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경제 대통령-60화 (60/135)

< -- 위기를 기회로 -- >

8

"군대에 있었다니 이해합니다.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한 가지만 묻겠습니다."

"잠깐! 제가 분명히 말 했을 텐데요. 질문자는 손을 들어 반드시 저의 허락을 득하고 발언하라고."

"네, 경향신문의 조 철중 기잡니다. 됐지요? 계속해서 질문 드리겠습니다.

제가 알기로 강 회장은 정확히 77년도 9월 23일 자 입영 날짜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34개월인 현 복무규정상 2학년 1학기를 마치고 갔으니, 교련 혜택 3개월을 받아도 제대가 아직 까맣게 남았다는 계산이 됩니다. 그런데 갑자기 제대라니요? 혹시 정부나 군부 유력자의 특혜를 받은 것은 아닙니까?"

"네, 저도 그 질문이 나올 줄 알고 이 기자회견을 저의 그룹 국내담당 부회장님께 맡길 생각까지 했으나, 아무튼 제가 기자회견장에 나타난 이상 피해갈 수가 없군요. 답변 드리겠습니다. 여러분들이 추측하는 그런 특혜는 전혀 없었고, 창피한 이야기지만 의병제대입니다."

"의병제대라니, 어디 몸에 병이라도 들었습니까?"

"그건 아니고, 고참에게 두드려 맞아 도저히 군 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육체적 정신적 피해를 입은 바, 국방부에서 진단결과를 가지고 허락한 바입니다."

"고참에게 두들겨 맞았다니, 큰 잘못을 범했습니까?"

"그건 아니고, 신고식을 호되게 치렀다는 것만 알려드리겠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더 이상의 답변을 거부하겠습니다. 다음 분 질문 해주세요."

"MBC의 권병만 기잡니다. 국내에 한-사우디 정유공장도 곧 준공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것도 일산 50만 배럴이라지요? 게다가 증산 예정계획으로 사전에 충분한 부지까지 확보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너무 과잉 생산이 아닌지요? 또 공교롭게도 정유공장이나 원유생산 시점이 제2차 석유파동과 맞물려 있습니다.

사전에 이런 징후를 읽으셨는지, 그 문제까지 상세한 답변을 부탁드립니다."

"음........ 상당히 난처한 질문입니다만, 예상을 했었습니다."

나의 답변에 장내는 한동안 기자들의 웅성거리는 소리로 시끄럽다.

"조용히 하세요."

홍보비서관의 말에 장내가 다지 평정을 찾자 나의 말이 이어진다.

"1차 석유파동 이후 큰 폭으로 올랐던 석유 값이 근자에는 한동안 안정을 찾아 평균 11.4달러를 유지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는 공급과잉으로 빚은 안정이지, 산유국들이 스스로 원해서 된 안정은 아니었습니다.

해서 조만간 산유국들이 담합해 석유 값을 올리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결국 내 예상대로 OPEC에서 14.55달러로 인상을 하고, 여기에 이란의 금수조치까지 더해져 작금은 20달러를 오르내리지 않습니까? 답이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또 한 질문마저 답변을 드리겠습니다.

여기서 잠시 목을 축인 내가 답변을 이어간다.

"국내 정유 4사의 원유처리 능력이 일 57만 배럴입니다. 우리의 현재 소요량은 넉넉잡아 55만 배럴 내외입니다.

여기에 우리의 50만 배럴마저 쏟아져 나오면, 과잉생산을 걱정하시는 모양인데, 우리는 국내 시장에 큰 미련은 애초부터 없었습니다. 많은 물량을 현물시장에서 소화할 계획으로 훨씬 이전부터 지명도 높은 현물시장에 팔, 사전 준비를 치밀히 해왔습니다.

현물시장에 내다파는 것이 우리 입장에서도 더 마진이 많고, 나라 경제로 보아도 오히려 달러를 벌어들이니, 이익으로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정부도 이를 사전에 알고 허가를 내준 것이고, 저 역시 그런 계획으로 기공식을 가졌던 것입니다.

이상입니다."

"그럼, 대원그룹의 DS정유는 앞으로 전혀 국내시장에 진출할 의사가 없다는 것입니까?"

"애초의 계획은 15% 내외의 국내 시장점유율을 예상했으나, 산유국의 생산량과 원유가, 상대 정유사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므로, 앞으로의 상황을 유심히 지켜볼 예정입니다. 그러므로 현 시점에서는 유동적이다 라는, 답변만 드리겠습니다."

"KBS의 오 진우 기자입니다. 이 외에도 온산의 유류저장소에 상당량의 원유를 비축하고 있는 것으로 일고 있습니다. 얼마나 많은 양이며, 앞으로도 이렇게 많은 양을 꾸준히 비축할 예정인지요?"

"대통령께도 보고를 안 드린 사항을 용케도 알고 질문을 하시네요. 앞으로 이 문제로 제가 대통령께 질책을 받으면 전적으로 오 기자님이 책임을 져주셔야겠습니다."

하하하.........!

장내에 폭소가 터지는 동안 잠시 목을 축인 내가 조용해지자 다시 답변을 시작한다.

"내가 보고 받기로는 현 정확한 국내 원유소비량인, 일 50만 배럴 기준으로, 2개월 물량인 3천만 배럴로 알고 있습니다. 단 여기에는 유류저장소는 물론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유조선 여타 우리의 기름이라 판단되는 타 선사의 유조선까지를 포함한 물량입니다.

내 답변이 맞지요? 이건 좀 시일이 지난 수치라서..........?"

내가 미처 답을 끝내지 못하고 뒤를 돌아보자 정 비서실장이 정정 답변을 한다.

"현재는 정확히 70일 분의 물량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정 비서실장의 답변에 내가 이어서 질문을 한다.

"답변이 되었습니까?"

"네!"

"한국일보 강 이룡 기자입니다. 사우디에서 일어난 대원건설의 폭동은 확실히 진화가 된 것인지요? 아니면 계속 내연하고 있어 재발의 위험이 있는지? 또 정확한 사건 발단의 원인은 무엇이며, 정말 사우디 정부군의 출동은 물론 사살 명령까지 있었는지? 제 발언이 좀 횡설수설입니다만, 그 개요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답해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질문은 횡설수설, 답변은 일목요연하게? 하하하.........! 그럼, 그러지요."

"하하하..........!"

웃던 내 표정이 서서히 굳어져 종내에는 난처한 표정이 되어 답변에 나선다.

"흐흠........! 껄끄러운 문제지만 질문을 하셨으니, 답변은 해야겠지요. 그 전에 먼저 제가 기자 여러분께 질문부터 드리겠습니다. 대원건설이 한동안 제 손을 떠나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던 기자님들 계시면 손 한 번 들어봐 주세요."

나의 질문에 전 기자 중 1/3만 손을 들고 나머지는 모르고 있었던지 사방을 살피며, 그 수를 자기네들끼리도 세기 바쁘다.

"이해합니다. 여러분들이 정치부기자가 아니고 경제부 기자였더라면, 아마 모르면 몰라도 2/3쯤은 손을 들었으리라 생각합니다만, 그렇습니다.

대원건설이 지난여름을 기점으로 정 태순 사장에게 완전히 넘어가 증시에 공시까지 했습니다만......... 평소 증시의 공시를 유심히 볼 분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큰 관련이나 관심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게다가 정 사장이 대원건설이라는 상호를 계속 유지해왔고, 저 또한 군에 있는 관계로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알릴 수도 없었고, 알리려도 하지 않았습니다. 당시에는 정 사장이 장외에서 주식을 취득해 저를 강제로 밀어낸 까닭에, 저도 화가 나서 제 물량을 시장에 소진하는 상태라, 제 물량 소진에 가격이 타격을 받을까 두려웠고, 아무튼 여러 이유로 해서 금번 소요사태가 일어났습니다. 하지만 기자 여러분들이 잘 모르고 계셨듯이, 대다수 국민은 물론 대통령 각하께서도, 비서진은 물론 관계부처 장관에게 '대원이 누구 소유냐'는, 한 마디 물음도 없이......... 험, 험........"

여기서 갑자기 난처해진 내가 머리를 긁적이며 발언을 중단하고 있다가, 카메라맨과 신문기자들에게 요청을 한다.

"이 부분은 방송이나 보도에서 빼주세요."

"하하하.........!"

나의 발언에 장내에 한동안 폭소가 터진다. 이 또한 얼마 안가서 진정이 되자 나의 발언이 이어진다.

"아무튼 각하께서 저를 불러, 얼른 현지로 달려가서 이 문제를 해결하고 오라니....... 여러분들이 제 입장이라면, 그 자리에서 어떻게 했겠습니까?"

내가 말을 하고도 기가 막힌 지, 나는 한동안 침묵하며 찬물을 벌컥 벌컥 마시는 등 부산한 행동을 하다가 다시 발언을 잇는다.

"이거 벌써 타인에게 넘어가 제게 아닌 데요? 그냥 그 자리에서 벌렁 넘어지면 만사가 끝나겠습니까? 아니면 현장으로 즉시 달려가는 것이 옳겠습니까? 만약 제가 그 자리에서 아마 제 회사가 아니라고, 사우디 행을 거부 했더라면, 그 회사의 소유가 누구 것인지의 진위 여부를 떠나, 아마........."

더 이상의 말을 않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나다. 그리고 갑자기 기자석상을 이탈해 말한다.

"지금 이게 전부 녹화가 되고 있는 것이지요?"

"네!"

"그렇습니다."

"그럼, 잠시 카메라도 앵글을 꺼주세요. 비 보도를 전제로 제 심경을 솔직히 토로 할 테니......... 아니면 더 이상 답변을 않겠습니다."

나의 돌출행동과 발언에 한 동안 장내가 소란스러웠지만, 모두 내 뜻대로 되어 내 발언이 이어진다.

"그렇게 제가 막말로 뒤로 발랑 나자빠졌다면, 아마 모르긴 몰라도, 대원 그룹은 하루아침에 풍비박산이 났을 것입니다. 아니래도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이 뿐만 아니라 은마아파트 까지 거론되어, 온 장안이 시끄럽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내 대답이 그랬더라면, 아마 지금쯤 나는 형무소에 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한 마디로 괘씸죄지요. 이렇게 한국에서는 사업해먹기가 ........"

더 이상의 말을 않고 고개를 흔들다가 한동안 천정을 바라보며 진정을 한 내가 다음 다시 정식 기자회견을 이어간다.

"아무튼 제가 29일 새벽 3시에 사우디 현지에 도착하니 당시, 수천의 사우디 정부군이 우리 근로자들을 향해 총부리를 겨누고 있는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순간이었습니다. 그렇지만, 그 시간에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었습니다. 해서 저는 날이 밝아 아침이 되자마자, 평소 친분이 두터운 사우디 국무총리인 파드 왕세자에게 달려가 읍소를 했습니다.

정부군을 철수해달라고."

잠시 여기서 발언을 중단해 공기를 더욱 달아오르게 한 후 나의 발언이 이어진다.

"결국 사우디 왕세자는 나의 신념과 용기를 믿고, 바로 그날 낮 12시 부로 내린 발포명령을 전격 취소함은 물론 정부군을 한 점 의혹도 없이 물렸습니다. 그 바람에 저도 우리 근로자들에게 다가갈 명분을 얻었고, 거시서 저는 그들의 불만사항을 경청하고 즉석에서 해결해 줄 수 있는 것은 다 들어주었습니다.

비록 내 회사가 아니지만 제 당시의 솔직한 심정은 정 사장의 로비사건이 신문과 방송에 거론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이미 그는 건설의 사장 자리를 더 이상 유지할 수 없겠구나 하는 판단을 했으며, 설령 아니더라도 저는 다시 대원을 매우 혹독한 조건에 인수하는 한이 있더라도, 인수해서, 정말 제 말에 책임을 질 각오를 충분히 마친 상태였습니다. 더 할 말이 많지만 좋은 일도 아니니, 이 문제는 이쯤에서 더 거론하지 않았으면 하는 게, 제 개인적인 바람입니다.

다음 질문 받겠습니다."

"정 태순 씨가 벌였다는 은마아파트 특혜분양 사건을 사전에 강 회장이 지시한 것은 아닌지요? 현대경제일보(현 한국경제의 전신)의 송 순길 기자입니다."

비서관의 제지에 황급히 자신의 신분을 밝히고 질문을 계속하는 기자다.

"아니면 사전에 인지정도는 하지 않았을까하는 정황인데 어떻습니까? 또한 대원건설의 정 태순 사장의 향후 거취는 어떻게 되는 것인지? 또한 대원건설은 앞으로도 계속 대원 그룹에서 제외되는 것인지 묻고 싶습니다."

"허, 흠........ 계속 껄끄러운 질문들만 하시는데......... 좋은 질문 거리 놔두고........ 아무튼 좋습니다. 답변 드리겠습니다.

사전에 정 사장이 제 앞에서 그 말을 한 건 맞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강력히 반대를 했고, 그는 수긍한 듯 했습니다. 그 당시 저는 아시는 바와 같이 학생의 신분이었으므로, 바로 청주로 내려갔지요. 그런데 얼마 후, 이를 나한테 한 번 또 보고를 하는데, 일은 모두 벌여놓고 벌써 한참 일이 진행된 상태였습니다.

제가 여기서 뭘 어쩌겠습니까? 물론 방기한 제 책임을 부인하지는 않겠습니다만, 이로 인해 강남에 아파트 붐이 일기 시작하고, 정부의 계획대로 강남개발이 앞당겨져, 서울의 인구 분산이 오늘날과 같이 빨리 이루어지도록 일조한 측면도 부인 못할 사실일겁니다. 하여튼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저도 일말의 책임을 인정하는 바이고, 앞으로는 또 다시 이런 일이 없도록 저서부터 뼈저린 반성과 그룹 전체의 각성을 촉구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결론부터 말해 대원건설은 12월 29일 부로 대원그룹에 다시 편입이 되었습니다. 정 사장이 자신의 소유 주식을 대부분을 저에게 양도한 까닭입니다. 그리고 정 사장의 거취는 저도 아는 바가 없습니다. 다만 한동안 국내에는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저는 판단하고 있습니다.

이것으로 답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조선일보의 방 인혁 기자입니다. 강 회장님은 물론 당시 국내에 안 계셨습니다만, 그룹 전체의 세무사찰은 물론 여타 비리 사건도 범정부 차원에서 조사를 벌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결과 간혹 해당 관청이나 비선의 높은 층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철저한 며칠간의 밤샘 조사에도, 털어도, 털어도, 세금포탈은 물론 전혀 비리사실이 하나도 없어, 오히려 조사관들이 깨지지 않을까, 당혹했다는 사실은 알고 계셨습니까?"

"방금 귀국해서 처음 듣는 소식이지만, 기분은 매우 좋군요."

"하하하.........!"

"신아일보(新亞日報:1980년 신군부의 언론통폐합 조치에 의해 중앙일보로 흡수 통합된 신문)의 마 종수 기자입니다. 끝으로 강 회장님께서 국민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이나, 여타 알리고 싶은 사항이 있으면, 최종적으로 한 마디 해주시죠. 적극 경청하도록 하겠습니다."

"올 상반기 안에 국무총리인 사우디 왕세자와 쿠웨이트 자비르 국왕께서 한국을 방문하시기로 저에게 약조하셨습니다. 물론 친선 방문입니다만. 양국 상호 간의 관심사와 통상증진 방안 외에도, 만약 예기치 않은 일로 한국이 에너지난을 겪을 시에는, 그런 어려움이 없도록 적극 원유를 공급하겠다는 뜻도 그 자리에서 밝힌 바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제 우리 국민들은 원유 부족에 대한 걱정은 마시고, 생업에 임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여러모로 근자에 저희 대원그룹이 국민들에게 누를 끼친 점에 대해서는, 이 자리를 빌어 정중히 사과를 드리겠습니다.

말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 90도 각도로 허리를 숙이는 나다. 그리고 다시 자리에 앉아 회견을 계속 진행한다.

아울러 이번 사태를 거울삼아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뼈저린 반성과 자기 성찰을 통해, 앞으로는 더욱 국민 경제에 이바지 하는 기업, 또한 더욱 국민에게 친근한 기업으로 거듭나겠습니다.

바쁘신 가운데에서도 지금까지 경청해주신 관계자 여러분과 기자여러분께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바입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대원그룹 강 태민 회장의 기자회견을 마치기로 하겠습니다. 그동안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강 회장님, 기자 여러분!"

서둘러 마이크를 끄고, 뒷수습을 시작하는 홍보비서관에 의해 기자회견 장은 파장을 맞는다. ----------------============================ 작품 후기 ============================감사합니다!

^^4종 세트는 고래만이 아니라 작가도 춤추게 합니다!

^^늘 행복하시고요!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