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호시우보(虎視牛步) -- >
1내가 아무리 생각해도 미국 쪽의 사업이 점점 커지고 있으니, 슐츠 부회장을 계속해서 미국에 머물며, 그쪽 사업을 관리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나는 슐츠를 그룹 부회장이라는 직함은 그대로 둔 채, 투자 전문 회사인 대원컴퍼니 사장까지 맡겨 이를 관리하면서 총체적으로 미국의 사업을 관리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그의 의향을 묻는다. 그러자 슐츠 부회장은 당연스럽게 미국에 거주하는 것을 찬성한다. 그래서 나는 그를 정식으로 대원그룹의 부회장 겸 대원컴퍼니의 사장으로 임명하고, 계속해서 미국에서 활동하도록 한다.
한편 국내에서는 요즘 대원그룹 전용공단 조성 문제로, 우리 그룹에서 부회장으로 재직했고, 현 경제기획원 부총리인 신 현화 씨를 기획 실장이 만나, 연일 의논을 하나 무엇 하나 뚜렷하게 결론이 나는 것이 없고 지지부진하다. 그래서 답답한 내가 대통령과의 독대를 청와대 비서실에 요구하니, 비서실장의 주선으로 금방 성사된다. 오전 11시에 내가 직접 비서실장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바로 돌아선지 30분도 안 돼서, 오후 3시 까지 청와대로 들어오라는 전화가 온다.
나는 이 전화에 기분이 매우 좋다. 그만큼 대통령이 우리 그룹의 호의적으로 봐주고 있다는 방증이라 그렇다.
아무튼 나는 늦지 않게 비서실장과 기획실장을 대동하고, 오후 2시 30분에 청와대에 도착해 검색대를 통과한다. 그러자 현관에 한 비서관이 우리 일행을 기다리고 있다가, 곧장 우리를 비서실장의 방으로 안내한다. 비서실장의 방에 그는 없었으나, 여비서로부터 차를 대접받고 있으니 그가 들어온다.
잠시 비서실장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보니, 어느덧 5분전 3시다. 우리는 곧 비서실장의 방에서 나와 그의 안내로 바로 대통령의 집무실로 향한다.
집무실 문을 밀고 들어가니 대통령이 서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나는 그를 보자 인사를 꾸벅하며 말한다.
"안녕하십니까? 각하!"
"어서 오시게. 오래간만일세."
"네, 제가 조금 바쁘다보니 격조했습니다."
"그렇게 말하면 자네만 바쁜 사람 같지 않은가. 나도 매우 바쁜 사람인데, 전화 한 통 없다니 너무 무심한 게 아닌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됐고, 그만 자리에 앉으시게."
"네!"
"그래, 사업은 여전히 잘 되고?"
"네, 각하! 금번에 저희들이 미국에서 3대 자동차 회사로 손꼽히는 크라이슬러사를 인수했습니다. 그 바람에 더욱 경황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큰 회사를 무슨 돈으로 인수 했는고?"
"35억불의 채무가 있어, 그것을 승계하는 조건으로 단 돈 1원 한 푼 지불 안 하고 인수했습니다."
"그만큼 회사가 부실하다는 소리인데, 괜한 걱정만 끌어안는 게 아닌가?"
"지금 미국 의회에서 저희 회사에 대한 20억 불 구제 금융을 지불하느냐 안 하느냐를 놓고 청문회가 한창 진행 중에 있습니다만, 제가 선임한 유능한 총괄사장과 355개 선거구에 깔린 저희 지점들이 해당 의원들에게 일제히 로비를 하는 등 총력전을 전개하고 있는 결과를 저는 낙관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다행히 20억 불의 거금을 융자받았다고 치고, 그 많은 금액을 무슨 수로, 언제 다 갚을 생각이야?"
"제 지시로 K-car 프로젝트라 해서 전륜구동에 고연비의 중형차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판매조건도 고객들에게 아주 많은 혜택을 주는 파격적인 조건으로 이를 판매하려고 합니다. 그러면 고객들은 에너지난의 시대를 맞아, 고효율의 저희 승용차를 선택하리라고 저는 확신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의 대안은 이것뿐이 아닙니다. 만약 미국의 자동차가 최소 현상 유지만 해준다면, 저희 한국에 자동차 공장을 세워, 그 차로 승부를 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즉 미국 3대 메이저 회사인 크라이슬러의 뛰어난 기술력에, 저희들의 값싼 노동력이 결합된다면, 세계 어느 차와 경쟁해도 이길 수 있다고, 저는 확신을 하기 때문에 큰 어려움은 없으리라 봅니다."
"허허.........! 하여튼 배짱 하나는 알아주어야겠군. 그래 한국의 자동차 규모는 얼마를 예상하고 있는 데?"
"고효율 저비용 구조의 소형차 위주로 연산 50만 대를 생산해 일부만 국내 판매를 하고 나머지는 전부 세계 시장에 내다팔 생각입니다. 그렇지만 우선은 연산 30만 대 규모로 시작하려 합니다. 그랬다가 상황을 봐서 점차 늘리는 방법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현대의 포니차가 있지만, 미국은 고사하고 외국에서는 아직 쩔쩔 매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자신은 있는 건가?"
"외국 사람들은 대부분 우리나라 사람들 보다 체형이 큽니다. 그래서 소형이지만 준중형의 외관에 고연비 저비용을 지향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봅니다. 현대는 중간에 포드와 갈라서는 바람에 충분한 기술을 지원받지 못한 것으로 봅니다. 그렇지만 저희들이야 자사 끼리의 거래니, 그런 위험은 전혀 없습니다.
충분히 승산이 있는 게임입니다. 각하!"
"아무튼 자네의 포부가 큰데 다시 한 번 오늘 또 놀랐네. 그래, 그 자랑하러 온 것은 아닐 테고.......... 음.......... 내가 언뜻 듣자하니 무슨 공단을 엄청 크게 나라에서 지어달라고 했다면서?"
"네, 그렇습니다. 제 생각으로 한 300만 평 정도로 크게 조성해주시면 그곳에 저희 자동차 공장은 물론 일관 제철공장, 전기반도체 공장, 제약회사, 기회가 된다면 나중에는 우주항공 분야까지 망라하고 싶습니다. 거기에 세계 굴지의 조선사도 하나 일구어 보고 싶습니다."
"허허.........! 점점 가관일세. 강 회장 말만 듣고 있어도 우리나라가 아주 잘 살게 될 것 같고, 내 배마저 불러오는 듯해 아주 흡족한데.......... 조선사까지 하나 차리겠다고?"
"네, 그렇습니다. 각하!"
"그럼, 이렇게 하지. 조선은 말이야, 당장이라도 내 허가도 내주고, 국영기업을 하나 내줄 수도 있어. 석유파동이 나니까 조선이 불황인데다가, 수에즈 운하까지 개통되고 나니, 거 있잖아. 옥포에 100만 톤급 배도 거뜬히 만들 수 있게 만든 제3조선소가 지금 경영상태가 아주 엉망이야. 그러니 그것을 자네가 인수하는 것으로 하고. 공단조성 문제는 말이야 자네가 나라를 위해 그렇게 큰 공단을 요구하는데 안 들어 줄 수는 없지. 그렇지만 당장 그렇게 큰 규모가 필요한 것은 아닐 테니. 일차로 150만 평을 조성하고, 추후 150만 평을 더 조성해 300만 평을 조성하는 것으로 하지. 단 내 안 되면 수용령을 내려서라도 공단 부지는 미리 확보해 두는 것으로 하세. 그 대신 강 회장은 세금 철저히 내주고, 많은 고용을 해, 우리 국민이 아주 배부르고 잘 살게 해주시게."
"그야 당연한 말씀입니다. 제 생각으로 공단입지로 이번에는 전라도 쪽을 한번 고려해보심이 어떨까 합니다.
국토의 균형개발 측면에서도 그렇고, 공단이 그 쪽에 조성된다면 아무래도 그 지방 사람들이 많이 고용 될 테니, 부의 편재 여부 문제도 해결할 수 있고, 또 정치적으로도 그 쪽에 이런 대규모 공단이 조성되어, 그들에게 많은 돈이 풀리면, 장래의 선거에도 아무래도 유리하지 않겠습니까?"
"허허..........! 이제는 내 걱정 까지 하는 건가?"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만, 여러 경우의 수를 보더라도 이번에는 그쪽에 짓는 것이 여러모로 나아보여서요. 그렇지만 반드시 바다 즉 항구를 끼고 있어야만 수출입이 원활 할 것 같습니다."
"그야 그렇지. 더 할 말은 없고?"
"사우디와 쿠웨이트의 국빈 방문 건은 어떻게 되어 가고 있습니까?"
"지금도 교섭 중이네만, 아무래도 5월 15일 전후로 일자가 잡히지 않을까 싶네."
"잘 알겠습니다. 각하! 그리고 고맙습니다."
"아니 내가 강 회장에게 고마움을 표하고 싶어. 정치 이야기 하고 있으면 골머리가 딱딱 아픈데, 자네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금방이라도 나라가 흥기해서, 국민 모두가 잘 사는 것 같아, 아주 기분이 좋고, 흡족해. 그런 의미에서 모처럼 왔으니 저녁식사나 함께 하고 가세."
"네, 각하!"
빼고 싶지만 이렇게 선의를 베푸는데 너무 한 것 같아. 할 수 없이 응낙하는 나다. 내 표정이 겉으로 드러났는지 대통령이 한 마디 한다.
"자네는 내가 저녁을 같이 먹자는 말이 싫은가? 다른 사람은 본인이 아무리 원해도 내가 거절하는 참인데 말이야. 그리고 요번에 고리2호기인가 뭔가 하는 원자력발전소를 또 하나 건설하는 모양인데, 거기에 응찰이나 해보시게."
"네, 알겠습니다. 각하!"
"공사 입찰하라니 이제야 표정이 풀리는 자네야말로 천상 사업가 체질일세 그려."
"하하하..........! 그렇습니까?"
"이봐, 비서실장!"
"네, 각하!"
"이른 저녁 준비 좀 부탁하네."
"네, 각하!"
대통령은 모처럼 기분이 좋은지 평소 여간해서는 잘 안 쓰는 '부탁'이라는 용어까지 비서실장에게 사용하며, 자신의 기분을 알린다. 기분이 좋은 것으로 치면 대통령보다 내가 나으면 나았지 못 할게 하나도 없었다.
공단 문제도 잘 해결 된데다. 덤으로 조선소 하나를 꿀꺽하게 생겼으니, 이 아니 기분이 좋은가! 게다가 원전 입찰 소식까지 어느 하나 내게 기분 나쁠 이유가 하나도 없는 흐뭇한 만찬이었다.
아무튼 그날 저녁 나는 9시가 되어서야 대통령에게 풀려나 집으로 향할 수 있었다. 반주로 마신 술이 얼큰히 올라오는 상태로.
술이 올라오자 나는 갑자기 여자 생각이 난다. 그래서 나는 정희에게 오늘은 좀 늦는다고 전화를 하고 차를 은마아파트로 향하도록 한다.
* * *경호원들을 704호에서 쉬게 한 나는 예고도 없이 703호의 라니아가 사는 집의 벨을 누른다. 잠시 딩동거리는 소리가 나고 곧 라니아가 잠옷 바람으로 나를 맞는다.
"이렇게 늦게 웬 일이세요?"
"음, 오늘 대통령과 만찬이 있어서 늦었는데, 갑자기 라니아 양이 보고 싶어서요."
"감사해요. 아무튼 저를 찾아주셨다는 것이. 차 한 잔 드릴까요?"
"아니, 됐소. 목욕물이나 좀 받아주시오. 뜨거운 물에 몸이나 풀게."
"정신적으로 많이 긴장하셨었나 봐요?"
"아무래도 대통령과의 독대이다 보니 긴장이 안 된다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지요."
"제가 잠시 안마라도 해드릴까요?"
"해봤소?"
"뭐, 특별히 배운 것은 없지만, 주물러드리는 것이야, 저라고 못 할 라고요."
"좋소, 아주 꾹꾹 시원하게 부탁하오."
"네! 잠시 목욕물부터 받아놓고요."
욕조에 물을 틀어놓은 라니아가 돌아와 본격적으로 안마를 해주는데, 꾹꾹 주무르라 했더니, 온 힘을 다해 내 어깨를 주무르는 바람에, 사내 체면에 아프다는 말은 못 하고, 참느라 한동안 혼났다. 잠시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고 나니 좀 올라오던 술이 깨는 것 같다. 그러면서 은근히 또 술 생각이 난다. 그래서 내가 라니아에게 묻는다.
"술 갖다 놓은 것 있소?"
"맥주 다섯 병 사다놓은 것 있는데, 드릴까요?"
"내 오시오."
"안주는 뭘 로.........?"
안주거리가 없는지 내 눈치를 보며 끝을 얼버무리는 그녀다.
"있는 것 중에 아무 거라도 괜찮으니, 아무거나 내오시오."
"치즈하고 땅콩이 있는데, 괜찮으시겠어요?"
"OK! 그 정도면 훌륭한 안주지, 내오시오."
"네!"
우리는 그때부터 라니아가 냉장고에서 꺼내온 맥주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마침내 술기운이 다시 조금씩 오르자 나는 라니아를 불러 침대로 향한다.
라니아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고, 그전에도 2번을 같이 잔 일이 있어, 서로 서먹서먹하지는 않은 관계다.
-----------------------============================ 작품 후기 ============================오늘은 늦게 퇴근한 데다, 아들이 컴퓨터 한 대를 110만 원 주고 구입해줘서, 그나마 늦게라도 몇 자 올릴 수 있어 다행입니다.
좋은 날들 되시고, 4종 세트 부탁드리겠습니다!
^^요즘 글이 재미없어서인지, 근래 보기 드물게 아주 배가 고팠습니다!
^^늘 즐거운 날들 되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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