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제목 미정 -- >
5나와 장쩌민이 근정전에 도착하자 차오스(喬石: 훗날 전인대 상무위원장 역임) 판공청 주임(비서실장)이 현관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가 2층 등소평의 집무실로 우리를 안내한다. 우리가 넓은 집무실에 도착하자 푹신한 의자에 등을 기대고 있던 등소평이 벌떡 일어나 나를 맞으러 오는데, 나는 내심 웃음이 비집어 나오는 것을 참느라 애를 먹는다.
150cm의 작은 키로 전 세계의 지도자 중 이렇게 작은이는 아마 별로 없을 것이다. 그래서 생긴 일화가 있다. 모택동 시절 어느 안건을 놓고 기립표결을 하는데, 모두 찬성의 뜻으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그런데 유독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사람이 있다.
그만이 반대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모택동이 보니 등소평이다.
이를 보고 모택동 왈
'등소평 동지는 일어서나 앉으나 키가 같으니 모두 찬성하는 것으로 보아도 무방하겠지요?'
장내에 모택동의 말로 웃음이 터지는 가운데, 이제는 확실히 반대를 표시하기 위해 아예 책상 위로 올라갔다는 등소평의 에피소드가, 갑자기 이 시점에서 연상되어 나를 아주 곤란하게 하는 것이다.
나는 부도옹(不倒翁: 오뚜기)의 열렬한 환대를 받으며 그가 권하는 자리에 앉는다. 그가 온화하게 웃으며 묻는다.
"한국이 경제적으로 많이 발전했다 지요?"
"네, 이제 그럭저럭 밥은 먹고삽니다."
"그런데 우리는 아직도 태반의 인민이 굶주림에 허덕이고 있습니다. 강 회장 같은 세계적인 기업가들이 우리나라에 많이 투자를 하면 보다 쉽게 우리도 일어날 텐데, 아직도 세계적으로 큰 기업들은 우리나라에 투자를 꺼리고 있어서 애가 많이 탑니다."
그의 말에서 답이 나왔다. 그가 나를 이렇게 직접 만나주기 까지 하면서 크게 환대하는 이유가.
내 투자 금액이 지금까지 중국에 투자한 금액 중 가장 큰 금액에 속하기도 하지만, 그 보다는 나를 이용해 세계에 선전하려는 속셈이 더 크다 할 것이다. 아직 세계는 중국의 개혁개방 노선을 완전히 믿지 못하고 회의적으로 바라보고 시각이 많다.
언제 본래의 정책으로 회귀할지 모르는 불안감에 대규모 투자를 꺼리며 중국의 돌아가는 상황만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나와 같은 거물(?)이 선뜻 거액을 투자하겠다고, 그것도 미국 국무부를 통해서 연락이 왔으니, 아마 모르긴 몰라도 내일이면 신문과 방송이 난리가 날 것이다.
자국 국민은 물론 세계를 상대로 크게 떠벌려 선전전을 일삼을 것임에 틀림없다. 아무튼 나는 등소평의 말에 웃으며 답한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법이죠.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다보면 언젠가는 크게 꽃 피울 날이 오리라 봅니다. 나는 중국 인민의 무궁한 성장잠재력과 주석님의 높은 이상과 꿈을 믿습니다. 훗날 이 둘이 결합하여 사상 초유의 강대국이 되리라는 것 까지도."
나의 찬사에 입이 귀에 걸리는 셋이다. 군사위주석 등소평은 물론 배석한 교석과 강택민 까지도. 그러나 함께 배석한 나의 측근 삼인방만은 담담한 표정으로 이를 경청하고 있다.
"강 회장의 낙관적인 견해에 근심이 일거에 스스로 녹는 듯합니다. 아무튼 잘 오셨고, 잘 결정하셨습니다. 그래? 전자와 자동차 부분에서 크게 투자를 하고 싶다고요?"
"그렇습니다. 가능한 한 주석님이 많은 도움을 주셨으면 합니다."
"하하하...........! 가까운 이웃이지만 수교도 안 이루어진 시점에서, 과감하게 투자하는 강 회장의 배짱에 부응하기 위해서라도, 많이 도와주도록 해야죠. 이봐요. 강 부장!"
웃음 띤 얼굴로 여기까지 말하고 시선을 강택민에게 돌려 말을 하는 등소평이다.
"네, 말씀하시죠. 주석 동지!"
"내 말 잘 들었죠? 법규에 어긋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가능한 많은 것을 도와주도록 하세요."
"네, 알겠습니다. 주석 동지!"
"그래, 어디에 얼마를 투자하신다고요?"
"우선 샤먼에 10만 평 규모의 전자공업단지를 조성하려합니다. 그곳에서는 라디오, 흑백 및 칼라TV는 물론 냉장고, 전자레인지, 전자손목시계, 에어컨 등을 조립 생산하여 세계에 수출하고자 합니다. 또 상하이에는 연산 10만 대 규모의 자동차 조립공장을 세우고자 합니다."
"하하하..........! 아주 좋습니다. 그런데 강 부장! 내가 알기로 자동차 공장 같은 경우는 단독 투자가 안 되고, 우리나라 법인과 공동으로 출자를 해야 되는 것 아닌가요? 아니면 내가 잘 못 알고 있는 건가요?"
"맞습니다. 주석 동지. 외국인은 최대 50% 까지만 지분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투자가 곤란하겠는데요. 50%를 가지고 어떻게 경영권 행사를 하겠습니까? 지분이 동등하다면 무엇 하나 결정하려 해도 상대의 동의를 얻어야 할 테고, 견해가 완전히 다르면 다툼의 소지도 많고, 이래저래 산으로 갈 소지가 다분합니다. 그렇게 해서야 어디 제대로 된 경영을 할 수 있겠습니까?"
"강 회장의 말에도 일리가 있습니다. 주석 동지!"
강택민은 1955년 모스크바 스탈린 자동차공장에서 1년간 연수한 적도 있어, 자동차에 관한한 아주 문외한 이라고는 할 수 없는 사람의 말이라, 등소평도 심각한 안색으로 고민을 한다.
"법규에 예외를 허락하기 시작하면 그 법은 곧 유명무실해져, 사문화되기 십상이지. 그래서 하는 말인데요, 강 회장 이렇게 하면 어떻겠습니까?"
여기서 잠시 한 번 더 생각을 가다듬은 등소평이 다시 입을 연다.
"지분은 50:50 동수로 하지만, 애초의 계약서 조항에 경영권만은 세계적인 자동차 그룹인 대원이 하는 것으로 아예 못을 박으면 되지 않겠소?"
"그러면 되겠습니다만, 그렇게 해서 과연 우리와 합작을 하려는 기업이 있을 지..........."
" 한 푼의 투자가 아쉬운 우리입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걱정 않으셔도 됩니다. 그렇게 되도록 내 꼭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무례하지만 강택민이 끼어들어 확신에 찬 발언을 하자, 이를 바라보고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짓고 있는 등소평이다.
"됐지요? 생각한 법인이라도 있습니까? 가만, 상하이라면 상하이기차공업총공사(上海汽車工業總公司)가 있군요. 우리나라 자동차 공장 중에서는 첫째 둘째를 다투는 기업이니, 투자할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는 기업일 것입니다."
실무부분으로 들어가자 계속해서 강택민이 나서서 나를 상대한다.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내가 머뭇거리지 않고 답변할 수 있는 것은, 나도 사전에 그 기업에 대해 조사를 해서, 그 기업을 염두에 둔 일면도 있었기 때문이다. 원 역사에서는 이 기업이 독일의 폭스바겐과 82년도에 합작회사를 설립해야 했으나, 내가 조사한 바로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아직 그렇게 되지를 못했다. 그래서 내가 서둘러 투자를 결정한 한 요인이기도 하다. 그리고 내가 굳이 상하이에 자동차 공장을 세우려하는 진짜 이유는, 강택민이 1985년 상하이시 시장이 되고, 1987년 상하이시 당 서기장직도 맡아 당 중앙정치국 위원으로 선출되면서, 중국의 핵심인물로 떠올라, 끝내 주석직 까지 오르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나다. 그래서 그와의 깊은 유대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굳이 다른 곳을 제쳐두고 상하이를 택한 것이다.
아무튼 어떻게 된 이유인지는 몰라도 초창기 중국의 자동차 합작투자 건은 대도시 하나에 한 기업을 지정해 설립 허가를 내준다. 예를 들어 현대는 북경이 기반이고, 제일기차는 천진이 기반이듯이. 이런 이유에서 장차 거대 국제도시이자. 경제 수도라 할 수 있는 상하이를 택한 것이다.
아무튼 이런저런 복합적인 이유에서 상하이에 자동차공장 설립을 제안한 것이고, 복건성에 위치한 샤먼 즉 하문은 81년도에 5대 경제특구로 일찍이 지정되었음은 물론 고대부터 오랜 항구요, 중국과의 아편전쟁에서 승리한 영국이 5대 항구의 개방을 요구할 때도 하문이 낄 정도로, 부동항에 수심이 깊어 양항의 조건을 두루 갖춘 것이 한 요인이다. 그 밖에 또 한 요인으로는 훗날 또 한 명의 주석으로 탄생하는 시진핑(習近平)이 1985년을 기점으로 1988년 까지 샤먼시(厦門市) 당위원회 상무위원을 시작으로 부시장을 지낸다.
이어 시진핑은 복건성 서기가 되는 등 복건 성을 기반으로 성장을 하기 때문에, 그와의 연결고리로 나는 하문을 전자공장의 입지로 망설임 없이 선택할 수 있었던 것이다. 아무튼 이로써 우리의 사업에 대한 중요한 대화는 다 끝났고, 이제는 사적인 이야기로 넘어가 서로 덕담 수준의 대화를 이어간다. 그런데 내가 또 이 자리에서도 불쑥 한중수교를 거론한다. 그러자 온화한 미소로 고개를 젓던 등소평이 말한다.
"옛말에 수도거성(水到渠成)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것이 현재에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답입니다."
물이 흐르면 자연히 도랑이 생긴다는 뜻으로, 때가 오면 일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는데, 여기서 내가 또 무슨 말을 더 하겠는가. 나는 더 이상 말을 않고 쉽게 수긍한다.
"알겠습니다. 주석 동지!"
"하하하..........! 강 회장도 이제 나를 동지라 부르는 것이오."
"옛말에 하룻밤을 자도 만리장성을 쌓는다고, 그만큼 제가 주석 각하께 친밀감을 느끼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부른 호칭이니, 결례가 되었다면 주석 동지께서 넓은 마음으로 양해해 주십시오."
"하하하..........! 그렇다면야 내가 오히려 자주 그렇게 불러달라고 청해야 되겠는 걸."
"앞으로 계속 그렇게 불러도 되겠습니까?"
"암, 되다마다요. 앞으로는 쭉 그렇게 불러주시오."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정중히 그에게 인사를 한다.
"뭐, 그런 걸 가지고........... 그러나 저러나 강 회장으로 말할 것 같으면 이제 세계적인 명사 아니오. 그러니 친분 있는 기업가나 정치가들에게 권해서, 좀 더 우리나라에 투자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오."
"네,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옆의 이 친구도 좀 잘 좀 도와주시고요."
"네, 주석동지!"
옆의 강택민을 가르키며 하는 말에 내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곧
'그러마!'
하고 대답한다. 이로써 우리의 중요한 대화는 끝나고, 이어 우리는 오찬을 겸하면서 중국의 경제개발 단계에 대한 나의 조언이라든가, 서로 간의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것으로서 나는 중국 무대에 완전히 성공적으로 데뷔했다 할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한중수교 건에 대해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것은, 등소평은 원래 사적으로나 공적으로나 총리 겸 외상을 지낸 주은래의 총애를 많이 받은 사람이다. 그래서 주은래가 임종이 임박해서는 병상으로 김일성과 등소평을 부른다. 그리고 등소평을 머리맡에 불러 김일성을 많이 도와주라는 요지의 말을 남기고 운명한다.
그런 것을 이때부터 관계를 맺은 내가 등소평과 강택민을 자주 만나며 음으로 양으로 계속 권하는 바람에, 결국 혈맹이라는 북조선을 버리고 마침내 1990년도에는 상호 무역대표부가 설치되고, 1992년에는 완전 수교가 이루어져 대사관이 북경과 서울에 개설되는 것이다. 아무튼 이번 중국 투자 건은 경제적인 요인보다는 나의 세계 전략거점의 일환으로 선투자한 감이 없지 않아 있다.
당시 우리나라도 인건비가 비싸서 국외로 공장을 옮길 정도는 아니었다. 전 통이 정치자금 등을 기업에 많이 요구했어도 기업적으로는 물가안정이라는 명목으로 반노동자 성향이었다.
즉 임금 오르는 것을 공권력을 투입하면서 까지 굳게 차단한 것이다. 그랬기에 국내 인건비가 비싸서 내가 중국에 투자를 한 것은 아니고, 언젠가 내가 '미원'을 예로 들었듯이, 향후 엄청난 시장이 될 중국의 자동차 시장을 내다보고 선발주자 개념으로 투자를 한 것으로 보면 될 것이다. 그래도 당장 우리 기업에 손해나는 일은 없다.
장차 상하이 택시 시장을 필두로 외국브랜드로서는 중국에 최대의 판매량을 자랑하는 상하이-대원 자동차가 탄생한 것이고, 이제 국내 증설을 더 이상 않기로 한 나의 방침에 따라 세계 시장에 대한 우리 자동차의 추가 물량을 이곳에서 저렴한 인건비로 생산한다고 보면, 나의 이번 투자가 크게 궤도에서 벗어난 투자가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아무튼 이로써 나는 죽의장막 아니 이제는 만리장성을 넘어 16억의 거대 시장에 일보를 디딘 것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그 의의는 그렇게 간단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향후 대원그룹의 미래성장 전략적 측면에서 보면.
-----------------------============================ 작품 후기 ============================오늘도 님들의 많은 성원에 깊은 감사의 인사 올립니다!
^^늘 행복하시고, 오늘도 3종 세트로 작가를 격려해주시면 더할나위 없이 기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날들 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