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IMF와 고구려 연방공화국 -- >
"시베리아횡단철도(TSR)의 고속전철화 사업권을 우리에게 주는 것입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릴! 우리가 무슨 돈이 있어 그것을 현시점에서 발주할 수 있겠습니까?"
"운영권을 우리에게 준다면 그 수익으로 우리는 천천히 그것을 환수할 생각입니다."
"그것이 가능한 얘기요?"
"그렇습니다. 지금의 선로로서는 포화상태입니다. 우리 고구려 공화국과 러시아가 발전하려면 꼭 이 전철화사업은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것이야 동감하지만, 운영권을 영구히 줄 수는 없는 노릇이고, 기간을 설정합시다."
"당연하죠."
"20년이면 되겠소?"
"우리가 건설하려는 노선길이가 근 1만km에 가깝습니다. 그것도 시속 500km의 미래형 고속철을 부설하려면 얼마만한 돈이 투자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험, 험...........! 그거야 많이 들겠지요."
"많이 드는 정도가 아니라 천문학적인 자금이 소요될 텐데, 이것을 일이십 년 내에 회수가 가능하겠습니까? 그렇다고 운임을 비싸게 책정하면 이용자가 줄어들 뿐만 아니라, 우리의 산업에도 막대한 타격을 줄 것이므로, 그것은 우리가 원하는 바가 아니지요."
"그래서 얼마의 기간을 원하는 게요?"
이제 어느 정도 기가 살아 말투부터 달라지는 엘친이다.
"한 50년이면 어떻겠습니까?"
"그것은 너무 과하고 한 30년 정도로 합시다."
"정확한 기간은 투입된 자본이 얼마며, 요금은 얼마로 할 것이며, 선로의 감가상각, 투입된 자금에 대한이자, 이윤 등 여러 가지가 먼저 산출되어야만, 구체적인 운영기간이 산출되겠습니다만, 대충 30년에서 최장 40년으로 일단 조율하는 것으로 하죠."
"그러지요."
"또 하나!"
"말씀하세요."
말은 다시 정중한 어투로 돌아갔으나 인상이 찡그려지는 것을 굳이 감추지 않는 엘친이다.
"우리 고려 공화국이 독립하기 전 그러니까 고려자치주 시절에는 소비에트연방의 하나 아니었습니까?"
"그렇지요."
"그 때나 지금이나 그 관계로 우리 두 나라 사이에는 일체의 관세가 없었는데, 요즈음 러시아연방의 두마(러시아 하원)의 일부의원들이 고구려 공화국에서 들여오는 물품에 대해서도 관세를 물리자고 선동하며, 입법화시키려는 움직임이 일부 있는 것으로 압니다. 제가 보는 견지에서는 절대 그러면 안 됩니다.
두 나라 사이가 점점 멀어질 뿐만 아니라 양 국민은 지금도 팍팍한 살림에 관세부담까지 안으면 곧 이는 물가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니, 더욱 살림이 어려워질 것입니다. 이렇게 고구려 공화국이 발 벗고 나서서 지원하는 마당에 조금의 국가 수익을 위해 양국의 국익을 해치고, 국민들의 삶을 팍팍하게 몰아가는 일이 있어서는 절대 안 되겠다는 것이 저의 생각이고, 만약 그런 움직임이 좀 더 구체화 된다면 대통령 각하께서 막아주셨으면 하는 게 제 바람입니다.
"본인의 뜻은 아니고 만약 그런 일이 발생한다면 그 일에 대해서만은 제가 기필코 저지하도록 하겠습니다. 양국의 장래를 위해서도 지금의 무관세로 형성된 거대 시장이 축소되어서는, 양국의 국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데, 저도 동의하니까요."
"감사합니다."
"그럼, 자금은 언제............."
"필요한 절차를 밟아 100억 달러는 3주 내에 지급하기로 하고, 나머지 100억 달러도 그로부터 늦어도 1달 이내에는 지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통령 각하!"
"별 말씀을...........!"
이로써 우리의 회담은 끝났다. 그 후에도 사적인 이야기며 자질구레한 사안에 대해서도 한 시간 동안 더 이야기가 이어졌으나, 그렇게 중요한 내용이 아닌지라 여기서는 이를 생략하기로 하겠다.
그럼, 여기서 우리가 고속철화 하려는 시베리아횡단철도에 대해서 간략하게 언급하면 이렇다.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보스토크에 이르는 총연장 9,334km에 이르는 거리로, 60개의 역이 있으며, 10시간의 시차와, 편도로 6박7일이 소요된다.
이것을 고속전철화 해서 시속 500km로 달린다면 이론상으로는 20시간 남짓 걸린다. 물론 중간에 역에 정차하는 시간을 감안하면 이보다는 더 걸리겠지만 그래도 편도로 하루거리로 단축시켰다는데 의의가 있다 하겠다.
참고로 우리가 북한과 남한에 지금 시공하고 있는 철도는 시베리아철도와 마찬가지로 광궤다. 당연히 서로의 호환성을 염두에 둔 애초부터의 설계였다.
아무튼 이 시베리아 철도가 완공된다면 부산에서 모스크바까지 육로로 쉬지 않고 내달릴 수 있으니, 한국으로서는 유럽으로 수출하는 물품이나 관광에 매우 유리한 실크로드가 하나 생기는 것이다. 만약 훗날 일본과 사이가 좋고, 우리의 국력이 더욱 상승한다면 이 고속철을 해저를 통해 일본까지 가설하여 일본도 우리 경제권에 동참시킬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국제정세라는 것이 묘해서 향후의 일을 예단할 수 없으니, 내 계획은 계획으로만 끝날지도 모른다.
그 후 나는 행보를 점점 빨리 하여 나의 꿈인 고구려연방공화국 창설을 위해 부단한 노력을 경주한다. 즉 고구려 공화국을 중심으로 한 몽골과 북한 여기에 남한까지 1차로 거대통합시장을 형성하고, 2차로 연방공화국을 창설하여 국방과 외교권만 연방정부에서 갖고, 4개 정부가 연방 내에서 동거하는 단계, 3차가 완전 통합을 이루어 한 국가를 지향하는 것이다.
그 일환으로 나는 1차적으로 몽골과 많은 시혜를 베푼 끝에 무관세협정을 맺었다. 사실상 시장 통합단계가 시작된 것이다.
시혜라는 것은 몽골에 건설한 인프라에 대해 유지 보수할 수 있는 선에서 통행료를 징수해 공짜로 건설한 것과 진배없이 되었고, 울란바토르에 3개의 대형 병원을 세워 그들 국민이 의료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초등학교를 세우는데도 많은 지원을 한 바 있다. 또 지난해에는 대규모 한해(寒海)가 발생해 몽골의 가축들이 근 20% 가까이 얼어 죽은 일이 있었는데, 우리는 인도적 차원에서 밀가루 10만 톤을 제공한 바가 있다. 이 외에도 중국이나 여타 다른 나라는 한 해에 우리 국민으로 편입할 수 있는 즉 이민 쿼터가 있으나 몽골과 북한 한국만은 예외로 무제한 허용하고 있다.
이 노력을 몽골에 한 해서만 한 것이 아니다. 북한에도 매년 남한의 쌀 10만 톤을 사다가 지원해주는 것은 물론 해마다 100만 달러 이상의 의약품을 지원해주었다. 그리고 계속해서 우리는 그들과 경제협정 체결을 요구한 바, 즉 일종의 FTA를 체결고자 거듭해서 촉구한 결과 지금은 협상을 벌이고 있는 단계로 진입했다.
물론 남한과도 무관세 협정을 종용하고 있다. 이에 김대중 정부는 긍정적으로 검토한다고 응답했으나, 계속해서 유 불리를 따지고 있는지 아직 확실한 답변이 없다.
이렇게 또 한 해가 저물고 99년도가 되었다. 그것도 찜통더위가 서서히 물러가고 아침저녁으로 찬바람이 조금씩 불기 시작하는 9월 초였다.
한국의 김대중 대통령으로부터 내게 전화가 왔다.'대우 처리 문제로 의논을 하고 싶다고 근간에 한국을 방문해달라는 것이다.
' 보나마나 뻔했다. 대원그룹에 부도 처리가 된 대우그룹의 인수를 타진할 의사인 것이다.
나는 이를 정중한 말로 거절했다. 9월9일부터 평양에서 김정일과 와의 정상회담이 예정되어 있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이후에도 계속해서 연락이 오는 관계로, 나는 북한 방문 이후에 한국을 한 번 방문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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