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세계를 향한 꿈 -- >
3나는 엘리베이터 내에 표시된 층수가 명멸하면서 점점 고층을 향해가자, 문득 1971년도 일어난 대연각 호텔 화재사건이 머리를 스친다.
2층에서 프로판 가스가 터지면서 번진 불이 순식간에 전 층으로 번져, 불에 타 죽는 것은 물론 질식사로 163명의 고귀한 생명을 앗아간 대형 화재사건이다. 그래서 비서실장에게 묻는다.
"우리 사옥이나 호텔에 자체 소방차가 있나요?"
"없습니다."
"그래서는 안 되지요. 대연각 호텔 화재사건 기억나시죠?"
"네."
"당시 피해를 키웠던 원인의 하나로 대연각은 21층인가 22층인데, 우리나라에는 8층 밖에 진화할 수 있는 사다리 소방차 밖에 없었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물론 그 사건을 교훈으로 어느 정도 지금 높은 사다리를 갖춘 소방차가 구비되었겠지만, 그래도 불안합니다.
해서 제 생각으로는 소방서만 믿을 게 아니라, 자체적으로 각 건물마다 최소 25층 사다리를 장착한 소방차를 각각 2대씩 총 6대를 구입, 배치하는 것이 어떤지 검토를 해봤으면 좋겠습니다. 소방요원도 각 차마다 24기간 내내 상주시켜, 비상시에 금방 출동할 수 있는 대비 태세도 갖추고요."
"알겠습니다. 회장님!"
"또한 구급차는 각 건물마다 한 대씩, 그리고 경비 팀도 대폭 보강해, 우리 건물만이라도 우리 경비요원이 철저하게 경계를 하고 보안을 유지했으면 좋겠습니다."
"네, 회장님! 이 또한 기획실 산하로 두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그러면 기획실의 업무가 너무 과중하고 비대해지니, 차라리 별도의 부서를 설치하는 것도 한 번 고려해보세요."
"알겠습니다. 회장님!"
"그리고 노파심에서 말씀드립니다만, 장비와 인적 구성만 갖췄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상시 수시로 훈련을 거듭해, 비상시에도 평소처럼 당황하지 않고, 신속한 일처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할 것입니다."
"네, 회장님!"
내 말이 길어져 나는 복도를 걸어가면서 비서실장에게 잔소리를 하고 있다. 이윽고 회장실로 돌아온 나는 정 대리를 통해 기획실장을 부르도록 한다. 잠시 후 이 주찬 기획실장이 도착하자 묻는다.
"점심은 했습니까?"
"아직 전입니다."
"다른 분들은?"
"회장님을 기다리느라고 전부 아직 안 먹었습니다."
라니아의 대답에 나는 모든 사람들의 점심 식사를 이곳으로 가져오도록 주문한다. 그리고 이 실장과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정희나 그 외 찾으라고 한 사람들은 소식이 없습니까?"
"아직 까지는 없습니다. 시간상으로는 오늘이 사흘째이나 미국이 원체 크다보니 쉽지 않은 모양입니다."
"알겠습니다. 오는 대로 연락을 주시고, 또 한 사람 아이아코카라는 사람도 찾아주세요. 포드사의 사장으로 재직하던 사람인데, 지금쯤은 어찌 되었는지 모르겠네요."
"알겠습니다. 회장님!"
"그리고 미국에 우리가 전문적으로 투자를 할 수 있는 법인을 하나 세우는 방안을 한 번 적극 검토해보세요. 아무래도 현지법인을 통해 투자도 하고, 기업체도 인수해야만 세제 면이나 모든 면에서 유리할 듯하니까요."
"네, 알겠습니다. 회장님!"
대화가 끝나자 나는 먼저 일어나 창가를 서성인다. 정희의 소식이 없으니 은근히 초조하고 불안한 것이다.
정보요원들만 맡겨서는 일의 진행이 늦어지는 것 같아 나는 무역을 담당하는 대원실업의 신 선우 사장도 부르도록 지시한다. 그러나 그는 금방 오지 않는다. 마침 식사 시간이라 점심을 먹으러 갔다는 것이다. 그러고 있는 동안 된장찌개를 비롯한 한식으로 구성된 점심식사가 배달된다.
내가 막 여러 사람들과 밥을 먹으려고 수저를 드는데, 신 선우 사장이 헐레벌떡 들어온다.
"부르셨습니까? 회장님!"
"네, 식사는 하셨습니까?"
"네, 막 숟가락을 놓는데 담당비서가 달려왔길래 저도 허겁지겁 달려오는 길입니다."
"그렇게 안 하셔도 되는 데.......... 아무튼 빨리 와주셔서 고맙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내가 메모해주는 사람들을 미국 현지 지사에 나가 있는 전 직원을 동원하더라도 속히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네, 회장님!"
나는 신 사장의 대답을 들으며 급히 메모지를 가져다 만년필로 몇 자 적어, 그에게 넘겨준다. 그리고 덧붙인다.
"가급적 빠르면 빠를수록 좋습니다."
"알겠습니다."
이 모양을 보고 이 실장도 안 되겠던지, 식사를 하다말고 자리에서 일어나 급히 어느 곳으로 연방 전화를 건다. 나는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다시 식사를 시작한다. 그런데 라니아가 아직도 된장냄새에 적응이 안 되었는지 연신 콧등을 찡그리는 것이 귀엽다.
나는 이를 보고 내심 웃음이 나왔지만 내색 않고 묵묵히 식사에 전념한다. 그렇게 해서 내가 막 식사를 끝냈는데, 비서실로 한 통의 전화가 온다. 아직 다른 사람들은 식사가 끝나지 않았기에, 계속 식사를 하도록 하면서 내가 직접 받는다.
받아보니 기획실에서 이 실장을 찾는 전화다. 내가 그를 연결해주니, 이를 받은 이 실장이 금방 희색이 만면한 얼굴로 말한다.
"찾았답니다. 회장님!"
"누구를?"
"마이크로 소프트 사의 빌 게이츠라는 인물입니다."
나는 내심 크게 실망했으나, 이를 표현하지 않느라 애를 쓰며 말한다.
"가급적 사흘 후에 면담 날짜를 잡을 수 있으면 잡아 달라 하세요."
"네, 실장님!"
내가 이 실장과의 대화가 끝났는지 비교적 식사 속도가 빠른 라니아가 식사를 끝내고 커피를 타러간다. 나는 그녀를 불러 슐츠 부회장을 부르도록 한다. 잠시 후 슐츠부회장이 오자마자 나는 다짜고짜 말한다.
"오래 간만에 미국을 다녀오시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나야 백 번 환영할 일이죠."
"안(라니아) 대리, 미국 행 비행 편 좀 알아봐 주세요. 참 어디서 찾았답니까?"
"뉴멕시코 주 앨바커키 본사 사무실에 있답니다."
"알겠습니다. 들었지요?"
"네."
이어 나는 미국에 동행할 사람을 지명하는데 이곳에 있는 사람 모두가 해당된다. 슐츠 부회장은 물론 정 비서실장, 이 기획실장, 두 여비서, 그 외에도 아직 가지 않고 우리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던 신 선우 사장도 동행할 것을 청하니, 모처럼 바람 좀 씌게 생겼다고 흔쾌히 응한다.
* * *달라스 공항에서 다시 한 번 우리는 뉴멕시코 주 앨바커키로 가는 비행기로 갈아탄다. 그리고 앨버커키 공항에 내리니, 우리나라의 시간이 16시간이나 빨라, 아직도 8일 밤이다. 나를 포함한 7인이나 되는 일행과 함께 내가 공항에 내려,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우선 눈에 들어오는 것은 보름달 같이 둥근 공 모양의 공항외관이다. 또한 색 다른 것이 있다면, 아직 한국의 풍경으로는 낯선, 건물 전체가 유리로 외벽을 감싸고 있는 모습이다. 내가 공항의 외관에 눈이 팔려 있는 사이 우리를 반갑게 영접하는 사람이 있으니, 미리 연락을 받아 현지에 와 있던, 미주 지사장 박헌도와 정보요원이다.
나는 이들의 영접을 받으며 미리 랜트해 놓은 승용차에 올라 잡아 놓은 모텔로 직행한다. 그곳에서 1박을 한 우리 일행은 곳 정보요원의 안내로 약속장소인 마이크로 소프트 본사로 향한다.
가는 내내 창밖을 바라보니 카우보이모자를 쓴 남자들이 많이 눈에 띄고 여자들은 대체로 롱부츠를 신었다. 차는 계속 달려 시내를 벗어나 근교에 위치한 별로 크지 않은 건물에 이내 멎는다.
내가 이곳 시각에 맞춰 놓은 시간을 보니 약속시간인 10:30분보다 10분이 빠른 10시 20분이다. 우리 일행의 차가 자갈이 깔린 주차장에 멎는 소리가 나자, 두 사람이 곧 마중을 나온다.
한 사람은 내가 사진으로 익히 아는 빌 게이츠의 젊은 모습이고, 또 한 사람은 누구인지 모르겠다.
"반갑습니다!"
내가 먼저 인사를 하니 슐츠에게 멎었던 시선이 급히 내게로 옮겨지며 빌 게이츠가 조금은 당황한 표정으로 내 손을 잡는다. 그런데 영 손에 힘이 없다. 이는 사업이 잘 안 되거나, 슐츠가 회장인 줄 알았다가 젊은 내가 회장인 것을 알고 당황했거나 둘 중 하나이리라.
"들어오시죠."
등을 돌리며 무덤덤하게 말하는 그를 따라 우리는 별로 크지 않은 회의실에 마주 앉는다. 잠시 차가 나오는 막간을 이용하여 우리 일행을 내가 소개하고, 이에 따라 빌 게이츠도 옆 사람을 소개하는데, 동업자 폴 앨런이라는 사람이란다.
그 후 우리는 내온 차를 마시며 사소한 이야기를 하다가 본격적인 내 방문 목적을 말한다.
"나는 귀하들의 회사를 통째로 사고 싶습니다만.........?"
나의 말에 빌 게이츠가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이 단호히 고개를 흔든다. 하긴 하버드 법대에 입학해 사업을 위해 수학과로 전과를 하고, 그것도 부족해 중간에 학업을 그만 둘 정도로 사업에 애착을 갖고 있고, 중간 중간에 자신이 필요하다 판단되면 특허권까지 사들이는 등의, 소신이 있는 사람이라면, 결코 나의 제의가 먹히지 않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 하겠다.
그의 거절에도 나는 여전히 미소를 잃지 않고 말한다.
"그럼, 동업은 어떻습니까? 내가 1백만 달러를 투자하는 것으로 해서, 내게 일정 지분을 주는 것이죠."
그 말은 구미가 당기는지 말없이 생각에 잠기는 두 사람이다.
"지분이 문제겠군요. 얼마를 요구하십니까?"
빌 게이츠의 물음에 나는 단호한 목소리로 답한다.
"51%"
"NO!"
단호히 거절하는 빌 게이츠다.
"그럼, 얼마를 주실 수 있습니까?"
나의 말에 나보다 두 살 많은 젊은 청년 게이츠가 다시 한 번 신중하게 생각하더니 입을 뗀다.
"20%"
"N0!"
이번에는 내가 단호하게 거부를 한다.
그때부터 둘 사이에 절충이 시작되는데, 최종 지분은 내가 33%를 갖되, 130만 달러를 출자하고, 퍼스널 컴퓨터에 사용할 운용프로그램 제작을 의뢰까지 해서야 얻어낸 지분이지만, 나는 내심 기뻐 어쩔 줄 모르고 있다.
당대 최고 갑부의 대열에 합류하는 계약을 마침내 성사시킨데 대한 환희다. 아무튼 내가 이 정도나마 협상을 이끌 수 있었던 것은, 연속 13년 동안 세계 제1의 부자로 손 꼽혔던 그 인지라, 당연히 그의 행적에 대해 어느 정도는 전생에서부터 알고 있었고, 관심을 가졌던데 대한 보답이다.
내 기억에 의하면 최초로 거액을 벌어들인 시점이 이쯤 아닌가 싶다. 실제로는 두 사람이 'BASIC'과 포토란 등의 후속 프로그램의 등의 출시로, 처음으로 100만 달러를 만져본 해가 1978년도다.
그러나 이것이 고스란히 남아 있을 리는 없는 것이다. 그 동안의 두 사람 생활비며 여타 개발비 등으로 지출하고 나면, 내 생각에는 겨우 생계나 유지하는 정도가 아닐까 싶다.
그럴 때, 기막힌 타이밍으로 나의 출자 제의와, 프로그램 개발이라는 일거리까지 제공했으니, 훗날 일을 전혀 예측 못하는 두 사람으로서는, 혹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프로그램 개발 제의도 그렇다.
이것도 1981년도나 되어 현재 최대의 컴퓨터회사인 IBM이 제의한 것을, 내가 미리 제의한 것에 불과하다. 이로써 나는 그들이 개발하는 프로그램의 소유권도 확보한 셈이니, 아주 큰 비즈니스를 성공을 하고도, 하여튼 엄청 남는 장사를 한 셈이다.
최종적으로 나는 기존 가져간 달러 중, 30만 달러를 계약금으로 그 자리에서 건네고, 잔액 100만 달러는 우리의 미국법인이 설립되는 대로, 법인 명의로 송금해주기로 그들의, 양해를 얻어 계약을 체결했다. 우리는 서로 두 본의 계약서를 각각 작성하여, 서명날인하고 이를 교부함으로써, 역사적인 쾌거는 현실로 이루어진 것이다.
이후 우리는 나의 제의로 같이 근처의 유명한 식당에 가서 점심을 함께 들며, 한동안 환담을 나누다가 헤어졌다. 내가 이들과 헤어져 막 승용차에 오르려는데, 우리 곁으로 승용차 한 대가 빠르게 다가오더니, 우뚝 멎는다.
모두 의아한 얼굴로 우리 일행이 그 차를 주시하는 가운데, 이 주찬 실장이 차에서 내리는 사람을 알아보고 소리친다.
"무슨 일이냐?"
"정희 씨와 모토로라의 마틴 쿠퍼 씨를 찾았습니다."
"그래?"
나는 나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나서며 묻는다.
"정희는 어디 있습니까?"
"아, 네............."
-------------------------- ============================ 작품 후기 ============================모두 즐거운 휴일 되세요!
^^4종 세트는 작가를 신나게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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