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수가 갑이다-11화 (11/203)

< -- 갑은 복수를 잊지 않는다. -- >오화 건설의 강대수 이사에게 죄를 뒤집어 씌운 것은 그녀였다.

사실 그의 죄를 조사하고 뭔가 더 추가할 죄가 없을까 싶어서 몇 가지 죄목을 은근슬쩍 추가시켜서 신고한 것이다.증거는 없었다.

하지만 원래 검은색에 얼룩이 좀 더 묻는다고 그리 표는 나지 않는 법이다.그녀가 노린 것은 그것이었다.

설령 나중에 법정에서 무죄로 밝혀질 죄목들도 상관없다.요즘 세상에서 인터넷은 거의 마녀사냥이다.

법정에서 무죄라고 해도 나쁜놈의 혐의로 올라간 이상 그 사람들의 머릿속에서는 진실인 것이다.[검찰은 뭐하는 거야?]회

[저런 새끼가 쥐새끼처럼 빠져나가게 두다니··.][하여튼 이놈의 유전무죄 무전유죄····.]대강 이런 댓글들이 줄을 잇기 마련이다.그게 군중심리라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이 한예빈이라는 여성이 가지고 있는 인맥 만으로 만들어진 상황이었다.유능한 부킹 매니저이자 대한민국의 상호계에 상당히 깊숙이 관여한 그녀이기에 이런 조작이 가능했다.

이제 나머지는 어렵지 않다.오화 건설에도 뒷배는 있겠지만 기업의 이미지가 저렇게 개판이 되었는데 누가 연관되려고 하겠는가?모두들 발을 뺄 것이다.

도마뱀들이 꼬리를 다 자라고 나면 이제 오화 건설도 자연스럽게 끝장날 것이다.거기에 너무 느리다 싶거나 약간 꿈틀 거린다 싶은 반항을 해 봤자 소금 한 번 뿌리면 끝이다.

“그럼···. 우리 자기한테 보고하고 상으로 화끈하게 한 번 안겨 볼까?”

한예빈은 그렇게 씨익 웃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잘 됐군.”

정창민은 한예빈의 보고를 받고 그렇게 짧게 대꾸했다.

“그럼···. 상으로 뭐 해주실래요?”

“상이라···. 뭘 원하지?”

“사천당가에 가입하던가요?”

“그건 거절하지.”

“그럼····. 저를 당신 여자로 만들어 주세요.”

“··············.”

정창민은 한예빈을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생각에 잠겼다.이 여자 무슨 생각을 하는 지는 모르겠지만 능력은 정말로 좋다.

사회와 오랫동안 격리되어 왔던 자신에게 이런 여자의 서포트 능력은 매우 요긴한 것이었다.하지만 이 여자를 사랑하고 사귀고 나중에는 결혼하고?‘끔찍한 일이지.’다시는 그런 헌신적인 사랑 따위는 하지 않겠다고 맹세했던 그였다.

지금 눈앞에 있는 여자 역시 매우 아름답고 현명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능력이 좋은 것일 뿐이다.그녀는 정창민의 무공 능력을 높이 사고···.정창민은 그녀의 사회적 커무니케이션과 인맥을 높이 산다.

딱 그정도의 기브 앤 테이크 관계가 가장 좋은 위치였다.

“별로···. 한 남자에게 헌신하는 타입은 아닌 것 같은데?”

“어머? 그래도 당신하고 관계를 가진 후로 주변 정리를 시작했다고요? 이제 귀찮게 하는 남자들은 다 떨어져 나갔고····.”

한예빈은 요염하게 장창민에게 다가와서 그의 목에 부드러운 팔을 감았다.그리고 아찔한 미소를 지으면서 그에게 속삭였다.

“이제 난···. 여기 보이는 이 여자는 당신 거예요. 당신 마음대로 해도 되는 당신의 여. 자. 예요.”

‘천상 요부로군····.’정창민이 보기에 이 한예빈이라는 여자는 보통이 아니었다.남자가 마음을 줬다가는 골수까지 빼먹을 기세였다.과거에 자신을 배신했던 홍미영 보다 더하면 더했지 절대로 못하지는 않을 것 같은 그녀였다.

“연인 같은 귀찮은 관계 말고····. 일단 그냥···.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관계로 하는게 어떨까?”

“어머? 섹스파트너? 으음·······.”

남자인 정창민은 표현이 민망해서 돌려서 말했는데 여자인 한예빈은 오히려 직설적으로 말해 버렸다.그리고 생각에 잠겼던 그녀는····.

“좋아요. 하지만 기억해 둬요. 난 이제 당신 하나만 바라 볼 것이라는 것을····.”

한예빈은 그렇게 말하면서 정창민에게 진하게 키스했다.자신의 입속으로 적극적으로 파고드는 한예빈의 달콤한 설육을 느끼면서 정창민은 생각했다.

‘이 여자···. 확실히 위험한 여자야.’남자에게 여자로서 줄 수 있는 최고의 쾌락을 제공하지만 거기에 빠져서는 안 된다.위험한 여자라는 것을 자각하고 절대로 마음의 선을 넘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정창민이었다.

하지만 한예빈을 품에 안으면서 정창민이 한 생각은 거기까지였다.그 후에는 언제나처럼 덮치듯이 그녀를 안아갈 뿐이었다.

정창민은 하루 아침에 유명해 졌다.그야 말로 대한민국의 국민 대부분이 이름 정도는 들어 봤을 정도로 말이다.

그리고 그런 정창민의 이름을 듣고 망연 자실한 한 사람이 있었다.

“어····· 어떻게 이런······.”

PC 모니터 앞에 앉아서 커피를 멍하니 들고 있는 미모의 여성은 바로 홍미영이었다.그녀는 최근에 정창민의 이름을 들었을 때 동명이인이라고 생각했다.

당연하지 않은가?숨겨진 은둔고수?그는 무공도 몰랐다.그런데 이제와서 갑자기 무슨·····.그런데 인터넷에서 얼굴을 본 순간 그녀는 경악했다.

정말로 그다.한때 자신이 잔인하게 배신하고 버렸던 그가 지금 대한민국을 가장 뜨겁게 달구는 남자인 것이다.

그녀는 미친 듯이 정창민에 관한 기사들을 탐독했다. 그리고 정창민의 프로필에서·····.[·····무공이 일정 이상 수준이 되기 전에는 숨기고 살라는 스승님의 지시에 따라서 그는······]

“아~!!! 이런······.”

그녀는 탄식의 한숨이 절러 나왔다.마치 자기가 팔고 난 직후에 주식이 200배로 튀었다는 소식을 들은 것 같았다.

사실 정창민을 버리고 화산파에서 제법 잘나가는 매화 검수중에 한명인 백한수와 사귀었지만···.둘의 사이는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몇 년이나 사귀었던 정창민을 배신하고 상처 입히고, 그렇게 까지 해서 선택했던 백한수였지만 그에게 그녀는 그리 소중한 존재가 아니었다.

백한수에게는 홍미영 말고도 여자가 몇 명은 더 있었고, 홍미영은 많은 여자들 중에 한명일 뿐이었다.그래도 홍미영은 그를 떠나지 못했다.

그랬다가는 오랜 사랑을 배신한 자신이 너무 우습지 않은가?‘여자들이 많지만···. 그래도 가장 사랑하는 여자는 나야. 반드시 결혼은 나하고 할 거야.’그녀는 그렇게 생각하고 백한수의 바람기를 너그럽게 넘어갔다.능력 있는 남자라서 어쩔 수 없어.뭐 이런식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결정적인 사건이 있었으니···.어느날 그가 근무하고 있는 지부로 찾아간 그녀는 화산파 남자들의 시선이 이상한 것을 느꼈다.뭔가 그녀를 바라보는 시선이 끈적하다고 해야 할까?뭔가 이상했다.

그리고 그녀는 지나가다가 우연히 봤다.백한수가 태블릿으로 한 개의 동영상을 동료들하고 낄낄거리면서 보고 있는 것을 말이다.

“한수 자네는 정말 제주도 좋군. 보아하니 제법 미녀인데 어떻게 하면 이렇게 만들지?”

“아··· 머리 속에 든게 없거든요? 그제 내가 시키면 뭐든지 다 하죠?”

“이야···. 아무리 그래도···. 역시 한수 선배입니다. 제가 또 졌네요. 여기 10만원요.”

“크큭···. 거봐. 내가 시키면 뭐든지 한다니까? 어때? 또 한판 할까?”

“글쎄요···. 이런 것 까지 하는 여자면 수치심이라고는 없는 걸레 일 텐데···. 에이~. 이제 안 하렵니다. 저 걸레라면 더 한 것도 할 걸요?”

“하하하 그건 그렇지.”

“정 뭐하면 저한테 하루 빌려 주시던가요?”

“오~, 그거 괜찮지? 10만원 콜?”

“저한테 뜯어간게 얼마인데 걸레 하루 빌려주는 것도 공짜로 못 합니까?”

“크하하하하하·····.”

“··············.”

뒤편에서 대화를 듣고 있던 그녀는 얼굴이 빨개지는 것을 느꼈다.최근 잠자리에서 그가 좀 이상한 것들을 많이 요구하기는 했다.

혼자서 해보라던가?망측한 옷을 입어 보라던가?천박한 대사를 말해 보라던가?그리고 그것을 추억으로 남기겠다고··.절대 어디에도 새 나가지 못하게 하겠다고 핸드폰 영상으로 촬영하기도 했다.남자들이 보고 있는 것은 그 영상들이었다.

오면서 자신을 끈적하게 바라본 남자들의 시선들도 이제야 이해가 갔다.그녀는 미친 듯이 뛰어서 화산파 지부를 나갔다.

그 후 그녀는 한동안 두문불출하고 집안에 칩거하고 있었다.백한수는 몇 번 연락하다가 말았다.

그녀를 더욱더 부끄러워 하는 것은 그때 그 장소에 백한수와 그의 동료들이 그녀가 대화를 듣고 있다는 것을 뻔히 알고 있었을 것이라는 것이다.그들은 무공의 고수다.

그것도 매화검수에 들 정도면 못해도 2류의 수준은 넘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그런 그들이 일반인인 홍미영의 기척을 놓칠 리가 없지 않은가?그들은 처음부터 홍미영이 거기에 있는 것을 알면서도 아무 거리낌 없이 그런 대화를 했던 것이다.

그게 그녀를 한없이 비참하게 했다.그의 여자가 되기 위해서 한때 사랑하던 남자를 생지옥에 집어 던지기 까지 했는데···.그런데 이제는 자신이 그렇게 되지 않았는가?그녀는 한 동안 인터넷을 꾸준히 체크하면서 혹시라도 자신의 영상이 올라오지 않았나 만을 살피고 살았다.

마치 폐인처럼 말이다.그러다가 최근에 어느정도 기운을 차리고 간신히 사회에 복귀했는데···.이번에는 자기가 오래전에 버렸던 남자가 대한민국에서 최고의 비무대회의 프로 선수가 되었다.

비무대회 1부 리그의 선수라면 일개 매화검수 따위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위치다.못해도 1류. 혹은 절정의 경지를 넘보는 고수일 것이다.

자기 바로 옆에 그런 복덩어리가 있었는데 놓치다니····.그녀는 이 현실을 참을 수가 없었다.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그녀는 화장실로 뛰어갔다.

주변에 직장 동료들이 그런 그녀를 보고 이상하게 생각했지만 그녀는 화장실에 가서 남몰래 목소리를 죽이고 울고 또 울었다.남들이 보기에는 이기적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그녀 자신은 자신의 인생이 너무 불쌍했다.

그가 애당초 자신에게 정체를 밝혔다면····.백한수가 자신을 버리지 않았다면····.자신도 무공을 배울 수 있었다면····.이기적인 인간의 공통점은 어떤 상황이건 타인을 탓한다는 것이다.그녀는 그런 인간의 전형이었다.

시합을 앞에 두고 보통 선수들은 무엇을 할까?우선 상대를 연구하는 것이 중요했다. 상대의 시합 데이터를 보고 연구하면서 약점을 찾고 대책을 강구한다.

그게 보통 시합을 앞에 두고 있는 선수가 해야 할 일이다.하지만 정창민하고는 아무 상관없는 일이었다.

한예빈이 갸륵하게도 상대의 시합 영상을 수백편이나 구해줬다.하지만 정창민은 그 영상들을 한 두 편만 보고 팽겨쳐 버렸다.

그런 정창민에게 한예빈이 물어봤다.

“연구 안 해도 되요?”

“일단 봐뒀어. 그 정도면 충분해.”

담담하게 말하는 정창민의 태도가 오히려 한예빈을 더욱더 매료시켰다.강한남자, 다소 나쁜 남자가 취향인 그녀에게 있어서 정창민의 시크한 태도는 더욱더 스트라이크 취향이었다.

사실 정창민은 오만하게 대처하고 있는게 아니라 진짜 당연하게 대처하고 있는게 좋았다.상대에 관해서 이런저런 대책을 세우는 것은 얕은 자들의 수단이다.

정창민은 마음만 먹으면 어떤 상대도 어떤 수법도 받아 줄 수 있었다.결국은 압도적인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그럼···. 시합 대책은 됐으니···. 우리 뭐 할까요? 섹스?”

“미안하지만 패스. 피곤해.”

============================ 작품 후기 ============================전 여자의 복수 떡밥을 무시할 생각은 없지만 질질 끌 생각도 없습니다.바로바로 끝내고 갑로드를 가야겠죠.추천과 댓글로 응원해 주시는 분들 모두에게 감사드립니다.

원래 10화 까지만 연참하려고 했지만 여러분들 반응이 너무 좋아서 연참을 좀 늘렸습니다.그럼 즐감하십시오.^^< -- 갑은 복수를 잊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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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에···. 피곤할 리가 없잖아요? 이런 미인하고 침대에서 하루 종일 뒹구는게 얼마나 많은 남자들의 꿈인 줄 알아요?”

“글쎄····. 어쨌든 난 빼줘.”

“부우~~.”

볼을 빵빵하게 부풀린 한예빈의 이런 어리광을 볼 수 있는 것은 정창민 뿐이었다.정작 그 정창민은 담담하게 반응하고 있지만 말이다.

“정 할 일 없으면····. 응?”

적당히 상대해서 한예빈을 돌려 보내려고 하는 정창민이었다.그러다가 핸드폰에 온 문자를 보고 눈이 변했다.

회 ‘그래···. 언젠가는 올 줄 알았지···. 결국 왔구나.’오래동안 사회와 격리되어 있다가 돌아온 정창민이 가장 신경쓴 일이 하나 있었다.바로 예전에 쓰던 핸드폰 번호를 회복하는 일이었다.

그것을 가장 먼저 해야 했다.왜냐하면 언젠가는 걸려올지 모를 그 전화를 기다려야 했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오늘···.드디어 그 전화가 걸려왔다.‘내가 이름을 날리고 나서 한달도 되지 않아서인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군.’정창민의 전화에는 ‘홍미영’이라는 이름이 뚜렷하게 떠올라 있었다.

세련되어 보이는 카페에 한 미모의 여성이 예쁘게 차려입고 누구를 기다리고 있었다.주변에 지나가는 남자들이 한 번쯤은 돌아볼 만한 아름다운 미모를 하고 있는 그녀는 바로 홍미영이었다.

원래 제법 아름다운 편이기도 했지만 그런 그녀가 한껏 꾸미고 나와서 더욱더 남자들의 시선을 잡아 끌었다.그녀가 가지고 있는 옷 중에서 가장 세련되고 그리 천박하지 않은 옷을 골라서 입고 온 그녀는 2분 단위로 계속해서 시간을 체크했다.

“오빠가 안 오네···. 혹시 시간을 잘못 아나?”

예전에 사귀던 때에 자주 만나던 카페에서 오후 2시에···.라고 약속 장소를 정했는데 30분 먼저 도착한 그녀에 비해서 정창민은 한 시간이 지나도 오지 않고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계속해서 기다렸다.

만나준다는 사실 자체에 그녀는 가슴이 들뜨고 있었다.사실 이제까지 그녀가 정창민에게 한 짓을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을 최대한 합리화 시키고 있었다.그녀의 논리는 이랬다.

자신과 정창민을 갈라놓은 것은 모두 백한수다.같은 피해자니까 그렇게 자신만 나쁜 것은 아니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이런 식의 자기 변명이 계속해서 반복되고 있었다.한때 법정에서 정창민을 사회적으로 매장시키는 증언까지 했던 것은 조금도 신경 쓰지 않고 말이다.

그녀는 오로지 자신에게 유리한 사실만 기억하고 있었다.

“오빠한테 전화해 볼까?”

아쉬워 보일까봐 자제하고 있었지만 이제는 슬슬 한계였다.그녀가 그렇게 생각하며 핸드폰을 꺼낼 때 카페의 문이 열리고 기다리던 남자가 나타났다.

바로 정창민이었다.‘어머···? 저게 창민이 오빠?’오랜만에 만난 정창민을 본 그녀는 넋이 나가 버렸다.

그녀의 기억 속에 있는 정창민이라는 남자는 착하고 성실하지만 그리 세련된 남자는 아니었다.항상 수수한 패션을 고수하던 그가 이번에는 멋지게 멋을 내고 왔다.

진한 바이커 진 바지를 입고, 위에는 밝은 회색의 빈티지 니트를 티를 입고 그 위에 베르사체 자켓을 걸쳤다.그리고 선글라스를 쓰고 나타난 정창민은 고급 스러우면서도 약간 와일드한 남성적인 멋이 있었다.

그는 홍미영의 앞에 와서 자리에 털썩 앉았다.그러자 홍미영이 실실 웃으면서 말했다.

“아··· 오빠··· 오랜만이네.”

“·····그래. 그렇구나.”

“··········.”

간단하게 대답하는 정창민에게 홍미영은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망설였다.사실 만났을 때의 계획은 몇 가지나 세웠던 그녀였다.

정창민이 화났을 때, 화나지 않았을 때 모두 고려해서 그에 대비하고 있었다.하지만 실제로 정창민을 만나고 나자 생각하고 있던 시나리오들이 전부 날아가 버렸다.

마치 아직 순수함이 남아있던 시절로 돌아간 듯한 차각 마저 들 정도였다.덕분에 생각하고 있던 시나리오 들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어져 버렸다.

침묵하는 정창민을 눈앞에 두고 한참을 망설이던 그녀는 어렵게 한 마디를 꺼냈다.

“아···. 선글라서 잘 어울리네···.”

“그래.”

“····원래 선글라스 잘 안 썼지 않아?”

“····어쩔 수 없어. 요즘은 이거 없으면 피곤해.”

“아··· 아아···· 그래··· 그렇지.”

유명인의 피곤함을 어필하는 정창민은 개관적인 시선으로 보면 재수 덩어리였다.하지만 안달이 나다 못해 거의 발정이 난 상태인 홍미영이 보기에는 저것조차 멋져 보일 뿐이었다.

‘아···. 어쩌자고 내가 저 남자를 찻을까? 이게 다 그 개자식 때문이야.’새삼 스럽게 백한수에 대한 적개심이 무럭무럭 솟구치는 홍미영이었다.

“저기 오빠···. 요즘 만나는 사람 있어요?”

“·····그건 알아서 뭐 하게?”

“아니··· 난 그냥 오빠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싶어서·····.”

“···············.”

‘물건은 물건이군···.’한때 사랑했던 여자의 바닥을 보는 정창민의 기분은 묘했다.원래 이렇게 형편없는 여자였던가?아니면 그런 일들을 겪으면서 이렇게 형편 없는 여자로 변한 것일까?알 길은 없지만 지금 자존심이고 뭐고 다 버리고 알량 거리고 있는 그녀는 정말 형편 없는 여자였다.

‘오래 끌 필요도 없겠군.’정창민은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홍미영에게 말했다.

“시간 되면 같이 좀 놀래?”

“어···? 어어··· 그게 시간이·····.”

“필요 없으면 가고. 나 바빠.”

“아··. 괜찮아. 바쁘지만 오빠가 원하면 시간 좀 비우는 거야 뭐····.”

살짝 튕기려고 했던 홍미영은 정창민이 필요 없으면 가라고 하자 재빨리 달려 들었다.낚싯대에 달려드는 물고기도 저것보다는 좀 더 의심을 할 것인데····.그런걸 보면 인간이 때로는 물고기 보다도 더 머리가 나쁠 때가 있는 것 같다.잠시후···.

“아··· 아아··· 오빠···. 오빠 사랑해요···. 앙···· 미칠 것 같애·····.”

“··············.”

카페에서 나가고 한 시간도 되지 않아서 둘은 러브 호텔에서 알몸으로 뒹굴고 있었다.정창민의 아래에서 발정난 한 마리의 개처럼 날뛰는 홍미영은 아름답다기 보다는 천박할 정도였다.

남녀의 섹스는 어떤 의도를 가지고 행하냐에 따라서 줄 수 있는 감성이 전혀 달랐다.어느 한쪽이 강제적인 섹스는 다른 사람들이 봤을 때 분노만 일으킨다.

그리고 이렇게 한쪽이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하는 경우도 거기에 못지 않게 불쾌했다.

“아·· 오빠···. 더··· 더··· 기분 좋아요? ··· 아아··· 오빠?···· 아···아앙····.”

“··············.”

정창민의 몸에 매달려서 백사 같은 사지를 휘감으면서 음란하게 허리를 움직이고 있는 홍미영은 창녀가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자기 몸을 미끼로 한때 사회적으로 매장 시키고 파멸 시켰던 옛 남자의 환심을 사려는 여자.솔직히 이 정도면 화류계 여자들 보다도 훨씬 천박하다.

그녀들은 그래도 먹고 살자고 업으로 하지 않는가?

“아··· 오빠···. 오빠··· 너무 쎄····. 아앙··· 아···· 아아···· 아아아······. 미영이 죽겠어. 오빠·····. 아아··.”

“·············.”

절정에 도달하는 그녀의 안에 성욕을 배설한 정창민은 호흡을 고르면서 몸을 일으켰다.

“으음···. 오빠? 어디 가게요?”

일만 치르고 바로 일어나서 옷을 입는 정창민을 보고 그녀는 조금 섭섭하다는 듯이 말했다.

“나 갈 거야. 넌 어쩔거냐?”

“아···. 저기····. 좀 같이 누워 있다가 가면 안되요?”

이대로 섹스만 하고 가버리면 마치 창녀 같지 않은가? 라는 말은 차마 할 수 없었다.지금 정창민의 심기를 거스를 수 있을 정도로 그녀는 담이 크지는 못했다.

“난 갈거야. 넌 여기 있던가?”

“아니요··. 저도 급한 일이 생각났어요. 같이 가요.”

홍미영은 황급하게 자리에서 일어나서 옷을 입었다.사실 그녀 정도의 미모를 가진 여자가 남자에게 이렇게 목을 매다는 일은 무척 드문 일이었다.

하지만 눈앞의 정창민은 자존심을 버리고서라도 잡을 가치가 있는 남자였다.둘은 옷을 갈아입고 러브호텔의 앞을 나왔다.

홍미영은 그래도 다시 정창민을 자기 남자로 만들었다는 생각에 가슴이 뿌듯했다.지금 팔짱을 끼고 있는 이 남자가 자시 남자라고 세상에 광고라고 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기쁨도 얼마 가지 않았다.러브 호텔을 나오자 빨간 스포츠카가 그 둘을 기다리고 있었다.

빵빵~.

“창민씨? 여기에요.”

“어~. 예빈아. 오래 기다렸니?”

정창민은 태연하게 홍미영에게서 떨어져서 한예빈에게 걸어갔다.그리고 진하게 키스를 하고는 스포츠카의 조수석에 올라탔다.한예빈은 다정하게 안전벨트를 매어 주면서 정창민에게 말했다.

“뭐 하느라 여기까지 사람을 불렀어요?”

“아···. 그냥 스토커 하나 때 내려고. 마지막으로 좀 놀아줬지.”

정창민은 그렇게 말하면서 홍미영을 턱으로 가리켰다. 그러자 한예빈은 선글라스를 살짝 내려서 홍미영을 훑어보더니····.

“아···. 저거? 창민씨는 참···. 인정도 많아라 저런 안 생긴 애를 한 번 안아주고 싶었어요?”

“너무 끈질겨서 말이야···. 저거 미친년이거든. 한 번 봉사하는 셈 쳤어.”

“깔깔깔···. 그거 너무한다. 하긴 그래도 그렇게 생겼네요.”

둘의 대화를 듣고 있던 홍미영은 전신을 부들부들 떨었다.‘이건··. 이건····? 그래서····?’모든 것이 똑같았다.

스토커 취급에 깔보고 모독하고···.과거 자신이 정창민에게 했던 것을 그대로 당하고 있는 것이었다.그때 정창민이 느꼈던 모멸감. 배신감.그것을 홍미영은 그대로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반성을 할 성격은 절대로 아니었다.그녀는 눈물을 글썽거리면서 정창민에게 따졌다.

“이··· 이렇게 까지 해야 했어요?”

“응? 뭐가? 너 아직 집에 안가고 거기 있었니?”

“····이건 너무 하잖아. 이 개자식아~~!!!”

절규하듯이 노상에서 소리치는 그녀에게 정창민은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구질구질하기는····. 어이··.”

“잠깐만요··. 창민씨 여기는 나한테 맡겨 주세요.”

한예빈은 그렇게 말하고 당당하게 홍미영에게 다가갔다.그리고 울고 있는 그녀에게 말했다.

“자~. 일단 이거 받아.”

홍미영의 발에 덜어진 것은 천만 원권 수표였다.

“·············.”

“그거 받고 떨어져. 우리 창민씨 인생에 너같은 스크레치 생기면 피곤한 것 알지?”

“이익···. 내가 가만히 있을 줄 알아~!?”

백한수에게 배신당하고 이번에 자기가 과거에 버렸던 남자에게 또 배신당하고···.홍미영은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현실에 발악하듯이 외쳤다.하지만 한예빈은 그런 그녀를 싸늘하게 바라보면서 말했다.

“가만히 안 있으면?”

“·····주간지고 언론이고··. 닥치는 대로 다 떠들거야. 온통 다 떠들고 다닐 거라고~~!!!”

악을 쓰는 그녀에게 한예빈은 비웃음을 띄고는 말했다.

“어머 그래····. 이거 아니? 우리 나라에 한해 평균 몇 명이나 실종자가 나오는지?”

“···········.”

“어느 날 갑자기···. 멀쩡하던 사람이 연락이 안 되는 거야. 그리고 영원히 보이지 않는 거지. 영원히 말이야.”

“너··· 너너····?”

눈을 부릅뜬 홍미영에게 한예빈이 귓가에 입을 대고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입 조심해? 너 같은 스토커에게 반말 들을 인내심은 없어.”

“·············.”

한예빈의 말은 완벽한 진심이었다.눈빛만 봐도 그냥 말하는 허풍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홍미영은 잔뜩 겁을 먹고 얼어 버렸다.그런 홍미영에게 한예빈은 쇄기를 박았다.

“말귀 알아 먹었으면···. 저거 주워서 꺼져. 그리고 다시는 나나 창민씨 앞에 네 쌍판 보이지 마. 알겠어?”

“············.”

“그럼 접수 된 걸로 알겠어.”

============================ 작품 후기 ============================복수하면서 선하게 정당하게... 뿌우우....제 다른 소설의 주인공들은 몰라도 정창민하고 노예 상인의 알렉스는 그렇게 안 합니다.참고로 치우의 전승에 의문을 가지시는 분들을 위해서 치우 떡밥에 관해서 한 마디 하자면 저도 치우의 기원이 순수한 우리나라의 토속신앙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조선 후기에 숙종때 부터 우리나라의 것으로 해석하기 시작했다고 하더군요.지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하지만 '구원의 낙일'도 그렇고 전 제 소설에 치우를 등장 시키는 것을 좋아합니다.

왜? 당연히 폼나니까죠.장르 소설가인 제가 고작해야 시대고증을 위해서 멋있는 소재를 포기하는 일은 절대 없습니다.^^그러면 큰일 나~!? 안 나죠. 안 납니다.

일본의 페이트 시리즈에는 영국의 아더왕도 여자(아시죠? 세이버)로 등장 시켜서 별의 별 짓을 다 시켰고 삼국지의 유비 관우 장비를 여자로 만들기도 했는데... 뭐 저 정도면 양반이죠.^^추천과 댓글로 응원해 주시는 분들 모두에게 감사드립니다.앞으로도 뜨거운 응원 부탁 드립니다.

그럼 즐감하십시오.^^PS. '그녀는 나의 애완 동물' 업로드가 오늘 조금 늦습니다.죄송합니다.

내일 부터는 열심히 해서 이런일 없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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