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경제 대통령-123화 (123/135)

< -- 고구려 공화국 -- >

김영삼 대통령의 반응은 겉으로는 환영하다지만 어딘가 찜찜한가보다. 내가 생각해도 모국을 제치고 일본과 동맹 비슷한 것을 맺는다는 자체가 아니러니 하지만, 국제관계라는 것은 냉혹해서 일개 개인의 사정(私情)이 개입되어서는 안 되기에 어쩔 수 없다.

다음으로 전화를 건 곳은 러시아 연방 대통령인 보리스 엘친에게다. 당연히 나의 핫라인 전화에 다혈질인 엘친이 방방 뜬다.

나는 어쩔 수 없이 극비리에 크레물린을 방문한다.

"당신 지금 뭐하는 거요?"

내가 그의 집무실로 들어서자마자 격앙되어 예의고 지랄이고 쏘아부치는 엘친이다.

"지금 우리 러시아 연방을 배신하는 거요?"

연속해서 십자포로 나를 곤경에 모는 엘친이다.

"각하! 진정하시지요."

"진정? 지금 당신이 내 입장이라면 진정하게 생겼소? 지금!"

나의 말에도 계속해서 화만 내고 있는 엘친이다.

"각하, 그럼 지금, 러시아연방과 고구려 공화국이 동시에 디폴트는 아니더라도 모라토리엄을 선언해야 겠습니까?"

"뜬금없이 그게 무슨 소리요?"

"세계적으로 자원이 똥값인데다 쓰는 곳은 많고 들어오는 것이 적으면 그렇게 되는 것이지 별 수 있습니까?"

"러시아야 한창 어렵지만 고구려 공화국만은 아니잖소?"

"우리도 그간 쓴 돈이 얼마나 많습니까? 국제 원자재 값은 헐값인데, 기간산업 투자에 전 돈을 쏟아 붓다시피 했으니, 그나마 좀 들어오는 세입의 일부는 러시아는 물론 공무원과 군인은 게다가 일반국민들에게도 돌려야 하니 경제가 말이 아닙니다."

"허허, 참! 그런데 그것과 일본과의 군수지원협정체결이 무슨 연관이 있소?"

"그 대가로 돈을 좀 빌리기로 했습니다."

"그럼? 돈 몇 푼에 나라를 팔아먹은 것이오?"

아주 직설적으로 뱉는 엘친이다.

"그리고 말이오. 차제에 분명히 해둡시다. 만약에 일본과 우리가 전쟁이 붙는다면 당신은 어느 나라를 편들겠소? 당신 말대로라면 일본과도 방위조약과 버금가는 조약을 맺었는데, 어찌 하시겠소?"

"엄연히 '아' 틀리고, '어' 틀립니다. 군수협정이 방위공약에 필적할 수 있습니까? 당연이 고구려 공화국은 러시아연방을 편들어 나라가 없어지는 한이 있더라도 싸울 것입니다."

"허허허..........! 그래요? 그래도 뭔가 찜찜한데...........?"

내 말에 비로소 기분이 좋아지는지 한결 어투가 부드러워지는 엘친이다. 비록 사족으로 의혹이 깃든 말을 하지만. 그래서 내가 비유를 들어 좀 더 설명한다.

"알기 쉽게 가족 관계로 비유합시다. 그러면 러시아는 부모요, 일본은 자식과 같은 존재입니다. 러시아 연방과 당신이야 우리를 낳아준 부모와 같은 관계로 절대 버릴 수 없는 존재지만, 자식이야 죽으면 또 낳으면 되는 관계입니다.

우리의 입장이 이해가 되십니까?"

"당신이 그래도 뭘 알기는 아는구만. 전혀 못 돼먹지는 않았어. 허허허.......... 참!"

많이 풀어져 이제 웃기 까지 하지만, 여전히 말에 가시가 있는 엘친이다.

"그래 그렇다 치고, 도대체 얼마를 받기로 했소?"

"400억 달럽니다."

"뭐요? 역시 배짱 하나는 두둑한 사람이구먼. 그런데 그 많은 돈을 당신 혼자 꿀꺽하는 거요?"

"내가 받는 것이 아니라 고구려 공화국이 받는 것이고, 러시아에도 당연히 혜택이 돌아가야 하나............."

"또, 뭐 조건이 있는 게요?"

"그렇습니다."

"말해보시오. 또 땅 내놓으라 소리는 말고, 나 지금 엄청 후회하고 있으니까."

"이르쿠츠크 일대를 한 100년 동안만 임차해 주면 안 되겠습니까?"

"이보시오, 당신! 지금 제 정신으로 하는 소리요? 백번 양보해서 한 번 물어나 봅시다. 도대체 당신 왜 그렇게 땅, 땅, 하는 것이오? 당신, 땅에 무슨 걸신이라도 들렸소?"

"너무 옹색한 나라에 살다보니 그렇습니다."

"허허 참, 내...........! 이제 그만하면 원도 풀었을 텐데, 어찌 나만 만나기만 하면 땅 소리를 하는 거요?"

"그 대가로 100억 달러에 최신예 수호이-35 32대를 제공하도록 하겠습니다."

"뭐요?"

내가 지불하겠다는 것이 상상이상인지 눈이 휘둥그래지는 엘친이다. 그리고 갑자기 눈을 감고 생각에 잠기는 엘친이다. 이윽고 천천히 눈을 뜬 엘친이 말한다.

"그래도 안 되겠소."

"네?"

"돈도 좋고 최신예 전투기도 좋지만, 땅을 더 할양했다가는 정권을 내놓는 것은 고사하고 내 목숨이 위태롭소."

급 실망한 내가 한결 쳐진 어투로 말한다.

"재고하실 수는 없습니까?"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것이오."

생각할 여지도 없다는 듯 바로 단호하게 자르는 엘친이다. 내가 심각한 얼굴로 엘친을 부른다.

"서기장 각하!"

"말씀해보시오."

엘친 또한 덩달아 엄숙한 어투로 말한다.

"어느 한 사람을 치료해주는 데, 사람이 생채기 조금 낫을 때 치료해 주는 것과, 중병에 걸렸을 때 치료해 주는 것 중, 어느 것을 더 고마워하겠습니까?"

"당연히 중병을 치료해 주었을 때, 더 고마워하겠지."

"제가 볼 때 러시아가 어렵지만 지금은 그래도 버틸 힘이 있습니다만, 몇 년 더 지나면 정말 모라토리엄이라도 선언해야할 정도로 상황이 악화될 것입니다.

"그래서? 더 어려워져야 지원하겠다는 것이오?"

"저도 이제 한 나라를 이끄는 정치가입니다. 그래야 반감을 갖고 있던 러시아국민들도 저희들을 좋게 볼 것입니다."

"아예 더 어렵기를 바라고 있군."

"그 때는 성심성의껏 도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됐소. 방위조약이고, 지원이고, 약속이나 잘 지키시오."

퉁명스럽게 말하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엘친이다. 한 마디로 고깝게 생각하는 것이다.

"단 97년도 까지 매년 10억 달러씩을 추가로 지원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정말이오?"

다시 돌아서서 자리에 앉는 엘친이다.

"빈말을 쓸데없이 왜 하겠습니까?"

"그 걸로는 성에 차지 않지만 당신의 성의가 고마우니 받겠소."

"감사합니다."

"하하하..........! 받는 내가 감사해야지, 주는 당신이 뭐 때문에 감사해야하오."

"고구려공화국이 이 땅에 존재하게 한 은인이니 감사를 표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더 쓰시지?"

"저희들도 형편이 어렵습니다."

"됐소. 웃자고 한 소리요. 그래도 러시아공화국을 생각해주는 곳은 고구려공화국 밖에 없소. 아무튼 고맙소."

"좀 더 자주 뵙기로 하죠."

"좋은 말이오. 당신을 만나야 떡고물이라도 떨어지니 보다 자주 만납시다."

"바이칼 호수 곁에 제 별장 하나 정도 짓는 것은 괜찮겠죠?"

"그 정도야 용인할 수 있소."

"고맙습니다."

"뭘..........."

고구려 공화국 입장에서는 러시아의 관계가 틀어지면 아주 곤란해진다. 그래서 나는 저 자세이고, 엘친은 고 자세이다. 그렇지만 언젠가는 이마저 역전 될 날이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내가 전화를 건 곳은 중국의 장쩌민 주석에게다.

내가 핫라인으로 전후사정을 설명하니, 장 주석 왈 '나는 강 통령이 사업을 할 때부터 사람을 그렇게 안 봤는데, 실망이 매우 큽니다. 됐으니, 전화 끊겠습니다.

' 하고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는다. 기분 같아서는 나도 더 이상 전화를 하고 싶지 않았지만, 개인 기분으로 외교를 망칠 수는 없는 노릇. 나는 다시 한 번 전화를 넣어 극비리에 북경 조어대로 가서 둘만의 회동을 한다.

"할 말이 있으시다 고..........?"

자리에 앉자마자 딱딱한 어투로 본론으로 들어가는 장쩌민이다.

"그렇습니다.

주석 동지. 고구려 공화국은 중국과도 군사정보포괄보호협정은 물론 상호 군수지원협정을 체결할 의향이 있습니다."

"지금 양다리 걸치자는 게요?"

벌컥 화를 내며 나를 쏘아보는 장쩌민이다.

내가 넉살좋게 말한다.

"그렇습니다."

"허허, 이런 변이 있나? 개인도 아니고 국가 간에 그게 가능한 얘기요?"

"못할 것은 또 뭐 있습니까?"

"막말로 우리와 일본이 붙는다면 어쩌시겠다는 게요?"

"그야 당연히 중국 편을 들어야지요."

"그건 또 무슨 궤변이요? 일본이나 우리나 다 똑같은 군수지원협정을 체결한 사이인데..........?"

"제가 한국 출신이라는 것을 잊으신 것은 아니시겠죠? 저 놈들의 군국주의 때문에 한국은 물론 중국까지 피해를 입은 역사를 어찌 망각하겠습니까?"

"그렇다면 강 통령은 사감으로 국정을 운영하시겠다는 얘기요?"

"하하하...........! 그럴 리가요? 주석님께서 정 못미더우시면 아예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합시다."

"뭐요? 미국은 어찌 하고?"

"미국은 미국이고, 우리는 우리지요. 지금 두 나라가 더 없이 친밀하기는 하지만 아무 관계도 아니지 않습니까?"

"그래요? 그렇다면 만약 우리와 일본과의 전면전이 발발하면, 일본과 미국은 상호방위조약에 의거 자동개입하게 되어 있소. 그 결과를 생각해보셨소?"

"그렇다면 북방4국과 그네들과의 전쟁이 되겠네요. 우리와 러시아도 상호 방위조약이 체결되어 있으니, 자동 개입하게 될 것이고, 북한과 중국이 또 그런 입장이니..........?"

"북조선은 거기에 넣지 마시오. 자동 개입 조항을 폐기할 예정이니까."

"북방3국 대 남방 2국의 대결이 되겠네요."

"정녕 그렇게까지 할 자신이 있소?"

"지키지 않으면 휴지조각이 될 것을, 뭐 하러 약속을 합니까?"

"흐흠........... 그래요?"

침음하며 잠시 깊게 생각하던 그가 말한다.

"그렇다면 이를 세상에 공표합시다."

"그렇게 되면 우리 입장이 아주 곤란해지는 데..........?"

"더한 전쟁도 불사한다는 사람이 무엇이 두려워 이를 주저하십니까?"

"처음에 제가 말씀 드린 대로 일본에서 400억 달러의 무상 차관을 제공하겠다는 것이 틀어지니 곤란하다는 이야기죠. 요새는 전쟁도 경제전입니다. 줄 때 챙겨서 하루라도 빨리 그들의 경제규모를 능가하는 것이 양국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만.........?"

"입장이야 이해를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솔직히 믿음이 가질 않소이다."

"흐흠........... 그렇다 라...........?"

이제 내가 깊게 생각하며 침음성을 발한다.

"지리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두 나라가 더 상호 의존적인데......... 이를 믿지 못하시겠다니......... 저도 더 이상은 답이 없습니다.

없었던 이야기로 하겠습니다."

이렇게 말한 내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이봐요, 강 통령! 그렇다고 자리를 벗어나면 어쩌자는 게요?"

"믿을 수 없는 벗과 더 이상 이야기 나누어봐야 입만 아픈 것 아닙니까?"

내가 여전히 일어선 채 아주 침중한 안색으로 말한다. 그렇다고 주는 선물을 마다하기는 그렇고, 받자니 뭔가 찜찜한 장쩌민이다. 한참을 궁구하던 그가 결심이 섰는지 돌연 굳은 입매로 말한다.

"세상에는 비밀이 없으니........ 우리가 맺을 수 있는 조약의 한계는 군사정보포괄보호협정까지 일 것 같소. 세상에 공표하기는 양국 국방장관의 회담을 정례화 하는 정도로 좋겠고......... 결국 미국과 일본도 우리가 맺은 조약 내용을 알겠지만 그들에게 큰 걸림돌이 안 되니 유야무야 넘어갈 것이오. 이래야만 우리 두 나라가 국제사회에서 특히 미국과 일본과의 큰 마찰 없이 경제성장을 해나갈 수 있을 것이오."

"역시 대국의 지도자다우십니다. 현실감각과 식견이 아주 탁월하십니다. 제가 생각해도 현실론에 입각한 가장 최선의 안이 아닌 가 생각되어집니다.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양국의 좀 더 깊은 관계로의 진행은 훗날 다시 머리를 맞대고 상의해 봅시다."

"찬성합니다."

외교에서 상대를 알고 공략을 한다는 것은 기본이다. 나는 장쩌민이 이 정도는 된다고 생각했기에, 중국과 큰 마찰 없이 일본과 자연스럽게 상호군수지원협정까지 체결하고, 400억 달러의 돈을 융통할 수 있게 되었다.

============================ 작품 후기 ============================요새 비가 자주 오네요.

퇴근 길에 조금 걷다보니 비바람에 벚꽃이 눈 온 듯 우수수 떨어진 것을 봤습니다. 이것을 비로 쓸고 있는 어느 아주머니를 보노라니, 운치가 없다는 생각이 든 것은 저만의 생각인지요?

즐거운 날들 되시고 건강하세요!

^^오늘도 3종 세트로 격려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즐거운 날들 되시고 건강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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