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경제 대통령-84화 (84/135)

< -- 대망의 80년 대 -- >

2서서히 술이 오르는 징조다. 나는 이쯤에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기 위해 헛기침으로 두 사람의 시선을 모으고 입을 연다.

"앞으로 사람의 일을 예단할 수 없지만, 만약에 말입니다. 두 분이 나라를 위해 일할 기회가 생긴다면, 물론 지금도 국가를 위해 수고하고 계십니다만, 제 말은 그게 아니라 나라의 일선에 서서 국정을 이끌어나가게 된다면, 좀 더 국민 편에 서서 생각을 하고, 또한 강압보다는 대화와 타협을 통해서, 이 나라를 이끌어나가 주시기 바랍니다.

"푸 하하하.........! 강 회장이 술 한 잔 자시더니 별 소릴 다합니다만, 만약 내게 그런 일이 생긴다면, 오늘 주석(酒席)에서 한 강 회장의 말을 명심하고, 한 번 더 모든 일을 처리하기 전에 국민의 편에서 생각은 해보리다. 절대 그럴 일이 없겠지만 서도.......... 하하하..........!"

내 말에 기분이 좋은지 전 보안사령관은 파안대소를 하며 다짐을 한다.

"지금 하신 말씀 꼭 지키겠다고 저와 약속한 겁니다."

"암, 아무려면 사내가 일구이언 할까!"

"좋습니다. 노 사단장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나야, 저 친구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지금 약속한다고 해서 지켜질지도 의문이고, 상황을 봐서 그때, 그때 최선이라고 생각되는 방법으로 처리하고자 합니다. 물론 강 회장의 말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그런 쪽으로 생각을 하고 행동에 옮기겠지만, 모두를 꼭 그렇게 처리할 수 있다고 장담할 수만은 없다는 말입니다.

"아무튼 노 사단장님도 국민의 권익을 증진하는데 앞장서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봐도 별 무리가 없겠지요?"

"그렇소!"

"좋습니다. 두 분은 오늘 이 좌석에서 한 말을 명심하시고, 꼭 그렇게 해주시기를 간절히 부탁드리겠습니다. 쓸데없는 말로 두 분의 흥취를 빼앗으니 제가 벌주로 세 잔을 연달아 마시도록 하겠습니다."

"이 보시오, 강 회장! 그럼 강 회장 혼자 술 마시겠다는 소리 아니오? 나는 강 회장과의 약속을 지킬 것을 다짐하는 의미로 석 잔을 거푸 마시리다. 친구는?"

"나는 그렇게 마시다보면 금방 술이 취해 안 되겠으니, 한 잔 마시는 것으로, 오늘의 약속을 상기하리다."

"감사합니다. 두 분!"

나는 정말 내 말대로 술 세 잔을 스트레이트로 연달아 마신다. 그리고 안주를 먹는데, 계향이가 말한다.

"회장님, 저도 한 잔 주세요. 네?"

"그래, 너도 한 잔 하고 분위기 좀 띄워봐라."

"네, 회장님!"

이것을 계기로 풍악이 울리고 우리는

'지화자~!'

를 찾아가며 이 밤을 즐긴다. * * *오늘이 운명의 날인 79년 10월 26일이다.

이날 오전 나는 우리 회사가 건설한 삽교천방조제 준공식에 참석하기 위해 현장을 찾았다. 이 준공식에는 나는 물론 박 대통령을 비롯해, 이희일 농수산부 장관, 김원기 재무부 장관, 이규홍 농업진흥공사 사장 등이 참석한 외에도 주민 3천 명이 참석해 이를 경축한다.

이 준공식에서 대통령은

'국토의 짜임새 있는 알뜰한 개발이 곧 무한한 자원이 되고, 국력의 원천이 된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더욱 국토 애호정신을 가꾸어 나가야 된다.'

고 힘주어 역설한다.

치사가 끝나자 박 대통령은 심한 조수간만의 차에도 불구하고 이를 잘 극복함은 물론 신공법으로 무난히 큰 공사를 마무리 지은데 대해, 나는 물론 우리 기술진들을 불러 치하와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나는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의 손을 굳세게 잡으며 한 마디 한다.

"각하, 부디 몸조심 하십시오. 너무 부하들을 믿지 말고........."

"하하하..........! 나 뿐 아닐세, 비록 강 회장이 젊다지만 수십만 명을 먹여 살리려면 젊은 자네도, 항상 젊어서부터 건강에 유의해야 하네. 그리고 부하들에 대한 문제는 내 자네에게도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니 자네도 사람을 너무 깊이 믿지는 말게. 항상 배신은 측근에서 하는 법이니까."

"네, 각하!"

이러는데 내가 뭔 말을 더 하겠는가. 나는 다만 굳게 잡은 손에 더 힘을 주어, 이제는 영원히 못 볼 그를 전송한다.

* * *아니나 다를까.10월 27일 새벽이 되자 방송에서는 일제히 장중한 음악이 흘러나오고, 신문은 호외를 뿌리기 시작한다. [박정희 대통령 서거]라는 제하에 일제히 그의 비보를 싣고 있다.

26일 저녁 7시 50분 경, 가슴과 두부에 총상을 입고 국군병원으로 이송 도중 숨진 사실을 일제히 보도하기 시작한 것이다. 궁정동 정보부식당에서 벌어진 만찬에서 김재규 일당이 쏜 총에 맞아 박 대통령은 물론 차지철 경호실장 등 5명도 숨졌다는 사실이 덧붙는다.

이 신문은 또 최규하 국무총리가 법에 따라 자동으로 대통령 권한 대행이 되었으며, 27일 새벽 4시를 기해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에 계엄령을 발동한다고 발표 한다. 계엄사령관에는 정승화 육군참모총장이 되었으며, 관공서는 물론 국민들도 조기를 계양해 줄 것을 촉구하고, 장례는 국장으로 엄숙히 치러질 것이라고 정부대변인인 김성진 문화공보부 장관이 발표한다. 그리고 장례절차는 추후 발표한다는 기사도 있다.

아무튼 나는 이 기사를 읽고 한동안 깊은 생각에 잠긴다. 미우나 고우나 우리나라의 근대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인물로, 나에게는 특별히 많은 정을 주었던 사람이라, 그 생각이 각별하다.

미리 예견하고 있었지만 막상 그의 비보를 들으니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공과를 떠나 사람 하나를 보낸다는 것은 누구나 슬픈 일임에는 틀림없다.

이날 나는 회사에 출근하자마자 전 사장단을 불러들여 비상회의를 개최한다. 앞으로 전개될 역사를 환히 알고 있는 나지만, 나머지 사람들은 상당히 불안해 할 것이기 때문에 다독일 필요성이 있어 개최하는 회의다.

이 자리에서 나는 종전과 다름없이 열심히 사업에 임해줄 것을 당부하고, 너무 정치 쪽을 의식하지 않도록 특별히 부탁한다. 우리가 알게 모르게 정부의 많은 혜택을 보았으므로, 누가 대통령이 되는지 여하에 따라 우리 기업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한국경제 구조다. 그러니 이들은 많은 불안감으로 안테나를 종긋 세우겠지만, 나는 누가 대통령이 되어도 우리의 일만 묵묵히 하면 된다는 말로 이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더욱 당면사업에 매진해 줄 것을 재삼, 재사, 당부에 당부를 거듭한다.

이렇게 한 시대가 마감되고 우리는 이 해가 다 가기 전에 호주의 링크 에너지 사측에 약속대로 5천만 달러를 입금하는 것으로 계약을 구체화한다.

마침내 1980년의 새해가 밝았다.

'대망(大望)의 80년 대!'

대망(大望)의 80년 대라는 말이, 누구의 입에서 먼저 나온 말인지는 몰라도, 70년도 후반부터 당시 전 국민의 입에서 이 말이 회자되었다. 마치 80년대가 되면 하늘에서 돈벼락이라도 내리고, 쌀이 눈처럼 퍼부어 가만히 있어도 배불러 질 것처럼, 공공연히 희망과 꿈에 부풀어 80년 대를 고대했다.

이것이 박 대통령의 서거로 이제는 민주화의 봄을 노래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당연히 직선제가 실시되어야 하고, 국회의원도 소선거구제로 지역구에서 하나씩 자신의 손으로 뽑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으로, 대학생들은 물론 일반 국민들도 기대에 들떴다. 그러나 일부 정치군인들의 개입으로 서서히 이 기대는 수포로 돌아가고 있건만, 이를 알고 있는 국민은 전무하다시피 했다.

나는 이미 역사를 알고 있어서 이 분야는 아예 신경을 끄고, 80년도가 되자 전 사장단을 불러들여 시무식과 함께 올해의 목표를 보고케 한다. 그리고 차제에 인사이동도 단행한다. 먼저 인사이동부터 살펴보면 이렇다.

이상백 대원인터내셔널 사장이 새로 설립된 대원원자력의 사장으로 발탁되고, 인터내셔널의 사장에는 엔지니어링의 사장이었던 최 인준 씨가 임명이 되었다. 또 대원과 사이펨 엔지니어링은 전격 합병되어, 대원-싸이펨 엔지니어링 사장에는 이탈리아 출신으로 전 싸이펨 사장이었던 마르조 쿠르치가 임명된다. 그 외에는 특별한 변동 사항이 없다.

새해가 되자 나는 외국의 두터운 장벽으로 벽에 부딪힌 우주항공분야를 대신해 일단은 물류운송 사업부를 발족시키고, 그 사장에 조지프 콜린슨을 어렵게 초빙해 임명한다. 조지프 콜린슨은 텍스트론 시스템스의 전직 CEO로 79년도에 물러나자마자, 슐츠가 열심히 발품을 팔아 어렵게 대원물류유통 사업부 사장으로 모신 사람이다.

나는 이 사람에게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이 텍스트론 시스템스 산하에 벨 헬리콥터는 물론 소형 프로펠러 항공기와 비즈니스 제트기를 생산하는 세스나라는 회사도 있기 때문이다.

벨 헬리콥터는 너무 잘 알려진 회사고, 세스나는 비치크래프트, 파이퍼 에어크래프트와 더불어 경비행기 제작의 세계 3대 메이커 중 하나다. 아무튼 나는 장차 이들과의 기술 협력을 통해 우선 물류유통 사업부를 키우면서, 점차 우주 항공분야로 진출할 야심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 ============================ 작품 후기 ============================어제 폭음을 한 여파가 오늘까지 미치네요.

직장 생활을 하면서 술을 안 먹을 수도 없고, 아무튼 아직도 저조한 컨디션이라 글이 짧습니다. 넓은 흉금으로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늘 즐겁고 유쾌한 날만 지속되길 기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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