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경제 대통령-128화 (128/135)

< -- IMF와 고구려 연방공화국 -- >

고구려 공화국과 북한 사이에 맺은 것은 일종의 FTA로 저들은 우리나라에 모든 공산품은 물론 농산물, 광물까지 모두 무관세로 수출하되, 우리는 많은 관세를 물고 저들에게 수출하게 되어 있는 통상협정이었다. 예를 들면 휴대폰과 컴퓨터 같은 것은 2,000년 1월1일 발효시점 기준으로 300%의 관세가 붙는 것을 10년 동안 단계적으로 축소하여 2010년에는 무관세가 되도록 하는 조약인바, 우리가 상당히 불리하지만 종국에는 저들도 우리 시장에 통합되도록 하게끔 되어 있는 협정이다.

이솝우화대로 길가는 나그네의 외투를 벗기는 것은 사나운 북풍이 아니라 따뜻한 햇빛 논리는 김대중 정부와 맥을 같이 한다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튼 이렇게 10년 동안의 경협과 무역이 쌓이면 종당에 북한경제는 우리나라 경제에 예속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나를 비롯한 모든 연구소들의 예측이기에 우리는 처음의 손해를 무릅쓰고 이를 시행하고 있고, 미국과 한국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전투기도 판매한 것이다.

아무튼 이후 우리의 정상회담은 계속 이어졌지만 주요 의제에 대한 발언이 끝난 관계로 정상회담은 바로 끝나고 이어 '고조 우호통상조약'에 서명하는 것으로 나의 공식적인 행사는 끝이 났다. 남한의 김대중 대통령과 나와의 정상회담은 곧 성사될 듯 하면서도 지루한 물밑 작업 끝에 그해를 넘겨 아니 세기를 넘겨, 2,000년 3월 15일이 되어서야 성사가 되었다.

정상회담이 이렇게 지연된 데에는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다. 첫째는 김대중 정부는 나의 방문을 계기로 우리 그룹에서 부도가 난 대우그룹 전체를 인수하기를 바랐다.

그 과정에서 나는 애초부터 대우의 인수에는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다. 지난번 IMF환란 때 우리 그룹이 부도가 난 대한민국 기업 중 약 2/3의 인수를 했는데, 또 여기에 대우까지 인수해달라는 것은 너무 몰염치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또한 한 원인은 대우가 부도 처리되는 과정이 석연치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대우그룹 총수 김우중 씨는 여당은 물론 당시 야당인 김대중 후보에게도 상당한 선거자금을 회사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도 대통령이 된 김대중 씨는 북한과의 경협을 거부한다는 이유로 고깝게 생각하여 한 기업이 발행하는 사채를 한도를 두게 하여 안 그래도 휘청거리는 대우그룹에 결정타를 먹여 부도 처리시킨다. 대우가 북한과의 경협을 거부하자 대타로 등장한 것이 현대그룹이다. 그래도 내가 원하는 무관세협정을 맺는다면 어떻게 하든 대우그룹 정도야 인수할 수 있는 대원그룹이다. 그런데 뚜렷한 이유도 없이 가부의 결정을 않고 시일만 질질 끌면서 나보고 대우만 인수하라니 나도 뻗대고 있던 차에, 우리의 북한에 대한 전투기 공급 사실이 세계 언론에 보도되면서 상황은 더욱 나빠졌다.

잠시 냉각기를 가졌던 양국 정부는 곧 빅딜을 재개해 양국이 무관세협정을 맺는 대신 나는 부도난 대우그룹 전체를 인수하기로 하고 정상회담 날짜가 결정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나는 일종의 압력행사로 현재 한국에 두고 있는 우리 그룹의 본사를 전부 고구려 공화국으로 이전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를 한국 언론에 흘린다.

이에 법인세 부분이 약 절반으로 뚝 떨어질 것을 예견한 김대중 정부가 서둘러 정상회담 날짜를 잡은 것이 3월 15일이다. 사실 무관세협정을 맺으면 양국이 서로 이익이다.

고구려공화국이 미국이나 중국과 같이 쌀이나 고기를 수출하는 나라가 아니니 민감할 것도 없고, 우리의 가스나 광물자원을 원가에 사서 쓰면 대한민국 기업 자체가 경쟁력이 높아지는데다, 중국이나 여타에서 들여오는 경공업제품을 우리나라에서 무관세로 사들이면 그만큼 국민들은 싼값에 공급받을 수 있어 실질적인 살림살이도 나아진다는 소리다. 문제는 양국의 중복되는 산업분야인데 주로 조선과 철강과 전자가 그렇다.

이는 한국의 조선소는 좀 더 부가가치 높은 부분 즉 시추선이나 쇄빙선 등 고가 위주의 수주에 우선을 두고, 저가는 우리가 제작을 하면 큰 혼란이 없다. 그래서 우리 그룹은 일찍부터 그렇게 해오고 있다. 철강 또한 아직 고구려 공화국은 제철소가 크지 않아 자체 물량 충당하기도 벅차므로 한국의 것을 오히려 수입해서 써야할 판이니 큰 문제가 없다.

문제는 전자분야인데 이것도 백색가전 등 범용제품은 우리가 싼 인건비로 인해 월등한 경쟁력을 갖고 있으나, 반도체를 비롯한 통신장비는 아직 한국이 우월하니, 차제에 큰 기술을 요하지 않는 전자제품들은 대거 북한이나 고구려 공화국으로 공장을 이전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아무튼 내가 한국의 김포공항에 도착하니 의전 상 예정에 없던 김대중 대통령이 나를 맞는다.

둘은 반갑게 악수를 교환한 후 몰려드는 취재진들을 위해 잠시 사진 촬영을 한 우리는 곧장 청와대로 향한다. 청와대에 도착한 우리는 곧 예정대로 단독 정상회담에 돌입한다.

김대중 대통령이 날씨를 화제로 나에게 덕담을 건넨다.

"아침까지 내리던 보슬비가 각하가 도착하기 30분 전부터 활짝 개었습니다.

날씨도 각하의 방문을 축하해주는 듯 말입니다."

"하하하..........! 저의 방문과 날씨가 무슨 상관이 있겠습니까마는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감사합니다. 요즈음 각하의 건강은 어떠신지요?"

나는 김 대통령이 칠십 고령인지라 그의 건강을 염려하는 발언으로 화답한다.

"주치의 말로는 앞으로도 한 30년은 더 살겠다고 합디다. 하하하...........!"

물론 과장이겠지만 그렇게 말해주니 나 역시 기분이 좋다.

나는 빙긋 웃으며 좀 더 구체적인 질문을 던진다.

"요즈음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물밑 교섭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아는 데 잘 되어가고 있습니까?"

잠시 놀라는 눈치를 보이던 김 대통령이 말한다.

"각하께서 홀로 외롭게 북한의 외투를 벗기는 것보다는 함께 노력하면 나을 것 같아서 정상회담을 추진 중이나 그쪽의 요구사항이 많아서 좀 난감하기는 합니다."

"큰 것을 얻으려면 작은 것에 연연해서는 안 되지요. 그런데 이상한 것이 어째서 우리와의 무관세 협정을 맺는 것에 대해서는 계속 애매한 입장을 견지하셨는지요?"

"큰 틀에서 보면 양국 공히 이익이라는 것을 저도 잘 압니다. 문제는 한국 내의 기본 재벌들입니다. 마치 무관세협정을 맺는 것이 대원그룹에 일방적으로 문호를 개방하는 것으로 매도를 하며 거부의사를 공공연히 표현하니 저로서는 좀 괴로웠습니다."

"밴댕이 소갈머리 하고는........... 쯧쯧쯧...........! 양국이 윈윈하는 게임이 어찌 일 개 기업들의 사정이 개입된단 말입니까? 아무튼 잘 결정하셨고요. 차제에 몽골까지 4개국이 시장통합은 물론 더 나아가 연방정부를 구성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글쎄요. 궁극적으로는 그렇게 되어야겠으나, 국제관계의 역학상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저는 보고 있습니다. 금번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조지워커 부시 대통령만 해도 그렇게 진전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을 것입니다.

미국 국익에 반하는 것으로 볼 테고, 더 나아가서는 동북아에 또 하나의 강자가 출현하는 것을 미국뿐만 아니라 일본 중국 모두 두려운 시선으로 우리의 행보를 바라보면서, 은밀히 이를 저지하기 위하여 부심하지 않을까요?"

"그럴수록 우리는 더욱 노력해서 하나의 국가를 이루어야지요. 솔직히 고구려 공화국도 러시아 공화국에 누가 정권을 잡느냐에 따라 마냥 안전하다고 볼 수만은 없지 않겠습니까? 아직 뿌리 깊은 나무가 못되니 말입니다. 그래서 말입니다만 남한과 우리 고구려공화국 간에 상호 군사동맹을 맺는 것은 어떻습니까?"

"그럼, 미군은 어찌하고 아주 골치 아픈 문제군요. 우리야 맺으면 당연히 든든하고 좋지만........ 요는 미국입니다. 우리가 완전히 북방세력화 한다고 보지 않을까요?"

"미국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중국의 굴기입니다. 이 상태로 계속 발전을 한다면 아마 2020년 경에는 미국마저 중국에게 경제대국 자리를 내주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미국이라고 왜 이를 모르겠습니까? 그러니 우리가 힘을 합쳐 중국을 견제한다고 한다면 좋은 명분이 될 것입니다."

"그럼, 중국은 요?"

"그들에게는 우리가 든든한 우군이라는 인식을 주어야지요. 쉽게 말해 등거리외교를 하자는 말입니다."

"그러려면 우리에게 힘이 있어야 하는데..........?"

"4국이 통합된 연방정부가 된다면 미국은 몰라도 지금 현재의 중국은 능가할 것입니다. 물론 일본도 능가하고요. 말이 4국이지 경제규모는 러시아까지 5국입니다.

러시아 또한 우리와 무관세협정으로 완전한 단일경제권이나 마찬가지이니까요. 그러니 시장규모만 보아도 현 고구려 공화국의 인구가 3,000만 가까이 됩니다만, 저는 이를 10년 안에 5,000만으로 확대할 예정입니다. 인도는 물론 동남아의 저렴한 노동력을 이민으로 받아들여 젊은 피를 계속 수혈하여 국가가 고령화하는 것까지 막겠다는 복안이지요."

"말이 좀 옆으로 샜습니다만, 고구려 공화국의 인구 5천만에 남한 5천만 북한 2천팔백만, 몽골 약 400만 도합 1억3천2백만 인구에 러시아의 1억4천 시장을 합치면 근 3억에 가까운 시장이 단일경제권으로 탄생하는 것이니, 이는 세계 어느 나라도 무시할 수 없는 경재권이요, 세력이 될 것입니다."

"각하의 말씀만 들어도 우리 민족의 흥기하는 모습이 절로 보이는 듯해 아주 흐뭇합니다. 하하하.............!"

"제 말에 어폐가 있습니까?"

"아닙니다. 꼭 그렇게 되도록 우리 손잡고 노력해봅시다. 각하!"

"잘 생각하셨습니다! 각하!"

나는 말과 함께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새삼 김 대통령의 손을 굳게 잡고 흔든다.

============================ 작품 후기 ============================오늘은 좀 늦어서 일단 올리고 수정하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따라 글이 안 써지는 관계로........... 이럴 때일수록 작가에게 따뜻한 격려의 한마디와 3종 세트는 큰 힘이 됩니다!

^^

"감사합니다!"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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