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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가 갑이다-6화 (6/203)

“항복입니다. 도저히 못하겠습니다.”

그는 그렇게 손사래를 치고 나가 버렸다.마침 한창 흥이 올라서 이것저것 시험해 보고 싶었던 정창민의 입장에서는 아쉬울 뿐이었다.

‘아직 해보고 싶은게 잔뜩 있었는데·····. 어쩔 수 없나?’그는 내일을 기약하면서 아쉬움의 한 숨만 쉬었다.하지만 그는 몰랐다.

그날부로 그는 2부 리그에서 가장 싸우고 싶지 않은 선수로 찍혔다고 말이다.회다음날···.

“시합이 없어요?”

“예···. 모든 선수들이 대전을 거부했네요.”

“··········.”

“그래도 기다리면 시합은 잡힐 겁니다. 의무적으로 치러야 하는 매치도 있으니까요.”

“그건····· 얼마나 기다려야 합니까?”

“으음····, 한 일주일만 기다리면 됩니다.”

“그 말은··· 일주일에 한 번만 싸울 수 있다는 말이군요.”

“·········그런거죠.”

쾅~!!정창민은 주먹을 내리쳐서 카운터를 박살내 버렸다.그리고 카운터의 접수원의 멱살을 잡고 들어올려서 사납게 말했다.

“난 시합을 원한다. 지금 당장. 그런데 비무 대회에서 상대를 제공하지 못해? 차라리 네가 상대해 볼 테냐?”

“켁·· 저·· 저기 일단 ··· 켁··· 이것 좀 놔주시고···.”

접수원은 발을 동동 굴렀지만 그것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다.‘··········라는 상황을 만들고 싶지만, 그랬다가는 잡혀가겠지?’

“·····알겠습니다.”

통쾌한 상상을 현실로 실행했다가는 보통 손해 보기 마련이다.사람은 성질 죽이고 사는 법을 알아야 한다.

정창민은 얌전히 참고 뒤로 돌아갔다.하지만 이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물러나기에는 뭔가 좀 억울했다.

그때 그는 옆의 스타디움에서 벌어지는 1부 리그의 시합 포스터를 문득 발견했다.‘오늘 저녁이라·····.’[사천당가의 당진명 VS 화산파의 주명환]둘 다 들어 본 적 있는 선수들이다.

‘일단 온것···· 시합이나 보러 갈까?’2부 리그 선수에게는 1부 리그 시합 관전이 50% 할인 된다.정창민은 온 김에 한 번 보러가기로 마음먹었다.

표를 하고 스타디움에 입장했지만 시합은 아직 시작하지 않았다.시합까지는 아직 몇 시간은 기다려야 했다.

‘너무 일찍 왔군····. 그럼 뭘 한다?’그도 명색이 2부 리그 선수라서 그럴까?조기 입장이 가능하다기에 좋다 하고 들어왔는데 아직 시작도 안 했는지는 몰랐다.그는 온 김에 시합장이나 한 번 둘러보자고 생각했다.

나중에 자신도 여기에 올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다만 그는 여기를 목적지가 아니라 중간점일 뿐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그는 시합장 주변을 돌아보고 뒤편의 선수 대기실이나 락커룸이 있는 복도도 돌아봤다.많은 순수들의 피와 땀자국으로 얼룩져 있는 대기실에는 이미 몸을 풀고 있는 선수들이 몇 명 보였다.

‘일찍부터 부지런 한걸?’함부로 말을 거는 것은 허용되지 않지만 구경하는 것은 공짜다.평소에 TV에서 종종 보던 1부 리그 선수들을 가까이서 본고 있자 새삼 자신도 강호인이 되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비켜~. 비켜~!!”

갑자기 한 무리의 인간들이 소란스럽게 대기실 너머에 있는 락커룸으로 달려갔다.‘저기는····, 메인 이벤트 선수가 대기하는 곳이잖아?’시합 시작전에 메인 이벤트의 선수들 만을 위해서 만들어둔 공간이었다.

저기에 한 무리의 인간이 소란스럽게 달려가더니 잠시 후에 들것에 한명을 실어서 조심스럽게 데리고 나왔다.실려가는 사람의 얼굴은 정창민에게도 익숙한 사람이었다.

바로 오늘 시합의 메인이벤트를 장식하는 사천당가의 당진명이라는 남자였다.

“저 사람이 왜····?”

정창민은 상황이 어떻게 돌아간 것인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그가 들것에 실려 나가고 잠시 후에 사천당가의 인물로 보이는 사람이 몇 명인가 들어왔다.정창민은 그들이 하는 행동을 몰래 살펴 보면서 상황을 살폈다.

“제길····.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아무래도···· 뭐가 독에 당한 것 같습니다.”

“뭐? 독? 지금 장난하는 거냐?”

“그게······.”

“저 빌어먹을 자식···· 당가라는 놈이 독에 당해. 제길····. 나중에 나한테 오라고 해.”

“그럼···. 오늘 시합은 어떻게 할까요?”

“말이라고 하냐? 제길······. 포기해야지.”

사천당가의 인물중에 가장 높아 보이는 중년의 남자는 속으로 탄식 하면서도 시합을 포기 할 수밖에 없었다.비무대회에서 활동하는 것은 강호인에게 있어서 명성을 높이는 중요한 수단이었다.

누가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가?누가 상위 랭크에 있는가?이것들로 인해서 문파의 위상이 달라졌다.그렇다고 장로들이나 장문인, 가주 등이 나서는 일은 좀처럼 없다.

체면이라는 것이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그 대신에 활발하게 활동하는 것은 젊은층의 고수들이었다.

젊은 고수들의 실력을 비교 하는것 만으로도 문파의 우열은 드러나는 법이다.그리고 무엇보다 대중은 젊은 고수들이 싸우는 것을 더 선호했다.

젊고 강한 고수들은 대중들로부터 각광받는 최고의 스타였다.그래서 구대문파와 오대세가에서도 비무 대회에는 많은 공을 들이고 있었다.

그런 만큼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비열한 수단도 동원되고 있었다.컨디션을 망쳐 놓기 위해서 산공분을 풀거나 아니면 기습을 가해서 내상을 입히기도 한다.

또는 도저히 이길 자신이 없을 때에는 독을 먹여서 완전히 리타이어 시키기도 했다.물론 그렇게 되면 대중은 인터넷으로 온갖 소리를 다 하지만 그래도 증거가 없는 이상은 루머로 치부될 뿐이었다.

‘과연····. 그렇게 된 것인가?’정창민은 소리를 듣고 생각에 잠겼다.예전에는 그냥 말로만 들었지만 실제로 이런 상황이 벌어지자 피식 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순간 이 상황이 자신에게 득이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원래 그는 비교적 평범···. 아니 순박한 성격이었다.

다른 사람의 위기를 자신의 기회로 살릴 수 있는 주변머리는 없었다.하지만 사랑에 배신당하고 언제부터인가 독기가 생기기 시작하더니 성격도 변하기 시작했다.

똑똑···.

“잠시····. 나 좀 보죠.”

정창민은 한창 열이 받은 사천당가의 인물들의 주목을 한 몸에 받았다.

“네가 대신 출전해?”

“예. 안 됩니까?”

“·····허~, 네 이름이 뭐냐?”

“정창민입니다.”

“시합 경력은?”

“2부 리그에서 싸워 봤습니다.”

“2부 리그? 거기서 얼마나 싸워 봤다는 거냐?”

노골적으로 깔보는 상대에게 정창민은 뺨을 긁적 거리면서 대답했다.

“2전입니다.”

“2전? 지금 나한테 장난치는 것이냐?”

사천당가의 인물은 살기를 자욱하게 뿜어내면서 정창민을 압박했다.보통 2부 리그에서 1부 리그로 올라가려면 100전 이상의 경력을 쌓고 나서 간신히 올라 가는게 보통이었다.

한마디로 대문파의 배경이 없으면 올라오는 것 자체를 어렵게 만들어진 상황이었다.평소에는 으르렁 거리는 구대문파와 오대세가였지만 이런 면에서는 찰떡처럼 딱 맞았다.

그러니 고작 2전만으로 1부 리그에서, 그것도 화산파의 무인을 상대로 싸우겠다는 정창민의 태도에 사천당가의 남자는 화가 날 정도였다.가뜩이나 열 받을 상황에서 생전 처음 보는 애송이가 불난 집에 기름을 부으니 터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평소라면 애송이의 치기라고 무시하겠지만···. 오늘은 네가 운이 없었다.’그는 손에서 동전 두 개를 꺼내서 번개처럼 던졌다.

죽일 생각은 없었다.하지만 뼈 한 두개 정도는 부셔버릴 생각이었다.

하지만····.타탁~.

“이건 뭡니까? 용돈?”

“··········.”

어깨와 정강이를 노리고 섬광처럼 날아온 동전을 정창민은 태연하게 잡아 버렸다.자세 하나 흐트러지지 않았다.

‘피하는 것도 아니고 잡아?’사천당가의 사범인 자신의 기습을 이 거리에서 피할 수 있는 놈은 국내에서 100명이나 있을까 말까였다.그중에 피하지 않고 받아낼 수 있는 인간은 10명이 안 될 것이었다.

‘·····국내의 2부 리그에 저런 고수가 있었나?’그는 정창민에 대한 평가를 대폭 수정했다. 저런 강자라면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는 강자일지도 몰랐다.

“정창민이라고 했지? 소속된 문파는 어디냐?”

“소속된 문파라···. 없군요.”

“문파가 없다고? 무공은 어디서 배웠느냐?”

“스승님은 낭인입니다. 이름도 밝히지 않았습니다.”

“·········그거 정체를 숨기는 자들이 자주 써 먹는 수법이군.”

“덕분에 저처럼 선량한 사람들이 피해를 입는다니 가슴이 아픕니다.”

“··················.”

‘어떻게 한다·····.’그는 생각에 잠겼다.오늘 상대인 화산파의 주명한은 국내에서는 제법 고수 축에 들어가는 남자였다.

이제와서 사천당가의 다른 고수를 급하게 파견해서 승부를 장담 할 수는 없었다.여기서는 여론에 욕을 좀 먹는 한이 있더라고 시합을 포기할 생각이었다.

하지만····.‘그 빌어먹을 매화꽃 오타쿠 놈들을 엿 먹일 수 있다면 시도할 가치는 충분하지.’그는 결정했다.

“좋다. 사천 당가의 이름으로 널 보결 선수로 등록해 주마.”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정창민의 이 대화에서 말한 말 중에 유일한 진실이 아닐까 한다.1부 리그의 시합은 2부 리그와는 전혀 다르다.화려한 시합장에 만석인 관중들.뜨거운 응원과 토토에 걸리는 돈도 천문학적이다.무엇보다 시합의 수준이 차원이 달랐다.

“커억~!!”

한창 잘 싸우던 상대가 그대로 뒤편으로 날라가서 벽에 쳐 밖혀 버렸다.

“아아···, 결정타군요···. 소림의 여래장이 정통으로 들어갔습니다. 여기 느린 화면을 보시죠.”

“어디·· 아~ 여기군요···. 이미 공격을 상대가 유도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한국 소림 지부의 박공 선수··. 젊은 나이 치고는 여래장의 성취가 아주 뛰어납니다. 황금빛 서기가 상당히 선명하군요.”

“그렇게 말입니다.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 됩니다.”

메인 이벤트의 대기실에서 화면으로 대결을 보고 있던 정창민은 피식 웃어 버렸다.‘고작 저 정도로 여래장의 성취가 뛰어나?’무공을 모르던 시절에는 해설자의 말을 그대로 철썩 같이 믿었다.

하지만 스스로의 안목이 생긴 이후로는 자신의 안목이 더 정확하다는 것을 알았다.그의 눈에 보기에 저 박공이라는 남자는 겉멋만 들었지 한참 멀었다.

아니 저 상태로 가면 여래장의 극에는 절대로 도달 할수 없을 것이다.어쨌든····. 오프닝과 세미파이널도 모두 끝났다.

남은 것은 메인이벤트 뿐.자신의 차례인 것이다.‘이제 시간이다.

’그는 호흡을 가다듬고 심신을 편하게 가졌다.긴장할 이유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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