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대망의 80년 대 -- >
7다음은 전자반도체 부문의 김 양수 사장이다. 오늘은 중요한 내용이 많아 정 비서실장과 이 미래기획실장도 배석시킨 채 면담을 진행한다.
차가 나오자 나는 차를 들며 묻는다.
"요즘 건강은 어떠십니까?"
"아주 양호합니다."
미소를 띤 채 답하는 김 사장은 65세의 노익장답지 않게 정말 건강해 보인다.
"다행입니다. 그런데 작년 전자반도체 부문의 수출이 정확히 얼마였죠?"
"정확한 액수로는 2억3천5백만 달러였습니다. 워크맨이 9천만 달러, 반도체 부문이 9천만 달러, 흑백 및 칼라TV가 3천만 달러, 전자손목시계가 2천만 달러, 카메라가 500만 달러였습니다. 내수는 미미해서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올해의 목표를 얼마나 잡고 계십니까?"
"올해 15억 달러, 81년도에 30억 달러, 82년도에 60억 달러, 83년도에 120억 달러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네~?"
나는 김 사장의 목표액 제시에 너무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너무 허황된 것 아닙니까?"
"아닙니다. 회장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몰라도 앞으로는 반도체 시장이 대세를 이룰 것입니다.
우리가 기술이 없어서 직접 생산은 못해도, 고학력에 근면함, 뛰어난 손재주, 상대적으로 싼 인건비로 인해, 앞으로도 반제품 주문량이 꾸준히, 아니 저는 폭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올해만 해도 누가 반도체 부문만 근 1억 달러의 수출을 달성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까? 앞으로는 이것이 산술급수적인 아닌 기하급수적으로 뛸 것으로 저는 예측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당연히 나와 같은 계산이 나옵니다.
"그런데 반제품 수출이라고 했는데 그 부분은 어떻게 된 것입니까?"
"우리가 아직 기술이 없어 완제품을 만들지 못하니 외국 즉 우리의 주 거래선인 모토로라나 페어차일드에서 하청을 주면, 우리는 이것을 반제품 형태로 조립해 다시 수출하는 것이죠. 그런데 회장님은 이것을 우리 손으로 직접 만들고 싶어 하는 것 아닙니까? 그래서 제가 그 꿈에 취해 회장님과 손을 잡은 것이고요."
"알겠습니다. 무슨 이야기인지. 정말 훌륭한 탁견입니다.
앞으로 전자부문은 반도체를 제외하고 논할 수 없는 시대가 반드시 열릴 것입니다. 그래서 사장님도 진즉부터 이 분야에 손대신 것이고 저도 마찬가지 아닙니까? '마법의 돌', '산업의 쌀'이라는 수식어가 부끄럽지 않게 고도의 기술을 요하는, 전 전자제품에 반도체가 필히 사용되는 시대가 열릴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올해를 진정한 반도체 시작의 원년이라 생각하고 대대적인 투자를 할 생각입니다. 그 일환으로 저는 올해 안에 박사급 포함한 연구 인력을 최소 300명, 내년까지는 500명을 확충할 생각입니다. 그래서 3년 안에 우리 손으로 1M DRAM을 개발해 양산체제를 갖출 생각입니다.
내년 후반기면 삼성전자가 이른바 '동경선언'이라 해서 반도체에 대대적인 투자를 천명한다. 그래서 내가 선수를 치는 것이고, 연구 인력도 그렇다. 어느 분야든 고급 인력이라는 것은 한정되어 있다.
그것을 나는 입도선매(立稻先賣)하듯 미리 싹쓸이 하겠다는 생각이다. 실제 역사에서 뒤늦게 뛰어든 현대전자가 삼성과 럭키의 뛰어난 반도체 인력을 고연봉과 직책으로 빼내가는 바람에, 소송 전까지 벌어질 번하지 않았던가.
나는 이 사실을 상기하고 미리 실리콘벨리가 됐든, 일본이 됐든, 고급두뇌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포섭 내지는 확충할 생각인 것이다. 아무튼 나의 말에 김 사장이 자신의 견해를 밝힌다.
"회장님의 생각이 옳습니다만, 후발주자인 우리가 모든 것을 다 하기에는 너무나 어려움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시스템 설계기술이나 장비 주변기기까지 우리가 자체적으로 개발을 시작을 한다면, 어느 세월에 1M DRAM을 개발해내고, 양산체제를 갖출지 알 수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미국 쪽으로는 이미 IBM과 제휴를 했으니, 일본 쪽으로 도시바와 기술제휴를 체결하는 것도 한 좋은 방법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김 사장의 말이 이어진다.
"그리고 여기서 하나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비록 우리가 반제품을 OEM방식으로 주문받아 수출하고 있지만, 그 부분은 앞으로도 계속 해서 유지해야 하고, 확장할 수 있으면 확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그 이유로는 아직 우리가 1M DRAM을 개발해낸 것도 아닌데다, 반도체 부분의 경기 사이클이 워낙 변동이 커서, 잘못하면 수렁에 돌 집어넣듯 무한히 돈만 쏟아 붓는 불상사가 벌어질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도시바 제휴 건은 전적으로 사장님께 일임하겠으니, 좋은 결과를 내주시면 감사하겠고, 저는 차제에 IBM으로부터도 하청 물량을 얻는 방법을 한번 추진해보죠."
"그렇게 되면 우리는 더욱 안정적으로 반도체 부분을 이끌고 나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도시바 제휴 건은 아무래도 일본 쪽에는 제가 발이 넓으니, 전적으로 책임을 지고 뛰어보겠습니다. 그리고 저는 반도체 설계 부분이나 주변 장비 분야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좋습니다. 오랜 경험과 연륜으로 서로 손발이 척척 맞는 것 같아 기분이 아주 좋습니다.
지금 사장님의 말씀과 같이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일일이 뭐라고 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훌륭한 사장님이 계신데 외람되게 참견할 수도 없고요. 그렇지만 앞으로 미래를 내다보고 하는 투자나, 유행할 제품에 대해서는 저도 많은 생각을 갖고 있으므로, 사장님과 상의해서, 그때, 그때 좋은 안을 도출하고자 합니다.
"좋은 생각이십니다. 그리고 전적으로 저를 믿고 맡겨주시는데 대해서 깊은 감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천만예요. 저는 그 연배에 혜안을 가지고 10여 년 전부터 반도체에 투자했다는 자체를 대단한 결단이요, 용기라고, 늘 생각하며 이런 사장님을 존경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전자반도체 부분을 잘 이끌어나가 주시기 바랍니다."
"네, 회장님"
"그런데 워크맨의 후속 제품 개발은 잘 이루어지고 있습니까?"
"아직은 이렇다 할 제품이 나오지 않고 있으나, 꾸준히 나아지고 있으니 곧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종전에 보고를 들으니 TV부분이 선전했던데, 그 부분은 어떻습니까?"
"RCA의 기술제휴로 작년부터 흑백TV는 물론 칼라TV까지 만들어 수출하고 있습니다만, 생각 외의 호조입니다. 주로 19~25인치가 주로 많이 팔리는데 한국도 이제는 칼라방송을 할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하는데 그 부분이 좀 아쉽습니다."
"저도 동감입니다.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칼라방송의 허용이 너무 지체가 되고 있죠. 그러니 아마 올해는 뭔 수가 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국민들의 요구나, 분위기로 보아도 그렇고 말입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국민소득도 그렇고 가옥구조도 선진국에 비하면 작은 편이니, 모르긴 몰라도 더 작은 텔레비전이 유행할 것 같은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계십니까?"
"동감입니다. 그래서 저는 시판 허용만 된다면 언제든지 양산할 수 있도록 부품은 물론 라인까지 일부 비워놨습니다. 제 생각으로는 한국 실정으로는 14~16인치 정도의 TV가 잘 나가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무튼 그에 대한 준비는 모두 끝난 상태입니다."
"하여간 용의주도하십니다."
나의 칭찬에 그 연세에도 멋쩍어 하는 김 양수 사장이시다.
"전자 손목시계며 광학시장은 어떻습니까?"
"전자 손목시계가 의외로 잘 나가고 광학시장은 아직은 그렇습니다. 그런데 손목시계에도 비록 간단하지만 칩이 들어가거든요. 그래서 1M DRAM 반도체를 양산하기 전에 이것부터 양산 체제를 갖추는 것이, 기술축적 과정에도 도움이 될 것 같은데요."
"그런 세세한 부분은 사장님 의사에 전적으로 맡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앞으로는 컴퓨터가 TV 이상으로 실생활에 쓰일 것 같으니 그에 대한 준비를 지금부터 해나가는 것이 상당히 중요할 것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런 부분은 회장님이 결정하시면 제가 따르도록 하겠습니다."
"하하하........! 이거 너무 손발이 척척 잘 맞는 것 같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제가 옆에서 보기에도 부러울 정도로 두 분의 호흡이 마치 정밀한 기계가 맞물려 돌아가듯 척척 잘 맞는 것 같습니다."
모처럼 말할 기회를 잡아 발언하는 정 비서실장이다. 이에 나도 이 기획실장을 불러 이 자리에서 지시할 것은 한다.
"좀 전에 제가 한 얘기 들으셨죠? 연구인원을 최소 올해 300명 이상 충원한다는 이야기요."
"네, 회장님!"
"그 부분에 대해서는 이 실장님이 전 세계를 상대로 세세하게 정보를 파악해, 가능한 많은 인재를 포섭해 주십시오. 연봉이나 직책은 그 인물이 뛰어나다면 아무래도 좋습니다. 단 공작과정에서 불미스런 잡음이 발생하지 않도록 유념해주시고요."
"명심하여 시행하겠습니다. 회장님!"
나는 분명히 공작이라는 단어까지 넣어 이 일의 중요성을 알린다. 이것으로 김 양수 사장과의 미팅이 끝나고 우리는 함께 식사를 하러 나간다. * * *오후에는 대원알미늄의 김춘길 사장과 면담을 진행한다. 그룹 전체로 보면 부장급이지만 중소기업이라도 사장을 오래하다 보니 얼굴에서 관록이 묻어난다. 내가 묻는다.
"어떻습니까? 알미늄은?"
"사장님의 지시가 옳았다는 것이 작년 말부터 증명되고 있습니다. 호황이라고 제가 제시한 의견대로 무턱대고 온산에 공장이라고 크게 지었더라면 낭패를 볼 번했습니다.
작게 증설한 덕에 주문량이 쇄도할 때는 삼교대로 풀로 돌려도 주문량을 대느라고 허덕였지만, 주문량이 좀 준 지금이 오히려 적정선으로 안정적으로 잘 돌아가고 있습니다."
"어찌 됐든 부도 직전의 회사를 인수해서 잘 운영하고 있으니 김 사장의 능력이 대단합니다. 그래서 저는 김 사장 같이 유능한 인물이 그런 작은 규모의 업체에서 능력을 사장시킬 것이 아니라, 좀 더 큰 기업을 운영하길 권합니다. 그 일환으로 이제 막 공장 일부를 준공해서 조립라인을 깔고 있는, 자동차 공장을 맡아 운영해주시길 원합니다.
가능하겠지요?"
"옛말에 새는 모이 때문에 죽고 사람은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헌신한다고 했습니다. 회장님이 저를 그렇게 높이 평가해주시는데, 제 혼신의 노력을 다해, 자동차 공장을 크게 일으켜 세워 보고 싶습니다. 맡겨만 주십시오. 회장님!"
"좋습니다. 대신 알루미늄은 적당한 인재를 선정해 맡기십시오. 그리고 바로 자동차 공장으로 부임하십시오. 알루미늄에 그만한 인재는 있겠지요?"
"제 생각으로는 자신의 후계자를 잘 기워놓는 것도 훌륭한 리더의 조건 중의 하나라고 봅니다. 평소 저는 그런 생각으로 두 명의 가능성 있는 인물들을 경쟁시키듯 키워왔습니다. 그 둘 중의 하나를 사장으로 앉히면 저 이상의 능력을 발휘하리라고 확신합니다."
"좋습니다. 그 부분도 김 사장님의 의중에 맡길 터이니, 아예 후임을 선정해 놓고 가십시오."
"알겠습니다."
"하실 말씀 계시면 허심탄회하게 하십시오."
나의 말에 잠시 주저하던 김 춘길 사장이 말한다.
"제가 현지 공장에 가보면 금방 알 수 있는 상황이겠지만, 전혀 모르는 것보다는 대충이라도 알고 가는 것이 나을 것 같아서, 외람되게 회장님께 여쭙니다만 현재 자동차 공장의 상황이 어떠한지 알고 싶습니다."
"좋은 질문을 해주셨습니다. 아니래도 설명을 해드릴 참이었습니다. 그전에 한 가지 묻죠. 우리가 크라이슬러사를 인수한 것은 아시죠?"
"당연하지요. 그 정도는 대원그룹에 다니는 사람만이 아니라, 자동차에 좀 관심이 있는 사람은 전부 알고 있는 기초상식 아닙니까?"
"하하하........! 내가 어리석은 질문을 했군요. 아무튼 내가 크라이슬러사 아이아코카 사장에게 지시해서 비밀리에 k-1, k-2 프로그램을 진행시켜왔습니다. k-1은 아이아코카가 입안한 것으로 미국 시장에 내놓을 차에 관한 것이고, k-2는 우리가 생산할 자동차를 개발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 결과는 k-2가 먼저 완성되어 그 부품이 속속 도착해 시제품은 물론 곧 양산 체제를 갖추려하는 중입니다. 가보시면 알겠지만 k-2는 비록 소형차지만 준 준형의 외관에 전륜구동이고, 고연비에 날렵한 외형의 멋진 차입니다.
이것을 우리는 국내보다는 미국 시장을 위주로 판매할 계획입니다. 고유가 시대고 경기가 불황이다 보니 제 생각에는 아주 잘 팔릴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제 생각도 회장님과 동일합니다. 때가 때이다 보니 잘 나갈 것으로 생각합니다. 아무튼 그 차를 이제 막 시제품을 만들어 테스트해보고, 하자가 없다면 곧 양산에 돌입한다는 것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물론 시제품이야 미국에서 개발단계에 모든 테스트까지 완료했으나, 한국은 또 기술이나 기후, 기타 모든 면에서 다르니, 일단 만들어 테스트를 해본 후에 양산하는 것이, 혹시 있을지 모를 시행착오를 줄이는 첩경이라 생각했기에, 내가 그렇게 지시한 것입니다."
"알겠습니다. 좋은 결과가 나오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좋습니다. 그럼, 기대를 해보겠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굳게 다짐하는 김춘길 사장의 손을 나는, 새삼 굳게 잡고 열심히 흔든다. 물론 격려차원에서다. 그렇지만 내 마음 속에는 이미 자동차가 좀 더 커졌을 때 데려올 사장이 낙점되어 있다.
비록 지금은 그가 내 제의를 거절했지만, 그 때는 거부할 수 없으리라는 확신이 이미 내 마음속에 서 있는 상태다. 그리고 김 춘길 사장은 아직 젊은데다 다 방면으로 재주가 많아 나는, 구원투수 개념으로 이쪽저쪽 어려운 곳을 해결케 하며, 동시에 그의 능력도 다 방면으로 키워줄 복안을 가지고 있다. 그런 차원에서 나는 총무부에 비밀지시를 통해, 지금까지 부장급 사장이었던 김 춘길을, 이사급 사장으로 승진시키도록 했다.
============================ 작품 후기 ============================오늘도 많은 분들의 성원에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늘 즐거우시고, 행복한 날이시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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