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경제 대통령-106화 (106/135)

< -- 고려 자치주 -- >

소련을 다녀와서 기획실에서 소련에 투자할 마스터플랜을 세밀히 작성하는 동안 나는 중국을 다녀옴은 물론 일관제철소를 건설하기 위해 정부에 이의 허가를 요청한다. 아시다시피 연합철강은 일관제철소가 아니다.

여기서 일관제철소라 하면 용광로에서 쇳물을 뽑아내, 불순물을 제거하고(제강), 이를 다시 거대한 압력으로 눌러 열연제품이 일괄 공정으로 한 공장에서 나와야 비로소 일관제철소라 부른다. 그런데 연합철강은 이미 생산된 철판을 가져다가 칼라강판이나 냉연강판으로 가공해 판매하는 업체다. 그래도 그런 업체치고는 제법 규모가 커서 60만 톤의 처리능력을 갖고 있다. 아무튼 나는 이런 연합철강을 인수한 김에 우리기업이 필요로 하는 철강제품을 우리가 생산해서 사용하기 위해, 일관제철소를 건설하기로 그룹 내 의견을 모으고, 정부에 이의 허가를 요청한 것이다. 그러나 이 요청은 정부에 의해서 받아들여지지가 않았다.

현대 그룹이 정 주영 회장으로부터 약 40년 만에 한보철강을 인수해서 일관제철소 꿈을 이룬 것은 끊임없이 정부의 비토를 당해서 그렇다. 이는 현대가 자본이 없어서도 아니고, 그들의 의지가 없어서도 아니다.

오직 정부가 일관제철소 건설의 허가를 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철강제품을 제일 많이 쓰는 분야가 건설이다.

그 다음은 자동차, 조선, 전자 및 기기, 기계 공업 분야 등인데, 우리 그룹은 기계 분야만 빼놓고 전부 철을 상당히 많이 필요로 하고 있다. 그런데 경기가 좋아 철강이 달리면 품귀다 어쩌고 하며, 그룹의 간부들이 포철에 가서 연신 매달리고 사정을 해야 하니, 이 얼마나 답답한 노릇인가.

누구나 알고 있듯이 철은 '산업의 쌀'이다.

그런 의미에서 일본을 보라.

신닛데츠, 스미토모금속공업, 고베제강, 닛신제강, JFE스틸 등 5개사가 경합을 벌여, 값싸고 품질 좋은 제품들을 필요로 하는 기업들에게 적기에 공급하는 바람에, 전자 조선 여타 경공업은 물론 제일 낙후한 기계 공업까지도, 오늘날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추지 않았는가 말이다.

나중에 이들이 서로 필요에 의해서 합병을 하든 어쩌든 하는 것은 훗날의 일이고.

그런데 우리나라는 번번이 정부에서 허가를 내주지 않아 철을 대규모로 필요로 하는 기업도 포철에 머리를 조아려야 되고, 제때 수급을 못해 애를 태워야 되니, 이런 불합리한 점이 세상에 어디 있단 말인가.

나는 우리의 허가 요청이 반려되자 아예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전 통과의 단독면담을 요청한다. 그러나 벌써 내 의중을 읽은 전 통은 나와의 면담조차 거부를 한다.

요새 정치자금도 그렇고, 여러 면에서 전과 같이 열의를 보이지 않으니 약간은 소원한 관계가 되었지만, 이렇게 냉대를 당해야 할 정도로 나 강 태민이 녹녹치 만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최후의 수단으로 그동안 내가 구축한 해외 인맥을 이용하기로 하고 우선 슐츠에게 전화를 걸어 한국의 방문을 종용하니, 나와 꽤 오랫동안 손발을 맞춰 와서 그런지 단번에 무슨 어려운 점이 있느냐고 묻는다. 그래서 나의 일관제철소 꿈을 이야기 했더니 조만간 한국을 한 번 방문하겠노라는 긍정적인 답변을 준다. 이러는 동안에 마침내 소련 개발 계획의 마스터플랜이 완성되어, 나는 이를 가지고 고르바초프와 협상을 벌이기 위해, 소련 방문날짜를 협의한다.

그 결과 2월 20일부터 7박8일의 일정으로 소련을 방문하기로 구체적인 일정을 잡는다. 그리고 그동안 실무차원에서 논의해 합의를 본, 대원그룹의 중국내 지사 설립을 법적 제도적으로 완비를 하고, 우선 3곳에 지사를 두었다. 북경에 중국을 총괄하는 대원그룹 북경지사를 두고 우리의 공장이 위치할 상하이와 샤먼(하문)에도 각각 지사를 두었다. 그래서 세 곳에 중국전문요원으로 구성된 상주요원을 각각 30, 20, 15명을 파견하는 외에도, 공장설립을 위한 기초조사 요원 85명을 대거 현지로 파견해, 현재 공장설립은 물론 여타 부분을 세밀히 조사하고 있는 단계다.

아무튼 나는 기존의 필수 수행원 외에도 엔지니어링과 인터내셔널 사장, 무역을 관장하는 대원실업 사장은 물론 특히 하게도 농업부문의 유명한 교수님도 몇 분 초빙해 함께 출발한다. 여정이 긴 관계로 이번에는 라니아와 정 윤희 양도 일행에 포함되었다.

내가 모스크바 공항에 내리니 이곳은 아직도 한겨울이다. 한국은 이미 추위가 한풀 꺾이는데, 이곳은 온통 빙설 천지에 오늘 따라 하늘도 잿빛으로 찌푸려 있다.

아무래도 곧 눈이라도 한바탕 퍼부을 기세다. 나는 마중 나온 소련 측의 행정실장(우리나라의 비서실장 역)과 우리 측의 대원그룹 소련지사장과 정 태순 씨의 안내를 받으며 빠르게 공항을 빠져나가 크레물린 궁으로 향한다.

크레물린 궁 내 서기장 실에서 잠시 고르바초프와 한담을 나누고, 우리 일행은 곧바로 예약한 호텔로 다시 돌아와 오랜 여행으로 지친 심신을 추스른다. 그리고 오후 4시부터 속개된 회의에서 나는 고르바초프와 다시 환하게 웃으며 굳게 손을 맞잡고는 곧 회담을 진행한다. 먼저 우리가 준비한 영상자료가 커튼이 내려진 소회의실 내 벽면에 비추어진다.

먼저 소련 전체의 지도가 등장하고 소련을 동과 서로 가르는 장대한 우랄산맥이 클로즈업 되었다가, 다시 빨간 불빛 한 점은 중앙시베리아 고원을 더듬다가, 빠르게 동시베리아 평원을 치달려 바다에 이른다. 그리고 붉은 빛 한 점은 다시 중앙시베리아 고원으로 다시 와 머물며 남북으로 왔다 갔다 하며 주변을 맴돈다. 여기서 내가 마이크를 잡고 설명을 한다.

"여기서부터 동쪽으로는 지금의 소련 입장으로 보면 버려진 땅이나 마찬가지 일 것입니다. 존경하는 서기장 각하 및 각료 여러분! 이 버려진 황량한 땅을 우리 대원그룹에 200년 간 조차를 해준다면 지금의 모스크바 이상의 화려한 도시는 물론 지금 소련 경제의 최소 세 배 이상 되는 거대 규모의 경제권을 우리 대원그룹 손으로 중앙시베리아 이동에 건설할 자신이 있습니다.

나의 말이 여기에 이르자 '조차'라는 말이 신경 쓰여서인지 참석한 각료들의 웅성거림이 들린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의 말은 계속해서 이어진다.

"이러한 거대한 경제권을 대원그룹 단독으로 개발하느냐? 그것은 절대 아닙니다.

이 땅의 지배자인 소련 기업은 물론 파이낸싱 기법을 통해 미국, 서구, 일본, 중국, 한국은 물론 원하는 어느 나라 자본이든 참여시킬 생각입니다. 문호를 이렇게 개방해도 주 참여자는 아마 대원그룹일 것입니다.

아무튼 우리는 이런 거대 자금으로 화면을 밑으로 좀 내려주세요."

나의 말에 붉은 점이 이제는 밑으로 내려와 소련어로 쓰인 이르쿠츠크라는 작은 점에 머문다. 그곳을 비추자 나의 말이 이어진다.

"이곳의 가스는 우리 그룹의 지질조사 결과 1조5천억 입방미터의 가스가 매장되어 있는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이 어마어마한 량을 나는 4770km에 이르는 가스 파이프라인을 건설해 중국, 한국, 북한은 물론 일부의 여분은 일본까지 수출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이 시점에서 나는 설명의 편의를 위해 기획실장이 쥐고 있던 레이저 포인트(붉은 불빛이 나옴)를 회수해 내가 직접 비추며 설명을 하는데, 이번에는 붉은 빛이 동쪽 바다 건너 사할린에 머물러 있다.

"또한 이곳 사할린의 가스와 석유도 개발해 일본은 물론 한국에 수출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우리 그룹은 북한과 중국의 국경지대 즉 위도가 낮은 곳은 우리민족이 북방한계선을 흑룡강 까지 넓혀 재배가 가능한 벼농사를 지음은 물론 옥수수, 콩, 조, 수수 등 온갖 잡곡류를 비행기로 씨를 파종하고 수 천대의 콤바인으로 수확을 할 정도의 거대한 농장을 조성할 계획입니다. 더불어 대단위 목장을 요소, 요소에 조성해 동양은 물론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타고 서구까지 수출할 예정입니다.

이 뿐이냐? 아닙니다. 이는 우리 계획의 빙산에 일각에 불과합니다.

여기서 잠시 호흡을 돌린 나의 말이 이어진다.

"인건비가 비싸서 역외로 탈주하는 기업들을 위해 우리는 조차된 땅에 공단조성비만 받고 세계 최저가로 분양을 해, 일본은 물론 서구 장차 한국의 경공업 분야를 끌어드릴 것입니다.

노동력은 우선 현지에 거주하는 소련인이 제일 먼저 고용될 것이고, 다음은 소련 내의 고려인 다음은 북한, 중국의 조선족, 몽골인, 중국인은 물론 부족하면 동남아시아는 물론 인도주변의 인력도 확대 공급할 예정입니다."

"처음에는 경공업 위주가 되겠지만 저는 장차 조선, 자동차, 전자는 물론 반도체, 우주 항공산업 분야까지 망라하는 최첨단 산업까지 유치해 명실공이 세계의 경제, 산업중심지로 거듭나게 할 계획입니다. 이뿐이 아닙니다.

우리는 미국의 라스베가스 이상의 환락도시를 이 동토의 땅에 건설해 세계의 종합휴양지로 만들 계획입니다. 이 거대 환락가는 도박장은 물론 전천후 스키장, 온천, 요트를 비롯한 바다의 놀이 공간 삼림과 과 자연생태계를 그대로 이용한 숙박시설, 이 밖에도 수많은 서비스 업종을 유치해 명실공이 세계의 휴양지로 거듭나게 만들어 놓겠습니다.

"또한 이곳의 삼림을 개발해 목재산업을 육성함은 물론 곳곳에 산재된 금, 철광석, 석유는 물론 안티몬을 비롯한 희토류도 개발해 세계의 경제가 융성하는데 일조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렇게 해서 거두어지는 세금은 일차로 조차지역의 가칭 '자치위원회'로 들어가지만, 10%인 법인세의 절반인 5%는 그대로 조차를 준 소련 정부에 귀속시킬 예정입니다.

그 결과는 여러분들이 어떻게 생각하실지 몰라도 저는 소련 정부 예산의 50%는 최소 우리가 낸다고 장담할 수 있습니다."

나의 말에 여기에 이르자 우리 측 참가자부터 박수를 치기 시작해, 소련 각료의 일부도 덩달아 박수를 치고 있다.

============================ 작품 후기 ============================정말 글 쓰기 힘드네요!

^^9시에 퇴근해 오전 1시 30분 까지 쓴 분량이 이것입니다.

조사할 것도 많고 소련은 지명부터가 낯설어 하여튼 늦은 것에 대한 변명입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시고, 3종 셋으로 작가를 격려해주시면 더욱 감사하겟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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