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수가 갑이다-81화 (81/203)

< -- 악마의 과거 -- >겉으로 드러난 신풍대의 전력은 생각보다 빈약했다.일단 수령이라는 자가 초절정의 무인이라고는 하지만 대원들은 기본적으로 1류의 수준을 넘지 않는다고 했다.

그걸로 어떻게 일국의 수도를 지키겠다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였다.그래도 공호진은 신중하게 생각했다.

혹시나 숨겨둔 전력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부하들을 보내서 더욱더 꼼꼼하게 정찰을 했다.그리고 결론을 내렸다.

이건 크게 한탕 할 찬스라고 말이다.부하들을 보내서 사전 정찰까지 마친 그는 보고를 받고 확신했다.

지금 도쿄는 봉이다. 라고 말이다.그게 지금 그가 밀입국을 한 이유였다.

“아지트는 마련했느냐?”

“예. 지존의 취향에 어울리는 곳을 마련했습니다.”

“훗····. 잘 됐군.”

그는 부하들의 안내를 받아서 이동하기 시작했다.예전의 장비장도 그렇지만 무인 범죄자들이 가장 신경쓰는 것은 자신들의 은거지였다.

은거지라고 해도 여러 가지 타입이 있었는데···.장비장 같은 남자의 경우는 한동안 쓰고 버릴 장소들을 찾아서 행동했다.술집 같은 곳을 점령하고 온갖 패악을 저지르고 그 흔적을 전혀 숨기지 않았던 것을 생각하면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공호민은 철두철미한 성격이라서 잠시 머물 은거지라도 최대한 장소를 드러내지 않을 곳을 정했다.그가 은거지로 정한 곳은 항구의 커다란 창고였다.

장소가 충분히 넓었고, 또 외딴 곳이라서 소란이 일어나면 금방 알 수 있었다.그리고 가까운 장수에 개인의 쾌속정을 대기하고 있었기에 여차하면 피신하기도 편했다.

실로 철두철미한 그의 성격다운 장소였다.

“지존께서 즐기실 것을 미리 준비해 뒀습니다.”

“똑.바.로. 세팅해 뒀겠지?”

흠칫!!!

“····물··· 물론입니다.”

공호민의 잔인함을 알고 있는 부하였기에 그는 목소리마저 떨리고 있었다.세간에 공호민은 그냥 미친놈의 색마 정도로 알려져 있다.하지만 실상은 달랐다.공호민은····. 그는····.

“여기 있습니다.”

“호오····. 그래···. 이게 네가 세팅한 나의 즐거움이냐?”

“그렇습니다. 우선 일가족을 다 데리고 왔습니다. 여기는 두 딸과 그 어미, 그리고 가장인 아버지까지 모두 끌고 왔습니다. 적절하게 즐기실 수 있을 것입니다.”

비굴할 정도로 고개를 숙이고 말하는 부하의 목소리는 다소 떨리고 있었다.다시 한 번 말하지만 공호민은 세간에 알려져 있는 그런 미친 색마가 아니었다.그는 세상에 알려져 있는 것 보다 훨씬 더 미친놈이었던 것이다.

“흐음······.”

공호민은 마치 백화점에서 의류나 시계를 고르는 쇼핑이라도 하는 것처럼 꽁꽁 묶여있는 일가를 보고 꼼꼼하게 관찰하고 있었다.묶여있는 가족 하나하나와 시선을 교환하면서 정신상태까지 살피는 그의 모습은 뭐랄까?····마치 펫 숍에서 강아지를 고르는 사람들 것처럼 신중하기 까지 했다.

어떤 강아지가 자신에게 잘 맞을까? 라는 식으로 고르는 사람처럼 그는 지금 이들을 꼼꼼하게 살펴보고 있었다.그리고 그 광경을 보고 있는 부하는 심장이 떨리는 것을 애써 감추면서 공호민의 결정만을 기다렸다.

이윽고 공호민이 말했다.

“······괜찮군. 한 동안은 즐길 수 있겠어.”

그리고 공호민이 그렇게 말하는 순간 그는 깊은 안도의 한 숨을 내쉬었다

“방음은 충분합니다. 부디 즐기십시오. 지존.”

“크크···· 크크크크·····.”

공호민은 대답하지 않고 이를 드러내고 미친 놈처럼 광소만 흘리고 있었다.그는 이미 시.작.한 것이다.

부하 역시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그대로 밖으로 튀어 나왔다.이제부터 이 안에서 벌어질 일 따위는···.악인인 그라고 해도 절대로 보고 싶지 않았다.

세상에는 수많은 악인이 있다.그리고 대부분의 수많은 악인들에게는 나름의 이유가 있는 법이었다.

어린 시절 성장 환경이 나빴다거나·····.어쩔 수 없이 악으로 빠졌다거나···.혹은 자신이 악이라는 자각이 없거나···.핑계 없는 무덤이 없다고 저마다 이유는 가지 각색으로 있었다.하지만····. 개중에는 진짜 이유가 없는 무덤도 있었다.

공호진.그는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났고, 스스로 무공에 재능이 있어서 명문정파인 아미파의 속가제자로 들어갔다.그것도 그의 스승이 현 장문인과 같은 배분의 사람이었으니 미래도 탄탄대로나 다름 없었다.

밝고 미래 지향적인 탄탄한 미래가 깔려 있고, 그 미래를 향해서 척척 걸어갈 수 있는 환경과 재능이 있었다.문제는 오직 하나 뿐이었다.

본인이 그 길로 가기 싫다는 것이었다.어린시절···.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작은 벌레들을 짓눌러 죽이면서 알 수 없는 쾌감을 느꼈다.

조금 더 커지면서 벌레들을 짓눌러 죽이는 것에 쾌감을 느끼지 못한 그는 조금큰 대상으로 물체를 옮겼다.쥐, 고양이, 개 아미산에 사는 멧돼지까지···.대상은 조금씩 조금씩 커지고 다양해져 갔다.

13살이 되었을 때···.이미 1류 수준의 무공을 가지고 있던 이 어린 소년은 그것마저도 무감각해져 버렸다.동물의 단말마는 이제 질렸다.

고통과 아픔은 느낄 수 있었지만 그것 뿐이었다.어린 공호민은 좀 더 커무니케이션 할 수 있는 대상을 원했다.

그래···. 대화가 통하는 생물. 예를 들어서····. 인간이라거나 말이다.겉으로는 예의 바르고 장례가 촉망되는 소년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그는 이미 정상이 아니었다.

그런 공호민의 이상을 가장 먼저 눈치 챈 것은 가끔씩 만나는 가족이나 평소에 같이 수련을 하는 동기들도 아니었다.그를 항상 지켜보고 있던 사부인 백무사태였다.

원래는 아미파의 장문인을 맏을 수도 있었지만 정중히 사양하고 사저에게 그것을 양보한 백무사태는 현대의 무인 치고는 드물게 청렴한 인물이었다.백무(白無)라는 법명 대로 티 하나 없는 새하얀 눈 같은 성품의 그녀는 문파의 안팎에서 존경을 받고 있었다.

그런 그녀가 처음에 자기 제자의 기벽을 눈치챈 것은 피 냄새 때문이었다.언제부터인지 수련중인 아이의 몸에서 피비린내가 떠나지를 않고 있었다.

이상하게 생각한 그녀는 몰래 제자를 지켜봤다.그리고 그녀는 봤다.

늦은 밤에 남몰래 문파의 밖으로 나가서 올가미에 걸려있는 야생짐승을 죽이는 제자의 모습을 말이다.불문인 아미파에서는 그것만 해도 형벌방에서 몇 달은 반성해야 할 벌이었지만 그 후에 그의 제자가 벌인 기행은 더욱더 엽기적이었다.

옷을 훌렁 벗은 소년은 동물의 내장을 꺼내서 마치 황홀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그것을 자신의 몸 구석구석에 비비기 시작했다.마치 뱀이 나무를 꼬며 올라가는 것 처럼···.발정난 암컷이 수컷에게 살을 비비는 것 처럼···.불과 13세의 소년을 보면서 60이 훌쩍 넘은 백무사태는 공포심을 느낄 정도였다.

그녀는 당장에 소년의 앞에 나타나서 한손으로 소년을 제압했다.그리고는 정신을 차린 소년을 엄중하게 꾸짖으며 다시는 그런 짓을 못하게 할 것을 맹세하게 했다.

아직 어렸던 공호진은 스승의 엄중한 꾸중에 눈물을 뚝뚝 흘리며 반성했다.이때 그 소년이 한 반성은 진심이었다.

그리고···. 진심이었기에 백무사태는 소년을 용서 할 수 있었다.문파에는 다른 이유를 대고 징벌방에서 3년을 보내도록 엄중한 벌을 내리기는 했지만 그래도 그녀는 자신의 제자를 불심과 수행으로 바로 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후일···. 그녀는 제자의 손에 죽으면서도 이때의 결정을 떠올리며 후회했다.3년 후.징벌방에서 나온 소년은 이제 16세가 되었다.

매일매일 불경과 좌선으로 단련된 정신은 이제 명경지수와 같이 맑고 깨끗해 졌다.징벌방을 나오고 나서도 한동안 백무사태는 꼼꼼하게 제자를 지켜봤지만 이상은 발견 할 수 없었다.

이제 그의 제자는 진짜 새 사람이 된 것처럼 보였다.‘후우····. 우린 시절의 광기를 일찍 발견해서 뿌리를 뽑았으니 다행이군···.’그녀는 그렇게 생각하면 안심했다.

하지만 틀렸다.공호민의 깊은 곳에는 아직 그 징글맞은 괴물의 광기가 남아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아주 조금의 양분만 있으면 언제라도 싹을 틔우고 뿌리를 뻗을 만만의 준비 역시 이미 되어 있었다.16세의 어린 나이였지만 공호민은 이미 아미파의 간판을 걸고 대외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어린 나이에 1류의 고수에 도달해서 이제 절정의 문턱을 바라보고 있는 그에게 아미파가 걸고 있는 기대는 지대했다.문파에서는 그가 활발하게 비무대회나 혹은 공개 대련을 통해서 아미파의 무위를 떨쳐주기를 은근히 기대했다.

하지만 그는 그것을 사양하고····.[

“스승님과 사문이 내려주신 무공은 세상을 이롭게 하며 쓰고 싶습니다. 어린 나이기는 하지만 제가 할 수 있다면 치안의 유지를 위해서 협력하고 싶습니다.”

]라고 말했다.비무대회보다 훨씬 위험하지만 명성은 크게 따라오지 않는 일을 자청한 것이다.

아미파는 아까움에 한 숨을 내쉬면서도 과연 백무사태의 애제자라는 말과 함께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그리고 4년···.소년이 청년이 되는 날까지 공호민은 중국의 각 지방을 돌면서 무인범죄자들을 잡으면서 싸워왔다.

또래의 후지기수들 중에서도 각별한 실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뽐내지 않는 제자를 보고 백무사태는 몹시 자랑스러워 했다.[

“이제 내가 죽어도 여한이 없겠구나.”

]그녀는 종종 제자를 앞에 두고 그런 말을 하고는 했었다.그만큼 그녀의 애제자가 자랑 스러웠던 것이다.

속가 제자라는 멍울 따위는 상관없을 정도로 그녀에게 공호진은 자랑스러운 제자였다.하지만····. 그것도 오래 가지는 않았다.

결국은 있어서는 안 될 일이 벌어지고 말았던 것이다.그것은 공호진이 한 명의 무인범죄자를 쫓는 과정에서 생긴 일이었다.

실력은 2류와 1류를 오가는 놈이었지만 하는 짓이 워낙에 엽기적인 살인마가 있었다.죽일 때 일가족을 모두 죽이고 그 중에 단 한명만을 살려둔다.

그리고 자신의 맨 얼굴을 보이면서 절대로 자신을 잊어버리지 못하게 했다.공호진은 놈을 몇 달에 걸쳐서 추적해서 드디어 꼬리를 잡았다.

워낙에 신중한 놈이라서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공호진은 눈꼽 만큼 남아있는 흔적을 더듬어서 범인을 찾는 것에 성공했다.실력에 자신이 있었던 공하진은 놈의 아지트로 확인되는 곳을 찾자 단독으로 쫓아들어갔다.

그리고 그는 거기서 봤다.사진.넓은 방에는 가구도 생활에 필요한 이불도 먹을 거리도 없었다.

오로지 사진들 만이 가득했다.바닥에도 벽에도 천장에도··. 그 모든 사진들은 피해자의 처참한 사진들이었다.

그리고 그 사진으로 가득한 방안에서 한명의 남자가 공호진을 보고는 환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너 하고 동족이구나?”

만약 이때····.공호민이 그를 미친놈으로 치부하고 한 칼에 베어 버렸다면 미래는 달랐을 것이다.하지만 그는 그 대신에 이렇게 대답하고 말았다.

“·······어떻게 알았지?”

그게 악마가 꿈틀 거리면서 잠에서 깨어나는 순간이었다.============================ 작품 후기 ============================으음... 하드하게 더 하드하게 하드코어의 거장 카타야마 켄타로처럼....제가 일본 라노벨 작가중에 가장 크게 영향을 받은 사람이 두명있습니다.

'바케모노 가타리'의 니시오 잇신.'쿠레나이'의 카나야마 켄타로.참고로 '노예상인'과 '권악징악'이 제 나름대로 카나야마 켄타로의 영향을 많이 받은 작품이었습니다.참고로... 아직 이번 챔터에서 하드함의 끝이 보인게 아닙니다.

오랜만에 하드코어를 쓰는 것이라서 초심으로 돌아가 꼼꼼하게 이번 챕터를 완성 시키고 싶습니다.항상 응원해 주시는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