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호시우보(虎視牛步) -- >
9두 사람을 떠나보내고 나니 한 사람이 귀국했다.
지난번에 출국했다가 금번에야 돌아오는 대원인터내셔날의 이상백 사장이다. 귀국하자마자 그와 나는 곧 자리를 마련하여 그의 이야기를 듣는다.
"그래, 갔던 일은 성과가 좀 있었습니까?"
"뭐라고 말씀드려야 할지.......... 애매합니다만, 일단 보고 드리겠습니다."
이렇게 운을 뗀 그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제가 보러간 곳은 호주 서부 필바라 로우힐 지역이었습니다. 그곳에서 제 위치를 찾아 자철광까지 확인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기가 막히다는 표정으로 여기서 일단 말을 멈추고 냉수를 한 컵 들이 킨 그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옛날부터 전해 내려오는 말에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그 말 그대로, 자철광은 일부고 나머지는 전부 적철광 즉 붉으죽죽한 노두가 끝없이 펼쳐져 있는데, 이것을 본 순간,
'이것은 노다지다!'
라는 생각이 확 들더라고요. 그것도 잠시. 이 정도 규모면 누가 벌써 광업권을 설정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단번에 기운이 쏙 빠지는 순간이었죠."
"그래도 여기까지 온 것, 확인은 해봐야겠다고 생각하고, 호주 광업성에 광업권 출원을 확인해보니, 아니나 다를까 이미 '네드 켈리'라는 이름으로 등록이 되어있더라고요. 그런데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광업권 출원자의 이름이었습니다.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호주에서 네드 켈리하면 국민적 영웅입니다.
일종의 갱인데 영국의 식민통치에 저항한, 우리나라로 치면 임꺽정이나 홍길동과 같은 의적이라고나 할까. 하여튼 호주 국민 누구나 알 수 있는 이름으로 등록이 되어있으니, 장난인가 싶기도 하고, 실제 인물이면 누구인지 한 번 만나보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그 자리에서 그의 주소와 전화번호를 메모했습니다."
"그래서요?"
"그가 살고 있는 시드니까지 찾아가 그의 자택에 전화를 걸었더니, 시간 약속을 하고 어디 어디로 찾아오라고 하더군요. 결국 내가 찾아간 곳은 그의 사무실이었습니다. 링크 에너지(Linc Energy)라는 작은 입간판이 걸린 벌서 외관부터 초라한 오래된 2층 목조건물이었습니다."
"그곳에서 나는 네드 켈리라는 사십대 초반의 해적같이 생긴 인물과 삼십대 후반의 피터 본드라는 사람을 만났습니다. 네드 캘리라는 사람은 광업권자이니 익히 아는 바이고, 피터 본드라는 사람은 링크 에너지라는 네드 켈리가 차린 자원개발 회사의 사장이었습니다.
아무튼 그곳에서 우리는 서로 명함을 교환하고, 수인사가 끝나자 본격적인 대화에 들어갔습니다."
이 상백 사장이 네드 캘리라는 광업권자에게 묻는다.
"네드 켈리라는 이름은 가명입니까?"
"아닙니다. 부친이 나에게 지어준 본래의 이름입니다. 네드 켈리와 같은 국민적 영웅이 되라는 뜻으로 지어준 것이죠."
"결코 작지 않은 철광산인데 아직 개발을 하지 않은 특별한 이유라도 있습니까?"
"돈이 없어서입니다."
"얼마가 필요하시길례요?"
이 사장이 가벼운 기분으로 묻는다.
"백!"
"백만 달러요?"
"아니, 백억 달러요."
"네에~? 무슨 철광산 하나 개발하는데 100억 달러가 필요합니까? 그 돈이면 그런 광산 수십 개를 인수하겠습니다."
"허허..........! 무슨 농담을..........! 잘 해야 대여섯 개겠지요."
"제 말이 좀 과장되었지만 아무튼 너무 많은 금액 아닙니까?"
"내 꿈이 있어서요."
"무슨..........?"
"나는 원유가 대량으로 묻힌 곳을 알고 있소. 그러나 지금은 개발할 수가 없소. 왜냐? 아직 그것을 캐낼 기술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오. 내 예측으로는 세계 최대의 원유가 매장되어 있을 그곳을 개발해, 내 이름대로 가난하고 고통 받는 국민들을 위해 모든 이익금을 쓸 작정이오."
"그렇다고 누가 추정치도 안 나온 유전을 가지고, 그런 천문학적인 돈을 투자하겠습니까?"
"내 광산이 그것 하나 뿐인 줄 아시오? 다 그만한 가치가 있으니 그렇게 부르는 것이지. 자 보시오. 이곳은 내가 소유한 석탄광이오, 이곳은 보크사이트, 이곳은 우라늄, 이곳은 금광 이곳은 아연광이오. 이것은 게르마늄......... 아무튼 유전과 철광 외에도 나는 9개나 더 광산을 가지고 있단 말이오."
"그렇다면 그곳 중 한 두 곳을 팔아 다른 광산을 개발하면 되겠군요."
"나도 그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모두 고품위에다 매장량도 다 어마어마한 광산을 팔자니 아깝고 해서, 투자자를 찾아 함께 개발하고자 이렇게 기다려온 것이오."
"그래도 내 생각에는 당장 개발할 자금이 없다면 한두 군데를 팔아 나머지 광산을 개발하고, 이어서 거기서 나오는 이익금으로 원유에 대한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순리인 것 같은데, 안 그렇소?"
"그런 생각은 어린 아이도 할 수 있소. 내가 아까도 이야기 했지만, 모두 너무 좋은 광산이다 보니, 팔기가 아까워 투자자를 구하고 있다지 않소?"
이제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고사하고 화까지 내는 네드 켈리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투자 금액을 줄여 우선 한두 군데 광산부터 개발하고, 거기서 나오는 이익금으로 순차적으로 개발하는 것이 아무래도 나는 순리로 보오."
"그러면 시간이 얼마나 걸릴 것 같소. 내 생애에 그 광산을 전부 개발해, 가난한 이웃들에게 나누어주는 꿈은 아마 실현하기 힘들 것이오. 내 누누이 이야기 하지만 나는 전 광산을 일시에 개발해, 거기서 나오는 이익금으로 원유를 추출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최종 거기서 쏟아져 나오는 돈으로 내 꿈을 기필코 이루고 싶소."
"그렇게 고집을 부리니 지금까지 세월만 낭비한 것 아니오? 아무튼 무슨 원유길례 아직도 생산할 기술이 확보되지 않았다는 것이오?"
"셰일 층에 존재하는 오일이오."
"허허.........! 그야 아직까지는 그림의 떡이긴 하죠."
"셰일 오일을 퍼낼 수 있는 기술만 확보되면 아마 전 세계의 유전지도가 바뀔 것이오."
"내 이야기가 그 이야기요."
"그래, 그 많은 돈을 투자하면 몇 %의 지분을 주는 것입니까?"
"25%요."
"뭐라고요? 그렇게 많은 돈을 투자하고 누가 겨우 25%의 지분에 만족한답니까?"
"그래서 지금까지 더 시일이 지체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오."
"허참, 어이가 없군."
이 사장이 소태 씹은 얼굴로 어이없어 하자 네드 켈리도 한숨과 함께 한풀 꺾인 음성으로 말한다.
"이제 나도 지치고, 내 보아하니 당신도 이 분야의 전문가인 모양인데, 특별히 양보하여 30%의 지분을 드리겠소."
"죄송합니다. 선약이 있어서 일어나야겠습니다."
이 사장이 정말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이보시오. 지금까지 이야기 해놓고 그냥 가면 어떻게 하오. 내 특별히 35% 드리리다."
"죄송합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이 사장은 바로 쿠웨이트로 날아간다. 내가 묻는다.
"정말 광업권이 그렇게 많았소?"
"네. 증빙 서류를 하나, 하나 전부 보여주는데, 무슨 광종 전시회 하는 줄 알았습니다."
"광업권만 가지고도 100억 달러의 가치가 있는 것이오?"
"정확한 것은 실사를 해보아야 알겠지만 서류상으로는 그 정도 가치가 있는 정도가 아니고, 충분히 넘칩니다. 그러나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 많은 금액을 투자하고, 그 지분을 받으라고 한다면, 아마 모르긴 몰라도, 어느 누구도 선뜻 달려들지 않을 것입니다."
"하긴 그렇습니다. 환율을 500원씩만 잡아도 우리나라 돈으로 5조원인데, 너무 큰 금액입니다. 그렇지만 욕심이 나긴 나는 군요. 그래서 말인데요. 투자금액을 50억 불로 감하고, 지분이 50%만 된다면 투자해 볼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지 않겠습니까?"
내 머리에는 이미 이때 셰일 오일을 개발 할 수 있는 수압파쇄법이 머리에 그려지고 있었다. 그래서 그런 말을 하는 것이다.
"그래도 저는 무리라고 봅니다."
이 사장의 말에 나는 최신 기술인 수압파쇄 법에 대한 간단히 설명하며 그의 표정을 살핀다.
"그 셰일 오일이라는 것을 개발하려면 지금의 기술로는 안 되고, 암석을 파쇄 할 수 있을 정도의 강력한 수압을 가해 퍼 올리는 방법은 어떨까요?"
"정말 그런 방법도 있군요. 그렇지만 이론상으로는 가능해 보여도, 그것을 현실에 적응시키려면 많은 난관이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가 지금의 원전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기술 하나만 제대로 개발하면 아마 부의 지도가 바뀔 것입니다. 내가 보기에 네드 켈리도 이런 기술을 찾고 있는 것이죠."
"그렇습니다. 그 사람이 말한 유전의 매장량이 얼마인지 몰라도 말을 들어보면 아주 클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일단은 내 제안대로 50억 불 투자에, 50%의 지분을 확보하는 조건으로, 그와 협상을 벌이되, 반드시 조건을 명시해야겠지요. 실사를 통해 지금 확보한 광권이 예상 치에 미달한다면, 투자금액을 줄이던지 지분을 우리에게 더 준다는 것을, 확실히 명기해야겠지요.
"회장님은 정말로 투자할 의향이 계신 것 같은데요?"
"그렇습니다. 일단은 내 말대로 협상을 진행해 보시죠."
"제 생각으로는 이 투자는 포기하고, 이 말고도 베네수엘라의 오코노리강의 탐사권도 얻었는데, 그곳이나 확실히 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정말입니까?"
깜짝 놀란 내가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볼리바르 광구는 안내주더니, 이번 건은 아주 빠르게 탐사권을 내주긴 했습니다만, 아직 지분율 협상이 남아있고, 과연 원유가 매장되어 있을 런지는...........?"
회의적인 이 사장의 말에도 나는 그저 계산하기 바쁘다. 내 기억으로는 그곳에 3조 배럴의 원유가 매장되어 있는 것으로 기억을 하기 때문이다.
워낙 매장량이 컸으나, 중질유라는 단점이 있어 아쉬워하기도 한 기억도 난다. 3조 배럴!
내 잘 돌아가는 머리로도 금방 계산이 되지 않는 어마어마한 매장량이다. 그래서 나는 계산보다 바로 소리부터 지르고 본다.
"얼른 달려가서 지분 협상부터 하시오."
"네?"
내 말에 깜짝 놀라는 이 사장을 보니 내가 너무 흥분했음을 알고, 멋쩍은 웃음을 지은 내가 슬며시 자리에 앉으며 말한다.
"틀림없이 대규모 원유가 매장되어 있을 것이니, 채 우리의 지분이 50%가 안 되어도 좋아요. 그러니 지분 협상을 빠른 시일 내에 매듭짓고, 본격적인 탐사에 돌입해달라는 말입니다. 그러고 나서 호주의 철광석 건은 추진해 봅시다."
"네, 알겠습니다. 회장님! 곧바로 시행하도록 하겠습니다."
나의 지시에 바로 되짚어 출국을 하는 이 상백 사장이다.
* * *세월은 빠르게 흘러, 오늘이 7월 20일로 아들 강 원전이 꼭 100일이 되는 날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 회사 업무를 미룬 채, 삼일 전에 통보한 대로 정희와 함께 청주로 내려가고 있다.
그 전에 한 가지 알려드릴 사실이 있다.
대원인터내셔날과 베네수엘라 정부는 지루한 줄 달리기 끝에 지분율을 공식 결정했는데, 베네수엘라 정부가 51% 그리고 우리가 49%의 지분율을 가지고, 만약 오코리노 강에서 원유가 생산된다면 나누기로 한 것이다.
이 결정을 당시에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지만, 팔레비 왕의 외국 망명으로 끝을 내린 이란 혁명이 정점에 달한 금년 4월부터는, 유가가 30달러를 오르내리고 있는 현실정이다. 그런 점을 감안하고, 막상 미래의 다음과 같은 기사를 본다면 모두 놀라 뒤로 자빠질 정도로 대형 사건이었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럼 미래의 기사지만, 79년11월27일 자, 모 일간지의 1면 머리기사를 보자.
-------------------------------------------------============================ 작품 후기 ============================실제 그 날자에 동아일보에 그 기사가 1면에 실리긴 실렸는데, 우리나라와 관계가 없다보니 기사비중은 적습니다.
이 밤에 비가 오고 있군요.
봄을 재촉하는 비인가 봅니다.
기온 변화가 심한 요즈음 특히 감기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늘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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