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대망의 80년 대 -- >
4다음은 대원실업의 신 선우 사장차례다.
내가 웃으면 신 사장에게 묻는다.
"작년에 대원실업이 최고의 해였죠? 우리가 20억불 탑을 수상했는데 반해, 2위인 대우그룹이 10억불 탑을 수상했으니, 쾌거는 쾌거였죠. 아주 고생 많으셨습니다."
"저희들이 한 일이 뭐 있습니까. 20억불 탑을 수상한데는 정유사의 정제유 수출이 1등 공신 노릇을 톡톡히 한걸요. 정유사의 정제유가 13억 달러를 수출하고, 전자반도체 부분에서 2억 달러, 엔지니어링과 건설이 3억 달러, 이것을 제하고 나면, 타사제품은 겨우 2억 달러 남짓인데, 4위인 현대의 6억불 수출 탑에도 못 미치는 저조한 실적이기도 하죠."
"그렇게 말하면 안 되죠. 우리의 제품을 주로 수출하다보니 그렇게 된 것이지, 어디 타사 제품은 수출하기 싫어서 그랬습니까?"
"그렇게 따지면 그렇지만, 앞으로는 더욱 매진해서 타사 제품도 더 많이 수출하도록 하겠습니다."
"아무튼 각오가 대단해서 좋습니다. 그런데 대원실업의 이익금은 얼마나 되나요?"
"무역이라는 것이 생각보다 마진율이 그렇게 좋지는 안습니다. 세전 수익으로 총 1억4천4백만 달러를 벌어들였습니다.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하면 현 환율이 484원이니까, 약 697억 원 정도 됩니다."
"그 정도면 대단히 선방한 것입니다. 오늘 시종일관 너무 겸손하신 것 아닙니까? 하하하........!"
"자만은 발전을 해치는 가정 큰 적이죠."
"동감입니다. 역시 신 사장님다우십니다. 아직도 배 고프시단 말씀이시죠?"
"꿈이 커야 더욱 노력할 테니까요."
"좋습니다. 올해는 얼마의 수출을 예상하십니까?"
"올해는 30억 달러를 목표로 잡고 매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정부도 우리 기업의 가세로 최초로 수출 목표를 200억 달러로 높여 잡고 있습니다. 그 외에 해외 지사 수도 아시아 근동은 물론 아프리카까지 70개 정도로 대폭 늘릴 예정입니다."
"작년 우리나라 총 수출이 우리 그룹을 제외하고 150억 달러 내외인데, 그럼 20%를 점하는 것입니까? 대단 하군요, 대단해. 아무튼 신 사장님에 대한 기대가 크니 올해도 선전을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런데 해외 지사를 늘리는 문제 말인데요. 지금까지는 소련과 중공을 위시한 공산권에는 우리가 거의 진출을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맞지요?"
"네, 아직은 그렇습니다. 회장님의 지시로 그룹 차원에서 그들 나라에 대해 연구는 활발히 하고 있고, 인재들도 양성하는 과정이나, 진출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방법은 어떻습니까? 미국 법인을 통해 그들과 수교한 중공에 진출하고, 소련과 동구권은, 이와 유대를 맺고 있는 다른 나라 즉 스위스나 스웨덴 같은 영세중립국가의 법인을 통해, 그곳의 현지인 지사장을 공산권에 파견하는 방식은?"
"실무적으로 적극 검토해 보아 별 문제가 없다면, 회장님의 지시대로 해외지사 수를 대폭 늘리는 방향으로 하겠습니다."
"경제에는 국경이 없는 것이죠. 미리부터 그들 시장의 동향도 파악하고 선점하는 개념으로 임한다면 좋은 결실이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그리고 고생한 직원들에게는 적당히 포상도 하고 성과급도 나눠주세요. 수출전선에서 고생하느라고, 일요일 날도 사적인 약속 하나 제대로 잡지 못하고, 고생한 주역들이니까요."
"감사합니다. 회장님! 명대로 행하겠습니다."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네, 회장님!"
다음은 강동운 사장 차례다. 백화점과 호텔 경영을 맡고 있고, 아직도 그룹의 자금을 전반적으로 관리하고 있는 실세 중의 하나다.
"요즈음은 어떻습니까?"
내가 그가 앉자마자 백화점이나 호텔 어느 하나를 지칭하지 않고 전반적인 상황을 물어본다.
"백화점이나 호텔 모두 신규로 이입되는 인구의 증가와 계속되는 부의 증가로 지속적으로 성장은 하고 있으나, 아직까지는 큰 이익은 남기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향후가 기대되는 업종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룹의 자금을 관리하는 사람답게 경기의 흐름을 분석하는데도 일가견이 있는 강 사장다운 답변이다.
"그룹의 자금 사정은 어떻습니까?"
"작년에 대원인터내셔널의 쿠웨이트와 사우디의 유전에서 벌어들인 돈만 31억7천만 달러입니다. 이는 이미 쿠웨이트와 사우디 정부와의 결산을 본 순수한 우리의 이익금이기에 그 의의가 더욱 크고, 이로 인해 우리 그룹이 재계의 정상에 우뚝 설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근래 들어 계속되는 투자로 이익금을 많이 잠식한 상태입니다. 그렇지만 아직도 운영자금을 제외하고도 20억 달러 이상의 여유자금이 있는 상태이니, 회장님께서는 너무 자금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아니 어떻게 그런 천문학적인 순이익이 발생했지요?"
나는 생각지도 못한 이익금 실현에 반사적으로 묻는다.
"인터내셔널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순수한 원유의 생산 원가가 8달러 10센트로 나와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원유가가 배럴당 30달러 선 부근입니다. 이것은 큰 거래에 거래되는 액수고, 현물시장으로 가면 실제 훨씬 높은 금액을 받기도 합니다. 다만 물량이 줄어드는 차이는 있지만 서도요. 아무튼 우리가 3월말 까지 월 50만 배럴, 게다가 4월부터는 월 100만 배럴을 생산해 이를 전 세계를 상대로 전량 다 판매했으니, 그만한 이익금이 나올 법도 합니다.
"하하~! 그렇군요!"
나는 너무 놀라 오히려 한숨 비슷하게 감탄사가 나온다. 잠시 기쁨을 진정한 내가 만족한 웃음을 띠고 말한다.
"내가 인터내셔널의 신임 최 사장으로부터는 아직 인수인계가 끝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런 결과를 보고 받지 못해 대략적으로 많은 이윤이 날 것이라고 감은 잡았으나, 확실한 수의 개념이 없었습니다. 이를 직접 강 사장님한테 보고받으니 이제야 비로소 실감이 나는군요. 그렇다면 명색이 그룹의 회장으로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요. 인터내셔널의 임직원을 포함한 전 종업원에게는 500%의 성과급을 주고, 다른 계열사 전 직원에게도 100%의 상여금을 추가로 지급하도록 하세요."
"회장님! 너무 과합니다!"
"아닙니다. 우리의 사훈이 최고의 인재를 지향하고, 최고의 대우를 약속하고 있습니다. 많은 이익금이 나면 반드시 그들에게도 일정 몫이 돌아가는 게 맞아요."
"작년에도 우리 그룹은 대한민국에서 최고의 봉급을 지불했습니다. 거기에다가 금번에 보너스를 새로이 100% 소급지급하게 되면, 작년 연말 보너스와 중복되게 되고, 또 앞으로도 계속 이런 식으로 직원들이 기대를 갖거나, 요구를 하게 되면 불감당일 수도 있습니다."
"일리 있는 말씀입니다만, 적자기업이라야 이제 창업한 조선과 정보통신분야, 아......... 아직은 자동차도 이에 포함되겠군요. 이 세 군데인데 이런 말도 있지 않습니까. 적자기업에게는 더욱 분발하라하는 자극제요, 잘 하는 기업에게는 달리는 말에 채찍질한다고, 더욱 잘 하라는 격려차원의 성과급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겁니다. 그리고 금년의 직선제 개헌으로의 정치적 요구와 함께, 노동자들도 자기들의 권익을 실현하기 위해 목소리를 크게 높일 것입니다. 그에 대한 선제적 대응 조치도 되니 너무 그들의 처우에 인색하지 맙시다.
어떻소? 그만한 돈은 충분하지요?"
"자금이야 충분하지만, 저는 종업원들의 버릇이 나빠 질까봐, 그것이 더 걱정입니다."
"먹은 놈이 물 킨다고 받는 즐거움을 알았으니, 올해는 더욱 분발해서 더욱 많이 받으려하겠지요. 나는 그렇게 믿고, 우리 종업들에게 항상 그런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낙관적으로 생각합시다. 하하하.........! 강 사장님! 그만 인상 좀 펴시고요!"
"네, 회장님 지시사항이니 이행하기는 합니다만, 저는 결코 즐거운 기분은 아닙니다."
"하하하.........! 나는 강 사장님의 그런 알뜰한 살림이 아주 마음에 듭니다. 돈이 있다고 펑펑 쓰지 않고, 한 푼이라도 절약해서 그룹을 더욱 키우려는 그 정신을 나는 존경하고, 강 사장님에 대한 믿음이 더욱 커집니다.
그만 기분 풀고 내 말대로 행하세요. 내 말대로 올해는 다른 분야도 더욱 분발해서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일 것이라는 낙관과 기대를 갖고........."
"네, 알았습니다. 회장님!"
거듭 되는 나의 종용에 마지못해 얼굴을 펴는 강동운 사장이야말로, 우리 그룹의 진짜 살림꾼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후 강 사장과 나는 그룹의 자금 관리 및 여타 백화점과 호텔 등의 발전 방향에 대해 30분 간 더 환담을 나누다가, 그를 나는 돌려보낸다. 그리고 막 바로 대기하고 있는 비서실장을 통해 이상백 원자력 사장을 다시 부르게 한다.
이 사장이 돌아올 동안 나는 새로 채용한 고졸 출신의 여비서 이혜선 양에게 지시해 커피를 한 잔 더 청해 마시며, 잠시 앞으로의 사업 구상을 한다. 잠시 후 아직 사옥의 자신의 부서에 남아있던 이 사장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들어온다.
"무슨 다른 급한 일이나, 갑자기 다른 일거리가 생겼습니까? 회장님!"
"일단 자리에 앉으세요."
아직도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서서 묻는 이 사장을 향해 나는 만면에 흡족한 미소를 띠고 채근한다. 그가 마지못해 소파 끝에 엉덩이 끝을 거치고 앉자 나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작년에 인터내셔널이 그렇게 경이적인 흑자를 기록했는지는 방금 강동운 그룹 자금담당 전무의 보고를 받고 알았습니다. 아무튼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공이 있으면 포상을 하는 것은 당연지사인 즉 오늘부로 이상백 사장님을 원자력 및 인터내셔널을 총괄하는 그룹 부회장에 임명합니다.
물론 원자력은 지금과 같이 사장직도 맡아 겸해 수행해야 합니다. 공이 있다고 일거리를 더 맡기는 꼴이나, 제가 그만큼 이 사장님을 신뢰하고 있다는 방증이니, 너무 고깝게는 생각지 마십시오. 하하하..........!"
"감사합니다만, 인터내셔널의 흑자가 어디 제 단독 수완 이겠습니까만, 이는 위로 회장님의 선견지명과 독려 그리고 아래로는 임직원들이 열심히 땀을 흘린 결과물 이지요."
"겸손까지 하시니 더욱 보기가 좋습니다. 앞으로도 원자력은 물론 인터내셔널까지 잘 챙겨주시기 바랍니다."
"알겠습니다. 회장님이 저를 믿고 맡겨주시는 만큼 신명을 다해 앞으로 더욱 발전된 기업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아무튼 오늘부로 그룹 전 계열사에 통보하고 사내의 방송과 신문에도 게재를 하겠으니 그렇게 알고 더욱 업무에 정진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인터내셔널의 직원들에게는 500%의 성과급을 특별 지급하라고 방금 자금당당 전무에게 지시했으나, 이 사장님만큼은 별도로 1,000%의 별도의 성과금과 격려금을 지급하도록 지시를 내려놓겠습니다.
"고맙습니다. 회장님! 더욱 열심히 근무하라는 채찍으로 알고 감사히 받겠습니다! 또한 우리 임직원들에게도 그렇게 많은 사랑을 베풀어 주신데 대해 그들을 대신해 다시 한 번 정중한 감사의 인사 올립니다!"
새삼 90도 각도로 허리를 굽혀 인사하는 이 사장의 절을 받기가 민망하여 나는 멋쩍은 웃음으로 이를 받고, 다시 한 번 그를 격려한 다음 내보낸다. 그리고 다음 사장을 맞는다. 이 사장이 나가자 바로 다음 순번인 신태웅 대원중공업 사장이 들어온 것이다.
"앉으시죠. 겨울인데도 얼굴이 구리 빛이군요. 보기가 좋습니다. 그만큼 현장에서 고생을 많이 하고 있다는 바로미터니 보기는 좋으나, 고생이 말이 아니겠군요."
"회장님의 말씀만으로도 힘든지 모르겠고, 신명이 나는 듯합니다. 저를 알아주신다는 생각에 가슴이 뿌듯하기도 하고요."
"하하하..........! 괜한 말잔치인데 그렇게 생각해주시니 제가 더욱 고맙군요. 그래, 올해의 비전은 어떻습니까? 또 작년의 성과는 어떠했고요?"
"원자력과 조선 여타에서 쏟아지는 자체 제작의뢰 물량만 소화하기도 벅찬 지경이지만, 올해는 더욱 분발하여 좀 더 기술집약적이고, 고부가 가치의 부품과 장치들을 우리 손으로 개발하고, 또한 외국 기술을 재빨리 흡수하여, 우리 것으로 소화하는데, 배전의 노력을 경주할 생각입니다. 생산하는 제품 거의가 다, 우리 그룹 내의 발주물량 이다보니, 적자를 볼 일은 없지만, 중공업 자체로만 본다면 큰 흑자도 아니라서, 그게 좀 께름합니다.
"그것은 제가 볼 때 신 사장님의 마음이 조급해서 그렇습니다. 우리 자체 물량이라도 하나, 하나 국산화를 이루어가다보면, 어느 순간에는 세계 일류 제품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그들 제품과의 경쟁에서 이길 날이 오지 않겠습니까? 그러니 너무 마음을 조급하게 잡숫지 마시고, 호시우보(虎視牛步)라, 호랑이의 눈처럼 매서운 눈빛으로 전면만을 직시하되, 황소걸음으로 뚜벅뚜벅 느리지만, 결코 퇴보함 없이 전진해 나가봅시다!"
"회장님의 격려에 재삼 감사드립니다. 회장님의 말씀처럼 오늘부터라도 당장 근시안적인 안목을 버리고, 장기적 관점에서 사물을 보고, 매사의 하루, 하루 일은 적극적으로 임해, 나중에 보은하는, 큰 기업이 되도록 전심전력을 경주하겠습니다."
"감사하고 고마운 일입니다. 더욱 힘내시고 고생 좀 해주세요."
"감사합니다. 회장님! 더욱 분발하는 한 해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멀리 안 나갑니다. 신 사장님!"
"그럼..........!"
중공업의 신 사장이 돌아가자 나는 오늘은 업무를 끝내기로 한다. 사람을 상대한다는 것이 생각보다 피곤한지 벌써부터 피로가 밀려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은 일찍 퇴근할 것을 비서실 직원들에게 통보하고, 사무실을 일찌감치 벗어난다.
아직 해가 떠있는 오후 네 시쯤이다.
---------------------------============================ 작품 후기 ============================모처럼 연참입니다.
오늘 하루 종일 자료조사 하다보니 골만 아프더군요.
그래서 다음 회는 가벼운 마음으로 쓴 것이니 즐감하시길 바랍니다!
^^3종세트는 작가를 크게 고무시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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