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기연은 얻는게 아니라 잡는 것이다. -- >
“제길····. 설마···. 설마 미영이가 날 배신할 줄이야····.”
포장마차에서 혼자서 술잔을 들이키고 있는 남자는 척 봐도 여자한테 실연 당하고 헤어진 남자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남자의 이름은 정창민.연봉 3,200에 그럭저럭 취업에 성공한 편인 평범한 사회 초년생이었다.
그는 애당초 큰 욕심은 없는 남자였다.보통 사람보다 약간 공부를 열심히 해서 그럭저럭 쓸 만한 학교에 들어가서 마찬가지로 열심히 스팩 쌓아서 등록금 본전 뽑을 만한 기업에 들어갔다.
그리고 이제 열심히 일해서 돈 모으고 나면 결혼, 출산, 애들 키우고 정년까지 열심히 일한다.이게 그의 인생 테크트리였다.
하지만····. 그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삐걱 거리기 시작했다.그의 여자친구 홍미영.회3년 동안 사귀었으면서 대학 시절부터 자신에게는 과분할 정도로 매력적인 여자라는 말은 주변에서 숫하게 들었다.
그리고 그 말을 들을 때 마다 농담처럼 웃어 넘겼다.하지만····.설마하니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날 줄은 몰랐다.
어느날 갑자기 문자로 날아온 한통의 통고는 그를 이렇게 미치게 만들었다.[나 남자 생겼어.우리 해어져.]이게 그녀가 남긴 짧은 이별 통보였다.
그게 다였다.철자까지 틀린 문자 하나.문자를 줘도 전화를 해도 다 씹힐 뿐이었다.
‘····이대로 있을 수는 없어. 미영이가 잠깐 토라진 것일 거야.’이대로 포기하기에는 지난 3년간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라서 너무 무거웠다.그는 결국 마지막 미련을 가지고 여자의 집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좋아. 하는 거야.”
그리고 그는 포장마차에서 일어나서 여자의 집으로 향했다.그리고 추운 밤 바람을 맞으면서 여자를 우직하게 기다렸다.술이 싹 깰 정도로 추운 바람이었지만 그래도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몇 시간 후에 여자가 나타났다.세련된 검은색 여성용 정장을 입고 나타는 그녀의 곁에는 한 명의 남자도 같이 있었다.
“오빠~. 여기서 뭐해?”
“·····미영아. 나····.”
막상 그녀를 보고 뭐라고 말 할까 망설이는 창민에게 그녀가 신경질 적으로 소리를 질렀다.
“정말~. 쪽팔리게 뭐하는 거야? 내가 그만 만나자고 했잖아?”
“········미영아····.”
“그렇게 불쌍하게 좀 쳐다 보지 마. 꼭 내가 나쁜 년 같잖아? 쿨하게 헤어졌으면 됐지. 사람이 왜 그래?”
그녀의 가차 없는 말은 차가운 비수가 되어서 창민의 가슴에 밖혔다.그리고 그때까지 아무말도 없이 옆에 있던 남자가 입을 열었다.
“보아하니···. 미영이 네 전 남자니?”
“아~ 한수씨···. 별것 아니예요. 이별 통보 했는데 좀 끈덕 지네요····.”
“그렇게 보이네···. 그나저나····.”
그는 눈앞에 있는 정창민을 위아래로 훑어 보고는 홍미영에게 말했다.
“너 눈 낮았구나?”
“한수씨도 참····.”
그녀는 짐짓 말리는 것처럼 말했지만 입가에는 우월감으로 인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사실인데 뭘···. 어쨌든 거기 너····. 이번이 처음이니 한 번만 봐주마. 앞으로 미영이 앞에 나타나지 마라. 알겠냐?”
“······미영이하고 직접 얘기하고 싶소. 그리고··· 초면에 말이 좀 지나친 것 아니요?”
정창민의 말에 상대 남자는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너 내가 누군지는 알고 말 하는 거냐?”
“···············.”
“정식으로 소개 하지. 화산파의 매화검수 1급. 백한수라고 한다. 이제 분위기 파악이 좀 되냐?”
“·····강호인?”
이 세계에서 일반인과 강호인은 상당한 차이를 가진다.막강한 힘을 가지고 세계의 군부와 검, 경에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강호인과 일반인의 차이는 평민과 귀족의 차이라고 해도 좋았다.
“알았으면 이제 꺼져라. 그리고···. 경고는 한 번 뿐이다. 알겠냐?”
백한수는 그렇게 말하고 홍미영의 어깨를 감싸 안고 그녀의 집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하지만 정창민은 다시 한 번 홍미영의 팔을 잡아서 얘기하려고 했다.
“미영아. 잠깐만··. 단 삼분이라도 되니까 내 말을···. 컥~.”
퍼억~.어디를 어떻게 맞았는지 파악도 하지 못하고 정창민은 무릎을 꿇었다.백한수의 일격은 일반인인 그의 눈에는 보이지도 않을 정도였다.
“너 사람 말 못 알아 듣는 구나?”
백한수는 무릎을 꿇은 정창민을 내려다 보면서 오만하게 말했다.
“이익····. 민간인 폭행은····.”
“아아~, 금물이지···. 하지만 내가 보기에 넌 민간인이 아니라 스토커. 그러니까 범죄자인걸?”
“·········그런 억지로···.”
“억지라니. 사실이야. 그렇지 미영아.”
백한수의 말에 홍미영은 한때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남자를 보면서 차갑게 말했다.
“맞아요. 그럼···. 오빠가 자경 권한으로 혼 좀 내줘요.”
“그래···. 그럼 그러도록 하지····.”
“·····미영아···. 너 그렇게 까지····.”
손을 풀면서 다가오는 백한수를 보면서 정창민은 기가 막혔다.한때 그렇게 사랑하던 사이였는데···.그렇게 일방적인 이별 통보로 끝이라고?그리고 단 한 번의 대화도 허락 없이···. 그리고 마지막에는 이렇게 까지····.그 수많은 밤에 그녀가 속삭인 사랑의 밀어들이 모두 허무해 졌다.
“각오는 됐겠지? 스토커씨?”
“················.”
잠시 후···.앰블런스 한 대가 중환자를 실어갔다.정창민은 중환자실에서 이틀간 사경을 헤맸다.
정말로 한때는 목숨 까지 위험할 정도로 폭행당한 것이다.간신히 목숨을 건지고 나서 정창민은 법에 호소했다.
이제 홍미영에 대한 미련은 없었다.그런 여자를 한때 사랑했다는 것도 후회될 따름이었다.
하지만 억울하게 죽을 뻔한 것에 대한 대가는 받으려고 했다.하지만·····.법은 그의 편이 아니었다.
이 세계에서 강호인은 일반인들보다 훨씬 더 우월한 위치에 있는 인간들이었다.그들은 일반인들 보다 훨씬 강한 힘을 가지고 잇었고 세계 각국의 정부는 그런 그들을 치안 유지에 이용하고 있었다.
아이러니 한 것은 그들 강호인이 나서야 할 정도로 무서운 범죄는 대부분 강호인들의 저지른 범죄라는 것이다.하여튼 이렇게 무서운 세상이다 보니 정부에서는 강호인들에게 일종의 면책권을 줬다.
자율적 법적 규제권.이라고 부르는 이것을 세상 사람들은 흔히 ‘살인 면허증’이라고 불렀다.그런 강호인이게 몇 대 맞았다고 해서 고소가 통할 리가 없었다.
오히려 백한수는 정창민을 홍미영에 대한 스토킹 행위로 고소했다.문자로 이별 통보를 받고 딱 한번 얼굴을 보였을 뿐인데 어느새 스토커로 찍혀 버린 것이다.
결국 법원에서 손을 들어준 것은 강호인인 백한수였고, 정창민은 막대한 벌금만 물어야 했다.그 뿐만이 아니라 잘 다니던 회사 쪽에서도 어떤 압력을 받았는지 갑자기 정창민을 해고했다.
회사에서 쫓겨나서 집에 돌아가는 길에 집앞에 백한수가 있었다.그는 비릿한 미소를 지으면서 정창민에게 말했다.
“어때? 이제 네가 누구한테 덤볐는지 좀 실감이 가냐?”
“······백한수·····.”
“너무 이 갈지 마라. 또 실려가고 싶냐?”
“··············.”
“그렇게 괜히 고소하고 귀찮게 구니까 나도 이렇게 밟아줄 수 밖에 없잖냐? 안 그래?”
“··············.”
“흥? 눈에 힘이 남았군···. 뭐 좋다. 어쨌든 이제 더 잃을 놈도 없는 놈이니 어쩌겠냐? 한 번만 봐준다.”
놈은 지나가면서 정창민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면서 선심 쓰듯이 말했다.
“이게 너하고 나의 차이다. 알았으면 인생 교훈 한번 제대로 치뤘다고 생각해라.”
그리고 차에 오르는 놈의 조수석에는 홍미영이 타고 있었다.그 둘은 그대로 차에 올라탔다.
그리고 정창민은 소리없이 울부짖으면서 맹세했다.다시는···. 다시는 이런 뼈속까지 사뭇치는 치욕은 당하지 않겠다고 말이다.
인간이 어느 날 갑자기 변한다?과연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결론부터 말하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계기는 여러 가지가 있다.
아주 사소한 것부터 큰 일까지···.인간은 언제 어디서든 극단적으로 변할 수 있는 것이었다.연인에게 배신 당하고 회사에서도 퇴출 당한 정창민은 복수를 꿈꿨다.
자신을 배신하고 짓밟은 그들에게 복수를 하기로 마음 먹은 것이다.하지만 상대는 강호인.그에게는 강호인을 상대하기 위한 권력도 재력도 없었다.
그런 그가 강호인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오직 한가지 방법 박에 없었다.하지만···.무공을 배우기 위해서는 재능이나 재력이 있어야 했다.
확실한 재능이 있다면 어느 문파든 전력으로 삼기 위해서 가르쳐 준다.그리고 문파에 기부를 많이 할 수 있을 정도로 재력이 풍부한 사람들 역시 문파에서 무공을 배울 수 있다.
정창민은 이 두 가지에 다 들어가지 않았다.무엇보다 그의 경우에는 이미 나이가 20대이다.
보통 빠르면 5세 정도 전후로 무공을 시작하는 것을 생각하면 난 나이가 너무 많았다.그래도 얼굴에 철판 깔고 몇몇 문파에 문을 두드려 봤다.
그러나 결국은 통하지 않았다.정창민의 나이에 신입 문도를 받아주는 문파는 어디에도 없었다.
“부탁입니다. 일단 도전이라도 해 보게 해 주십시오.”
“당신 같은 사람 하루에도 수십 명씩 찾아옵니다. 포기 하고 돌아가세요.”
“늦게 배워서 대성한 경우도 있지 않습니까?”
“그런건 아주 극소수의 경우입니다. 그냥 돌아가요. 안 그러면 힘으로 쫒아 냅니다.”
“············.”
결국 그는 힘없는 발걸음으로 터덜터덜 걸어갔다.‘여기가 마지막이었는데·····.’이제 한국에 있는 문파중에서는 더 이상 발을 두드릴 곳도 없었다.그때 나가는 길에 심사관이 중얼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이 들어도 대성한다고? 지가 무슨 전설 속의 주인공인줄 아나?”
그의 투덜거림에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누구는 현실을 몰라서 이러나····.’
“흥? 차라리 있는지도 없는지도 모를 산속의 도인을 찾아갈 보지?”
그의 말에 정창민은 눈이 번쩍 뜨였다.산속의 도인?그렇다····. 아주 가끔씩이지만 세속에서 덜어져서 산속에서 홀로 도를 닦고 사는 은거 고수들이 있다는 말은 들었다.
다만 그들의 경우는 만나기가 극도로 어렵다고 하지만····.‘내가 지금 찬밥 더운 밥 가릴 때가 아니지···.’정창민은 그 즉시 산으로 떠났다.목표로 한 산은 우리 나라에서 수행자가 가장 많이 산다고 알려진 명산.바로 지리산이었다.
‘여기 어디엔가 은거 기인이 있겠지?’지리산에 도착한 정창민은 마음을 단단히 먹고 산을 뒤지기 위한 준비를 했다.지도와 등산 장비를 챙겨서 이 넓은 지리산 산맥을 꼼꼼하게 뒤지기로 했다.
이 넓은 산맥을 뒤져서 사람을 하나 찾는 것은 백사장에서 바늘 찾기다.하지만 인간의 집념이라는 것은 때로는 머릿속에서 포기라는 단어를 지워 버리는 효과를 발휘하기도 한다.
지금의 정창민처럼 말이다.============================ 작품 후기 ============================추천과 댓글 잘 부탁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