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경제 대통령-133화 (133/135)

< -- IMF와 고구려 연방공화국 -- >

고구려 공화국 건국 10주년을 맞아 우리나라에는 많은 국가의 수반과 정부 요인들이 나의 초청으로 대거 참석했다. 그 면면을 꼽아보면 나와 오랜 교우 관계를 맺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왕 파드와 21세기 벽두 러시아 공화국의 새로운 대통령으로 선출된 푸틴, 그리고 주룽지(朱鎔基) 중국 총리, 모리 요시로 일본 총리, 그 외에도 북한의 홍 성남 내각 1총리, 동남아 각국의 수반들이 우리의 건국기념일을 축하해주기 위해 입국했다.

한편 한국에서는 나와 안면이 있는 박태준 자민련 총재가 사절로 참석한 반면에 특이하게도 미국에서는 콘돌리자 라이스 안보보좌관을 친선사절로 보내왔다. 라이스 보좌관은 흑인여성으로서 31세에 대학총장을 역임한 천재로 부시의 2기 행정부에서 국무부 장관을 맡게 될 여인이기도 하다.

노무연 대통령이 미국 방문 시, 평택 미군장갑차 사고로 숨진 두 여중생(심미선 신효순)의 이름을 거론하며 한국에서는 촛불시위가 한창이라며 미군의 행동을 강하게 항의했을 때, 느닷없이 서해 해전에서 전사한 한국장병들의 이름을 아느냐고 질문했던 사람이다.

노 대통령이 장병의 이름을 기억 못하고 우물쭈물하자,

'적군의 의도적 침공에 장렬하게 전사한 애국 장병들의 이름은 모르면서, 혈맹의 훈련 중 실수로 사망한 여중생의 이름은 알고 항의하는 대통령께서는, 혹시 적과 아군을 반대로 잘못 알고 계시는 것 아닙니까?'

라고 질문하여, 임기응변에 능하고 말 잘하는 노대통령을 쩔쩔매게 했던 사람이다.

이런 기지와 당돌한 면이 있는 그녀여서 인지는 몰라도, 그녀가 오전 9시에 불쑥 나의 집무실로 찾아와 예정에 없던 나와의 면담을 요구한다. 시계를 보니 9시 30분에 개최키로 한 사우디 국왕과의 정상회담이 30분 남았다.

잠시 생각하던 나는 아직 미국의 힘을 무시할 수 없어 그녀에게 자리를 권한다.

"그 쪽에 앉으시죠. 어제 부시 대통령의 친서는 잘 받아보았는데, 무슨 일로 나와의 면담을 요구하시는 겁니까?"

"각하께 드릴 말씀이 있어서 입니다."

이렇게 운을 뗀 그녀가 계속해서 입을 연다.

"부시 대통령 각하의 서신에서도 이미 밝혔듯이 미국은 고구려 공화국에 의해 최신예 무기가 각국에 널리 판매되는 데 대해 우려를 금할 수가 없습니다. 결코 좋은 현상은 아니라고 보는데 각하의 견해는 어떠하십니까?"

"그것은 그 쪽의 일방적인 시각이고 제 입장에서는 더 최신예 무기인 SU-50을 미국의 권고대로 인도에 팔지 않은 것만으로도, 부시 대통령의 체면은 살려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아닙니까?"

"그것에 대해서는 부시 대통령 각하도 각하께 대단히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부시 행정부는 더 이상 최신 무기의 확산을 원치 않고 있다는 것을 각하께 꼭 알려드리고 싶어서 이렇게 무리한 자리를 요구했습니다."

"더 이상의 부당한 간섭은 아무리 미국이라도 받아들이지 않겠습니다. 그렇지만 나는 미국과 절실히 지금과 같은 선린 호혜의 관계를 원하고 있고, 제 진의는 전임인 클린턴 대통령께서도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모르시면 클린턴 대통령께 여쭈어보아도 괜찮습니다."

"결코 그런 일은 없을 것입니다. 필요하다면 통령 각하께서 직접 이 자리에서 직접 설명을 해주세요. 경청할 준비는 다 되어 있습니다.

역시 당돌한 그녀다운 대답이다. 이에 잠시 침음하던 내가 표정 관리를 하며 입을 연다.

"내 모국이 한국이고, 내 기업의 반이 미국에 있습니다. 또한 미국에는 나의 사랑하는 자식과 내 두 부인도 있습니다. 내가 미국과 척을 지기로 했다면 벌써 내 아들과 부인은 물론 내 사업 기반 대부분을 고구려 공화국으로 옮겼을 것입니다. 그렇지 않기에 나는 현재도 그대로 두고 있는 것입니다.

내 가슴의 소리를 진실로 말한다면 우리의 주적은 중화인민공화국입니다."

나의 이야기가 뜻밖인 듯 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던 라이스가 굳건하게 다물린 나의 입매무세를 바라보며 좀 더 풀린 표정으로 묻는다.

"좀 더 각하의 진정성 있는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내 모국인 한국의 역사에 대해서 알고 있는지 몰라도 나는 자라면서부터 중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일종의 피해의식이 있습니다. 지금은 아니지만 오천 년 역사동안 우리나라를 끊임없이 괴롭힌 나라가 그들이니까요. 그래서 나는 중국이 절대 강성해지는 것을 바라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도 그렇고 미래에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렇다는 각하께서 중국에 최신예 전투기 100대를 판다는 것은 모순 아닙니까?"

"아시다시피 우리에게는 그 보다도 더 첨단 기종인 SU-50이 있습니다. 이 최신예 기는 모의 시물레이션 결과 2 : 200의 대결에서도 단 한 대도 격추되지 않았고, 200대에 달하는 수호이 35기를 모조리 격추시킨 바가 있습니다. 그런데 뭐가 무서워 우리가 수호이 35 판매를 두려워하겠습니까?"

"그런 사실까지는 몰랐습니다. 정말 그런 놀라운 결과가 나왔습니까?"

"하하하.........! 지금 이 자리가 어떤 자리인데 제가 감히 거짓말을 하거나 허튼 소리를 지껄이겠습니까?"

나의 말에 손을 저은 라이스가 말한다.

"그런 뜻은 아니고요, 각하! 너무 놀라운 결과라서 제 마음에는 아직 이를 받아들이지 못해 재차 드린 질문이니 양해하세요. 그렇다면 생각을 달리할 여지도 있겠군요. 그런데 그 기종을 미국에 판매는 할 수 있는 것입니까?"

잠시 생각하던 내가 부드러운 미소로 답변한다.

"미국이 정말 원한다면 미국에만은 판매하도록 하겠습니다."

"우리도 비슷한 사양을 개발하고 있기는 하지만, 대당 가격이 워낙 고가이고 이제 시험비행을 마친 관계로 제 개인적으로 드린 말씀입니다."

"하하하.........! 만약 미국에서 원한다면 대당 1억 달러에 판매할 수도 있습니다."

대당 5,000만 달러에 팔아도 이익이 남는 것을 나는 여기에 살을 붙인다.

"일단 부시 대통령께 보고 드리고 한 번 검토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각하를 워싱턴으로 정중하게 초청하는 바이니 근간에 각하께서 미국을 한 번 방문해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나 또한 이 자릴 빌어 부시 대통령 각하를 정중하게 초청하는 바입니다. 편리한 시기에 방문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대로 각하께 전해드리겠습니다. 오늘 대화 정말 감사했고, 각하의 진의를 알게 되어 더욱 기쁩니다.

바쁘신데 그럼 이만 물러가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내게 인사를 꾸벅하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라이스다.

나 또한 만족한 표정을 지으며 문가까지 그녀를 배웅한다. 그녀를 보내고 시간을 보니 9시 20분이다.

사우디 국왕과의 정상회담까지는 아직 10분이 남아 있다. 나는 잠시 집무실을 서성이다가 퍼뜩 무슨 생각이 떠올라 비서실장을 호출한다.

"부르셨습니까? 각하!"

잠시 후, 급하게 나타난 정 운수 비서실장이 꾸벅 내게 머리를 조아리며 묻는다.

"네, 베네수엘라의 생산현장에 있던 우리 직원들은 전원 철수했나요?"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1998년에 이어, 의회를 해산하고 실신된 올해의 신헌법 하에서도 또 다시 대통령이 되면서, 석유 관련 산업에 대해 국유화를 단행하고 강제 퇴거명령을 내림에 따라, 나는 그들의 신변이 걱정되어 묻는 것이다.

"네, 완전 철수했습니다. 그동안 각하의 지시대로 오코리노강의 유전만을 우리가 집중적으로 파먹어 빈껍데기만 남은 유전이라, 아니래도 올해 중에는 철수할 예정이었으니, 저 역시 철수하긴 해도 덜 서운합니다. 그런데 각하께서는 미래의 일을 정확히 아시니 이는 선견지명이라기보다도......... 옆에서 각하를 쭉 모셔오면서 소름이 돋을 때가 한 두 번이 아닙니다.

나는 그의 말에 빙그레 웃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하고, 다음으로 궁금한 것을 묻는다.

"셰일 가스 개발 기술은 확실히 끝난 것이죠."

"시험 결과 비용이 좀 많이 들기는 해도 성공작은 성공작입니다만..........?"

"유가나 가스 값이 좀 더 오르면 확실히 써 먹을 기술이니 좀 더 보완을 하도록 지시를 하세요."

"네, 각하!"

내가 사우디 국왕과의 정상회담을 생각하니 원유가 연상되어 비서실장과 이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것이다. 이때 비서관 하나가 사우디 파드국왕의 등장을 내게 알린다. 나는 황급히 문을 열고 나가 칠십 고령이 된 그를 환한 미소와 함께 영접한다.

"어서 오십시오! 국왕전하!"

"잘 지내셨소? 나의 형제여!"

"네, 춥지는 않으신지요?"

"춥기는 좀 춥소이다만, 각오를 단단히 하고 왔더니 견딜 만은 합니다."

5월 지금의 기온이 정확히는 몰라도 대략 섭씨 15도 내외일 것이다. 그렇지만 사우디 기후에 비하면 추울 것이므로 이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것이다.

"이리 앉으시지요, 국왕 전하!"

"고맙소이다. 그런데 나의 형제는 어째 더 젊어지는 듯하오. 비결이라도 있소?"

"설마 그럴 리가요. 빈말인 줄 알지만 듣기에는 좋군요. 전하의 건강도 여전히 좋아 보여 상당히 기쁩니다."

"보기는 그래도 이제는 사방이 안 아픈 데가 없어요. 다 젊을 때가 좋은 법이죠."

"하하하...........! 아직 정정하신데 그런 말씀을 하시다니.......... 아무튼 잘 오셨고요. 오신 길에 며칠 푹 쉬었다 가시죠. 온천물에 목욕도 좀 하시고요."

"그랬으면 얼마나 좋겠소. 보기보다는 그래도 내가 바쁜 몸이 되어놔서........."

"전하가 바쁘신 것은 저도 잘 알지요. 요즈음 기름 값이 다시 오르기 시작해서 한시름 덜었겠습니다만..........?"

"아비 부시가 이라크를 침공해 아랍의 기름을 수중에 넣고 농간을 부리는 바람에, 우리야 욕을 봤지만 비산유국들은 반대로 재미를 좀 봤을 것이오. 형제도 재미가 덜 했지요?"

"그래도 저는 사업을 다각화 해놔서 타격이 덜했습니다만 전적으로 기름에 의존해 사업하는 사람들은 큰 타격을 받았겠지요."

"그러나 저러나 형제가 젊어서부터 크게 될 줄은 알았지만 하나의 국가를 창설하고 그 수반까지 오를 줄은 나도 뜻밖이오. 아무튼 늦었지만 이제라도 축하를 드리는 바이오."

"감사합니다! 사업 초창기에 전하의 은덕을 많이 입어서 만약 전하가 원하는 것이 있다면 모두 들어드리고 싶은 심정에서 말씀드립니다만.......... 혹시 원하는 것이 계십니까?"

"거 뭣이오. 최신예기로 인도에 팔려다 만 기종을 우리에게 팔수는 없소?"

결국 또 그 이야기 인가? 나는 내심의 곤혹스러움을 그대로 노정하며 뜸을 들이다가 답한다.

"좀 전에도 부시의 안보보좌관을 만났습니다만, 부시가 우리의 최신에 전투기 판매를 두고 아주 심기가 상해 나에게 간접 경고를 하더이다.

이와 같이 우리의 제품이라도 아직은 제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도 있으니 상당히 곤란합니다. 대신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해서는 핵우산을 제공하고 더하여 몇 년 안에 개발될 극초음속 무인기로 사우디를 철통같이 방어해 드리겠습니다.

"하하하..........! 고맙소이다. 나도 그 무기를 수중에 넣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았기 때문에 크게 서운하지는 않소이다. 그런데 형제는 한 술 더 떠서 우리나라를 그렇게 보호해주겠다니 아주 감사하고 감사하오. 역시 내가 사람 하나는 잘 보았소. 여전히 의리가 있으니 말이오."

"전하의 저에 대해 베푼 온정에 비하면 이것은 아무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전하가 고맙게 생각하시니 저 역시 굉장히 기쁩니다."

"전투기 판매보다도 우리를 온전히 지켜주겠다는데 이보다 더한 약속이 어디 있단 말이오? 참으로 고맙고, 나 또한 기분이 매우 좋소이다. 그래서 드리는 말씀인데......... 기름이 영원한 것도 아니고........... 차제에 100만KW 원전4기를 연달아 발주할 예정인데.......... 참여할 수 있겠소?"

"참여하다마다요. 당연히 참여해서, 최저가 입찰로 당당히 따내야지요."

"잘 생각하셨소. 당신네들이 지은 원전이 지금까지 단 한 건의 큰 사고가 없었다는 게, 내게는 아주 매력적으로 다가온단 말씀이지."

"앞으로도 원전시공과 관리에 철저를 기해 단 한 건도 그런 불미스러운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리고 전하.........."

내가 의자를 끌어당겨 앉으며 말하자, 미소를 띤 파드국왕이 눈가에 잔주름을 지으며 말한다.

"말씀하세요!"

"전하! 오래 오래 만수무강 하세요!"

"사람 참, 싱겁기는.........."

그렇게 말해도 결코 싫은 표정이 아닌 나의 형제 파드국왕이다.

============================ 작품 후기 ============================

감사합니다! ^^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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