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경제 대통령-110화 (110/135)

< -- 고려 자치주 -- >

내가 김포공항에 도착하니 밤 9시가 넘은 시간임에도 기자들이 진을 치고 있다는 보고를 마중 나온 비서관으로부터 받는다. 나는 이미 이럴 줄 알고 기내에서 회의를 개최한 바, 당초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던 나의 계획을 돌연 취소시킨 상태에서, 이들은 귀찮은 존재에 지나지 않았다.

중간 경유지에서 본사로 전화를 걸어본 바, 냄비근성이라고 벌써 우리가 고려자치주를 획득하고 이를 경영하는 것에 대해서는, 언론들과 일반국민들은 까맣게 잊고 있는 상태라는 것이다. 그 소식을 들으니 생각이 달라진 나다.

괜히 잠잠한 언론을 건들여 다시 벌집을 쑤셔놓은 듯, 온 나라가 시끄럽게 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으로 기자회견 계획을 아예 취소해 버린 것이다. 그래도 언론에서는 나의 동향에 대해서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는지, 나의 귀국 사실을 용케 미리 알아내고는 로비에 진을 치고 있다니, 이를 뚫고 나갈 일이 까마득하다. 나는 정공법으로 밀고나가 터트리는 플래쉬 세례며 들이대는 수많은 마이크에도 불구하고 할 말 없다는 말로 시종하며, 경호원들의 도움으로 간신히 공항을 빠져나와, 바로 집으로 직행한다. 그리고 그 이튿날 나는 바로 기 소집되어 있는 사장단회의를 주재한다.

대회의실을 가득 메운 사장들과 임원들을 바라보며 나는 넉넉한 웃음으로 입을 연다.

"여러분들의 수고 덕분에 소련 방문은 기대이상의 성과를 거둘 수 있었습니다.

매우 기쁘고 만족합니다. 하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합니다. 금번에 우리가 획득한 고려자치주가 영원히 우리 기업의 핵심 기반이 될 수 있도록, 여러분들이 지혜를 모아주시고 배전의 노력을 경주해주시기 바랍니다.

잠시 장내를 돌아보며 한 템포 쉰 나의 말이 이어진다.

"여러분들도 이미 뉴스를 통해서 알고 있듯이 고려자치주는 우리 기업의 광범위한 참여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각 계열사 사장님들은 최소 한 번 이상 그곳을 방문하여 계열사마다 그곳에서 전개할 사업을 구상하여 서면으로 제출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나의 서론은 이만 마치고 고려자치주 건에 대해서 의견이 있는 분은 발표를 해주시기 바랍니다."

나의 말이 끝나자마자 비서실장이 먼저 발언을 한다.

"저는 이 사업을 각 계열사 별로 중구난방으로 움직일 것이 아니라, 기획실 내에 전담팀을 구성해, 이곳을 통해 모든 고려자치주의 업무가 이루어졌으면 합니다. 물론 각 계열사 별로 사업 계획이야 구상하고 실천도 해야겠지만, 우선은 전담팀을 거쳐 사업의 타당성과 한정된 자금 내에서, 우선순위를 조정해야 할 것으로 봅니다.

"내가 생각해도 좋은 안입니다. 제2기획실에서 '고려자치주 전담팀'을 구성해, 사업의 타당성, 우선순위, 자금배정에 이르기 까지 전 사항을 관리해주시기 바랍니다. 아시겠죠? 김 실장님!"

"네, 회장님!"

나의 물음에 김 재익 2실장이 힘차게 대답한다.

"제가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이렇게 운을 뗀 사람은 또 하나의 막강 파워 부서를 산하에 거느리게 된 김 재익 기획 2실장이다.

"일관제철소를 굳이 한국만 고집할 필요가 있습니까? 허가도 안 내주는 한국이 아니라 제철소에 꼭 필요한 자원인 철광석은 물론 석탄과 물마저 풍부한 시베리아에 건설해서, 앞으로 무수한 수요를 필요로 할 그곳에 우선 공급하고, 남는 양은 해외에 수출하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그의 말에 웅성웅성 장내가 잠시 소란스럽다.

이를 내가 손을 들어 제어하고 발언을 한다.

"그러보면 그렇습니다.

제철소입지로는 어디가 좋겠습니까?"

"수출을 하려면 항구가 최적지입니다. 그래서 저는 블라디보스토크나 나홋카 부근에 건설했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철광석과 유연탄은 기차로 반입하면 되는 것이고요."

"좋습니다. 좀 더 타당성 검토를 해서 가능하다면 그렇게 하는 방향으로 합시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야 하니 최소 연간 500만 톤 내지 1,000만 톤의 조강 능력을 확보하는 것으로 검토해주시기 바랍니다. 또 소위 '파이넥스 공법'이라는 것인데, 이 방법을 '제철연구소'에서 심도 있게 연구해주시기 바랍니다."

이어 나는 파이넥스 공법에 대해서 좀 더 알기 쉽게 설명을 해준다.

"아시다시피 쇳물을 뽑으려면 철광석과 석탄을 100m터 높이의 용광로 즉 고로(高爐)에 같이 투입해 고열을 가함으로써 쇳물을 뽑아냅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가루상태의 철과 석탄을 그냥 집어넣으면 너무 빽빽해 잘 녹지를 않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개발한 공정이 소위 소결공정과 코크스 공정 아닙니까? 즉 철광석도 덩어리로 만들고(소결), 석탄도 덩어리로(코크스공정) 만드는 공정을 거쳐 고로에 투입합니다. 그래야만 공간이 많아 잘 녹습니다. 그런데 파이넥스 공법은 이 소결공정을 거치는 대신에 용융로에서 철만 뽑아내는 환원과정을 거쳐, 가루 상태의 철을 그냥 고로에 붓는 방식입니다.

석탄도 마찬가지고요. 그렇게 되면 소결과 코크스 공정이 없어지는 데다, 20~30% 저렴한 가루로 된 철광석과 석탄도 구매가 가능합니다. 대기 오염도 줄고요. 하여튼 이 방법을 연구해 이 공법으로 철을 꼭 생산할 수 있도록 당부 드립니다.

나의 해박한 지식에 또 한 번 입만 헤벌래 벌리고 있는 많은 사장과 임원들을 바라보며 나는 개의치 않고 계속해서 진행을 요구한다. 계속해서 김 재익 2실장의 발언이 이어진다.

"저는 고려자치주의 개발방식에 대해서도 한 말씀 올리고 싶습니다. 회장님도 기 언급이 계셨습니다만, 우리 그룹 단독으로 자치주를 개발하는 것은 자본도 문제지만 너무 위험부담이 큽니다.

이 정권에서는 인정을 해주었다지만 다음 들어선 정권에서 나 몰라라 하고 강제로 회수내지는 원상복구를 시킨다면, 그때까지 투자를 한 우리 그룹은 어떻게 되겠습니까? 그래서 자본 부족도 해결하고 자치주의 안전을 담보하자면 가급적 여러 나라의 투자를 끌어들일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회장님께 미국은 물론 유럽 심지어 일본에 까지 고려자치주에 대한 투자설명회를 개최해 투자도 확보하고 그들 나라를 방패막이로 세워 안전도 담보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에 대한 의견이 있는 분은 기탄없는 토론 바랍니다.

이어 각 사장들이 발언을 하나 누구나 다 찬성하는 발언 일색이다. 그래서 그렇게 하기로 의견을 모으고 그 준비를 하도록 결론을 맺는다. 다음 발언자는 건설의 이 재준 사장이다.

"지난번 회장님께서 하바로프서부터 블라디보스토크까지 8차선 고속도로를 건설하라고 하셨는데, 이것도 투자설명회 내용에 포함하여 외자를 유치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물론 그렇게 되면 유료화가 되어 통행료를 받아야 하나, 우리가 건설해도 건설비를 회수하고 도로를 관리하자면, 어쩔 수 없이 유료화를 해야 될 것으로 보면 큰 상관이 없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건설했을 경우는 원가 회수 기간을 50년을 책정해 장기 회수 논리로 간다고 보면 보다 저렴하게 통행료를 징수할 것이나, 외국자본은 그렇게는 힘들고 가능한 회수기간을 늦추는 방향으로 해서 투자를 유치하는 방법이면, 우리 그룹의 자본을 좀 더 다른 쪽에 투입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한 말씀 드렸습니다.

"좋은 안이니, 그 방법도 투자설명회 때 같이 설명하기로 합시다."

이렇게 결론을 낸 내가 장내를 둘러보며 사장단 중 두 사람과 번갈아 가며 시선을 맞추고는 발언을 이어간다.

"엔지니어링 사장님과 인터내셔널 사장님은 잘 들으세요. 달도 차면 기우는 것은 기정 사실 아닙니까? 그와 마찬가지로 한동안 고유가 시대가 지속되었으니, 언젠가는 반작용으로 또 저유가 시대가 올 것입니다. 저는 그 시점을 86부터라고 예상하고 있고, 그 기간은 지속되어 금세기 말까지는 또 저유가 시대가 지속 될 것입니다.

그 이후는 아마 여러분들의 상상을 불허하는 고유가 시대가 또 도래 하리라 봅니다. 그 이유는 자원은 무한한 것이 아니라 유한하기 때문에 그렇다면 답이 될 것입니다. 그러니까 제가 예상한 유가를 가지고 두 분은 적절히 개발도 하고 운영도 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런 차원에서 두 곳만 콕 집어서 말씀드리자면 지난번에 언급한 오코노리강 유전은 금세기말 까지 집중적으로 개발해 다 생산해내고, 반대로 사할린의 가스와 유전은 90년대 이후에나 개발에 착수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때쯤이면 아마 소련 정권 내 중대변수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저의 예상으로 드리는 당부 말씀이니 꼭 명심하여 실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나의 말을 인터내셔널의 최 인준 사장이 받는다.

"회장님의 장래에 대한 예견은 정말 예언가 수준이니 어길 수가 없지요."

"하하하..........!"

그의 말에 장내에 한동안 폭소가 터진다. 이후 그렇고 저런 의견들이 백출하는데, 회의 도중 내게 급히 전화를 받았으면 하는 비서관의 요청이 있다.

생각지도 않은 전 통의 전화란다. 나는 안 받을 수도 없어 천천히 일어나 어기적, 어기적 전화를 받으러 간다.

============================ 작품 후기 ============================오늘은 양이 조금 작습니다만 이해해주시고, 좋은 날들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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