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경제 대통령-134화 (134/135)

< -- IMF와 고구려 연방공화국 -- >

오전 10시 30분부터 거행된 창건 10주년을 기념하는 국군의 날 행사는 육.해.공군 및 특수부대, 전략미사일부대의 열병과 분열로 참가한 내외 귀빈들로부터 많은 박수갈채를 받았다.

이어 벌어진 특수 비행팀인 삼족오 비행팀의 축하 비행을 끝으로 창건 10주년을 기념하는 국군의 날 행사는 막을 내렸다. 1시간에 걸쳐 벌어진 식이 끝나자 나는 바로 통령 궁으로 이동해 러시아 공화국의 푸틴 대통령과 오찬을 겸한 정상회담에 돌입한다.

둘이 식탁에 마주앉자 먼저 차가 나오기 시작하는 가운데, 푸틴이 먼저 입을 연다.

"우리 러시아 공화국이 세(勢)가 아무리 약해졌기로서니 사우디 국왕 다음에 내가 각하를 만난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섭섭합니다."

"하하하..........! 각하께서 그런 생각까지 하실 줄은 미처 헤아리지 못했습니다. 저와 사우디 국왕과는 근 30년 지기라서 배려를 하다 보니 그렇게 되었습니다.

결례가 되었다면 양해하시죠."

나의 말에 사뭇 굳었던 푸틴의 안색이 조금은 누그러진다.

"각하의 말씀을 들으니 어느 정도 이해가 됩니다. 그렇지만 제 입장에서는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짚고 넘어가야 속이 풀리므로 어쩔 수 없었습니다.

양해하십시오."

"됐습니다. 제 입장에서야 양해고 자시고 할 것이 없으니까요. 그런데 다행히 요즈음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 값이 기지개를 켜는 바람에 러시아공화국이나 우리나 경제가 더욱 나아질 것 같아서 다행입니다."

"동감입니다. 그런데 각하..........!"

"말씀하세요."

"고려자치주나 고구려공화국의 창설에 이르는 과정을 보면 전임 대통령인 미하일 고르바초프나 보리스 엘친이 각하께 너무 수월하게 러시아 공화국 영토를 넘겨준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때가 한 두 번이 아닙니다. 어차피 지금에 와서 거론해 봐야 때 늦은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그래도 각하께서는 영토를 내어준 러시아 연방에 대한 배려를 더 하실 의향은 없으신지요?"

나는 내심 푸틴의 입에서 이 말이 나오지 않기를 바랐다.

내 입장에서는 껄끄러운 이야기니까. 그렇지만 민족주의 성향이 강한 푸틴은 기어코 이 이야기를 꺼내고 만다.

"우리도 그동안 음으로 양으로 러시아공화국에 대한 지원을 많이 한 것으로 본인은 생각하고 있습니다.

매년 애초의 약속대로 우리에게 걷힌 법인세의 50%를 연방정부에 넘겨주었고, 국가부도 직전에는 200억 달러의 차관도 제공한 바가 있습니다. 더하여 시베리아 횡단철도도 가설하고 있고요."

"우리가 넘겨준 자원에 비하면 이는 아무 것도 아닙니다. 저는 고구려공화국에서 좀 더 러시아공화국에 지원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푸틴의 말이 이치에 닿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내 입장에서는 칼만 안 들었지 강도와 다름없이 보인다. 고심 끝에 내가 묻는다.

"무엇을 더 원하십니까?"

"기 지원해준 200억 달러를 무상공여로 수정하고, 우리에게 최신예 기인 수호이 50, 50대를 무상으로 주세요."

'하~! 이거야, 털도 안 뽑고 날로 그냥 먹으려 드네!'

내심의 내 생각을 그대로 뱉을 수는 없다. 하지만 나는 고뇌에 찬 표정으로 한참을 생각하다가 입을 연다.

"전임자가 어떻게 했든, 전임자와의 약속을 후임자가 뒤집는 것은, 국제관례나 신의에 어긋나는 일입니다.

그 생각은 한 번 해보시고, 그 이야기를 하시는 것입니까?"

"물론 저도 압니다. 제가 대통령이 되기까지 각하로부터 물심양면의 지원을 받은 것도 잊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너무 헐값에 나라를 팔아먹었다는 생각을 나만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각하께서는 명심하시고, 두 나라 간의 우의가 영원하려면 이익을 많이 본 고구려공화국 쪽에서, 좀 더 러시아공화국에 시혜를 베풀어야 하지 않느냐 하는 것이, 제 말의 요지입니다.

'허허 참, 이거...........!'

전혀 이치에 부합되지 않는다고 볼 수도 없고 난감하다. 하지만 내 말 한 마디에 몇 백억 달러가 왔다 갔다 하는 순간이라, 나는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답변한다.

"우리가 러시아의 빚 200억 달러를 탕감해주는 순간, 러시아는 국제사회로부터 평판을 잃게 됩니다. 그렇게 할 수는 없고.......... 대신........... 하바로브로부터 모스크바까지 팔차선 고속도로를 우리 자본으로 시공하겠습니다.

단 통행료 징수권은 우리에게 주는 것으로 했으면 좋겠습니다."

"좋습니다. 서로 이익이니 고속도로를 고구려공화국이 건설해주는 것에는 찬성합니다. 하지만 징수권만은 안 됩니다.

러시아 내의 도로에 대해서는 우리가 징수권을 행사하겠습니다. 세상 어느 나라가 자국의 고속도로 통행료 징수권을 남의 나라에 넘겨준단 말입니까? 지난번 전철 운영권도 저는 근본적으로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아무리 귀국이 고속철을 건설한다 할지라도."

"흐흠..........! 과도한 통행료는 피차간에 좋을 것이 없을 것입니다만.........?"

"저는 조금은 비싸다 싶은 정도로 책정해, 러시아 개발 자금의 일부로 삼으려 합니다만........?"

처음부터 끝까지 나에 대항하는 푸틴을 상대하려니 골치가 지끈지끈 아파오는 나다.

"그럼, 자국 내의 통행료는 자체적으로 징수하되, 통행료 책정은 쌍방의 동의를 얻는 것으로 하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그 정도는 제가 감수하죠. 그런데 전투기에 대한 각하의 언급이 없었습니다만?"

"원가인 대당 5,000만 달러에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것만은 도저히 제가 받아들일 수가 없습니다. 고구려 공화국 창설 초기에, 우리는 잠수함이고 전투기고, 미사일, 심지어 핵까지 그냥 넘겨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잠깐! 그것은 좀 말이 다릅니다. 그 당시 사실상 러시아 연방정부의 지원이 끊겨 모든 무기가 고철화 되는 것이 안타까워 제가 일방적인 지원을 해, 현 고구려공화국 창설의 근간이 되었습니다만.........?"

"그래도 얼마는 남았을 것이고, 핵과 미사일만은 어떤 일이 있어도 회수했어야 된다고 저는 생각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가 말하는 이면을 들여다보면, 너희들에게 당시 우리가 핵과 미사일을 넘기지 않았으면, 고구려 공화국이 현재와 같이 국제사회에서 발언권이 세지는 못했을 것이라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그 말 또한 상당히 일리 있는 말이라 나는 고심하지 않을 수 없다.

잠시 생각하던 내가 입을 연다.

"24대는 무상, 24대는 5,000만 달러면 어떻습니까?"

"좋습니다. 그것으로 상호간의 방위조약은 유효한 것입니다."

'지금 누가 더 국력이 센데, 무슨 말을 하는지 원? 아직도 이자는 과거의 영광에 취해 있나? 아니면 기죽기 싫다는 말인가?'

나는 내심 이런 생각을 하면 넌지시 묻는다.

"대한민국과도 무관세협정을 체결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무관세협정은 고구려공화국 하나로 족합니다. 그렇잖아도 우리 시장을 고구려공화국에 다 빼앗기고 있는데, 무엇 하러 추가를 합니까? 솔직히 우리는 아직 자원 외에는 팔 것이 별로 없으니 불리합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옛 소비에트연방의 독립국가와 무관세협정을 체결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그것은 우리가 관여할 문제가 아니라고 봅니다. 할 수 있다면 하십시오."

"좋습니다. 그런데 아까 미처 여쭙지 못한 것이 있는데.......... 모스크바 서쪽의 유럽 쪽은 러시아에서 팔차선 고속도로를 건설하는 것이죠?"

"그것은 우리가 하겠습니다만, 지금은 자금이 없어서 곤란하고 훗날 하겠습니다."

그러면 우리 입장에서는 또 곤란하다.

나는 이 고속도로가 비록 팔차선은 아니더라도 러시아를 지나 이웃나라와도 연결되길 바라는데 내 구상에 차질이 생기고 있다.

'또 돈을 집어넣어야 하나?'

번민이 많은 나다.

"그것을 유상으로 우리가 건설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우리야 좋지만 고구려공화국에 부담이 되는 것 아닙니까?"

'얄미운 놈!'

"그렇기야 하지만 두 나라의 경제를 위해서는 누가 해도 해야 할 일이죠."

"고맙습니다!"

처음으로 감사하다는 말을 입에 올리는 푸틴이다.

미소로 답한 내가 화제를 전환한다.

"제 생각에는 말입니다."

"말씀하세요."

"앞으로 한동안 자원 값이 고공행진을 거듭할 것 같습니다."

"반가운 예측이군요."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반 토막이라도 난단 말입니까?"

"급전직하로 그 지경이 된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그야..........."

잠시 생각하던 푸틴의 말이 이어진다.

"애초부터 없던 사람은 좀 더 어려워져도 견딥니다. 그러나 한 번 부자가 되었던 사람이 다시 크게 어려워지면, 전자보다는 더욱 견디기 힘들어할 것은 당연지사입니다."

"맞습니다. 그러면 나라에 분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농후하죠. 이것이 서방의 노림수인지도 모르죠. 항상 대비는 하고 있어야 합니다."

"선견에 감사드립니다. 역시 세계적인 부호는 그냥 되는 것이 아니고, 다 이유가 있군요."

"별 말씀을............."

"사적으로 공적으로나 각하의 도움을 많이 입었는데, 한 번 신세 갚을 기회를 주십시오. 근간에 편리한 시기에 모스크바를 한 번 방문해주실 것을 이 자리에서 공식적으로 초청하는 바입니다."

"감사합니다! 일정을 봐서 좋을 때에 한 번 방문하도록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이후 우리 둘의 이야기가 잠시 더 이어졌으나 공식적인 회담은 사실상 이것으로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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