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경제 대통령-62화 (62/135)

< -- 세계를 향한 꿈 -- >

1흥분상태라 그런지 운전이 상당히 난폭하다.

그것을 뒤에서도 느꼈는지 내가 신호등에 걸려 대기하고 있는 사이 석 팀장이 내 전용차에서 내려 내가 운전을 하고 있는 차량으로 찾아와 말한다.

"회장님! 이러다가 큰 사고라도 날까 두렵습니다. 운전은 저희가 할 테니, 회장님 가고 싶은 곳이 있으면 어디든지 말씀만 하세요. 그러면 저희들은 그곳까지 모셔다드리고 저희들은 원거리에서 경호만 하겠습니다."

내가 아무리 흥분상태라지만 그만한 지각은 있어, 그들에게 운전을 맡기기로 하고 나는 차를 주변 가까운 아무 주차장에다 끌어다 파킹시킨다. 그리고 내 전용 승용차에 올라 '경포대'로 가자고 한다. 그녀와의 멋진 추억이 서린 곳으로, 나는 무의식적으로 명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가 어느 정도 마음이 진정이 되자 이것이 또 아니다. 이렇게 감정적으로 움직일 것이 아니라 하루라도 빨리 그녀를 찾아내 그녀를 만나는 것이 급선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고 보니 그녀의 주소도 묻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공중전화가 있는 곳에 차를 멈추게 해, 어머니께 그녀의 이민 간 주소를 물으나, 전혀 모르신단다.

몇 번을 확인해도 마찬가지다. 정말 모르신다는 것이다.

기운이 빠진 나지만 다른 방법으로 알아볼 생각을 하나, 모두 휴무라 딱히 알아볼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외무부도 그렇고, 미국에 나가 있는 한국대사관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하다못해 우리 주재원들도 신정 연휴를 즐기고 있을 것이니, 마땅히 손 쓸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럴수록 나의 정희를 보고 싶은 마음은 더욱 간절해지고, 나는 갑자기 차의 사물함을 뒤적이게 한다.

정희가 좋아했던 테이프가 문뜩 떠오른 까닭이다. 내 지시에 의해 모두 꺼내진 테이프 중에서, 나는 그녀가 유독 아껴 손때가 반지르르하게 묻은 테이프를 오디오에 넣게 한다.

아니나 다를까 양 희은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라는 곳이 첫 곡으로 나온다. 너의 침묵에 메마른 나의 입술차가운 네 눈길에 얼어붙은 내 발자욱돌아서는 나에게 사랑한단 말 대신에 안녕 안녕 목 메인 그 한 마디이루어 질 수 없는 사랑이었기에음.............. 밤새워 하얀 길을 나 홀로 걸었었다부드러운 네 모습은 지금은 어디에가랑비야 내 얼굴을 거세게 때려다오슬픈 내 눈물이 감춰질 수 있도록이루어 질 수 없는 사랑이었기에

"그만..........!"

슬픔이 북받쳐 올라와 나는 더 이상 음악을 들을 수가 없다.

내 발작적인 지시에 음악이 꺼지고 나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무릎에 얼굴을 묻는다.

내가 이러고 있는 동안에도 차는 계속 거친 비포장을 달려, 북으로, 북으로 움직이고 있다. 마침내 나는 그 날 밤, 늦어서야 경포대에 도착한다.

내 지시에 의해 봉지로 가득 소주며 안주 등 먹 거리를 사들고 우리는 바닷가 송림근처까지 간다. 그러나 우리는 곧 경계 근무에 임하는 군인들의 제지로 밤바다로 나갈 수도 없다. 나는 밤바다가 멀리 보이는 송림 끝에서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먹을 것을 펼쳐놓으라 지시한다.

비닐봉지의 내용물이 다 쏟아지기도 전에 나는 이 홉들이 소주 한 병을 골라 이로 병뚜껑을 따내고, 그대로 입 안으로 들어붓는다. 내 입에서는 한밤중에 도랑물 내려가는 소리가 나고, 이 홉 한 병은 금방 비워져 바닥에 아무렇게나 나뒹군다.

안주도 귀찮아 소매로 입을 닦는 것으로 대신한 나는, 또 한 병의 소주병을 골라잡고는, 이마저 한 입에 털어 넣는데 석 팀장이 말한다.

"무슨 화나는 일이 계신지는 몰라도 너무 그렇게 빨리 마시면 나중에 술이 급격히 올라 인사불성 되기 딱 맞습니다. 혼자 있고 싶으면 저희들이 자리를 비켜드리겠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힘없는 음성으로 말한다.

"잠시 혼자 있고 싶군요."

"알겠습니다."

대답과 함께 팀원들이 모두 일어나고 나는 혼자가 되어 멍하니 달빛 하나 없는 캄캄한 밤하늘을 올려다본다. 멀리서 파도치는 소리가 아련히 들린다.

문득 밤하늘을 올려다보니, 오늘따라 밤하늘의 별들은 유난히 낮게 깔려, 금방이라도 내게로 와르르 쏟아질 듯 가깝다. 미워하며 돌아선 너를 기다리다쌓았다가 부수고 또 쌓은 너의 성부서지는 파도가 삼켜버린 그 한 마디정말 정말 너를 사랑했었다고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었기에어느새 내 입에서는 평소 그녀가 즐겨 듣던 노래가 흥얼거려진다. 그러던 어느 순간 나는 발작적으로 그녀의 이름을 부른다.

"정희야..........! 너는 어디 있니?"

보고 싶다!

오늘따라, 무척!

사람이고 물건이고, 그 것을 잃어버려봐야, 그 귀중함을 안다고, 정희가 없어지니 더욱 보고 싶고, 그의 소중함을 절실히 깨닫게 되는 나다. 나는 말없이 이리저리 송림 사이를 거닐다가, 술이 급격히 올라오기 시작하자, 원거리에 있는 경호원들을 부른다. 그리고 여관을 잡게 하고 나는 여관으로 들어와, 세상모르고 떨어진다.

아침이다. 커튼을 젖히니 눈부신 햇살이 눈을 못 뜰 정도로 쏟아져 들어온다. 그러나 바람은 센지 창문이 다 덜컹거린다.

나는 빛나는 조양(朝陽)을 바라보다 발작적으로 욕실로 뛰어든다. 그리고 찬물을 틀어 정수리에서부터 쏟아 붓는다. 아무리 실내라지만 겨울의 찬물은 온 몸에 소름이 돋게 하고, 죽어있던 세포 하나, 하나를 일깨우는 듯하다.

군 시절의 스포츠머리가 채 길지도 않은 머리카락을 나는 마구 흔들어, 물방울을 사방으로 비산시킨다. 정희의 얼굴이 떠올라 그녀를 잠시 있고 사업 구상을 하고자, 찬물로 샤워를 하고 있는데도 또 떠오르니, 나도 모르게 세차게 머리를 흔들고 있는 것이다.

업무를 개시하면 그녀부터 찾도록 지시할 것이다.

그러면 반드시 그녀를 찾아 낼 것이다.

그러면 나는 절대 이제는 그녀를 내 곁에서 한 시도 떨어뜨리지 않을 것이다.

나는 스스로 답을 구하고 나는 그때부터 사업구상에 전념한다.

때때로 그녀의 모습이 떠오를 때마다. 내게 목을 매고 있는 4만여 명의 종업원들을 생각하고 이를 악문다.

* * *79년 1월 4일 아침.

나는 출근하자마자 기획실장을 내 방으로 불러들인다. 곧 그가 호출되어 오자, 나는 그가 자리에 앉자마자 호통부터 친다.

"어떻게 정보팀을 운영하길래, 로비분양사건이 신문과 방송에 대대적으로 보도되도록, 깡통이었소?"

"너무 돌발적인 사건이라 저희들도 미처 손 쓸 새도 없었습니다."

"사전에 징후가 전혀 없었단 말이오?"

"저희들도 그날 가판 신문을 보고서야 알았었을 정도로 돌발적인 진행이었습니다. 가판 신문에서 그 내용을 알고, 각 신문사마다 그 기사를 빼자고 교섭을 벌였지만, 도저히 먹히지를 않아, 포기했다는 추후보고를 들었습니다."

여기서 가판신문이라는 것은 신문사에서 본격적으로 신문을 인쇄하기 전에, 미리 만든 신문으로, 이를 관공서에서 가져가 검열도 하고, 대기업에서는 또 이를 입수해, 자기네들에게 불리한 기사는 광고를 준다든지, 뭘 하든지 간에 해서, 신문사의 입을 막는 것이다. 즉 그 기사를 철회시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지금은 이것이 없어진 것으로 알고 있지만, 옛날에는 이런 일이 비일비재했다고 보면 된다.

"하여튼 정보팀을 더욱 보강하되, 국내파트보다는 해외 팀을 대폭 보강해, 신기술이라든지, 우리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포섭하는데 주안을 두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이 실장님은 이곳을 나가시면 제일 먼저 이 일을 처리해주세요."

나는 정희의 이민 소식을 전하고 세계 어디 있던, 무슨 수를 쓰던, 찾아내라는 강력한 지시를 한다. 그가 나가자 비서실장이 내 눈치를 보며 시무식 겸 확대회의가 준비되어 있다고 알려온다.

나는 잠시 커피를 마시며 정신을 맑게 한 후, 그를 따라 25층에 위치해 있는 대회의실로 향한다. 내가 회의실로 들어서기 전부터 각 계열사의 상무 이상의 전 간부들이 기립해 있다가 내가 들어서자마자, 일제히 정중한 인사를 올린다.

나는 손을 들어 답례를 하고, 탁자에 서자마자 새삼스럽게 그들에게 정중한 인사를 다시 한다. 이들이 곧 나의 손과 발이므로, 이들을 무시한다는 것은 곧, 내 수족을 무시하는 것과 같은 발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곧 입을 열어 발언을 시작한다.

"반갑습니다. 신년에도 변함없이 건강하고 밝은 여러분들을 다시 뵙게 되어서."

이렇게 운을 뗀 나의 말이 이어진다.

"올해의 주 실천 목표로 저는

'세계를 향한 역량 강화!'

로 정했습니다. 이 말을 좀 더 풀이하면, 우리 그룹이 장차 세계적인 기업이 되기 위한 기초 체력을 다지고 힘을 비축하자는 말이 되겠습니다."

"이것이 대 목표라면 또한 실천을 위한 세부목표가 있어야겠지요. 그래서 저는 우리 그룹이 세계를 상대로 사활을 걸고 추진할, '10대 신수 종목(十代 新收 種目)'을 선정했습니다. 그 하나, 하나를 열거하기 전에.......... 아무리 세계적인 기업이라도 모두를 다 잘 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우리가 장차 세계 일류를 키울 가능성이 있는 품목과 꼭 키워야만, 우리 그룹이 더욱 성장할 수 있는, 필요 아니 필수종목을 10가지로 선정해, 집중적으로 키울 생각입니다.

"그 첫째로 나는 정보통신분야를 꼽겠습니다. 앞으로 시대는 점점 더 빨라져, 종당에는 정보화시대를 맞이할 것입니다. 미리부터 우리 그룹은 이에 대한 연구는 물론 선투자를 통해 이에 대비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인터넷은 물론 휴대폰 사업까지 다양한 사업이 될 것입니다."

"둘째로는 반도체와 통신사업을 들겠습니다. 여기에는 물론 전기전자도 포함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앞으로 세계는 이 사업을 보유하고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그 서열이 확연하게 달라질 정도로 매우 비중이 높은 사업이니, 각별히 명심하여 이에 대한 기초연구는 물론 전문 인력도 대폭 보강하시기 바랍니다."

"신약개발을 포함한 건강레저 산업분야를 나는 세 번째로 선정했습니다. 선진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이 점점 더 풍요로워지고, 그 기대수명이 연장되는 추세로 볼 때, 건강을 위한 식품과 레저, 특히 각종 질병 치료를 위한 신약 개발은, 억만금의 부를 우리 그룹에게 안겨줄 것입니다. 그러니 꼭 연구 인력을 대폭 보강함은 물론, 미리부터 우수한 전문 인력의 선점에 나서야 한다는 것입니다.

"네 번째로 내가 꼽은 것은 자동차 분야입니다. 이것은 우리가 수년 내에 아니 당장이라도 추진해야할 사업입니다.

그 이유로는 우리의 강점인 저임금을 살려 세계를 상대로 경쟁을 하다가, 그 기술이 충분히 비축되었다고 자신하는 순간부터는, 고부가가치의 고급차로 승부를 내야합니다. 그 전에 여러분들이 하나 알아둘 것은 고유가 시대에는 당연히 사람들이 연비가 좋은 차종을 선택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처음 개발단계부터 이를 염두에 두고 개발을 해달라는 저의 부탁입니다.

이 또한 R&D부서와 함께, 인수할 회사를 물색해 주시기 바랍니다."

"다섯 번째는 자동차와 같은 이유로 나는 조선을 꼽았습니다. 물론 처음에는 저임금으로 승부하지만 빠른 시일 내에 기술을 축척해, 유조선, 해양에서 기름을 채취하는 드릴 쉽, 더 나아가 잠수함은 물론 항모, 또 호화유람선에 이르기 까지 배를 만드는 일이라면, 곧 세계에서 대원을 첫손가락에 꼽게 하라는 말입니다.

"여섯 번째로 나는 원자력 발전을 포함한 풍력, 조력, 화력, 조력 등의 발전분야를 꼽겠습니다. 그리고 일곱 번째로 나는 우주항공분야를 선정했습니다. 항공분야에서는 꿈의 속도인 마하 5로 달릴 수 있는 항공기 즉 뉴욕에서 서울 까지 단 두 시간 비행에 닿을 수 있는 제트 스크림 엔진 개발이 최종 목표이고, 우주분야는 위성 발사 정도는 기초고, 달에 착륙하는 정도가 중간, 더 나아가 외계의 생명체 탐사에 나설 수 있는 우주왕복선이나 그보다 성능이 뛰어난 비행체를 개발해 내겠다는 것이, 나의 최종 꿈입니다. 그러니 지금부터 미리 착실하게 기초를 다져 이를 꼭 빠른 시일 내에 이룰 수 있도록, 여러분들이 최선을 다해주시기 바랍니다.

"여덟 번째는 금융입니다. 이는 내가 자세한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여러분들이 익히 아실 분야이므로 많이 언급치 않겠습니다만, 증권, 보험은 물론 대형 은행에 이르기까지 금융의 전 업종을 망라해 세계적인 금융사로 키우는 것이 저의 비전입니다."

"아홉 번째는 여러분도 익히 아는 지금 우리가 하고 사업 중에 자원개발 사업을 꼽았습니다. 원유는 물론 석탄, 철광 하다못해 희귀 원소에 이르기 까지 세계를 상대로 선점하고 개발해서, 최대한의 이익을 창출해야 합니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간다면 곡물까지도 그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열 번째 역시 여러분들이 익히 아는 건설과 엔지니어링 분야입니다. 이 지구가 멸망하지 않는 한 건설은 계속될 것이고, 거기서 우리는 충분한 과실을 향유해야 합니다. 또 여기서 한 가지 명심할 것은 우리는 앞으로 좀 더 기술을 축적해, 세계 최고층의 빌딩은 물론 바닷물을 물로 바꾸어주는 담수 플랜트 산업, 신재생 에너지 사업에 이르기 까지, 고도의 기술을 필요로 하는 사업까지, 그 역량을 비축해 반드시, 세계 1등 기업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그렇다고 내가 열거한 사업만이 우리 그룹의 사업이냐?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이 어느 기업이나 마찬가지입니다만, 기업의 속성상, 이윤이 나는 것이라면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렇지만 우리 그룹이 커나가는 과정에서 우리가 잘 할 수 있고, 꼭 해야만 하는 사업을 나는, 우리의 10대비전이라는 세부목표로 정해, 집중과 선택을 해나겠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빠져 혹시 서운한 사장님이나 간부들이 계실지 몰라, 노파심에서 한 말씀드리자면, 꼭 그 분야에서 1등 하는 기업만큼은, 아무리 사소한 분야라도, 나는 버리지 않고, 영원히 우리 그룹과 함께 갈 것이라는 것을, 나는 이 자리에서 분명히, 확고부동하게, 천명하는 바입니다.

와아아..........!

나의 발언이 끝나도 박수소리는 한동안 장내를 끊임없이 맴돈다. ------------------- ============================ 작품 후기 ============================오늘도 어느 분 마냥 저를 춤추게 햇으면 좋겠습니다!

^^늘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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