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경제 대통령-115화 (115/135)

< -- 고구려 공화국 -- >

장쩌민은 근정전 입구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

근 1년 만의 해후에 우리는 가볍게 포옹을 하고 굳게 악수를 나눈다.

"잘 오셨습니다, 각하!"

"여전히 풍채가 당당하십니다. 주석 동지!"

"하하하..........! 이제 다 늙은 사람을 너무 추어주는 군요. 자~! 안으로 드시지요."

"네!"

나는 장쩌민의 안내를 받으며 이 층에 있는 그의 집무실로 향한다. 우리는 허례를 버리고 바로 단독 정상회담에 착수한다. 물론 통역을 대동한 채다.

장쩌민이 말한다.

"몽골의 사정은 어떻습니까?"

"개혁 개방을 늦게 시작해서인지 중국보다도 많이 뒤쳐져 보였습니다. 그래도 다행히 지하자원이라도 많아 투명한 정부를 만나 제대로 국민들에게 분배만 된다면, 국민들이 배곯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여 집니다."

"다행이군요. 금번에 아국에 SU-25 전투기를 판매해줘서 고맙습니다만, 최신형인 수호이 35는 정녕 판매가 안 되는 것인지요?"

"오는 도중에 리펑 총리와도 그 문제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만, 금방은 어렵더라도 좀 더 시일이 지난 후에는 가능하리라 봅니다."

"그 때 쯤이 언제 인가요?"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장쩌민이다.

"확답할 수는 없습니다만,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그렇게 되도록 노력을 하겠습니다."

나 또한 가급적 빠른 시일이라고 말하면서도 확답은 피한다.

"고맙습니다."

그 정도만 해도 자신의 마음에 들었는지 감사를 표하는 장쩌민이다.

이번에는 내가 감사를 표한다.

"L-1010과 SU-100을 대량 구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어차피 구매할 항공기라면 상해시장부터 음으로 양으로 도움을 많이 받은 각하 회사의 제품을 구매해주고 싶었습니다. 반대급부로 대련에 100만 톤급의 도크를 포함한 조선소를 건설해주시는 것은 물론, 상하이 자동차 공장을 년 30만 대 규모로 증설해주신다니, 본인에게 감사할일만도 아니죠."

"하하하........! 그렇게 되나요?"

"그렇습니다. 각하! 하하하..........!"

둘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회담을 더 진행하나 중요한 사항은 이제 거의 다 짚었다.

"고구려 공화국에 진출해 있는 우리 인민들을 각하께서 특별히 챙겨주심에, 새삼 이 자릴 빌어 감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아시다시피 우리 공화국은 민족적 차별이 없습니다. 세계의 온갖 인종이 다 모여 살다보니, 차별을 하면 국제 이슈화가 됩니다. 그렇지만 각하와의 인연으로 특히 동북3성에서 온 인민들과 한인들에 대해서는 저 역시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습니다.

각하께서도 연변조선족자치주의 조선인들에게 대해서는, 좀 더 신경을 기울여 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저 역시 각하의 말씀대로, 앞으로는 그 쪽에 대해서 좀 더 신경을 쓰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나의 립 서비스에 역시 립 서비스로 응수하는 장쩌민이다.

이후도 둘만의 추억담이라든가 사소한 이야기가 좀 더 진행되었지만, 큰 안건이 정상 회담 전에 조율된 이상은, 어떻게 보면 정상회담 역시도 요식행위에 지나지 않는다 할 것이다. 아무튼 단독 정상회담이 끝나고 관련기업끼리의 계약서에 확실히 서명을 하고, 관련부서는, 부서끼리 이중과세방지협정이라든가, 투자보장협정, 범죄 인도조약 등에 서명을 한다.

이어 우리는 곧 기자회견을 열어 그 동안의 성과를 총 결산한다. 두 나라의 정상회담은 세계인 특히 아시아인들의 빅뉴스가 되어 한국을 비롯한 내외신 기자들이 몰려들어 열띤 취재경쟁을 벌이는 속에서 진행된다.

그에 앞서 중국 정부의 대변인이 먼저 발표를 한다.

"양 정상은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 1시간 동안 지속된 회담에서 양국 간의 우의를 재확인함은 물론, 양국 관계가 한층 더 성숙해짐에 따라 전략적 동반자협정을 금번에 맺었습니다.

이에 따라 양국은 통상협력을 한층 더 강화할 것이며, 양국 인민과 기업 간의 상호교류 또한 더 한층 심화시켜 나갈 것입니다. 그 일환으로 우리는 금번에 이중과세방지협정, 투자보장협정은 물론 상호 범죄인도 조약 등을 체결해, 양국 기업인들이 서로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고, 인민들 또한 안심하고 상대국을 방문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잠시 호흡을 고른 중국 대변인의 말이 이어진다.

"금번에 고구려 공화국은 아국에게 최신형인 수호이 전투기 32대를 3년에 걸쳐 인도하기로 했으며, 최신형 민간 항공기인 L-1010 점보 제트여객기 50대 또한 3년 안에 공급하기로 했습니다. 또한 중형 여객기 SU-100 30대 역시, 3년 안에 국내 항공사에 인도하기로 했습니다.

그 뿐만 아니라 랴오닝 성 다롄에는 100만 톤 급 도크를 포함한 조선소를 대원조선과 아국 기업과의 합작투자로 건설키로 했으며, 상하이의 상하이기차는 승용차 부분에서 연산 30만 대 생산규모로 증설키로 합의를 본 바 있습니다."

"더욱 긴밀해지는 양국의 협력 속에서 앞으로도 두 정상은 이에 만족치 않고 상호교류와 경제협력을 가일층 강화할 것을 약속하시기도 했습니다. 다음은 이에 대해서 양 정상이 기자들의 질문에 구체적으로 답변해 드리겠습니다.

먼저 질문이 있는 분은 손을 들어 허락을 받으시길 바랍니다."

"CNN의 맥나라마 기자입니다.

수호이 8개 편대를 공급하기로 금번에 두 정상이 약속을 하셨다는데, 구체적으로 기종은 무엇이며, 이는 양국이 상호 군사동맹을 맺기 전의 전 단계 조치로 보아도 무방하겠습니까? 이에 대해 고구려 공화국의 통령 각하께서 아주 구체적으로 답변을 해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CNN 기자의 질문에 어쩔 수 없이 내가 나서서 답변을 한다.

"그 기종이 무엇인지는 기밀에 속하는 사항이라 제가 이 자리에서 밝힐 수 없어 양해를 구하겠습니다. 하지만 전투기를 판매한다고 해서, 다 군사 동맹을 맺는 것은 아니라는 말씀은 해드리고 싶군요. 서로의 국가 안보 상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져서이지, 더 이상, 더 이하도 아니니, 확대해석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이상입니다.

"한국 MBC의 정 치근 기자입니다. 금번에 대원조선에서 다롄에 대규모 조선소를 건립한다 하셨는데, 이는 한국에 있는 대원조선 전체가 옮겨 가는 것인지, 아니면 신규투자를 하는 것인지, 강 통령님께 확실히 묻고 싶고요. 지금까지의 고구려 공화국의 행보를 보면 대한민국과 미국에서 대부분의 사업을 일구신 분답지 않게, 북방대륙과의 관계가 더욱 친밀해 보이는데,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인지, 향후 행보를 묻고 싶고요. 또 하나 북한과도 외교 관계 수립 의사가 있는지도 묻고 싶습니다.

통령님의 성실한 답변을 부탁드리겠습니다."

"질문에 뼈가 있습니다만, 답변해 드리죠."

이렇게 운을 뗀 내가 탁자 위에 있던 물 한 모금을 마시고는 구체적 답변에 나선다.

"조선소 문제는 한 마디로 신규 투자입니다.

한 기업가로서 솔직히 말씀드리면 그동안 대한민국의 인건비가 너무 많이 올라, 신규 수주에 많은 애를 먹고 있습니다. 그래서 중국에 조선소를 짓는 것이고요, 물론 한국 기존 조선소는 좀 더 부가가치가 높은 쪽의 수주를 통해서 확장해 나가겠습니다. 그 외에 우리가 북방 외교에 주력한다는 것은 한 편으로는 맞기도 하지만 틀리기도 합니다.

우리 고구려 공화국의 인적분포를 보면 알 수 있듯이 국민의 대부분이 이쪽 사람들입니다. 그러니 고구려 공화국의 입장에서는 북방국과 더욱 선린 우호 관계를 다질 필요가 있었고요. 앞으로는 문호를 더욱 개방해 동남아는 물론 인도 방글라데시 등 아시아는 물론 세계의 어느 나라 국민도 원한다면, 우리나라에 와서 일자리와 함께 시민권을 얻을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북한과는 당분간은 외교관계를 맺을 생각이 없습니다.

이상입니다."

"일본의 나나미 기잡니다. 일본의 북방 영토인 사할린 섬을 반환할 의사는 없는지 통령님께 묻고 싶고요. 일본 수상과는 언제 정상 회담이 열리며, 경협을 확대할 의사는 있는지요?"

"여기자 분이 질문을 하시니 좀 이채롭군요. 그런데 어떻게 질문이 내게만 집중되는지, 저도 한숨 돌릴 기회는 주시고 물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하하하...........!

나의 농담에 장내 기자단에서 폭소가 터진다.

"그럼 답변 드리지요. 사할린은 역사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고구려 공화국의 영토가 맞으니 반환할 의사가 전혀 없습니다. 그리고 일본 수상님과는 빠른 시일 내에 정상 회담을 가질 수 있도록, 우리 쪽에서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경협문제는 지금까지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만, 언제든지 일본 기업인들의 투자를 환영하고, 더욱 확대해 나가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신화사 통신의 저우궈양 기자입니다. 금번에 주석 동지께서 대량의 민항기를 다른 나라도 아닌 굳이 고구려 공화국으로부터 들여오심은, 양국의 선린 우호 관계를 더욱 확대하시겠다는 인민들의 바람과, 주석님의 오랜 바람의 결과라고 알고 있습니다. 또한 보다 풍족해진 인민과 기업인들의 신속하고 편리한 이동을 위한 배려라는 생각인데, 본 기자의 질문이 맞는지 주석 동지의 구체적인 답변을 부탁드립니다.

언론의 통제를 받는 신문사의 기자다운 질문이다. 이에 대해 장쩌민 주석이 입가에 미소를 띠고 안경을 한 번 추겨 올리더니 답변에 나선다.

"기자 분께서 제가 하고 싶은 말을 다 했으니 저는 더 할 말이 없고요. 다만 우리 인민들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더 한 것도 들여올 수 있다는 것을 이 자리에서 밝히고 싶습니다."

애매모호한 화법으로 짧게 스피치를 끝내는 장쩌민이다.

"더 이상 질문이 없다면 이것으로 기자회견을........."

"잠깐만! 러시아 공화국의 이즈베스티야 신문 기잡니다. 한 가지만 묻겠습니다."

"허락합니다. 질문 하세요."

대변인이 기자회견을 마치려하자 러시아의 대머리 중년 기자가 허락을 얻어 계속 기자회견이 진행된다.

"키로프스키 기잡니다. 고구려 통령님께 묻겠습니다.

이번에 판매하는 기종이 SU-25로 알고 있습니다. 이는 소련연방 시절에 개발한 전투기인데 고구려가 함부로 팔아도 되는 것인지 묻고 싶고요. 또 고려자치주 시절부터 지금의 고구려공화국까지 소련이나 러시아 인민들을 위해서는 과연 무엇을 해주었으며, 러시아공화국에 다시 합병할 의사는 없는지 묻고 싶군요. 아주 구체적인 답변을 바랍니다.

그의 질문에 내가 답변에 나서는데 얼굴이 많이 상기되어 있다.

"불쾌한 질문이지만 답변 드리겠습니다.

판매하는 전투기 기종이 무엇인지는 아까도 말씀 드린 대로, 기밀 사항이므로 말씀 드릴 수가 없고요. 제가 수호이의 모 회사인 에어크래프트 코퍼레이션 사의 지분 25%+1 주를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청산과정에서 우리 그룹이 수호이 사를 소유하게 되었다는 사실도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일 겁니다."

아직도 흥분의 잔재가 남은 나는 좀 더 차분해지고자 물 한 모금을 더 마시고 다시 답변에 나선다.

"우리는 자치주 시절부터 5%의 법인세를 연방이나 공화국 정부에 지금까지 꼬박 꼬박 지불하고 있습니다. 그 덕분으로 러시아 공화국이 지불유예선언을 하지 않고 넘어가는 것은 감사하게 생각 안하고..........."

흥분으로 달아오른 머리를 식히기 위해서라도 차분하게 호흡을 가다듬은 내가 다시 답변에 나선다.

"그런데 지금 러시아 공화국은 우리 공화국의 발전으로 시베리아철도의 수요가 많아지자 그 운임을 50%나 대폭 올려 받고 있질 않습니까? 예를 들어 하바로브에서 모스크바까지 20피트짜리 컨테이너 물량을, 전에는 2,000달러 받던 것을 지금은 3,000달러에서 3,500달러를 받고 있습니다. 해운 운임도 2,000달러면 되는 시대에......... 이 돈이 다 어디로 가고 있습니까?"

여기서 다시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하는 나다.

"이런 것을 보아도 우리가 러시아 공화국에 기여를 하고 있습니까, 안 하 있습니까? 러시아 공화국에 합병할 의사가 없느냐고 물었는데, 이는 질문이 아니라 나에 대한 모독이요, 고구려 공화국 국민에 대한 도발이니 만큼, 아무리 기자신분이라도 내 분명히 말 하건데, 좋게 끝나지는 않을 겁니다. 의도가 엿보이는지라, 끝까지 그 뒤를 캐보겠습니다.

나의 답변에 안색이 핼쓱해지는 러시아 기자 놈이다. 내가 왜 이런 말을 하는가 하면 정부신문인 프라우다 지는 국내문제를 다루지만, 이즈베스티야 지는 국제문제를 다루는 신문인데, 아직도 공산당의 입김이 반영되기 때문에 한 소리다.

어느 놈이 이 기자의 입을 빌어 하고 싶은 말을 한 것 같은 기분이기 때문이다. 나도 반성할 점이 있다.

엘친 대통령과의 친분만 믿고 러시아의 외교 관계에 너무 등한히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그렇지만 제비 한 마리가 왔다고 해서 봄이 온 것은 아니 듯이, 너무 과민반응을 보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나다. 소리 나지 않게 조용히 러시아와도 유대를 더욱 강화하려는 나의 복안이다.

============================ 작품 후기 ============================어제 조금이라도 써 놨으면 편한 놈의 것을, 9시30분에 퇴근하고 나서 10키로 바이트 이상을 쓰려니 힘드네요. 그나마 계속 내달리니 그렇지 중간에 자료조사를 한다고 하면, 이 분량이 안 되지요.

아무튼 이렇게 해도 행복한 것은 독자님들이 계시기 때문임을 기억하면서, 축원하고 싶습니다. 무두 모두 건강하시고, 행복하십사!

^^ 하고요!

오늘 마냥 많은 분들이 3종 세트로 격려를 해주시면, 작가는 더욱 힘이나서 달려갑니다!

^^

^^ 하고요!

^^좋은 하루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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