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경제 대통령-80화 (80/135)

< -- 호시우보(虎視牛步) -- >

8어제 일을 생각하며 기분 좋은 미소를 띠고 출근한 내에게 아침부터 나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있다. 그룹의 자금부장으로 승진한 유일한 친척 강철민이다.

"지금 출근하십니까?"

"아침부터 무슨 일이오?"

나를 보자마자 꾸벅 인사를 하는 그에게 나의 입에서 나온 어투는 별로 듣기 좋은 어투는 아니었을 것이다. 자금담당이 아침부터 회장실에 진을 치고 있다는 것은 내가 순간적으로 생각해도 좋은 소식이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어제 들어올 싸이펨의 송금이 안 들어오고 있습니다."

"그래요?"

미리 예측했던 일이라 나는 크게 놀라지도 않는다. 나의 이 모양을 보고 오히려 더 놀라는 사람은 강 부장이다.

작년에 이미 이란이 혁명의 소용돌이 속에 휘말리며 석유금수 조치를 단행할 때부터 예상했던 일이다. 모든 국가 재원을 석유에 의존하고 있던 이란이 석유를 판매하지 않겠다는 것은 또한 지불할 돈도 지불하지 않겠다는 말의 동의어였기 때문이다.

여기에 기획실에서 그동안 속속 모아온 싸이펨 내의 정보로는, 아르헨티나에서 시행한 유정 굴착 공사도 제 때에 공사대금을 받지 못한 것으로 되어 있다 유정굴착 부터가 집권한 알폰신 대통령이 강력한 대외개방정책의 일환으로 실시된 것이지만, 이들 군부세력은 이 외에도 과도한 외자차입으로 인해, 그 이자도 제대로 갚지 못할 정도로 자금난에 허덕였다. 이에 따라 강력한 수입억제정책에 수출드라이브 정책을 밀고 나갔으나, 이마저 실패하고 나라는 극심한 인플레에 시달리고 있는 실정이었다.

이러니 싸이펨으로서는 운이 없다고 밖에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우리나라의 현대건설이 그 막강한 국내외의 인지도에도 불구하고, 나중에 법정관리를 신청할 수밖에 없었던 가장 큰 원인이, 78년부터 이라크에 진출해 거기에서 물린 1조원 대의 미수금이 가장 큰 원인으로 나타난 것과 유사한 경우가, 싸이펨을 덮친 것이다.

"그래 싸이펨은 어찌 하고 있나요?"

"정부에 구제 금융을 신청했으나 들어줄지는 불투명합니다."

나의 질문에 대답한 사람은 강 부장이 아니라 어느새 들어온 기획실장이다.

"그들이 파산을 하게 되면 어떻게 되지요?"

"영구히 우리의 공사대금을 떼어먹히기가 십상입니다."

"만약에 말이오?"

"네!"

"우리가 싸이펨을 인수하기로 말한다면 얼마만한 자금이 소요될까요?"

"글쎄요..........! 그 정도까지는 아직 생각을 해보지 않아서......... 한 번 알아볼까요?"

"네, 한 번 파악해보세요."

"네!"

남은 대금을 못 받아 애달아 죽겠는데, 싸이펨 같은 강자를 인수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신이 나는지, 이 실장은 아주 활기찬 걸음걸이로 곧 사라진다.

"알았으니 강 부장님도 가보세요. 뭐 다른 특별한 일은 없지요?"

"원자력발전소 건설로 인한 회사채 발행문제 때문인데요. 이 기회에 인터내셔날을 상장하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회장님!"

"나도 그 생각을 안 해본 것은 아니나....... 나는 조금 더 회사를 키워 분할 상장을 추진할까 하고 있습니다. 지금의 인터내셔날이 너무 방대하니, 자원분야를 다루는 고유의 인터내셔날은 내버려두고, 원자력을 한 회사로 독립시키고, 앞으로 정유공장 건설 같은 경우 등은 엔지니어링에 공사를 맡길 예정입니다.

내 생각이 어떠한지 순수 자본 논리만으로 검토해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회장님!"

올 때와는 달리 강 부장 역시 씩씩한 걸음걸이로 사라진다. 조금 있으니 인터내셔날의 이 상백 사장이 면담을 신청한다. 내가 아직 모닝커피도 제대로 마시지도 못했는데 말이다. 내가 소파에 앉으며 묻는다.

"인터내셔날에도 문제가 있나요?"

"아닙니다. 회장님! 그동안 원전 때문에 너무 한국에만 체류한 것 같아, 오늘은 출국인사 겸해서 들렸습니다."

"해외에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니고요?"

"전혀 아닙니다. 이번에 제가 출국하는 것은 호주의 철광석 매장지를 한 번 실사해보고 싶어서입니다."

"어디 좋은 철광산이라도 발견했습니까?"

"그동안 벡텔사의 항공촬영자료를 가지고 나름대로 열심히 분석해보았습니다. 그 결과 아주 큰 광산은 아니지만 개발가치가 충분히 있는 철광산 하나가 눈에 들어와서, 한 번 현지 실사를 다녀오려 하고 있습니다."

"그 정도는 부하들에게 맡겨도 되지 않겠습니까?"

"항공촬영자료라는 것이 자성파 탐사 자료입니다. 즉 자석기운을 띠고 있는 자철광의 경우만 항공촬영으로 잡힙니다.

이런 경우도 있습니다. 자철광 옆에 적철광이 함께 매장되어 있는 경우 말입니다.

이런 경우 적철광은 자성파 탐사로도 잘 잡히지 않는데, 우리에게 행운이 있다면 그런 경우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만, 너무 기대는 마십시오. 회장님!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고..........."

"하하하.........! 알겠습니다. 내 기대를 접고 있지요."

"하하하..........!"

"또 다른 곳의 탐사예정지는 없습니까?"

"원유는 베네수엘라의 볼리바르 해전유전이 유망광구로 벡텔 본사도 베네수엘라 정부에 개발신청을 했으나,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 인터내셔날도 혹시나 해서 한 번 탐사 권을 베네수엘라 정부에 요청해보려 합니다."

"그래요...........?"

나의 말이 길게 늘어진다. 그 순간 내 머리에는 언젠가 신문기사에서 읽은 기억이 있는 기사가 머리에 막 떠오르는데, 베네수엘라의 무슨 강인지 강 이름은 생각 안 나고, 무지하게 큰 강에 어마어마한 원유가 매장되어 있다는 것만, 순간적으로 이 사장의 말에 뇌리를 스친다.

"혹시 베네수엘라에 엄청 큰 강이 있지 않나요?"

"네, 있습니다. 오코노리 강이라고, 굉장히 큰 강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강에 대해서는 배사구조라던가 그런 게 알려진 게 없습니까?"

"아직은 요?"

"그렇다면 그곳의 탐사권을 한 번 신청해보시죠. 왜냐하면 말이죠. 그 강이 틀림없이 볼리바르 유전으로 흐르는 것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고요. 모르긴 몰라도 아마 같은 배사구조선상에 있는 것이 틀림없기 때문입니다."

"네, 알겠습니다. 회장님의 말씀대로 한 번 시행해보죠. 지금까지 하신 회장님의 예측이 너무 잘 맞아 떨어지기 때문에 저도 반박을 못하겠네요."

"그래요? 하하하..........! 밑져야 본전이니 그렇게 한 번 해봅시다."

"네! 볼리바르 해안유전과 함께 동시에 한 번 신청해보죠, 뭐!"

사실 배사구조니 어쩌니 한 것은 내가 임시방편으로 둘러댄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내가 전에 한 번 언급한바와 같이, 나는 전생에서도 자원공학을 전공했기 때문인지, 젊어서부터 유독 자원에 관해서는 관심있게 신문기사며 방송 등을 지켜보았다. 그래서인지 세계 어느 나라에 대규모 광산이나 대형유전이 발견되면 한없이 부러워하며, 그 광산이 한동안 머리에 잊혀 지지를 않는다. 그런 탓으로 그나마 생각나는 곳이 몇 군데 있다. 그렇지만 아직 시기가 무르익지 않아 몇 곳은 생각만 하고 있고, 나머지는 상황에 따라 생각나기도 하는 것이니 기억하고 있다고도 할 수 없는 애매한 것들이다.

아무튼 이 사장은 그 후로도 원전에 대해서도 나와 자세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출국시간이 가까워져서야 회장실을 벗어난다. * * *내일이 6월11일이다.

파드 사우디 국무총리 겸 왕세자와 자비르 쿠웨이트 국왕이 2박3일 일정으로 한국을 공식방문하기 위해 내일 입국한다. 처음에는 5월 15일 즈음하여 교섭이 이루어졌으나 원만치 못하여 거의 한 달이 순연되어 내일 입국하게 되는 것이다.

나는 그들을 접대하기 위해 대원호텔의 스위트룸 두 곳을 사전에 예약을 받지 말도록 지시한 바가 있다. 나는 내일이면 그들이 묶을 장소인 스위트룸은 물론 호텔 내부도 사전 점검 차원에서 한 바퀴 둘러보는 등, 그들을 맞을 만반의 준비를 갖춘다.

다음 날 오전 11시 10분 전. 11시 도착 예정인 그들을 맞이하기 위해 나는 20분 전부터 미리 나와 기다리고 있다. 곁에는 내 경호요원은 물론 비서실장, 기획실장, 두 여비서 등이 초조한 듯 시계를 보며 그들의 출현을 고대하고 있다.

이곳에는 나뿐만이 아니다. 정부에서도 최규하 국무총리가 출영 나오고, 두 국빈의 경호를 위해 전경은 물론 청와대 요원까지 쫙 깔린 상태다.

정말 물 샐 틈 하나 없는 철통같은 경호다. 초조한 가운데 5분이 지나자 대형 점보기 한 대가 김포 공항에 나타나 하늘을 선회한다.

곧 착륙지시가 있었는지, 그 비행기가 공항에 사뿐히 내려앉고, 나는 최규하 국무총리와 함께 비행기를 향해 다가간다. 곧 트랩이 내려지고 나는 곧 빠른 걸음으로 트랩을 오른다.

최 국무총리는 밑에서 기다리고 있다. 마침내 파드 왕세자가 먼저 눈에 들어오고 이어 자비르 국왕도 나타난다.

"잘 지냈는가? 형제여!"

"그동안 편안하셨습니까?"

"하이, 미스터 강! 잘 지냈는가?"

"덕분에요. 편안하셨습니까?"

우리는 서로 포옹을 한 채 잠시 뜨거운(?) 인사를 나누다가 트랩을 내려온다. 둘은 기다리던 최 규하 국무총리와 곧 굳건한 악수를 교환한다.

곧이어 21발의 예포가 울려퍼지는 속에서 의장대를 사열하고, 그들은 정부가 준비한 승용차에 올라 김포 공항을 떠난다. 나 역시 이들과 동행하여 함께 박 대통령을 예방하고, 곧 대원 호텔로 돌아와 나와 함께 오찬을 즐긴다.

이어 잠시 오수를 즐긴 이들은 4시부터 개최된 한-사우디, 한-쿠웨이트 확대 정상회의에 참석해, 박 대통령과 함께 양국 간의 우호증진은 물론 통상 교류확대, 장기적이고도 안정적인 원유 공급 약속, 한-사우디 이중과세협정, 한-사우디 투자보장 협정을 체결한다. 특기 할 것은 그동안 쿠웨이트는 남북한 등거리 외교를 지향하는 관계로 한국과는 정식 외교관계가 수립되지 않았던 것을, 이번 자비르 국왕의 방문을 계기로 정식 수교를 하고, 상호 대사관을 개설하기로 합의한 점일 것이다.

이어 나와 대통령 및 다수의 초청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이들을 위한 만찬이 두 시간여 동안 베풀어진다. 그리고 이들은 곧 청와대를 나와 대원호텔의 스위트룸에서 1박을 한다. 이튿날은 나와 셋이서 고도(古都) 경주와 온산의 DS정유공장과 대원중공업 등을 방문하는 것으로 하루를 보내고, 이한하는 날은 대원백화점에 들러 잠시 쇼핑을 하고, 곧 나의 집무실에 들러 환담을 나눈다.

"형제여 곧 또 헤어질 시간일세. 참으로 삼 일 동안 대접을 잘 받았는데, 줄 선물은 음......... 곧 발주할 외교단지조성공사와 국방항공성 건립공사에 대해 견적을 좀 내보시게. 우리의 예정 가와 맞으면 내 수의계약으로 발주함세."

"감사합니다. 형님!"

비로소 나의 입에서 '형님'소리가 나오자 파드 왕세자가 농담을 한다.

"공사를 줄 때면 형님인가?"

"그럴 리가 있습니까?"

손까지 저으며 강하게 부정하는 나다. 강한 부정은 곧 긍정이라고 나의 경우에도 해당되는 것 같아 내심 씁쓸하다. 이때 국왕이 되어 더욱 점잔을 빼는 자비르가 한마디 한다.

"나는 자네에게 줄 선물이 없네. 이미 자네 나라에 주었기 때문일세. 자네도 알다시피 우리 쿠웨이트는 북한과도 계속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지만, 이번 방문을 계기로 우리는 한국 쪽에 경도되게 되었네. 이는 자네의 나라가 예뻐서가 아니라, 그간 자네와 나와의 우정에도 불구하고, 뭔가 비정상적이었던 것을, 바로잡았다고 생각해주게."

등거리 외교를 지향하다가 금번 방문을 계기로 정식 수교를 하며 대사급 외교관계를 개설한 것을 나에 대한 선물이라고 강변하는 자비르다. 여기에 내가 더 뭐라고 하겠나. 다만 '감사합니다.

' 이 한마디 밖에 건넬 말이 없는 나다. 우리는 조금 더 환담을 나누다가 이한 시간이 가까워오자 우리는 굳게 악수를 나누고 공항으로 향한다. 그러고도 나는 그들의 비행기가 하늘로 날아오를 때까지 김포공항에서 끝까지 함께 해야 했다.

비록 훗날의 이야기지만 파드 왕세자의 제안에 의해 우리는 그 건의 공사를 수주했는데, 외교단지조성공사가 1억2천만 달러, 국방항공성 건립공사가 3억2천만 달러, 도합 4억4천만 달러를 수의 계약으로 체결함으로써,이번 방한에 단지 나전칠기만 선물한 나에 비해 어마어마한 선물을 톡톡히 받은 셈이 되었다. ---------------------------------============================ 작품 후기 ============================감사합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