 생긴다는 것은···.”

“스톱!”

“···········.”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을 하고 있는 세레이나에게 창민이 말했다.

“룰 하나. 나하고의 일을 그렇게 세간의 풍문이나 어디 심리학 교수 논문에나 나올법한 말에 씨워 넣지마. 그런건 꼭 맞는 것 만은 아니야.”

“····알았어. 그렇지만, 왜 고민이 있는거야? 어째서?”

세레이나의 말에 창민은 머리를 긁적 거리면서 대답했다.

“너도 알고 있지. 내가··· 여자가 좀 있는 것.”

“그래. 물론 알고 있다. 그런데?”

그게 뭐가 문제냐는 듯한 세레이나의 말에 창민은 한숨을 내쉬었다.사실 놀라운 것은 아니었다.

원래 강호인. 특히 일문의 문주 정도 되면 처첩을 쌓아놓고 있는 인간들이 널리고 널렸다.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담백하게 반응해도 되는 건가? 라는 생각이 들었을 뿐이었다.

창민은 혹시나 하는 생각에 다시 한 번 그녀에게 말했다.

“넌 아무렇지도 않아?”

“뭐가 말인가?”

“그러니까····. 내가 다른 여자들을 곁에 둬도?”

창민의 말에 세레이나는 태연하게 대답했다.

“물론이다. 나를 알기 이 전의 여자들 아닌가? 그렇다면 그 여자들의 입장에서는 내가 오히려 불쾌하면 불쾌하겠지? 하지만 내가 불쾌해할 이유는 없다.”

“아 그러셔···.”

약간 실망감이 드는 창민이었다.하여튼 여자가 질투가 없으면 그건 그것대로 허전하다고 느끼는 남자들이었다.그렇다고 끈질긴 여자는 질색하면서 말이다.뭐든지 조절이 중요한 법이었다.‘응? 잠깐···. 그럼 만약에···.’창민은 자신의 머릿속에 문득 든 생각을 세레이나에게 말해 봤다.

“세레나. 내가 앞으로 다른 여자를 늘리면···. 워워···. 진정진정····.”

“응? 뭐가? 왜?”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잊어버려.”

‘본인이 자각도 못 한건가?’창민은 긴장감에 침을 꿀꺽 삼켰다.방금 창민이 다른 여자를 늘리면, 이라고 말한 순간 세레나의 눈빛은 분노를 넘어서 명백하게 살의를 띄고 있었는데.‘앞으로는 조심해야겠군. 하긴···. 앞으로 이전에 지금 당장만 해도 큰 문제지만 말이야.’여하튼····.싱글 시절에 화려하게 논 남자는 결혼을 앞에두고 주변 정리가 힘든 법이다.

그렇다고 동정의 여지는 전혀 없지만 말이다.============================ 작품 후기 ============================세레나가 정실로 들어오면 다른 여자들은 어떻게 되냐고요?그건 앞으로 지켜 보시면 앞니다.

항상 응원해 주시는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더 좋은 글로 보답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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