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경제 대통령-108화 (108/135)

< -- 고려 자치주 -- >

이튿날 우리는 주도(州都)가 될 하바로브스크로 이동해 잠시 주청사를 방문한다.

이곳에서 우리는 주 서기장으로부터 하바로브의 역사와 현 상황을 개괄적으로 보고 받고 이들을 격려한다. 그가 전하는 바를 약술해 놓으면 이렇다.

아무르 강이 우수리 강과 만나는 지점에서 약간 하류 쪽에 위치해 있다. 17세기 중엽 아무르 강 유역을 여러 번 탐험했던 러시아 탐험가 E.

P. 하바로프의 이름을 따서 명명되었다.

현대적인 도시는 1858년에 군사전초기지로 세워졌다. 시베리아 횡단철도가 아무르 강을 가로지르는 길목에 있는 요충지로서 소비에트 체제하에서 줄곧 극동 지방의 중심지였으며, 한때는 베링 해협까지 이르는 극동 지방 전역을 관할하기도 했다.

아무르 강 쪽으로 가파르게 경사진 산등성이 및 작은 골짜기들로 이루어져 있다. 아름다운 강변 공원과 산책로를 갖추었으며, 단층 목조 주택들이 나란히 있어 독특한 경관을 형성한다.

강이 있는 도시가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도시이다. 차가운 시베리아라는 이미지를 씻어버릴 만큼 고풍스런 건물들이 아무르 강을 바라보며 줄지어 있고 많은 고원과 강을 따라 산책하기 좋은 오솔길, 극동의 역사를 간직한 시내는 이방인들의 시선을 잡아끈다.

주요한 산업 중심지로서 대부분의 산업은 상류지역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기계 및 기계조립, 정유, 목재, 가구제작, 경공업 등이 다양하게 이루어진다.

종합기술대학·농업대학·의과대학·사범대학·철도공학대학이 있으며, 과학연구소가 여럿 있다. 하바로브 주의 인구는 현재 160여만 명으로 이중 35%에 해당하는 60만 명이 이곳 주도 하바로브에 몰려 살고 있다.

주청사를 나온 우리 일행은 승용차 편으로 간단히 시내를 한 바퀴 돌아보고 서쪽에 위치한 아무르 강에 도착한다. 소련 말로 '사랑'이라는 뜻의 아무르는 겨울을 만나 깊이 잠들어 있어 본래의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는 없다.

실망한 눈초리로 빙설 위를 지나는 시베리아 횡단철도의 철교를 바라보고 있는 나에게 이곳 까지 안내를 자처하며 따라온 주 서기장에 말한다.

"강물이 해동하면 이 위로 유람선과 벌채된 목재를 끌고 가는 수많은 바지선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여름이면 강변 백사장으로 많은 사람들이 형형색색의 옷을 입고 즐기는 모습을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나는 그의 말보다도 철교의 모습에서 눈이 떼어지지 않아 그에게 묻는다.

"저 철교는 단지 기차만 통행하는 것이오?"

"그렇습니다."

"자동차와 사람도 왕래할 수 있게 설계되었으면 좋았을 것을..........?"

"그래도 저 철교가 있기에 우리는 모스크바까지 달려갈 수 있는 것입니다."

"알겠소."

간단하게 대답한 나는 수행한 대원실업의 신 선우 사장을 한참동안 바라보다가 엉뚱한 화제를 꺼내든다.

"최 병열 수출본부장은 잘 하고 있습니까?"

"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열심히 뛰고 있습니다."

"능력은?"

내 의도를 제대로 파악치 못해서인지 대답을 머뭇거리고 있자 내가 보충하여 묻는다.

"열심히만 한다고 다 잘 되는 것이 아니라 기본적인 소양과 능력도 중요하다는 말이지요. 내 말은."

"열정도 열정이지만 끈기가 있고 추진력도 대단합니다."

"인재군!"

"네, 그렇습니다."

"그 사람을 대원실업의 사장으로 승진시키고 이제 신 사장님은 이곳의 일을 전적으로 맡으시지요?"

갑작스러운 내 말에 당황했는지 바로 답을 못하는 신 사장이다. 내가 그런 그를 위해 보충설명을 해준다.

"앞으로 이곳이 우리의 제일 중요한 사업기반이 될 텐데, 이곳 전체를 관리감독 할 인재 하나 정도는 이곳에 상주해야 하지 않겠소? 연속해서 벌어질 각종 공사는 물론 꾸준히 전개될 사업, 현지인들과의 조화, 인력공급, 수출입문제, 모든 것을 관리감독하고 주관하자면, 웬만한 인재로는 감당을 하지 못할 것 같아서 특별히 신 사장님에게 부탁을 드립니다만..........?"

비로소 입을 열어 답변을 하는 신 선우 사장이다.

"회장님의 명이시라면 열심히 한번 해보겠습니다.

나는 그의 말에 미소를 띠고 고개를 끄덕이다가 웃는 낯으로 말한다.

"이곳에 대한 내 구상은 이렇습니다.

3개 주를 총괄할 자치위원장을 한 명 임명하고 나는 그를 총서기로 부르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 밑으로 지금마냥 각 주에 당 서기를 비롯한 행정조직을 그대로 두는 것이지요. 지금 기존의 조직을 손댔다가는 큰 혼란이 올 것은 불 보듯 환한 일이고, 또한 이곳 민족주의자들의 감성을 자극할 소지가 다분합니다. 여러 이유로 나는 기존 조직을 그대로 두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신 사장님은 이곳의 부 자치위원장이 되어 각 주를 일차적으로 총괄함은 물론 우리 기업과 관계되는 모든 일을 챙기는 것이지요. 당연히 혼자 이 모든 일을 감당할 수는 없으니, 필요한 만큼의 인력을 산하에 두고 부리도록 하시고요."

"네, 제가 생각해도 훌륭한 생각이라고 판단되어 집니다."

신 사장의 동의에 나의 말이 이어진다.

"자치위원장은 정치적 외풍을 막아주고, 소련정부와의 연결고리로도 작용해야하니 나는 이곳의 거물 중 하나를 선택해 맡길 생각으로 이미 심중에 그 인물이 그려져 있습니다."

"누굽니까?"

비서실장의 물음에 나는 쓴웃음으로 하바로브 주 서기장을 슬쩍 건네다 보고는 말한다.

"우리 끼리 있을 때 얘기하기로 하지요."

"하하하..........! 제가 괜히 눈치도 없이 쓸데없는 질문을 했군요."

"누구든지 궁금증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니 너무 마음에 두지 마세요."

그래도 나는 비서실장이 무안해 할까봐 얼른 다음 화제로 넘어간다.

"지금 이곳의 인구가 60만 명 정도라 들었습니다. 나는 이곳의 인구가 최소 300만 많게는 500만 명이 모여 살 수 있는 자급자족의 주도로 만들고 싶어요. 그러자면 도시를 크게 건설해야하고 사통팔달의 교통망도 갖추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말입니다만. 기존의 도시를 건드리면 보상비다 뭐다 해서 엄청난 자금이 들 거예요. 그러니 기존 도시는 그대로 두고 주변의 어느 곳이든지 최적지에 사통팔달의 방사형의 신도시와 함께 산업공단을 조성하자는 게 내 구상입니다.

여기서 말을 끊고 잠시 호흡을 돌린 나의 말이 이어진다.

"그 일환으로 우선 나는 저 철교 옆에 나란히 팔차선의 자동차 도로와 인도를 먼저 건설하고 싶군요. 그리고 우리 자치주의 지질구조 상 남북으로 길게 뻗은 8차선 고속도로를 바로 착공하고 싶습니다.

즉 이곳 하바로브를 중심으로 위로는 최북단 도시인 짐메르마노브카를 거쳐 그 위 동해의 해안까지 그리고 아래로는 블라디보스토크까지 8차선 고속도로를 건설해, 물류가 흐르는데 지장이 없게 하는 것이 최우선적으로 실시되어야 할 기반공사라고 봐요. 그러고 나서 각 도시를 잇는 횡적도로를 완성해 거미줄 같은 도로망을 완비하자는 것이 내 구상이지요."

시계를 보며 말하던 내가 곧 프리모르스키(연해주)의 주도인 블라디보스토크를 향해 갈 시간이라 비행기를 타기 위해 승용차로 걸어가면서 말을 잇는다.

"도로망뿐만 아니라 여기에 하바로브 공항도 확장을 해 세계적인 공항으로서 손색이 없어야 할 것이고, 이곳의 모든 물류를 소화해낼 블라디보스토크와 나홋카 항구는 대대적인 확장 공사를 해야 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모두 내 말에 동의하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듣고 있다. 곧 승용차에 오른 나는 현재 서울, 동경, 하얼빈, LA 등의 4개 국제노선이 개설되어 있는 하바로브스크 공항으로 달린다.

물론 국내선인 모스크바는 당연히 갈 수 있다. 비행기에 몸을 실은 우리는 한 시간 남짓 만에 곧 프리모르스키 주의 주도인 블라디보스토크 공항에 도착한다.

앞으로는 생소한 프리모르스키 주라는 말보다는 우리에게 익숙한 연해주로 호칭하겠다. 그런 의미에서 잠시 연해주에 대해 언급하면 이렇다.

러시아 극동관구 9개주 중에 하나인 연해주는 한반도 면적의 약 0.8배다. 하지만 인구수는 대전광역시 인구보다 조금 많은 192만 명에 불과하다. 행정구역상 연해주에는 12개의 시(市)와 22개의 군(郡)이 있다.

가장 큰 시로는 소련 극동의 부동항으로 유명한 인구 62만 명의 블라디보스토크가 있다. 다음으로는 한국기업들의 농업투자가 활발한 16만 명의 우수리스크, 인구 15만 명의 러시아 동부 최대항구 나홋카 그리고 블라디보스토크 공항인근에 위치한 인구 10만의 아르티옴이다.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시들은 모두 5만이하의 조그만 도시들이다. 이들 12개 도시들의 인구를 모두 합하면 150만 명에 달하며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40만 명은 산림자원과 광물자원이 풍부하게 매장돼 있는 광활한 연해주 22개의 군에 산재해 있다.

블라디보스토크 공항에 내리니 뜻밖의 인물들이 마중 나와 있다. 그룹의 자금담당 전무이사 이자 호텔과 백화점의 사장인 강 동운 씨와, 호주에서 철광석을 개발하고 있던 손 인태 사장 그 밖에 러시아인 한 명이다.

서로 반갑게 악수를 나누고 러시아인도 소개를 받으니 연해주 당 서기 알렉세이 빅토르 란다. 내가 그 중 강 동운 전무를 보고 묻는다.

손 사장이야 내가 불러서 왔지만, 이 사람은 아니기 때문이다.

"어쩐 일이십니까?"

"서울에서 3시간 거리입니다. 제가 못 올 곳을 온 것은 아니겠지요? 그러나저러나 한국은 지금 아주 난리가 났습니다."

나는 내심 짐작이 갔지만 시침을 뚝 떼고 묻는다.

"왜요?"

"왜는 왜입니까? 회장님이 통 크게도 3개 주를 집어삼켰다는 빅뉴스 때문이죠."

나는 강 사장의 말에 급히 손을 저어 부인하는 말을 한다.

"아니, 아니오! 집어삼켰다는 말은 뭔가 오해가 있는 말이고, 우리는 다만 세 주를 경제특구로 지정받아, 대원그룹에서는 단지 이 세주를 발전시키는데 우선권을 부여받은 것에 지나지 않아요."

"그렇지만 언론매체는 물론 일반국민들은 전혀 그렇게 생각지를 않으니 문제죠. 마치 대원그룹에서 옛 고구려나 발해의 고토를 회복한 양 떠들어대고, 믿고 있으니 여간 난감한 일이 아닙니다."

나는 급히 목소리를 높여 크게 외친다.

"절대 그래서는 안 됩니다. 언론도 그렇고 국민들도 너무 앞서나가고 있어요. 만약에 말이오, 이 분위기와 기사 내용을 러시아 연방정부에서 역으로 알기라도 하는 날이면 당장 취소는 않더라도, 하여튼 우리에게 전혀 이로울 게 없는 상황으로 전개될 거예요."

"그렇습니다. 듣고 보니 문제는 정말 문제로군요. 대책을 강구해야겠습니다."

옆에서 계속 경청하고 있던 이 주찬 기획실장이 당황한 얼굴로 끼어든다.

"귀국해서 정확한 실상을 전하는 것 밖에 달리 길이 없는 것 같으니, 그렇게 알고 다들 나머지 일정을 소화하도록 합시다."

"네, 회장님!"

이구동성으로 복명하는 가운데 지금까지 아주 조용히 서있는 연해주 당 서기 알렉세이 빅토르가 통역을 통해 우리의 대화가 끝났음을 알고 안내를 자청하고 나선다. 나는 그의 친절에 손으로 길을 제시하는 제스처를 취하는 것으로 화답한다.

============================ 작품 후기 ============================수행자 명단에 대원실업 사장 강 동운 추가로 정정했습니다.

즐겁고 보람찬 한 주 되세요!

^^이구동성으로 복명하는 가운데 지금까지 아주 조용히 서있는 연해주 당 서기 알렉세이 빅토르가 통역을 통해 우리의 대화가 끝났음을 알고 안내를 자청하고 나선다.

나는 그의 친절에 손으로 길을 제시하는 제스처를 취하는 것으로 화답한다. 이구동성으로 복명하는 가운데 지금까지 아주 조용히 서있는 연해주 당 서기 알렉세이 빅토르가 통역을 통해 우리의 대화가 끝났음을 알고 안내를 자청하고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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