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경제 대통령-116화 (116/135)

< -- 고구려 공화국 -- >

조어대에서 일박을 한 나는 다음날 항공편으로 장쩌민과 함께 상하이로 날아갔다.

이번에 연산 30만대로 증설하기로 한 상하이기차총업공사를 함께 둘러보러 가는 길이다. 이번에 상하이 기차를 증설하는 이유는 중국과의 유대강화 목적도 있지만, 실리적으로도 그간 중국의 발전으로 중국 국내 수요도 만만치 않게 늘어 첫째는 이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함이고, 둘째는 꾸준히 느는 외국 수요의 일부를 여기서 충당시키기 위함이다.

인건비의 상승으로 한국에서는 더 이상의 투자를 않기로 한 대원자동차 방침에 따라, 우리는 그동안 이곳 말고, 클린턴의 고향이요, 그가 주지사로 있던 아소칸 주에 연산 10만 대 규모의 자동차 공장을 새로 지은 외에는, 이곳이 처음으로 증설을 하는 것이다. 분산정책에 따라 앞으로는 고구려 공화국은 물론 조건만 맞으면 북한에도 자동차 공장을 지을 생각이 있는 나다. 그렇지만 북한정권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상당한 리스크가 있어, 김일성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이일의 성패가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무튼 상하이를 장쩌민과 함께 둘러본 나는 상하이에서 일박을 하고 다음날은 샤먼의 전자공장을 둘러본다. 장쩌민은 전날 북경으로 돌아간 다음이었기에, 나 혼자 이곳을 돌아본 것이다.

결과는 이곳도 포화상태라 공장의 증설을 희망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내심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확답은 않고 좀 더 상황을 지켜보자고 달랜다. 오후에 나는 우리의 조선소가 들어설 다롄으로 이동한다.

그곳에서 나는 해군의 일부가 잔류하고 있는 항구를 돌아본 다음, 우리의 조선소 예정지도 돌아본다. 고맙게도 랴오닝 성의 성장이 직접 안내를 해주며 설명을 하는데, 이곳의 기반 시설은 물론 조선소용 용지마저 거의 공짜로 주다시피 한다니, 왠지 즐거우면서도 뜨끔한 감이 있다.

고구려 공화국은 최소 공단조성비는 받는데 거의 거저다 시피니 말이다. 참으로 땅이 넓은 중국이어서인지 배포도 크고, 이렇게 투자유지에 목을 매는 것을 보니 경각심도 생긴다.

이래저래 용지만이 아니라 나 자신마저 돌아본 하루였다.

그날 나는 성장 주최의 만찬에 참석한 다음 장쩌민 주석과의 전화통화를 하는 것으로 중국에서는 공식일정을 끝낸다.

이튿날 새벽 나는 삼엄한 호위 속에서 극비리에 연변조선자치주를 돌아본다. 그리고 기내에서 기내식으로 아침을 때우며 김포공항을 향해 날아간다. 10시 정각.

내가 김포공항에 내리니 김영삼 대통령이 직접 마중을 나와 있다.

사적으로는 내 전생의 원혐으로 별로 좋아하지 않는 그이다. 하지만 공식석상에서 이를 티낼 수는 없어, 나는 우리가 인수하기 전의 팬암의 상업용 미소를 지으며, 그의 환대에 적극적으로 응한다.

"어서 오시오! 통력 각하! 각하의 모국 방문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반갑습니다, 각하! 여전히 건강이 좋아보여서 보기에도 좋습니다."

"하하하..........! 그래요? 내가 늘 상 하는 말이 지만, 사람의 머리는 빌릴 수 있을지언정 체력만은 빌릴 수 없다고 했소. 해서 나는 요즈음도 새벽마다 청와대 경내에서 조깅을 하고 있어요."

"좋은 습관이십니다. 그런데 오늘 오찬은 칼국수 인가요?"

"하하하.........! 설마하니 통령각하에게 까지 칼국수로 대접할 수 있나요?"

"저도 칼국수는 상당히 좋아해서 한 그릇 먹고 싶어서 드리는 말씀입니다만? 밖에서는 별로 먹을 기회도 없고요."

"각하! 정말 진심에서 하는 소리이십니까?"

"네!"

"이봐, 비서실장!"

"네, 각하!"

"오찬 메뉴에 칼국수도 추가하도록 긴급 지시해!"

"네, 각하!"

"하하하...........! 확실히 고국이라 그런지 몸과 마음이 편안합니다."

"그렇다니 모시는 입장에서야 더할 나위 없이 좋으나, 저 군인들이 고생을 많이 하니 얼른 사열하고 청와대로 갑시다."

"네, 각하!"

둘은 21발의 예포가 울려 퍼지는 속에서 의장대를 사열하고, 바로 나누어 방탄리무진을 타고 청와대로 곧장 향한다. 푸른 신호등만 명멸하는 길을 빠른 속도로 내달리는 차안에서 나는, 어디선가 아카시아 꽃내음이라도 풍겨오는 듯해 창문을 조금 열어보기도 한다. 그러나 심취(心臭)일뿐 어느 곳에서도 아카시아 꽃을 구경할 수는 없다.

그만큼 고국의 풍물이 마음의 잔상에 남아있나 보다. 그러고 있는 나의 어깨에 살짝 머리를 기댄 정희가 속삭인다.

"한국에 오니 정말 좋긴 좋네요!"

"장인 장모와 아들 만나 볼 생각에?"

"그것도 있지만, 우선 공기부터가 익숙한 듯해 마음이 푸근해져요."

"그건 당신만이 아니고 나도 마찬가지야. 그런데 어디 가나 당신 너무 긴장하는 것 아니야? 영부인씩이나 되어가지고."

"쳇, 영부인이 되면 근본이 바뀌나요. 나는 여전히 소심한 시민이라고요."

"알았어. 그렇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예법에 익숙해져야 되는 것 아니야?"

"항상 새로운 것 같고, 적응이 잘 안 되네요."

"흐흠..........! 아무래도 더 노력해야겠어."

"네! 그래도 가십에 오를 일은 아직 한 번도 없었잖아요."

"그건 당신 말이 맞아. 지금까지 잘 하고 있으니, 앞으로도 더욱 잘해달라는 격려의 말이지."

"알았어요. 그러나 저러나 시아버님과 시어머님도 보고 싶네요. 뵌 지가 하도 오래 돼서. 그러고 보면 시누이와 시동생들도 참 무던한데 이번 기회에..........."

중간에서 말을 자르고 나서는 나다.

"당신 무슨 말 하려는지 알겠는데, 돈이라면 부모님의 돈만해도 걔네들이 상속받으면 평생 못다 쓰고 죽는다고. 나야 일찌감치 부모님 재산은 포기각서 작성해 주었으니, 그것이 다 세 놈들의 재산인데........... "

"그래도 큰형님이 도와주는 돈과 같겠어요? 그러니 이번 기회에 다만 얼마라도 생각을 좀 해봐요."

"알았어, 알았다고. 그 문제는 당신이 알아서 하라고."

"고마워요, 여보!"

나는 정희의 잔소리에 마지못해 그녀의 의중에 맡긴 것이다. 내가 아무리 동생들에게 박정하게 군다 해도 34평 이상의 아파트와 함께 1억 원씩은 기본으로 주어, 남 눈치 안보고 살게 끔은 해주었는데도, 마누라는 더 못 퍼주어서 안달이니, 그녀의 의중에 맡기는 수밖에 없다.

달리는 차 안에서 둘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어느덧 청와대 경내다. 나의 이번 한국 방문은 무슨 큰 안건이 있어서라기보다, 몇 번씩 초청하는 김영삼 대통령의 성의를 차마 더 이상 거절하지 못해 이루어진 회동이기 때문에, 정말 선린 우호관계를 다지는 방문외교 성격 외에, 더 이상 더 이하도 아니다.

현관 로비에서 나를 맞는 김 대통령을 따라 나는 그의 집무실로 향한다. 이곳에서 둘만의 정상회담이 예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잠시 차를 마시며 날씨와 주변의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둘은 본격적인 대화에 돌입한다. 먼저 입을 연 것은 김 대통령이다.

"간청하디시피해서 어렵게 각하를 모시게 된 것은 한국경제가 점점 더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도 각하의 기업은 물론 고구려 연방공화국에서도 더 많은 한국의 투자를 바랍니다.

"그동안 한국은 인건비가 올라도 너무 급격하게 많이 올랐어요. 그래서 대부분의 경공업제품이 경쟁력을 잃었고, 지금도 잃어가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강성노조는 연일 데모로 날을 지새고 있습니다. 생산성은 향상치 않고 임금만 올려달라니, 기업가는 어디 흙 파다가 장사합니까? 하긴 요즈음 대부분의 기업이 땅 투기로 직원들 월급 주는 모양입디다만, 이는 제살 깎아먹기에 다름 아닙니다.

서민들은 집 장만하기가 그만큼 힘들어지고요."

"그 말도 일리가 있습니다만, 그래도 대원그룹과 고구려공화국에서 더욱 투자를 해주시길 바랍니다. 언젠가 신문에서 본 기억이 나는데, 정부재정의 20%를 대원그룹에서 기여를 한다고 합디다.

직접 고용하는 인원이 105만 명에 하청인원까지 치면 전 근로자의 1/4을 대원기업에서 고용하고 있고, 먹여 살린다는 뉴스에, 대원그룹이 망하면 우리나라가 망하겠구나 하는 위기감이 들기는 합니다만, 그래도 매달릴 사람은 각하 밖에 없습니다."

여기서 말을 끊은 그가, 간절한 표정이 되어 다시 말한다.

"각하께서 중국에서 기자회견하는 장면을 보았습니다. 그들 나라에 투자를 하듯 우리나라에도 좀 더 많은 투자를 부탁드립니다.

여기에서 갑자기 내게 머리를 조아리는 김 대통령이다. 당황한 내가 손을 저어 만류하며 말한다.

"제 생각은 기존의 기업규모를 축소할 생각은 없습니다만, 그렇다고 생산성 없는 곳에 더 이상 투자를 할 생각 또한 없습니다. 저도 일개 정부의 수반을 떠나서 장사꾼이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첨단업종만은 좀 더 과감한 투자를 할 생각입니다. 그래서 한국이 좀 더 잘 살도록 미미하나마 협조하도록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사업가에게 더 이상 억지로 투자하라고도 할 수 없는 노릇이고......... 정치군사부분으로 넘어가서 귀국과 아국이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잠시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던 내가 말한다.

"국제역학 관계상 그것은 좀 어렵겠습니다. 고구려공화국의 위치가 북방인 까닭에 한국과 방위조약을 체결하면 많은 문제가 발생합니다.

러시아와 중국 몽골의 신뢰도 잃고요. 그렇지만 일단 유사시에는 적극 한국을 보호토록 하겠습니다. 왜냐? 제 부모님과 동생들은 물론 장인 장모까지 이곳에서 살고 있는데, 한국이 그대로 당하도록 놔둘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핵을 쓰는 한이 있더라도, 대한민국만은 기필코 보위하도록 하겠습니다. 이것은 저와 각하만 알아야지, 참모들에게도 흘러나가서는 안 될 내용입니다.

아들이 지금은 이곳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지만, 곧 미국으로 유학을 보낼 생각으로 아들 이야기는 아예 빼버린 나다. 그런데 갑자기 김 대통령이 내 손을 덥석 잡으며 말한다.

"고맙습니다! 각하! 아주 든든합니다!"

잠시 그가 하는 대로 맡겨두었던 내가 아주 심각한 안색으로 입을 연다.

"기업에서의 간부들도 마찬가지고 정부의 고위관료도 마찬가지입니다. 나쁜 소식이나 불쾌한 소식 같은 경우는 가급적 보고를 안 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해도 마지못해 짧게 보고하거나 은폐 축소하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그래서 드리는 말씀입니다만......... 임기 후반으로 갈수록 외환관리에 좀 더 신경을 써주십시오."

"각하의 말씀은 고맙습니다. 하지만, 한국이 어렵기는 해도, 당장 무슨 일이 날 정도로 급박하지는 않습니다. 너무 심려하지 마세요."

이러는데 내가 더 무슨 말을 하겠는가! 하긴 이 사람과 경제 문제를 논하는 자체가 내가 바보짓을 하고 있는 것이다.

남의 머리를 빌린다는 말처럼 이 사람은 비서정치로 아주 유명한 사람인데, 그 편린을 내가 어디서 느꼈는가 하면, 전생에서 이 사람이 대통령 후보시절 관훈클럽 초청회에 나와 토론하는 것을 지켜보았는데, 어느 언론인이 DMZ에 대해서 묻자, 비무장지대도 몰라서 거듭 되는 질문에도 횡설수설하는 것을 보고, 아주 밥맛이 떨어진 적이 있다. 대통령 재임시절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한다.

무역의 날 치사에서인가,

'올해 우리가 20억 달러의 흑자를 달성했습니다.'

하니, 참석자들은 멋도 모르고 우레와 같은 박수로 화답을 한다.

사실은 20억 달러 적자인데도 말이다.

이어서 이 사람 한다는 말이, 내년에도 큰 폭으로 대폭 적자를 확대시키도록 하겠습니다.

누구나 어안이 벙벙하여 벙 찌는 모습이 연상되지 않는가? 20억 달러의 적자가 났는데도 흑자 라하고, 적자를 확대시키겠다니, 한마디로 흑자와 적자 개념도 없는 사람에게, 내가 더 이상 무슨 얘기를 하겠는가!

나의 의미심장한 웃음에 억지웃음을 짓던 그가 급 화제를 전환한다.

"북한의 김일성 주석과는 자주 만나보십니까?"

"아직 한 번도 만나지 않았습니다. 전화상으로는 여러 번 대화를 나누었지만, 우리가 요구하는 사항이 관철될 때까지는, 정상회담을 미루고 있는 상태입니다."

"하긴 그 사람이 몸 달만도 하죠. 남에서 총부리를 겨누고 있는 것도 모자라, 북쪽에서는 핵무장한 세력이 정수리를 겨누고 있으니, 오죽 답답하겠습니까?"

"그래서 내가 개혁개방을 하던지 옥쇄를 택하던지 양단간에 결정을 하라고 하지만, 지금껏 이러도 저러도 못하고, 저런 상태로 머물러 있는 북한입니다."

"혹시 만나시거든 남쪽의 김영삼이 하고도, 대화 한 번 해보라고 권유는 한 번 해보시죠."

"왜? 하실 말씀이라도 있습니까?"

"왜 할 말이 없겠습니까? 동족끼리 서로 대치해서 무모한 소모전을 벌일 것이 아니라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자고 말하고 싶습니다."

"아마 그 사람 생전에는 쉽지가 않을 것입니다."

"저도 그런 생각을 합니다만 일말의 기대를 저버리지는 않고 있습니다."

"하하하..........!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기회가 닿는다면 대통령님의 말씀을 그대로 전하기는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잠시 대화가 없어 적막감이 들자 김 대통령이 급히 화제를 꺼내든다.

"오신 김에 며칠 고국에서 푹 쉬어가시죠."

"그 말씀에 생각이 납니다만, 한국도 이제는 국적문제에 좀 더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았습니까? 저만해도 이중국적을 허용 않는 한국의 방침에 따라, 고구려공화국 국적만 가지고 있으니............."

"각하 같은 경우는 얼마든지 대한국민 국민으로 모시고 싶습니다만, 하나 둘 예외를 인정하기 시작하면.......... 법치의 유지가 어려운 관계로.........."

"동포라든가 나 같은 경우는 특별법을 만들어서라도 좀 더 융통성을 보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 데 어떻습니까? 우리 고구려 공화국 같은 경우는 전 국민에게 이중국적을 허용하는지라 많은 국민들이 편리하게 생활하고 있습니다만..........."

"귀국이야 모병제이니 별문제가 없을 것입니다만, 아시다시피 한국은 징집제이다보니, 이중국적으로 병역을 회피하려드는 놈들 때문에 문제가 간단치 않습니다."

"알겠습니다."

나는 간단하게 대답을 하고 입을 다문다. ============================ 작품 후기 ============================오늘도 여러분의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늘 즐거운 날 되십시오!

^^

^^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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