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경제 대통령-98화 (98/135)

< -- 재계 서열 1위에 등극하다 -- >

6

"누굽니까?"

"양정모 씨입니다."

"네..........? 언제부터 입니까?"

"보름 되었습니다."

"그럼, 청문회를 대비해서.........."

"잠깐, 말씀 도중에 죄송합니다만.......... 양 전 회장에게 물어보시면 아시겠지만, 이는 제가 그룹을 인수 받은 직후, 극비리 단둘만의 회동에서, 5공화국 정권이 끝나고 좀 더 안정적일 때에, 경영 일선에 복귀시겠다는 둘만의 약속에 의한 것이지, 그런 모리배 같은 상술은 아닙니다."

"좋습니다. 부산 경제를 위해서는 아주 고무적인 일을 하셨군요. 그래서 묻겠는데, 광주민주화 운동 당시 현장에 계시다가 공수부대원들에게 폭행당하신 일도 있죠?"

"네, 사실입니다. 전 전 대통령과 저만의 비밀 약속을 지키는지 확인 차 갔던 것이지, 민주화 운동을 하러 간 것은 아니었습니다."

"두 사람만의 비밀 약속이 무엇이었습니까?"

"밝힐 수 없습니다."

"혹시 발포명령과 관계있지 않습니까?"

"네..........?"

나는 그의 예리한 추측에 나도 모르게 깜짝 놀란다.

"그렇군요. 당시 나도는 말 중에는, 데모하는 놈들을 전부 사살하는 한이 있더라도 진압할 예정이라고 일부 정치군인들이 떠들고 다녔는데, 어느 날 그 말이 쏙 들어갔기에 이상하다 생각했는데......... 그럼, 강 회장께서 발포 명령을 내리지 말라고 탄원을 했습니까?"

"부끄럽지만 그렇습니다."

"전 두환 씨가 약속을 지켰군요."

"그렇습니다."

"아주 좋습니다. 아무튼 강 회장이 광주 민주화 현장에 있는 것이 비디오에 잡혀 미국에까지 또 한 번 유명세를 탔습니다. 그 일로 인해 80년 당시 신민당의 이민우 총재가 정계에 입문할 것을 권했다는데 사실입니까?"

"사실입니다만, 예나 지금이나 정치에는 전혀 뜻이 없으므로 정중하게 거절했습니다."

"노무현 의원 시간이 다 되었습니다. 마무리 발언 하시죠."

"중인은 유감스럽게도 독재자에게 많은 돈을 걷어 상납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증인은 지금도 잘했다고 생각하십니까?"

"당시나 지금이나 희생된 유가족들이 우리가 걷은 성금에 의해, 생활이 나아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추진한 일이라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것이 변질되어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것은 잘못됐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증인 장시간 고생하셨습니다."

"네!"

이 위원장의 말에 답하고 나는 바로 퇴장한다. 대기실로 나오니 초조하게 지켜보고 있던 비서실장이 나를 위로한다.

"수고하셨습니다. 회장님! 기분이 별로 좋지는 않으시죠?"

"아, 살다보면 바지에 똥 묻는 날도 있는 것이죠, 뭐!"

나 스스로 위안하는 말을 하며 애써 저조한 기분을 상승시키려 노력한다.

* * *위의 사항은 훗날 1988년도의 상황이고, 다시 83년 10월로 돌아와 이야기를 진행하도록 하자. 전 통에게 성금을 전달하고, 전 통이 김 경제수석을 포기하는 듯한 발언을 하고서도 일주일이 지난 시점이다.

하루는 전화가 왔다고 해서 바꾸어주는데 김 재익 경제수석이다. 나는 반가운 마음에 아주 활기찬 어투로 전화를 받는다.

"그 동안 어떻게 지내셨습니까?"

"집에서 한동안 칩거했더니, 전 대통령으로부터 전화가 와서 사표가 수리되었다고 하더군요. 지난번에 강 회장님이 얘기한 실장 자리는 아직 유효합니까?"

"당연하죠. 제가 바로 차를 보내드릴 까요?"

"아닙니다. 저도 다 낡은 차지만 차는 있으니, 바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좋습니다.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그렇게 통화가 끝나고 한 시간쯤 지나자 김 재익 전 수석이 회장실로 들어온다. 그런데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전두환 대통령의 부인 즉 현재의 영부인 이름이 이 순자 이듯이, 김 재익 씨의 부인 이름도 이 순자라는 사실이다. 이 사실을 알고 혼자 웃은 일이 있어 밝혀둔다.

"어서 오세요!"

나는 그가 들어오자 달려들 듯이 빠른 걸음으로 달려가 그를 포옹한다. 나의 지나친 환대에 겸연쩍은 미소로 얼굴을 옆으로 돌리는 김 재익이다.

"반갑습니다. 하하하..........!"

"환대가 너무 지나친 것 같습니다. 아랫사람들도 보고 있는데........."

"기쁘면 기쁜 대로 표현하는 것이 사람 사는 것이지, 너무 참고 살면 몸만 병듭니다. 하하하..........!"

"그래도.............!"

작게 중얼거리는 그를 아랑곳 않고 나는 소파로 안내하여 자리를 권한다.

"앉으시죠."

"네!"

"차는 뭐로 드릴까요?"

"커피 한 잔 주시죠."

"이 양, 나도 커피 한 잔 부탁해!"

"네, 회장님!"

우리 둘이 이렇게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비서실장이 옆에서 우리의 거동을 우두커니 지켜보고 있다. 나 또한 그에게 자리를 권하며 말한다.

"비서실장님도 여기 앉으시죠. 아예 이 기획실장님도 불러 차제에 교통정리도 좀 합시다."

"네!"

비서실장이 전 비서관을 불러 이 실장을 호출하도록 한다. 잠시 후 이주찬 실장도 들어오자 나는 내가 생각하고 있던 안을 꺼낸다.

"지난번에 여기 계신 김 경제수석을 제가 무례하게 제주도로 모실(?) 때에, 청와대를 그만 두게 되면 우리 그룹의 기획실장을 맡아달라는 청을 드린 바가 있습니다."

나의 말이 여기까지 이르자 이주찬 기획실장의 눈이 휘둥그래진다. 한 그룹에 기획실장이 둘 씩이나 있게 생겼으니 왜 아니겠는가. 아랑곳없이 나의 말이 이어진다.

"앞으로 미래전략기획실을 확대개편해서 1실, 2실 체제로 운영하려합니다. 1실은 종전대로 운영하되, 미래의 세계 및 한국 경제부분의 연구라든가, 회사의 나아갈 방향 등 중장기 업무는 모두 2실로 넘겨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새롭게 신설되는 2실은 제가 종전에 부언한 대로 중장기적 연구와 함께, 문제가 있는 당면 현안에 대해서도 대안을 제시하는 것으로 정리를 하겠습니다.

"또한 2실 밑으로 '대원경제연구소'라는 연구기관을 새롭게 설립하여, 세계 및 한국 경제에 대한 중장기적 연구는 물론 우리 그룹의 비전 즉 나아갈 방향, 쉽게 말해 먹거리를 어느 분야로 정해 집중투자를 할 것이냐는 등의, 문제를 연구하는 기관을 신설하여, 2실에 맡기겠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제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먼저 비서실장님부터 말씀해주시죠."

"저는 회장님의 안에 전적으로 찬성합니다. 그 동안 우리 같이 큰 기업에 부설연구소가 없다는 것이 뭔가 잘못되었다는 느낌을 지우지 못했고, 회장님께도 이문제로 몇 번 진언을 드린 것으로 기억하는데, 아무튼 만시지탄이지만 이제라도 연구소가 설립되고, 중장기적 연구를 수행한다니 아주 흐뭇합니다."

"이 실장님은 요?"

"제가 생각해도 제 업무능력에서 그 부분이 취약했다고 생각합니다. 그 미약한 부분을 회장님의 탁월하신 안목으로 지금까지는 잘 헤쳐 나왔습니다만, 이 부분을 더욱 보강한 한다는 것은, 아주 잘 된 조직정비와 인선이라고 생각합니다."

"흐흠.........! 모두 찬성하시는데, 당사자의 의견은 어떻습니까?"

"신입이 뭘 알겠습니까 만은, 세계의 경제흐름과 한국경제를 연구해 신수종사업이라든가 회사의 진로를 결정하는 일은, 그야말로 그룹의 존망이 결정될 정도로 중차대한 일로, 한 점 실수도 있어서는 안 될 중요한 업무라 생각합니다. 이런 자리에 저 같이 미욱한 자를, 더 더군다나 휘하에 연구소까지 신설하여 뒷받침 해준다는 것은, 일생일대의 영광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만큼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열심히 한 번 해보겠습니다."

짝짝짝!

나의 박수에 비서실장과 이 기획실장도 박수로 그를 환영하고 격려한다.

"좋습니다. 바로 1,2기획실장님 두 분 다 연구소 설립에 대한 기안을 만들어 주시고, 또 이 주찬 실장님은 앞으로 더욱 정보 분야를 강화함은 물론 이 기회에 신속위기 대응팀도 만들어 여차즉시 항시 투입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추세요. 아, 그리고 지금 막 생각이 났는데 이런 것은 어떻겠습니까?"

"세계를 상대로 분야에 상관없이 초기에 특허를 사들여 관리하는 것입니다. 김 재익 실장님도 예측하셨듯이 앞으로는 정보화시대가 급속하게 전개될 것입니다. 그러면 특허분쟁도 날로 치열해지고, 잘못 대응하면 특허권침해로 이익금을 날리는 것은 물론, 회사 하나 거덜나는 것은 여반장인 시대가 도래 할 것입니다. 그러니 미리부터 정보가 입수되는 대로 그 가치를 잘 판단해서, 아직 그 가치를 전적으로 인정받기 전에, 우리가 초기에 저렴한 값에 사들이는 것입니다. 그래서 로열티를 받는다든지, 그것으로 우리가 제품을 개발한다든지 쓰임은 무궁무진할 것입니다.

그것이 아니더라도 최소한 특허권 침해로 인한 분쟁에 시달리는 일을 없을 것으로 봅니다."

한 호흡 쉬었던 나의 말이 이어진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정보 분야를 더욱 강화해서, 세계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훤히 꿰뚫고 있어야 되고, 또한 이를 관리하는 전문팀은 능히 옥석을 가릴 수 있는 안목을 가진 자들로 충원이 되어야 되리라고 봅니다. 이 사안에 대해서 세 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먼저 2실장님부터 말씀해주시죠."

"저도 그런 일이 반드시 머지않은 장래에 일어나리라고 봅니다. 그래서 지금부터라도 즉각 부서를 만들고 가동에 들어가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1실장님은 요?"

"동감입니다."

"비서실장님은 요?"

"저도 그런 세월이 오리라고 회장님의 말씀을 듣고 보니 생각은 되어 집니다만, 너무 빠른 대응이 아닌지요? 아직까지는 그렇게 크게..........."

"비서실장님의 말씀에도 일리가 있습니다만, 지금 조금 투자해놓으면 그룹의 십년 앞이 편안해질 것입니다. 그러니 '특허전문 관리팀'을 신설하여, 김 실장님 산하에 두고, 가동하는 것으로 합시다."

나의 결론에 더는 중언부언 말이 없다.

"김 실장님은 내일부터 정식으로 출근하는 것으로 하고, 비서실에서는 사장단 회의를 소집하여, 내일 정식으로 상견례를 갖도록 준비해주세요."

"네, 회장님!"

이렇게 해서 김 재익 전 경제수석이 대원그룹의 미래전략기획실 2실장이 되었으며, 그 산하에 대원경제연구소 및 특허전문 관리팀을 두게 되어, 그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졌다. 한편 이 주찬 실장도 정보 분야의 인원 및 예산을 대폭 늘림은 물론, 산하에 신속위기 대응 팀마저 창설하여 두게 됨으로써, 책임감면에서는 더욱 자유롭지 못한 처지가 되었다.

김 재익 실장의 합류와 연구소 설립 여타 위기대응팀 구성 등으로 분주한 나날을 보내다 보니 어언 10월 달이 다 가고, 11월도 벌써 3일이다. 나는 리비아대수로 공사의 입찰 결과 발표가 이틀 앞으로 다가오자, 리비아로 출국 준비를 지시한다.

수행원은 세 명의 실장과 세 명의 비서, 대한통운 이 헌호 사장 외에 당연직의 경호원 두 팀이 동원된다. 이 헌호 사장 외에 익히 아는 정 운수 비서실장과 이주찬 제1기획실장, 김재익 제2기획실장, 그리고 라나아와 정윤희 외에 전기용 비서관이 수행원들이다.

우리는 출국을 해 이집트 카이로를 거쳐 3시간 비행 끝에 리비아의 수도 트리폴리에 도착하니 4일 저녁이다. 그곳에는 세계 최초로 아프리카와 유럽 대륙을 잇는 알제리에서 이탈리아까지의 파이프라인을 건설하기 위해 현지에 나와 있던, 마르조 쿠르치 대원-싸이펨 엔지니어링 사장이 미리 마중을 나와 있다가, 우리를 곧장 예약된 호텔로 안내한다.

나는 호텔의 내 방에서 쿠르치 사장과 잠시 환담을 나눈다.

"이란의 미수금은 다 해결이 되었지요?"

"네, 공사까지 다 끝나고 미수금까지 완전히 해결이 되니, 거기서 속 썩은 생각을 하면 기분이 날아갈 것 같습니다."

"아무튼 수고 많으셨고요. 알제리에서 이태리까지 파이프라인을 건설하려면 지중해도 통과해야 하는데 공사의 어려움은 없습니까?"

"그 정도 공사는 저희에게는 아무 것도 아닙니다. 시실리 해저 파이프라인 공사 때에는 세계 최초로 680m까지 내려가 작업한 적도 있습니다."

"굉장하군요. 그런데 만약에 말입니다. 이번에 우리가 리비아 대수로 공사까지 수주하면, 호주에서 수주한 7,000km의 육상 파이프라인 공사까지 겹쳐서, 너무 한꺼번에 일감이 몰리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군요."

"하하하..........! 사장님도, 일거리가 없어서 걱정이지, 별걸 다 걱정하십니다. 언제든지 수주만 해 오십시오. 어떻게 하든 다 소화해 낼 테니."

"하하하.........! 그 만만한 자신감에 공연히 저도 기분이 UP 되는 것 같습니다."

"무슨 일이던 마음가짐이 첫째이니, 정신부터 지고 들어갈 수는 없는 노릇이죠."

"아주 좋은 자세입니다. 어찌 됐든 단일 공사건으로는 지금까지의 공사 중 세계 최대의 공사건이니 수주했으면 좋겠지만, 우리로서는 할 바를 다 했으니, 운에 맡기는 수밖에 없겠지요?"

"잘 되겠지요. 운을 타고 나신 회장님이 계시는 한."

"하하하..........! 그래요?"

이후 우리는 좀 더 사소한 대화를 나누다가 해어졌다. ---------------------============================ 작품 후기 ============================글이 좀 부족하더라도 격려를 해주시면 그에 힘입어 더 좋은 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늘 성원에 감사드리고요!

^^ 좋은 일만 가득하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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