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세계를 향한 꿈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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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말해 보세요. 어디인지."
나의 재촉에 정보요원이 황급히 답변한다.
"캐나다의 수도 오타와에 있습니다."
"미국에 있지 않고 어찌 그곳에 가 있습니까?"
"처음 외무부에 신고한 주소는 LA였습니다. 그래서 저희들도 그 주소를 찾아가 정희 씨의 행방을 물었으나, 그 주소에 거주하는 여인은 모른다는 냉담한 반응뿐이었습니다. 우리가 계속해서 추궁해도 결과는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할 수 없이 현지의 사설탐정도 고용하고 불법도청까지 감행하고서야, 정희 씨가 오타와에 거주하는 사실을 알아 낼 수 있었습니다.
그 즉시 우리는 오타와로 이동했고, 그곳에서도 만 하루를 찾아다녀서야, 그녀를 실제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거기에 거주하고 있으며 요원 두 사람이 밤낮으로 철저히 감시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아무튼 수고하셨습니다. 마틴 쿠퍼 씨는?"
"모토로라는 찾기 쉬웠습니다. 그러나 막상 쿠퍼 씨를 만나기는 어려웠습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현 모토로라에서 셀룰라 개발 부장으로 있는 그 이다보니 도통 연구실에서 나오지를 않았습니다.
그를 잘 아는 사람을 현지에서 고용해, 밤중이 되어서야 퇴근하는 그를 붙들고, 잠깐 동안 대화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결국 그의 시간을 얻어 낼 수 있었습니다.
우리 측 사람이 회사에 가서 전화를 걸면 30분간의 짬을 내주겠다고 했습니다."
나는 이야기를 듣고, 그렇게 회사에 충실한 사람이라면 우리 측으로 끌어들이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그래서 그 즉시 슐츠 부 회장을 불러, 그와 면담하되, 스톡옵션(stock option)을 제공해 우리 회사로 끌어들이도록 했다. 이외 여타 모든 사항에 대해서는 그에게 전권을 주어 쿠퍼 박사를 꼭 영입하도록 했다. 그리고 나는 신 사장을 슐츠 부회장과 동행하도록 하고 나머지는 모두 나를 따라 수행하도록 했다. 그리고 나는 이 와중에도 새로운 욕심이 생겨 애플의 스티브 잡스를 찾도록 하기 위해, 박헌도 미국 지사장을 일행에서 제외시켰다.
* * * 여기는 캐나다의 수도인 오타와다. 마침내 정희를 찾아온 것이다. 그런데 생각보다 날씨가 무척 춥다.
북쪽이라서 그런지, 내 느낌에 영하 15도가 넘는 것 같다. 바람마저 불어 음산한 날씨에 구름마저 잔뜩 끼어있어 잿빛이다.
시간도 어중간한 저녁 무렵이다. 택시에서 내려 정보원의 안내로 정희가 현재 살고 있다는 바이워드 시장 남쪽의 중산층 밀집지역에 들어서니 다 고만고만한 집들이 죽 늘어서 있다.
정보원의 손가락 끝을 따라가 보니 그 중에서 제일 끝에 외따로 떨어진 집이 보인다. 부근에서는 그중에서 제일 나아보이는 외관이다.
나는 추위와 긴장, 설렘 등의 여러 복합적 심리 상태에서 서서히 그 집을 향해 접근해 간다. 나는 정보요원의 안내를 따라 과감하게 그녀가 현재 살고 있는 집으로 쳐들어간다.
마침 함께 살고 있는 정희의 부모는 외출중이고, 집에는 내게 문을 열어준 그녀의 큰 언니(나중에 안 사실) 혼자뿐이다. 나 또한 일행은 모두 호텔의 한 방에 투숙시킨 채 경호원들과 나만이 온 상태다.
내 뜻밖의 출현에 허둥지둥 어쩔 줄 몰라 당황하는 정희를 보고 내가 말한다.
"왜지?"
나는 여기서 너무 감정이 격해져 한 템포 쉬고 다시 말을 시작한다.
"왜 도망치듯 혼자서 이곳으로 왔느냐 말이야? 나한테는 일언반구 한 마디 상의도 없이?"
나의 추궁에 쭈뼛쭈뼛 다가온 정희가 마침내 와락 울음을 터트리며 나의 품에 안긴다. 그리고 울먹이며 말한다.
"너무 기뻐......... 날 찾아 와 줘서....... 사랑해!"
서럽게 울며 띄엄띄엄 말하는 그녀를 더 이상 추궁하기도 뭣해 나는 가만히 그녀를 안고 등을 쓸고 있을 뿐이다. 그러다가 그녀의 울음이 진정되자 내가 다시 말한다.
"말해봐! 어떻게 된 연유인지."
"그렇게 말하는 어머니가 야속하고 괘씸했어. 덩달아 자기도 미웠어. 그렇지만 한편으로 생각하면 옳으신 말씀이기도 했어. 나는 며칠을 번민하다가 자포자기하고 어머니의 말에 따르기로 하고, 우리 식구들을 간신히 설득해 미국으로 오게 된 거야."
"이렇게 되도록 왜 나한테는 한 통의 전화도 없었지?"
"자기는 그때 아파 병원에 있을 때고 음......... 자기 또한 밉기도 했고....... 또 한편으로는 자기가 나를 정말로 사랑하는지, 시험하고픈 충동도 있었던 게 사실이야."
"참 내........."
여전히 철딱서니 없는 그녀의 말에 나는 어이가 없다 못해 기가 찰 노릇이다. 그렇지만 이 마당에 그것을 더 표현해봐야 그렇고 해서, 다음 말을 들어본다.
"그래서?"
"나는 자기가 꼭 날 찾아올지 알았어. 오면 반드시 내 주소지로 찾아올 테니, 로스앤젤레스의 작은 언니네 집에서, 이곳 큰 언니네 집으로 몰래 식구들을 데리고 왔지."
"왜?"
"자기가 나를 사랑하는 마음이 약하다면 그 정도에서 돌아갈 테니, 나는 더 이상 당신에게 연연하지 않을 생각이었거든."
"아주 철저하군."
"흥, 다 당신한테 배운 건데........."
그러고는 여전한 버릇으로 혀를 쏙 내밀었다 집어넣는 그녀다.
"내가 그딴 것 가르쳐준 적은 없거든."
"아무튼 나는 그래도 자기가 찾아올 줄 알았어. 그걸 증명이라도 하듯 이상한 사람들이 몰래 우리 집을 관찰하데. 그래서 나는 머지않아 당신이 나타날 걸 예감했지."
"너, 이..........!"
짝!
여기서 나는 느닷없이 울화통이 터져 그녀의 싸대기를 사정없이 한 대 갈긴다.
"누구를 갖고 노는 거야, 뭐야? 바쁜 사람을 아니, 이 강 태민을 그렇게 시험하다니........ 너 정말 이래도 되는 거야?"
"자기야, 잘못했어. 이제는 안 그럴게."
금방 숙이고 들어와 울먹이는 그녀의 볼이 빨갛게 부풀어 있다. 나는 또 무슨 심정인지 내심 그것이 안타깝다. 나는 말없이 그녀의 빨갛게 부푼 볼을 쓰다듬어주다가 느닷없이 그녀의 입술에 키스를 한다.
"음......... 음......... 언니가 봐!"
"보라지."
"애기 심장도 급격히 뛰는 것 같아."
"뭐야.........?"
애기 소리에 놀라 나는 급히 화들짝 떨어진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갈 거지?"
"자기가 원하면."
"부모님은?"
"부모님도 사실 원하셔."
"그럼, 함께 가기로 하고."
내 말이 여기까지 이르렀을 때다. 급 방긋 얼굴에 미소를 띠운 그녀가 나의 가슴팍을 어루만지며, 평소에 자주 볼 수 없었던 애교를 떤다.
"그런데, 자기야........!"
"뭔데, 얘기해봐!"
"나 그동안 느낀 게 많거든. 그래서 나 이제 자기하고 살면, 열심히 공부도하고 해서 대학에 진학할거야. 그리고 남에게 뒤지지 않는 경력을 쌓아 보란 듯이 자기 어머니 앞에 나타나고 싶어!"
"그러지 않아도 돼! 어머니 앞에는 손자만 들고 나타나면 만사형통이야. 자신의 자식보다 사랑스러운 것이 손자라잖아. 그러나 단, 전국에서도 유명한 과외 선생님을 섭외해 줄 테니, 대학은 꼭 가야 해."
"아무튼 고마워. 난 당신의 사랑을 확인해, 너무 너무 기쁘고, 행복해!"
"그동안 내 무너진 억장은 어쩔 건데?"
"차차 살면서 보답해야지."
쪽!
여기서 갑자기 내 입술에 기습적으로 키스를 하고는 볼이 빨갛게 달아오르는 그녀다.
"그런데 하나 문제가 있다."
어머니를 설득하는 것이다. 좀 전에 정희에게 그렇게 얘기는 했지만 간단하지만은 않을 것 같은 예감때문이다.
"뭔데? 속 시원히 다 얘기해봐. 내 다 용서해 줄 테니. 나랑 헤어지자는 말을 제외하고는."
"네 입에서 그 말이 나 오냐? 너는 성경에
'나를 시험에 들지 말게 하지 마옵시고........'
하는 구절도 모르느냔 말이다."
"헤헤헤........! 알긴 알지만, 내가 너무 했나? 내가 너무 이기적이지?"
"알면 됐다. 모든 것이 해결됐으니 이쯤하고 돌아갈 준비나 해."
"돌아가면 내 살집은 있는 거야? 이제 면목이 없어 이모네 집에 들어갈 수도 없고, 직장도 관둘 참이거든. 자기 나 먹여 살릴 자신 있지?"
상투적인 처녀들의 말을 들먹이는 그녀가 나는 기막히다. 대기업의 회장보고
'먹여 살릴 자신 있냐?'
니. 하긴 그녀의 말을 액면 그대로 해석하면 안 되겠다.
이제 자신은 직장에도 안 다니고 집에서 대학 갈 준비나 하면서 실업자가 될 테니, 자신을 부양해달라는 말이리라.
나는 그런 그녀를 다시 품 안에 꼭 끌어안고 살짝 그녀의 이마에 뽀뽀를 해준다. 그리고 나는 정희의 귀에다 속삭인다.
"나, 자기 무척 안고 싶다."
"뭐?"
못 들은 양 귀를 후비는 그녀가 얄밉지만, 나는 그 말을 반복할 수밖에 없었고, 나는 곧 언니와 만나 전후사정을 이야기 하고는 외출을 허락받는다. 나는 일행이 묵고 있는 호텔로 돌아오자 오늘은 이곳에서 묵을 것을 천명하고 객실을 잡도록 한다.
물론 정희와 나는 객실 하나를 잡아 함께 들어간다. 우리는 저녁도 이곳에서 시켜 먹으며 종내 못 풀었던 회포를 푼다.
그녀의 비명 자지러지는 속에서 어느덧 아침이다.
누가 똑똑 노크를 한다.
나는 정희와 함께 있는 것이 아직은 못내 부끄러워 빼꼼히 문을 열고 묻는다.
"무슨 일이오?"
정실장의 답변이 들려온다.
"리 아이아코카라는 인물을 찾았다는 보고입니다."
"그래요? 내 준비를 하고 프런트로 나갈 테니 먼저 가서 기다리시죠."
"알겠습니다. 회장님!"
"그리고 또........"
"말씀하세요, 정 실장님!"
"슐츠 부회장 또한 결과를 얻었다고, 일행에 합류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목적지에서 같이 합류하는 것으로 하죠."
"네!"
문을 쾅 닫고 돌아선 나는 아직도 자고 있는 정희를 흔들어 깨운다. 그리고 나는 그녀를 재촉해 빠른 세면과 식사를 하게하고, 나 또한 출발 준비를 서두른다. 그녀 또한 이제는 어디든 데려갈 작정이다.
대신 정희에게 얘기해, 집에 전화를 걸게 한다. 당연히 궁금하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뭔가 아직 걸음걸이가 거북한 정희를 내가 부축한 형태로 프런트를 나선 우리 일행은 토론토 공항을 경유해 목적지로 날아간다. 하늘에 높이 떠 손바닥만 한 집들과 개미 같은 인간 군상들을 바라보고 있으니, 새삼 자연에 비교된 인간 존재에 대한 미미함과 더불어 세상만사가 덧없음을 피부로 느끼는 나다.
그런 생각의 연장선상인지, 미국 자동차계의 거물을 만나러 가면서도, 이상하리만치 마음은 맑은 호수처럼 잔잔하다. 정희를 옆에 끼고 있으니 안도감에서 오는 여유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우리는 얼마 안가 펜실베니아주에서 가장 큰 필라델피아 공항에 내린다. 그리고 그곳에서 우리는 미리 와 기다리고 있던 슐츠 부회장 그리고 신 사장과 합류를 한다. 확실한 시간을 정한 것이 아니라 아직 여유가 있는 나는, 이내 둘을 데리고 일행과 함께 가까운 레스토랑으로 점심 식사를 하러 들어간다.
거기서 들은 슐츠 부회장의 이야기를 요약하면 이렇다. 장차 '휴대폰의 아버지'라고 불릴 쿠퍼 박사와 슐츠의 첫 만남은 슐츠 자신의 소개에도 연신 시계만 들여다 볼 뿐 별 반응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래도 슐츠는 우리 회사를 소개하고, 장차 정보통신 분야를 크게 키울 예정으로 당신과 같은 거물이 필요하다는 요청에도 그의 귀에는 마이동풍이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슐츠는 스톡옵션 10%를 제시하자, 그때부터 반응을 보이기 시작한 그였지만, 끝내 정중하게 고사 했다는 것이다.
그 대신 무선전화기의 원천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벨연구소의 조엘 엥걸 리서치센터장을 소개해주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은 휴대폰을 개발하거나 못하거나, 83년도면 30년간 몸담았던 모토로라를 정년퇴직할 예정이니, 그때보자는 말을 남겼다는 것이다. 슐츠의 말이 여기에 이르렀을 때 동석했던 신 사장이 한 마디 말을 거든다.
-----------------------============================ 작품 후기 ============================독자님들의 성원에 급히 수정을 했습니다. 글 쓰기 몇 년 만에 이런 일은 처음이군요!
^^아무튼 저를 아껴주시는 독자님들의 성원이라 생각하고, 달게 수용했습니다.
부디 나은 글을 위해 앞으로도 좋은 의견들 많이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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