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경제 대통령-112화 (112/135)

< -- 세계적인 기업들을 사냥하다 -- >

슐츠와 내가 회장실 문을 열자 임산부마냥 배가 나온 조지 트립 회장이 우리를 반긴다.

"어서 오시오, 두 분!"

"강 회장이 준 초대장은 어떻게 하고, 도리어 우리를 초대하고 있소?"

슐츠의 말에 조지 트립이 웃으며 말한다.

"강 회장의 초대장이 나에게는 우리 회사의 구명카드로 보여 오히려 모시는 중 아닙니까?"

"하하하.........! 아무튼 두 분의 대화가 잘 되어 미국을 대표하는 항공사가 불행한 일이 없었으면 좋겠소."

"그야 전적으로 강 회장님의 손에 달린 일이니 제가 잘 보일 필요가 있지요. 그런 의미에서 제대로 악수나 합시다."

회사는 다 망해간다면서 넉살좋게 웃으며 손을 내미는 조지 트립이다.

나는 잔털로 뒤덮인 퉁퉁한 그의 손을 잡고 흔들다가 그가 권하는 쿠션 좋은 의자에 앉는다. 그리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간다.

"제게 용건이 있으시다 고요. 할 말이 계시면 바로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주인인 제가 장시간 빠지면 오늘의 모임이 엉망이 될 테니까요."

"하긴 바쁜 사람을 모셔놓고 이럴 때가 아니죠.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죠. 저희 회사의 태평양 노선을 사시죠?"

"아니, 트립! 정신이 있는가, 없는가? 비행기 한 대 제대로 없는 강 회장에게 노선부터 사라면 말이 되는가?"

슐츠의 말에 멋적은 웃음을 지은 그가 다시 말한다.

"제가 좀 마음이 급하다보니 잠시 딴 생각을 한 모양입니다.

뭐 태평양 노선부터 먼저 사고, 항공사를 차릴 수도 있는 문제이긴 하나,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고.......... 그럼, 우리 회사의 일정 지분을 인수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다 망해가는 회사 사서 뭐 하게요?"

나의 노골적인 언사에 졸지에 얼굴이 칠면조 빛깔이 되는 조지 트립이다.

"끄응..........!"

한참을 거칠게 호흡하며 괴성 비슷한 신음으로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은 그가 말한다.

"아직은 잘 나가고 있으니 의사가 없으면, 남 화 돋우지 말고 그냥 나가시오."

무례하기 짝이 없는 말이지만 나는 빙글빙글 웃으며 말한다.

"아직도 잘 나가던 70년대로 착각하고 있는 것 아니오? 카터 정부의 항공 자율화 정책에 따라 수많은 경쟁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익이 많은 국내선보다 국제선에 집착을 하고, 고유가 시대에 기름 많이 처먹는 대형 점보기들을 수백 대를 하늘에 띄워놓아 기름 잡아먹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 듯하오이다.

어디 그 뿐이오. 강성노조는 아직도 정신 못 차리고 제 밥그릇 챙기기 바쁘니, 이러고서도 안 망하면 그게 이상한 거죠."

내 말에 이제는 완전히 탈색된 얼굴로 몸마저 부들부들 떨고 있는 조지 트립이다.

그 전에 내가 이렇게 팬암에 대해서 자세히 읊을 수 있었던 것은, 기회만 되면 항공사를 하나 인수하려고 전부터 기획실에 지시해서 세계적인 항공사들에 대해 자세히 조사시킨 덕분도 있고, 전생에서도 '팬암의 미소'와 푸른 지구 형상의 로고, 개다가 팬암 본사 빌딩 등의 매력으로 인해 관심이 있었는데, 세계적으로 유명한 두 건의 항공 사고로 인해, 90년대 초반에 이 거대 공룡 회사가 흔적도 없이 공중 분해되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렇게 신랄할 수 있는 것이다.

아무튼 나의 말에 이제 손까지 저으며 나를 내쫓는 팬암 회장이다.

"나가시오, 당장 나가시오."

그러자 슐츠가 끼어들어 중재를 한다.

"기껏 손님을 오래놓고 말 몇 마디에 나가라면 그게 어디 있을 법이나 한 소리요. 개다가 강 회장이 어디 틀린 말 했소? 사실이 그렇잖소? 그러니 그만 화를 삭이고 잘 의논해봅시다."

슐츠의 말에 다시 한 번 기성을 발한 그가 말한다.

"끙........! 의사가 있소, 없소?"

"어느 정도의 지분을 양도할 의향이요?"

나의 반문에 혈색이 돌아온 그가 즉각 답한다.

"25% 요."

그의 말에 나는 두 말 않고 자리를 털고 일어난다.

"너무 많아서 그러오?"

돌아서서 나가는 내 뒤에다 대고 말하는 조지 트립이다.

"한심한..........! 너무 적소! 최소 50% 이상은 되어야 중병환자를 대대적으로 수술할 것 아니오?"

"뭐요...........?"

나의 말에 상체 까지 뒤로 넘어가며, 기겁을 하고 놀라 반문하는 트립이다.

"잘 생각해 보고 생각이 있으면 연락 주시오!"

그렇게 말하고 나는 뒤 한 번 돌아봄 없이 팬암 회장실을 거침없이 당당하게 걸어 나온다.

그로부터 사흘 후 팬암 회장으로부터 직접 내게 연락이 왔다. 당시에도 나는 투자하겠다는 회사들과 세밀한 의견 조율을 하느라고 아직 뉴욕에 체류 중이었기 때문에, 2시간 후로 시간 약속을 정하고 그를 만날 수 있었다.

물론 팬암 회장실에서다. 서로 의례적인 인사와 상투적인 말을 나누고 우리는 곧 본론으로 들어간다.

내가 먼저 묻는다.

"결정을 하셨소?"

"어떻게 30%면 안 되겠소?"

내가 아무 말도 않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자, 조지 트립 회장도 놀라 같이 벌떡 일어나 앉으라는 제스처를 취하며 말한다.

"정말로 우리 회사의 지분을 50% 이상 소유해야 하겠소?"

"50%에 딱 1주, 더요."

"하하하..........! 완전히 경영권을 장악하겠다는 속셈이군요."

"대대적인 수술을 않고는 팬암은 소생할 수가 없소."

"내 생각은 그런 정도는 아니라고 보는데..........?"

"그런 안이한 자세가 벌써 틀렸소! 얼마면 되겠소?"

"80억 달러요."

"장난하오! 지금! 다 낡아빠진 비행기 240대에다 강성노조는 덤이고.......... 하하하..........! 그 돈이면 전부 새 점보기로 교체를 할 수 있겠소! 내 생각에는 20억 달러도 많이 쳐주는 것 같소."

"지금 무슨 소릴 누가 하는 것이오! 새 비행기도 많고, 아직은 우리 팬암이 망하지는 않았소!"

"20억 달러에 되오, 안 되오?"

"어림없는 소릴..........!"

나는 두 말 않고 그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회장실을 나온다. 그리고 다시 이틀 후, 조지 트립으로부터 전화가 와 재 회동을 한다. 결국 50% + 1주에 대한 인수금으로 40억 달러를 회사 재건자금으로 투입하되, 노후기종 100여 대를 7년에 걸쳐 순차적으로 새 기종으로 교체하는 조건 하에, 우리 그룹은 팬 아메리카항공의 경영권을 손에 넣는다.

이 소식이 미국 전역으로 전파를 타자 신문과 전 국민이 난리다.

[미국의 대표기업 동양으로 넘어가다][우리는 영원히 팬암의 아름다운 미소를 볼 수 없을 지도 모른다][방만한 경영이 빚은 참극][지렁이가 뱀을 삼키다] 등의 자극적인 문구와 함께 별로 좋지 않은 조의 기사로 도배를 하고 있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크라이슬러사를 위기의 늪에서 구해낸 명 구원투수 아이아코카를 자동차 및 팬암 회장으로 선임하고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착수한다. 아이아코카가 항공기 분야에는 잘 알지 못하므로 이 약점을 보강하기 위해 나는 GE출신으로 항공기에 밝은 제임스 맥너니를 부회장에 선임하여 그를 보좌토록 한다.

아이아코카는 회장에 취임하자마자 특유의 날카로운 칼을 빼들어 과감한 구조조정에 돌입한다. 자신의 연봉 5달러에 8만 명이었던 종업원을 5만 명으로 대폭 축소하는 한편 부사장급 이상의 간부들은 전원 사표를 받아 퇴진을 시킨다. 그리고 적자가 나는 노선은 아예 폐쇄를 시키거나 운항회수를 줄이니, 전 세계적으로 84개 노선이던 것이 68개로 축소된다.

거기에 기름을 많이 먹는 노후기종은 순차적으로 퇴진시키니, 당해 연도부터 금방 흑자로 돌아선다. 이 과정에서 노조의 강한 반발이 있었지만 특유의 장기로 그들을 압박해 그들을 승복시킨다. 그래도 추격해오는 유나이트, 델타, 노스웨스트 항공사의 추격을 뿌리치기 위해 나는 미국 국내노선은 저가항공을 창설해 죽이기로 하고 이를 준비를 하도록 지시한다.

팬암이 유명한 이유는 일본의 나리따 공항 영국의 히드로 공항을 취항할 수 있는 미국국적 기는 단 두 회사뿐인데, 이들 모두에 취항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팬암은 전 세계적으로 노선취항권을 가지고 있는데, 다른 회사들은 중남미나 국내선 위주다. 그래서 우리가 저가로 공략을 하면 이들이 전부 파산할 것으로 판단하고, 나는 이를 강력히 실행하도록 요구한다.

아무튼 나는 또 미국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테러와 하이재킹의 표적이 되는 팬암의 이미지를 수정하기 위해, 사명도 팬 아메리카가 아닌 '대원 아메리카항공'으로 바꾸는 동시에 모든 요원이 줄었지만 보안요원은 오히려 대폭 늘리고, 검색도 크게 강화시키는 한편, 장난전화라도 소홀이 취급하지 않도록 단단히 교육을 시키도록 한다.

이러는 가운데 7년 동안 100대를 구매하기로 한 우리의 계약 내용이 어떻게 비행기 제작사에 흘러들어갔는지 몰라도, 보잉은 물론 록히드사, 더글러스사 심지어 유럽의 비행기 제작사까지 찾아와 나를 귀찮게 한다.

물론 구매를 조건으로 각종 혜택과 저렴한 가격을 제시하는 것이다. 나는 이 과정에서 항공제작에 참여하고 싶어 지분의사를 각 회사에 타진한다.

보잉은 완전히 이를 거절했고, 록히드사와 더글러스사는 일부의 지분을 매각할 수도 있다는 의사를 비추기에 나는 양사로 구매범위를 좁힌다. 맥도널더글러스사는 DC-10이라는 기종으로, 록히드사는 1970년에 첫 비행을 한 L-1011 트리스타(TriStar) 점보제트기를 가지고 구매요청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가격은 DC-10이 더 낮은 가격에 오퍼했으나, 그 후에 증명되었듯이 이 기종은 안전성에 문제가 있어 많은 비행기가 사고로 추락한 기종이다.

반면에 L-1011 트리스타 점보제트기는 가격은 상대적으로 DC-10보다 비싸나, 기계적으로 완성도가 높고 엔진의 상태도 롤스로이스(Rolls-Royce)사의 RB 211 터보팬 엔진을 장착하여, 보다 파워도 좋고 안전하다. 역사적으로 한 건도 추락사고가 나지 않은 것이 이를 증명한다.

또한 록히드사는 마침 어려움을 겪고 있어 마침 투자처를 찾고 있던 중이라 30%까지 지분을 양도할 수 있다고 하는 반면에, 더글러스사는 최대 15%까지가 양도가 가능하다 한다. 여러 조건을 비교한 결과 나는 록히드사의 L-1011을 구매하기로 최종 결정한다.

세계 최고의 안전성을 가진 데다, 최대 400명을 태울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고, 양쪽 날개에 영국제 롤스로이스 터보팬 엔진을 한 기씩 장착했고, 나머지 엔진 하나는 정숙성을 위하여 수직 꼬리날개 밑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구조의 L-1011을 선택한 것이다. 그런데 이 기종은 실제 역사에서는 보다 저렴하게 공급하는 DC-10에 눌려 별로 팔아먹지 못한 기종이다. 그런 것이 나에 의해서 보다 생산성을 갖추고, 민항기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아무튼 나는 대당 4000만 달러에 1대씩 이를 구매하기로 계약하고, 또 이면 계약대로 그들의 지분 30%를 인수한다. 내가 이렇게 항공기 분야에 진출하는 동안 이루어진 투자설명회는 우리의 기대와는 달리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유일하게 벡텔에서 8차선 고속도로건설에 참여한 것이 성과고, 나머지는 중소기업들의 투자 건으로, 최대 수백만 달러 내외에서 수십만 달러짜리가 100여 건을 상회해 아주 죽을 쑤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 와중에 프랑스의 다국적 운송 및 발전 설비 제조업체인 알스톰(Alstom)에서 나에게 지분인수를 타진해와 나는 또 이 기업의 지분을 매입하기 위해 줄 달리기 중이다. TGV로 유명한 이 회사는 훗날 한국의 고속철도 수주한 유명한 회사인데, 요즈음 경영난에 빠져 정부의 구조요청을 바라나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상태에서, 나에게 교섭이 들어온 것이다.

자본을 유치하러 온 것인지 세계적인 기업을 사냥하러 뉴욕에 온 것인지 알 수 없는 요즘 나의 행태지만, 2기획실에서 신수종 사업으로 꼽은 것이 고속철도 분야이므로, 나는 매력을 느껴 오늘도 이 기업의 CEO인 패트릭 크론과 열심히 협상 중에 있다. ============================ 작품 후기 ============================어제는 예정에 없던 회식을 하는 바람에 연재를 못했습니다.

널리 양해하시고 즐거운 주말 되세요!

^^ 3종 셋트로 격려를 해주시면 더욱 감사하겠습니다!

^^

============================ 작품 후기 ============================어제는 예정에 없던 회식을 하는 바람에 연재를 못했습니다. 널리 양해하시고 즐거운 주말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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