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경제 대통령-118화 (118/135)

< -- 고구려 공화국 -- >

"아시다시피 제가 록히드사의 지분 일부를 획득했지만, 보안상의 이유로 전투기 쪽은 관여를 못하게 해서 갈라서고, 민항공기 부분만 인수해서 지금까지 꾸려왔습니다만, 금번에 매물로 나온 마틴 마리에타 사만은 함께 운용하고 싶어서 청을 드리는 것입니다."

"각하께서 미국에 수많은 기업을 운영하여 천문학적인 세금을 납부하고, 백만 명 이상의 미국인들을 먹여 살리는 데 대해서는, 저도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분야는 또 달리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야말로 미국의 안보가 좌우되는데 죄송하지만 외국인에게 우리의 목숨을 내맡길 수는 없는 노릇 아닙니까? 양해해 주시지요."

밉살스럽게 웃고 있는 그의 뺨이라도 한 대 갈기고 싶었지만, 그것이야말로 내 기분이고 나는 침통한 표정으로 말한다.

"록웰사, 휴즈사 아니면 로랄사라도 어떻게 안 되겠습니까?"

"그들도 우주 항공사로 방위산업체 아닌가요?"

그의 거부 의사를 표현하는 반어법에 나는 한동안 심각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겼다가, 그 표정 그대로 묻는다.

"각하께서는 30년 후를 생각해보셨습니까?"

뜬금없다는 표정을 지은 그가 묻는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입니까?"

"중국이 계속해서 이 정도의 경제발전 속도를 유지한다면, 2024년에는 모든 면에서 미국을 능가할 것입니다. 당연히 그 때는 미국이 유일 초강국의 지위에서 내려와야 하고요. 맞지요?"

잠시 생각에 잠겼던 클린턴이 답변한다.

"아마도 그럴 것입니다."

"제게는 그렇게 안 되게 할 복안이 있습니다."

"뭐요?"

의자를 당겨 앉으며 반사적으로 묻는 클린턴이다.

"앞으로 제가 하는 말은 최고의 비밀로 취급해 누구도 접근을 시키지 않는다는 보장 하에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렇게 심각한 얘기요."

"네!"

간단한 나의 대답이 무게를 더해주었는지 그의 표정이 한동안 돌같이 굳어지더니, 이내 궁금증을 못 참아 나의 요구사항을 승낙한다.

"그렇게 하도록 하겠소. 이제 편안히 말씀해 보시오."

"이차저차 해서 여차저차 하겠습니다. 그러려면 저를 외인 취급해서는 안 됩니다."

"각하의 말씀만 믿고는 안되겠습니다."

"문서로 보장하리다."

"허허.......... 참 내...........!"

한동안 장고를 거듭하던 그가 다시 입을 연다.

"정말 그게 가능한가요?"

"제 혼자의 계획이 아닙니다. 이는 우리 정보부는 물론 최고의 인재들이 기획안 시나리오니, 틀림없이 그렇게 진행될 것이고, 백이면 백, 천이면 천, 다 그런 결과가 도출될 것입니다."

"허허.......... 참..........!"

잠시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던 클린턴의 표정이 점점 결심이 선 표정으로 전이된다. 그리고 이내 말한다.

"문서로 이행을 보증하되 구체적인 안전보장장치가 있어야 되겠소."

"제게는 세 명의 부인과 네 명의 자식이 있습니다. 아들 하나에 딸이 셋이지요. 그 중에 정처와 딸 아이 하나만 나와 함께 있고, 나머지는 이행이 되는 그날까지 미국에 살도록 하겠습니다.

막말로 인질이지요."

나의 비장한 표정과 비장미 넘치는 말에 오히려 클린턴이 침통한 표정으로 말한다.

"꼭 그렇게까지 하셔야 되겠습니까?"

나의 행동과 말이 마치 독립투사처럼 느껴졌는지 말투부터가 나에 대한 경외감을 담고 있다.

"서로를 위한 일입니다."

"허허........... 참, 내............."

"각하께서 그렇게까지 결심이 확고부동하다면 편법으로 용인하리다. 방법은 알아서 하시고."

"감사합니다. 각하!"

나는 감격한 얼굴로 급하게 그에게 머리를 조아리나 내심은 희심의 미소를 짓고 있다. 그렇지만 내 두 명의 첩과 나래를 제외한 인물들의 인생도 무정한 나로 인해 속박을 받게 생겼다.

결국 나는 인질을 남기고 비밀각서를 써주는 것으로 미국의 방위산업체를 편법으로 사들일 수 있는 길을 열었다. 그 결과는 야심이 많은 아이아코카를 다시 미국 현지 회장으로 보내 마틴사는 물론 이후 우리는 크고 작은 미국의 저명한 기업체들을 사들인다.

위에 언급한 마틴사, 록웰사, 휴즈사, 로웰사는 물론 97년에는 맥도널더글러스사마저 인수해 미국 최고의 우주항공업체가 된다. 아니 세계 최고의 우주항공업체가 된다. 그러나 이는 엄연히 미국시민권자인 아이아코카 사업명의다. 그러나 이것은 내 아들 강원전이 성인이 되기 전 까지고, 미국의 시민권자가 된 강원전이 성인이 되어서는 모든 것이 그에게로 양도된다.

당연히 반대급부로 아이아코카는 나로부터 천문학적인 금액의 돈을 이면으로 지불받는다. 클린턴과 나와의 정상회담은 이후 순탄하게 끝났다.

별로 중요하지 않은 지엽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이견이 생길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회담을 마친 나는 이제 북핵 사태로 인해 급할 것이 없으므로, 예정대로 실리콘 밸리에 있는 연구단지로 향한다.

이곳에서 나는 연구원들을 격려함은 물론 우리의 라이벌 제약회사 중 하나인 이뮤넥스를 인수하는 서류에 사인할 예정이다. 또 이 기회에 한동안 소원했던 애플컴퓨터의 스티브 잡스와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빌 게이츠도 만나볼 예정이다. 나와 수행원들이 탄 공군1호기가 실리콘밸리 내에 위치한 연구소의 긴 활주로에 착륙하자 많은 사람들이 미리 마중을 나와 있다가 트랩을 내려오는 우리 부부를 환영한다.

그 중에는 대원제약의 쉐러 케빈 회장은 물론 DNA백신 연구소 소장 데이비드 와이너, 단백질 연구소 소장 페리드 뮤라드 박사, 전자공학 박사로 세계 최초로 16메가 D램을 개발한 반도체 연구실장 진대제, 현 정보통신연구소장으로 있는 휴대폰의 아버지라 불리는 마틴 쿠퍼 박사 등의 면면들이 보인다. 나는 일일이 그들의 손을 잡아주며 그간의 안부를 묻고, 격려하고 치하한다.

이들과 함께 오찬을 즐긴 나는 곧 바로 대원제약이 위치한 사우전드옥스로 이동한다. 그곳에는 이미 우리의 인수합병에 관심이 많은 기자들과 이뮤넥스 회장이 기다리고 있다.

나는 일일이 기자들의 손을 잡아주고, 이뮤넥스 회장과 준비된 홀로 이동해, 바로 인수합병 서류에 사인을 한다. 인수 금액은 160억 달러다.

양사 합병이 성사됨에 따라 이뮤넥스가 개발한 관절염 명약으로, 그간 물량이 달려온 엔브렐의 생산이 대폭 늘어나, 전 세계 환자들에게 공급이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올해 7억5000만 달러어치가 팔릴 것으로 추산되는 엔브렐은, 오는 2005년까지 매출이 40억 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이로써 대원제약은 엔브렐과 함께 자사가 개발한 백혈구 생성 촉진제 류킨과, 항암제인 노반트론을 포함해, 염증치료 부문의 명실상부한 세계 제1위 회사로 확고히 부상하게 됐다. 염증치료 부문은 연간 시장이 100억 달러에 달한다.

새 회사의 자산은 725억 달러에 달할 것이다.

정식 인수가 끝나자 대원제약의 케빈 쉐러 회장겸 최고경영자가 기자들 앞에서 성명을 발표한다.

요지는 세계 최대 규모의 생명공학기업 간 합병이 실현됐다고 강조하는 것이다. 합병 조건은 이뮤넥스 주식 1주당, 대원제약의 주식 0.44주와, 현금 4.5달러를 교환하는 것으로 발표한다.

이로써 대원제약은 명실상부한 세계 제1의 생명공학 회사이자 제약회사가 되었다. 지난 1993년 기준으로 대원제약은 매출 약 10조원에 연구개발비로 약 2조원을 투자하고도 세후 순이익이 약 3조원이 되는 초우량 기업이 됐다.

전체 인원 1만4000여 명 중에서 절반 이상이 연구개발 인력이다. 2월의 시가총액은 약 92조원이다.

국내 최고의 기업인 삼성전자의 주가수익비율(PER)가 10배정도인데 비하여 대원제약은 무려 27배다. 무엇이 이토록 대원제약을 고성장 하도록 했을까?

첫째: 신약의 물질특허다.

대원제약의 주력 품목은 두 가지다. 에포젠(Epogen)으로 알려진 빈혈치료제와 뉴포젠(Neupogen)으로 알려진 항암보조치료제이다.

바로 신약의 위력이다. 신약은 현재 특허출원 후 20년간 특허로 보호된다.

특허출원 후 상품화 전까지 5년간의 개발기간을 고려해 다시 개발기간만큼 연장해주어, 사실상 25년간 독점권을 가지고 제품을 판매하는 셈이다.

둘째: 지속적인 연구개발(R&D) 투자의 위력이다.

1980년에 설립된 대원제약이 첫 제품(Epogen)을 판매한 것은, 회사가 설립 후 7년이 지난 1986년이다. 무려 7년간을 줄기차게 연구개발에만 매진한 것이다.

대원제약은 지금도 매출의 20% 이상을 연구개발비로 매년 투자하고 있다. 사실 대원제약의 신약 연구비는 한국의 정부와 민간 기업을 포함한 바이오 전 분야 연구비보다도 많다.

대원제약은 신약이 가져다주는 경제적 부가가치를 알기에, 신약 연구개발에 끊임없이 투자하고 있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투자할 것이다. 세계의 모든 암과 에이즈 난치병이 사라지는 그날까지.

셋째: 여기서 대원제약의 수익성과 성장성을 따져보지 않을 수 없다.

대원제약의 제조원가율은 약 15% 정도다. 고부가가치의 신약이기 때문이다.

대원제약은 7년 넘게 매년 평균 20%를 넘게 성장했다. 지속적인 성장을 한 것이다.

물론 이 배경에는 세계적인 물질특허를 획득하기 위한 끊임없는 연구개발이 있었다는 것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넷째: 전문경영인 체제를 들 수 있다.

애초부터 나는 연구는 저명한 석 박사를 모시되 경영만은 바로 전문 경영인인 쉐러 케빈(Sharer, Kevin)에게 맡겼던 것이다. 현재 우리가 보고 있는 세계 최고의 바이오 기업인 대원제약의 이면에는, 7년간 제품개발을 위한 연구진의 피와 땀이 있었고, 제품 없는 회사를 7년간 믿고 지원해준 나와, 이를 잘 이끌어준 전문경영인 쉐러 케빈이 있었던 것이다.

각설하고 나는 다시 연구단지로 돌아와 하룻밤의 휴식을 갖는다. 잠자리에 들어도 마음이 무겁다.

사업을 위해 아니 고구려 공화국과 내가 태어난 대한민국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두 여인과 세 자식을 이국땅에 거의 반평생을 보내게 해야 한다. 마음이 터질 것 같다.

이럴 때는 섹스가 최고다. 나는 내 옆에 나란히 누워있는 이미 중년이 된 정희의 몸을 격렬하게 탐한다.

중년이 되어 배도 약간은 나오고 몸매도 좀 불었지만, 성적매력만은 여전하다. 그런 그녀의 몸 위에서 나는 격렬한 춤사위로 그녀의 혼을 쏙 빼놓는다.

부부생활도 오래하면 당연히 서로의 성감대를 잘 알게 된다. 나 또한 마찬가지라서 그녀의 어느 부분이 유독 민감한지 알기에, 집중적으로 그곳을 애무하여 단기간 내에 그녀를 1차 절정에 올린다.

1차 절정에 올라 허우적대는 그녀를 나는 인정사정 보지 않고 더욱 몰아친다. 평소 같으면 여운을 즐기도록 약간의 짬을 주었겠지만 오늘은 아니다.

나의 격렬한 행동에 그녀가 무슨 말인가를 지껄이지만 내 귀에는 전혀 들리지 않는다. 무작정 돌진하여 앞으로만 내달릴 뿐이다.

이러는 내 심정의 근원을 아는 그녀도 더욱 내게 몸을 밀착하며 함께 최 정점에 도달하도록 보조를 맞춘다. 이윽고 내가 한계점에 도달해 얕은 신음소리를 내자 그녀도 푸들푸들 떨리는 몸을 주체하지 못하고 내게 더욱 매달린다.

이윽고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내가 그녀를 부르며 말한다.

"정희야! 사랑한다!"

"나도, 여보!"

마침내 발사를 한 내가 그녀의 몸 위에 엎어져 호흡을 고르고 있는 동안 그녀는 내 머리카락을 헤아리듯 쓸어주며 엄마가 아기 달래듯 나를 위안한다.

"여보, 다 잘 될 거예요.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꼴이 그녀의 가슴을 머리로 쥐어박는 꼴이다.

나의 이런 행위에 엷은 미소를 띠고 정희가 말한다.

"원전이가 홀로 떨어져 있는 것이 걱정이지만, 그 애는 잘할 거예요. 당신이 어렸을 때부터 그 애를 강하게 키웠으니까."

그녀의 말이 내게 약간의 위안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내 무거운 마음의 10%도 채 씻어 내리지 못한다.

나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주섬주섬 팬티와 상의를 주워 입고는 베란다로 향한다. 이미 손에는 담배와 라이터가 들려 있다.

달도 없고 별무리만 반짝이는 하늘이다. 나는 긴 한숨과 함께 담배연기를 뿜어낸다.

노란 가로등 불빛 밑을 훨훨 날아, 흰 연기는 하늘로 순식간에 사라진다. 아무 생각 없이 내 시선은 그런 담배 연기만을 계속해서 쫓고 있다.

그런 내 몸 위로 무엇이 하나 덮여진다. 얇은 담요다. 그리고 말없이 등 뒤에서 나를 꼭 껴안는 사람이 있다.

나는 목석인양 다시 담배를 폐부 깊이 빨아들였다가 힘차게 내뱉는다. 담배연기는 또 다시 빠른 속도로 하늘로 비행하고, 내 시선은 멍 하니 계속해서 그를 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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