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경제 대통령-58화 (58/135)

< -- 위기를 기회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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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왕 이곳까지 오셨으니 부왕의 사망으로 왕 위에 취임한 쿠웨이트 자비르 왕세자를 뵙고 가시는 것은 어떠신지요?"

"잘 말씀해주셨습니다. 아니면 너무 예의를 잃을 뻔 했습니다.

사우디 왕세자에게도 사은의 인사를 해야겠고, 이번 기회에 쿠웨이트 왕실에도 한 번 들려 안부 인사라도 나누어야겠습니다. 하루 더 체류를 연장할 테니, 쿠웨이트 왕실에 교섭 좀 해주십시오. 그리고 파드 왕세자에게는 전화를 걸어 곧 내가 귀국인사 차 들른다 하세요."

"네!"

비서실장이 없는 지금, 정 양과 라니아 양이 잠깐 숙의를 하더니 일을 분담처리 하려는지 프런트로 달려간다. 잠시 후, 정 양과 라니아가 일이 잘 처리 되었는지 웃는 얼굴로 돌아온다.

"왕세자께서 기다리고 계시겠답니다."

"자비르 국왕께서는 내일 오전 10시에 시간을 비워놓으시겠답니다."

"잘 됐고, 빨리 이동합시다."

나의 재촉에 경호팀이 부산하게 움직이고 두 비서도 수행차비를 한다. 나는 그들을 잠시 바라보다가, 이 상백 사장만 남고, 나머지는 모두 업무에 복귀하도록 조처한다. 그리고 슐츠 부회장은 동행할 것을 청하니 흔쾌히 따라나선다.

이윽고 출발 준비가 되었다는 강 팀장의 보고에 우리는 승용차에 올라 사우디 국무총리 공관으로 향한다. 우리가 총리 공관에 도착하자마자 총리비서실장이 현관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우리를 영접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확실히 밝고 부드러운 표정이다.

별 말은 않았지만 그의 표정만으로도 왕세자의 기분을 알 것 같다. 이윽고 우리가 비서실장의 안내로 집무실에 도착하자 문 입구에 서있던 왕세자가 나를 격하게 껴안으며 치하를 한다.

"정말, 수고 많았네! 보내놓고도 마음이 놓이지 않아 조마조마했네."

"누를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덕분에 잘 해결이 되어 다행입니다."

"형제가 보기보다 강단이 있는 걸?"

"배포가 없으면 사업도 못해먹습니다. 하하하..........!"

"하긴 수만 명을 다룬다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 생각이 다 다른 인간들을."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아직 한국은 배고픈 나라기 때문에 노동권이 제약을 받아 대우만 잘 해주면 큰 문제는 없습니다. 이번 사건의 발단도 주던 먹이를 빼앗아서 일어난 것입니다."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아무튼 수고 많았네."

"어차피 제 일인걸요."

우리는 서로를 위한 덕담을 나누다보니 어언 자리에 앉아 내온 차를 마시고 있다.

"왕세자님 소개시켜드릴 분이 있습니다. 제 옆에 계신 분은 우리 그룹의 해외담당 부회장으로, 전 시카고대학교 총장, 닉슨행정부에서 재무부장관을 역임하셨고, 벡텔사 부사장으로 계신 것을 제가 공들여 영입한 분입니다."

"형제의 소개가 아니라도 익히 아는 분일세. 반갑습니다."

나의 소개에 두 사람이 서로 손을 맞잡고 흔든다.

"우리 대원그룹을 잘 부탁드립니다."

"아니래도 제가 많은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왕세자의 겸양에 슐츠가 기분이 좋은지 파안대소를 하고 나 또한 흐뭇해 엷은 미소를 짓고 두 사람을 바라본다. 그러다가 내가 말을 한다.

"형님, 이번 기회에 한국을 한 번 방문하는 것은 어떠십니까?"

"아니래도 그런 생각을 해보던 차였네. 두 얼굴을 가진 국민이랄까? 밤을 낮 삼아 불철주야 밤낮으로 일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하루아침에 표변하여 폭도가 되다니, 이 또한 무섭기 짝이 없는 노릇이더군. 그래서 이참에 형제의 나라에 대해서 좀 더 이해의 폭을 넓힐 겸, 방문을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던 중일세."

"잘 생각하셨습니다. 이번 기회에 꼭 한 번 방문하시되. 아직 한국은 날이 추우니, 날이 풀리는 4월이나 5월쯤, 편리한 시간에 꼭 방문을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하하하........! 자네의 청이 아주 정중한 걸보니, 무슨 꿍꿍이가 있는 것 같은데?"

"하하하.........! 웬만한 역술가보다 낫습니다. 사실 다름 아니고, 형님께서 베풀어주신 시혜로, 우리 그룹이 생산하는 원유와 정제유만 가지고도, 한국의 소비량을 충분히 감당하지만, 이란이 저렇게 공급 중단을 선언하고 나서니, 대통령을 비롯한 일반국민들이 원유가 부족할까봐, 상당한 걱정을 하고 있습니다.

해서 차제에 대통령 이하 우리 국민을 안심시키는 차원에서라도, 한국을 꼭 방문해주십시오. 가셔서, 한국에 대해서만은 한국에 무슨 일이 있더라도, 한국의 원유소비량 전체를 꼭 책임져주시겠다는, 립 서비스만 해주셔도, 그 불안감은 현저하게 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형님, 도와주십시오."

"하하하.........! 결국 그거였고만. 내가 알고 있기로, 와프라 유전에서 생산되는 원유만 해도, 한국의 소비량 전체를 충당하고도 남을 것으로 아는 데, 한국국민들은 뭐가 그렇게 걱정인가?"

"요는 심리전 요인입니다. 형님 단독으로 힘드시면, 쿠웨이트의 자비르 국왕과 함께 방문하셔서, 꼭 언질을 한 번 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형제의 말이야, 립 서비스차원이라지만, 나도 사우디 왕세자나 국무총리를 떠나, 사내일세. 내 입에서 나간 것은 반드시 지켜져야 하니, 립 서비스 차원이 아니지. 아무튼 내 자비르 국왕과 협의하여 좋은 날로 날짜를 잡아보도록 하겠네."

"감사합니다. 형님!"

내가 다시 한 번 꾸벅 인사를 하자, 왕세자는 미소를 띠고 나를 바라보다가, 그 웃음이 가시지 않은 얼굴로 말한다.

"내 한국 사람들을 자주 접견하다보니 아는 말이네만, 한국의 말 중에, '줄 때는 확실히 주랬다'고, 금년 상반기 안에 내가 한국을 방문하겠다는 내용을 언론에 공표해도 좋네."

"역시 형님답게 확실하십니다."

"가능한 쿠웨이트 국왕도 동행할 테니, 접대가 소홀해서는 안 될 것이야?"

"여부가 있습니까? 형님!"

"하하하.........! 기왕 가는 것, 양국 국민의 우호를 위해, 몇 가지 협정을 체결할 것은 체결하여 모양을 갖출 것이니, 그렇게 알도록."

"그러면, 저야 더욱 좋지요."

"이제 모든 것이 원만하게 끝났으니, 그때 보세."

"네, 감사합니다. 형님!"

"형제가 떠나는 즉시 쿠웨이트 왕실에도 전화를 넣을 테니, 형제도 모처럼 여기까지 왔으니 뵙고 가는 것이 예의 아닌가?"

"안 그래도 그럴 참입니다."

"잘 생각했네. 그럼, 그만 일어나세."

"감사합니다!"

내 또 한 번의 인사에, 잡은 내 손을 두드리는 것으로 답을 하는 왕세자 파드다. * * *공관을 나온 우리는 그길로 이 사장을 태워 쿠웨이트의 와프라 유전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나는 어느새 미라압둘라 항까지 파이프라인이 깔려, 정박한 유조선에 실려지는 우리가 캐낸 원유를 보고 감개무량함을 금치 못한다. 이어 나는 원유가 생산되는 현장과 정유공장이 위치한 슈아이바 항구도 방문해, 항만공사에 여념이 없는 직원들을 격려하는 한편, 정유공장도 세세히 둘러보며 지적할 것은 지적을 한다.

나의 지적이야 전문 분야가 아니고, 공장 내의 조경이나, 환경 또는 근로자들의 작업 환경 등을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이튿날은 약속대로 77년에 왕위에 오른 자비르 국왕을 만나 환담을 하고, 그의 방문 약속과 비상시 충분한 원유 공급의 약속도 받아낸다. 이로써 현지의 일정을 모두 소화해낸 나는 바로 귀국길에 오른다.

* * *내가 아침 비행기를 탔어도 공항에 내리니 오후 2시다. 혼란한 와중에도 마중을 나온 비서실장과 기획실장의 영접을 받으며, 나는 곧 승용차에 올라 곧 바로 청화대로 직행한다.

떠나기 전 나는 두 비서에게 일러, 내가 곧 청와대에 도착하니 대통령과의 면담 약속을 잡아 놓으라 한다.

청와대에 도착해 간단한 검색을 통과하니, 비서관 하나가 나를 비서실장의 방으로 안내를 한다.

나는 그곳에서 잠시 비서실장과 차를 나누며 환담하다가 대통령의 부름을 받고 곧 집무실로 향한다.

"안녕하십니까? 각하!"

"해결은 했나?"

"네, 모두 해산시키고 현재 정상 작업 중입니다."

"비서실장을 통해 소식을 듣긴 했어도, 자네 입으로 꼭 확인을 하고 싶어서 말이야."

계속해서 대통령의 말이 이어진다.

"그런 일이 안 일어났으면 좋았겠지만, 기왕 벌어진 일 어쩌겠나, 해결됐다니 다행이고........ 점심은 먹었나?"

"기내식으로 간단하게 해결했습니다."

"이럴게 아니라 우선 자리에 앉지. 비서실장은 차라도 좀 내오고."

"네!"

비서실장이 지시를 하러 간 사이에 나는 소파에 반쯤 기대앉은 대통령을 맞아 부동자세로 단정하게 앉아 그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다. 회사의 존망이 이 사람 손에 달렸다 생각하니, 함부로 경거망동 할 수 없었던 까닭이다. 이런 내 자세를 유심히 살펴보던 대통령이 한마디 한다.

"자네 너무 긴장하는 것 아니야? 해결했다며? 긴장 풀지 그래?"

"부하들은 전부 경찰서로 끌려가, 특혜로비분양에는 관련이 되지는 않았는지? 외환관리법에는 저촉되지는 않았는지? 회사는 회사대로 세무사찰을 받느라 정신이 없는 와중에, 저 혼자 태연할 수만은 없죠."

"뭔가 뼈가 있는 말 같은데, 반대급부를 내놔. 그러면 일거에 해결해주지. 자네가 요즘 아무리 군대에 있었더라도 눈이 있고, 귀가 있으면 들어서 잘 알거야. 미국의 지민지 카터라는 놈이 한국에 대해서는 미군 철수한다고 얼러대고, 오랜 우방인 자유중국과는 단교를 했어. 왜겠어? 쪽수 많은 중공 놈들의 시장이 탐난 게야.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되나? 저 두 놈들이 우리 몰래 뭔 짓을 할 줄 아냐 말이야? 게다가 중동 놈들은 중동 놈들대로 속을 썩이고 있는 작금 아니야? 세계 제2의 석유대국인 이란이 27일 자로 금수조치를 단행하자마자, 기름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지 않는가 말이야? 기름 값 오르는 것이야 백번 양보해 그렇다 쳐. 그럼 기름이라도 흔해야 할 것 아니냔 말이야? 돈을 싸들고 가, 애걸을 해도 기름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이니 원, 세상에 이런 일도 다 있는가 말이야! 내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 요새 통 밤잠을 못자. 그런데 자네는 기껏 훼방을 놓는 거야 뭐야? 폭동이나 일으키게 하고 말이야. 에이, 원......... 사람하고는.........."

말을 하면 할수록 기분이 나쁜지 종내는 혀까지 끌끌 차는 대통령을 나는 조용히 부른다.

"각하!"

"왜?"

대답이 상당히 퉁명스럽다.

"이제 기름 걱정 않으셔도 됩니다."

"뭐?"

내 한 마디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대통령이다.

"밑도 끝도 없이 그게 뭔 말이야?"

자신이 너무 격하게 반응해 체통을 잃었다는 생각을 하는지 ,다시 자리에 앉으며 뱉는 말이 여전히 퉁명스럽다.

"몇 해 전에 보고 드렸던 와프라 유전이 생산을 개시해, 하루만 해도 60만 배럴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뭐?"

다시 한 번 자신도 모르게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대통령이, 잠시 후 멋쩍은 웃음을 흘리고 앉으며 묻는다.

"그게 정말이야?"

"네, 그 뿐이 아닙니다."

"그럼, 뭐가 또 있어?"

"쿠웨이트 우리 정유공장에서 하루에 50만 배럴의 원유를 정제해 쏟아져 나옵니다. 그 판권이 우리 그룹에 있으므로, 우리나라 기름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게다가........."

"또 있어? 가만 가만, 지금까지 들은 것만 해도 얼마야? 이봐, 비서실장!"

"네, 각하!"

"우리나라 하루 원유 소비량이 도대체 얼마야?"

"제가 알고 있기로는 아껴 쓰면 하루 50만 배럴이면 되나, 요새 같이 가수요가 붙은 상태에서는, 57만 배럴 내지 60만 배럴은 가져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 그런데 종전에 강 회장이 쏟아낸다는 기름이 얼마지?"

"하루 도합 110만 배럴입니다."

"그러면? 우리가 너끈히 쓰고도 굉장히 많이 남는 양 아니야?"

"충분하고도 넘칩니다. 아니 과잉사태라고 해야겠지요."

"하하하...........! 우 하하하하...........! 됐어! 됐어! 이제 됐어! 으하하하..........! 이거 기분이 너무 좋아! 하하하..........!"

광태를 보이던 대통령이 갑자기 웃음을 뚝 멎고 말한다.

"이봐, 비서실장!"

"네, 각하!"

"당장 대원그룹에 대한 세무조사는 물론 연행했던 사장들 다 돌려보내도록 조처해!"

"네, 각하!"

비서실장이 급히 자리를 뜨자,

"그리고........."

라는 말로 그를 불러 세우고 말을 잇는다.

"신문도 통제해서 가급적 특혜분양사건인가 뭔가는 일절 보도치 말게 하고, 오늘 이, 강 회장이 전한 소식을 빅뉴스로 해서 말이야, 온 나라가 떠들썩하게 하도록 하라고. 테레비는 물론이고 전 언론이 말이야. 강 회장은 나가는 대로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해서라도, 해명도 하고, 이 기쁜 소식을 온 대한민국 국민에게 널리 알려, 오늘밤부터라도 당장 주유소에 장사진을 치는 꼴을 안 보게끔 하란 말이야."

"네, 각하.........!"

나와 비서실장이 이구동성으로 답하고, 집무실을 나서는 비서실장마저도 신명이 나 걸음걸이가 활기차다.

------------------------------============================ 작품 후기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시고, 4종 세트를 주시면 작가는 더욱 신이 나겠지요!

^^내내 행복하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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