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경제 대통령-67화 (67/135)

< -- 세계를 향한 꿈 -- >

6이틀 후로 잡힌 스티브 잡스와의 면담에 응하려면, 우리는 발 빠르게 움직여야 했다.

애플컴퓨터의 소재지가 캘리포니아 주 쿠퍼티노에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동쪽 끝에서 서쪽 끝으로, 완전히 동서를 횡단해야 한다는 지리적 여건 때문에, 우리는 바삐 움직이지 않을 수 없었다.

다음 날은 스티브 잡스가 장기 출장 계획이 잡혀 있어, 여유롭게 약속 시간을 잡을 수 없었음을, 가는 내내 박헌도 지사장은 미안해했다. 본인의 과오가 아닌데도 그런 그를 보며 나는 절대 그럴 필요 없다고 한다. 그렇지만 박 지사장은 공항에서 공항으로, 차에서 차로,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우리 일행을 보기가 미한해서인지, 시종 조용히 앉아 있지를 못한다.

어떻게 되었든 우리 일행은 약속 시간보다 한 시간 빠르게 애플컴퓨터사에 도착할 수 있는 시간 여유를 얻었다. 그 상황을 인지하자 나는 돌연 달리는 차를 멈추게 하고 잠시 생각에 잠긴다.

내가 잡스에 대해 단편적인 지식이나마 갖게 된 것은 회귀하긴 1년 전쯤, 그의 죽음으로부터이다. 그 전에는 솔직히 내 나이가 작지 않았으니, 아이패드니 태블릿컴퓨터니 다 관심 밖의 일이었다. 그러나 돌연한 그의 죽음을 접하고는 그에 대해 약간이나마 관심이 생겨, 인터넷에서 그의 이름과, 애플사에 대해 조회를 해본 것이 전부 다라 할 수 있다.

거기서 지금도 기억나는 것은 아이 뭔가라는 상품을 출시하고 나서 2000년도 중반쯤인가에 주식이 갑자기 10배나 폭등했다는 사실과, 중간에는 우여곡절이 참 많았고, 동료지간에도 불화가 잦아 쫓겨나는 등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는 것일 것이다. 그리고 그의 개인적인 삶에 대해서는 더 많이 기억이 나는데, 양자로 들어갔고, 나중에 친부모를 알게 되었지만, 끝까지 그들을 인정하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젊은 시절에는 마음의 안정을 찾아 인도의 북부 히말라야 일대를 떠돌다가, 원하는 목적은 이루지 못하고 돌아왔다는 것이 기억난다. 또 가정적으로는 부인과 세 자녀가 있었으나 별로 행복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이 난다. 그런 기억을 바탕으로 나는 눈을 감고 명상을 하며, 어떻게 그를 대할 것인가에 대해, 이런 저런 생각을 한동안 한다. 그러다가 박 지사장이 지금 출발해야 시간 내에 도착할 수 있다는 말에 차를 출발시킨다.

우리 일행이 차에서 내리니 약속 시간 5분 전인, 오후 2시 55분이다. 나는 차에서 내려 공장 전경을 둘러본다.

작으리라 짐작은 했지만 정말 작다. 아직은 초라할 정도로 작은 규모라 오히려 내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러고 있는 사이 사무실에서 두 사람이 나온다.

한 사람은 사진에서 보아 익히 아는 젊은 잡스다. 나보다 두 살 위니, 한창 팔팔할 나이다. 그러고 보니 빌게이츠와 동갑이다. 또 한 사람은 누군지 모르겠는데, 그 역시 잡스의 또래 정도로 보이는 얼굴이다.

아마 창업동지이지 않을까 싶다. 아무튼 가까이 다가온 잡스가 우리 일행에게 묻는다.

"혹시 다이원에서 오셨습니까?"

스티브 잡스의 물음에 내가 선두로 나서며 대답한다.

"그렇습니다."

내가 대답을 하고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 먼저 손을 내밀며 말한다.

"반갑습니다. 스티브 잡스 씨!"

"나를 아십니까?"

"먼저 만나자고 제의한 사람이 저인데, 상대를 모르고 어찌 만나자고 할 수가 있겠습니까?"

"하긴 그렇습니다만, 내가 유명인사도 아닌데, 동양에서 까지 나를 찾아왔다는 것이 많이 의아스러워서요."

"그 궁금증이야 대화를 나누다보면 차차 풀릴 테고, 제가 먼저 우리 일행을 소개하겠습니다."

이렇게 운을 뗀 내가 먼저 부회장 슐츠를 소개한다. 그래도 잡스의 표정에는 별 변화가 없다. 직감적으로 나는 잡스가 슐츠를 모르고 있구나 하는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 나는 그의 이력을 자세히 풀어 소개한다.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며 제법 아는 체 하는 잡스다. 아무튼 이렇게 시작된 우리 일행의 소개가 두 통역요원의 소개를 끝으로 끝나자, 잡스 역시 동행자를 소개한다.

"스티브 워즈니악이라고 나의 창업동지이자, 컴퓨터 분야의 세계적인 기술자이기도 합니다."

나는 잡스의 소개에 웃음이 나왔지만 참을 수밖에 없었다. 내가 슐츠를 소개하니 지기 싫어하는 잡스가 워즈니악을 크게 추켜세워, 우리와 동등하게 맞서려는 심리가 환히 들여다보인다.

그런 유아적인 발상이 우스웠지만 나 또한 그렇다고 면전에서 웃을 수도 없어 초장부터 곤욕을 치른다. 하긴 나중에야 그의 진가가 발휘되겠지만 아직은 아니잖은가.

심하게 비하하면 조그마한 구멍가게 수준인 그들이, 내 앞에서 할 소개로는 부적당하다는 생각이 들어 더 우스운 것이다. 아무튼 우리는 서로 악수를 나눈 후, 잡스의 안내로 그의 사무실로 안내된다.

우리가 사소한 잡담을 나누는 동안 차가 나오고 우리는 차를 마시며 환담을 좀 더 나누다가, 본격적인 사업 이야기로 들어간다. 시계를 자주 바라보던 잡스가 먼저 본 안건을 꺼낸다.

"지난번 팍, 음....... 지사장의 이야기로는 다이원 그룹에서 우리 회사에 투자를 하고 싶다는 의향을 전해 와서, 제가 시간 약속을 잡긴 했습니다만.........?"

내가 답한다.

"말 그대로입니다. 우리 대원에서 애플 컴퓨터(당시의 사명, 훗날 애플로 개명)에 원하는 만큼의 금액을 투자하고, 그에 합당한 지분을 나눠 받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 전에 한 가지 의문이 있습니다만........?"

"말씀하시죠."

계속되는 잡스와 나의 대화다.

"어떻게 우리와 같은 작은 회사를 알고 국내도 아닌 먼 동양에서까지 찾아와 투자 운운하는지 나는 그것이 이해가 안 됩니다."

"당연한 의문입니다만, 나는 금번에 정보통신 회사를 하나 그룹 내에 차렸습니다. 그런데 아시는지 몰라도 한국은 아직 이 분야는 걸음마 단계라 많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선진국인 미국의 업체를 수소문하던 과정에서, 당신의 회사도 모니터링 되었고, 하는 사업이 장래성이 있다고 판단되어 오늘 시간을 요청한 것입니다."

우리의 의도에 대해 대충은 알겠지만 그래도 뭔가 미심쩍은지 더 확인을 하고자 하는 잡스다.

"그렇다면 우리 말고 다른 투자처라도 확보했습니까?"

"네, 아실런지 모르겠지만 마이크로소프트사라고 거기도 아주 작은 회사입니다만, 그쪽도 우리 그룹에서 투자를 하고 이미 지분을 확보했습니다."

"좋습니다. 그렇다면 좀 믿음이 갑니다. 그렇다면 얼마를 투자할 의향이신지요?"

"그 전에 나는 애플이 당장 필요로 하는 금액을 제시하면, 그 금액을 웬만하면 들어주고 싶습니다. 그 대신 합당한 지분을 나눠 주셔야겠지요."

나의 발언에 미처 거기까지는 생각해보지 않았는지, 워즈니악과 서로 눈길을 주고받더니, 한 사람을 더 부른다. 자신들끼리 협의할 모양 같아서 내가 먼저 자리를 피해주기 위해 밖으로 나온다.

이를 만류하는 워즈니악이지만, 잡스는 고개를 끄덕여 동의한다. 잠시 후 로널드 웨인(나중에 인사를 나누어 알게 됨)이라는 또 한 명의 창업동지가 사무실로 들어간다.

자기네들끼리 의견을 나누는지, 가끔 큰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나는 그들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빙그레 미소를 짓고 있다가 잡스가 부르는 바람에 다시 일행을 이끌고 들어간다.

"200만 달러가 있어야 내년까지는 버틸 수 있다고........ 헙........!"

솔직히 이야기하다가 웨인이 꼬집는 바람에 갑자기 입을 다무는 잡스다.

"좋습니다. 대신 지분은 얼마나 줄랍니까?"

"25%면 어떻습니까? 그동안 우리가 투자한 돈도 있고, 넷이 동업하는 모양새니 그렇게 나쁜 조건은 아니라고 봅니다만.........."

"좋습니다. 대신 아무래도 사업을 하다보면 중간 중간마다 고비가 있을 것 아닙니까? 그럴 때는 생판 모르는 남에게 손 벌리지 말고, 언제든지 나에게 전화 한 통화만 주세요. 그러면 내 원하는 금액을 얼마든지 지원해 줄 테니까요. 그렇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니, 그때마다 지분 조정은 있어야겠지요."

나의 시원한 승낙에 깜짝 놀란 셋이다. 더군다나 이어지는 말을 들으니, 자신들이 어려울 때마다 매달릴 단단한 동아줄을 하나 마련한 셈이라 아주 좋아라 한다.

"됐습니까?"

"아주 시원시원해서 좋습니다. 우리도 OK입니다."

"그럼, 문서로 이를 작성하고 서로 서명 날인합시다. 돈은 계약금으로 우선 30만 달러를 먼저 드리고, 우리가 미국 법인을 근일 간에 세울 것인데, 법인이 설립되는 대로 바로 입금해 드리는 것으로 합시다."

"좋습니다."

이렇게 해서 나는 또 하나의 황금알을 낳는 거위 한 마리를 기르게 되었다. 대신 장기간 사육해야 하는 부담은 안았지만.

곧 서류가 준비되자 내가 사인을 하고 저쪽에서는 대표인 잡스가 사인을 하는 것으로 모든 공식적인 스케줄은 끝났다. 하지만 나는 잡스를 불러, 그와 인간적으로 친해지고자 잠시 사적인 이야기를 나눈다.

"젊어서 인도 북부 히말라야 지방까지 다니며 마음의 평화를 갈구했다면서요?"

나의 질문에 깜짝 놀라는 잡스다, 그렇지만 곧 즐거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다. 타인이 자신에 대해 관심을 갖고 이야기하는데 싫어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나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아실런지 모르겠지만 불교 용어에,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화엄경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고 '모든 것은 오로지 마음이 지어내는 것' 즉 마음먹기 달렸다는 말이 있습니다."

나의 말이 구체적으로 와 닿지 않는지 큰 반향이 없다. 그래서 나는 계속해서 이야기를 해나간다.

"우리 코리아의 고승 중에 원효대사라는 분이 한 분 계셨는데, 이 분이 한 번은 불법이 성행한 다른 나라로 유학을 가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한 번은 무덤가에서 잠을 자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문득 밤중에 잠이 깨어 일어났는데, 심한 갈증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주변에서 물을 찾다가, 바가지 하나를 발견하고는, 그 물을 아주 맛있게 드셨습니다. 그런데 아침에 눈을 떠 그 바가지를 보니, 그 바가지는 다름 아닌 해골바가지였습니다. 이를 본 원효대사께서 구토를 하시는 등 큰 곤욕을 치르시다가, 갑자기 큰 깨달음을 얻으셨지요. 곧 내가 예를 든 대로 세상 모든 것은 그 사람 마음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달으시고, 유학도 포기하시고, 한국에 큰 법통을 여셨지요."

나의 자세한 예화에 비로소 나에게 달려들어 기꺼이 포옹을 하며 나를 십년지기 대하듯 하는 잡스다.

"정말 훌륭한 가르침입니다. 내가 태어나서 이런 마음을 울릴만한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거든요. 주위에는 전부 오로지 물질, 물질 뿐이지, 심오한 정신세계에 대해 제대로 갈파하는 사람을 본 적도, 들어본 적도 없습니다. 앞으로도 종종 들려서 저에게 많은 가르침을 주십시오."

"저 또한 아는 것은 별로 없지만 자주 만납시다. 그러다보면 인간적으로 정도 들고, 때로 지금과 같이 심오한 이야기가, 그대나 나의 입에서 나올 줄 알겠습니까? 하하하........!"

"하하하.........!"

둘은 서로 손을 잡고 흔들며 종내 헤어지는 것을 아쉬워한다. 잡스 또한 인간적으로 보면, 모가 많이 난 사람이라, 많이 외로운 사람일 것이다. 그래서 내가 사전에 준비한 이야기다.

* * *이로써 나는 미국에 온 목적을 100% 달성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휴대폰의 아버지라 불리는 마틴 쿠퍼 박사를 당장 우리 그룹 내에 편입시키지 못한 것이 아쉽지만, 그도 정년퇴직을 하는 83년이면 합류할 가능성이 크므로, 완전 실패는 아니다.

여기에 생각지도 못한 쿠퍼박사 못지않은 조엘 엥걸이라든가, 스티브 잡스에 대한 지분투자까지 생각한다면, 그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고, 나는 스스로 자평하면서 향후의 일에 대해 의논한다. 그 전에 나는 먼저 슐츠 부회장에게 고향에 다녀올 수 있도록 15일의 특별휴가를 준다. 그러자 슐츠는 어린아이에게 사탕을 준 것과 같이, 아주 좋아하면서 연신 나를 포옹한다. 그러나 내 입장은 아주 곤혹스럽다.

이를 말릴 수도 없고 해서, 나는 짧지만 긴 시간을 보내야 했다. 이어 나는 의논을 통해 우선 신 사장과 이 기획실장을 먼저 귀국시킨다. 그리고 박헌도 미국 지사장에게는 법무 팀이 오는 대로 그들과 적극 협력해서, 빠른 시일 내에 '대원컴퍼니'라는 투자 법인을 설립하도록 지시한다.

이제 공적인 일은 다 끝나고 내 사적인 볼일만 남았다. 나는 다시 정희와 의논하여 그녀는 나와 같이 귀국하되, 그녀의 부모님들은 짐 정리가 끝나는 대로, 필요 불급한 것만 항공 수화물 편으로 부치고, 한국에 들어오시도록 조치한다. 그러고 나니 나도 여기서 딱히 할 일도 없다. 그래서 나도 나머지 일행을 이끌고 귀국길에 오른다. 그런데 한 가지 걱정이 있다.

두 비서가 내 집에 살고 있으니, 정희에게는 오해의 소지가 충분하다. 이를 어떻게 해명할까 나름대로 고민하느라 비행기 안에서 내내 좌불안석이다.

이제 정희를 데리고 가면 천상 내 집에서 함께 살아야 하는데, 두 여비서 까지 이제 한 집에서 살기에는 아무래도 무리가 있다. 그때 내 머리에 퍼뜩 스치는 생각이 있다.

은마아파트에 내 소유로 다섯 채를 비우라 지시한 사실이다. 나는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정 비서실장에게 다가가 확인을 한다.

내가 뒷좌석인 그의 좌석에 가보니 정 실장은 아주 곤하게 자고 있다. 깨우기가 뭣하지만 안 깨울 수도 없어 살며시 잡아 흔들며 부른다.

"실장님!"

"네, 네?......... 회장님!"

대답은 했지만 잠이 덜 깬 것 같아 잠시 사이를 두었다가 내가 묻는다.

"은마아파트 단지 내에 아직 내 소유로 다섯 채가 그냥 있지요?"

"아, 네........! 그냥 방치된 채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 번 확인해 볼까요?"

"비행기 내에서 뭘 확인해 봐요. 회사에 들르시거든 확인 좀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차제에 두 비서를 그곳으로 이사를 시켰으면 하는데, 의향을 좀 타진도 해봐주시고요."

"네, 알겠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대화를 나누고 있는 사이 어느덧 비행기는 김포공항 주변을 활공하고 있다. -----------------------============================ 작품 후기 ============================오늘도 즐겁고 유쾌한 하루 되시길........!

^4종 세트로 작가의 의욕을 북돋아주었으면, 더욱 더 감사하겠습니다!

^^일등시위도 많이 봐 주시고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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