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경제 대통령-56화 (56/135)

< -- 위기를 기회로 -- >

4승용차로 그곳으로 가는 내내 내 머릿속에서는 별의별 생각이 다 든다. 전생에서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학교를 졸업하고 얼마 안 되어 광산에서 현장감독으로 일하고 있을 때다. 당시 갱내 인부들은 모두 일급제로, 내 손에 의해 그들의 월급이 좌우될 때였다.

예를 들어 내가 1.0을 준다면 그날은 평상시 기본급이 주어지는 것이고, 내가 0.8로 기재를 한다면 기본급에서도 20%가 까지는 것이다. 또한 일을 많이 했을 경우에는 1.2 내지 2.0도 달아주니, 비록 직급은 주임이지만 파워가 막강한 때다. 그런데 어느 날은 채광현장을 가니 위험천만한 작업을 하고 있다. 많은 채광으로 공동이 진행된 곳에서 낙반의 위험을 무릅쓰고 작업을 하고 있길래, 채광인부 두 사람의 작업을 철수시키려는데 채광조수가 내게 말을 건다.

"강 주임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무슨 일인지 말씀해보세요."

"잠시 이리 와 보세요."

"뭡니까?"

나는 그의 손짓을 따라 까맣게 높은 공동의 천정을 쳐다보는데, 그 조수란 놈이 대뜸 내게 달려들어 내 허리춤의 벨트를 잡는다. 그리고 뒤의 아찔한 슈트 낭떠러지로 나를 밀며 말한다.

"강주임, 내가 저 낭떠러지로 밀어 떨어트리면 어떻게 되는지 알지? 곧 개죽음이야. 보는 사람 아무도 없어. 여기 우리 단 셋뿐인데, 내 사수와는 이미 입을 맞추었기 때문에 당신은 그냥 단순히 발을 잘못 디뎌, 실족사 처리되는 거야. 무슨 말인지 알지? 우리 일당 올려줄 거야, 말거야?"

내 허리춤을 계속해서 잡고 흔들며 한발 한 발 나를 낭떠러지로 밀며 위협하는데 정말 목숨이 왔다갔다 하니 별의별 생각이 다 든다.

'이 자 말대로 할까? 그러면 바로 놓여나겠지. 아무도 보는 사람도 없는데.'

'아니지, 이들의 입이 그렇게 무거울까? 내가 들어주면 아마 술김에라도 얘기해 전 항내 인부가 전부 알게 될 거야. 그러면 내 위신은 뭐가 되고, 내 꼬라지는 앞으로 뭐가 되겠어? 광산 감독 다 해먹는 거지.'

그 수유의 짧은 시간에도 별의별 생각이 다 드는 나다. 그러나 나는 최종적으로 결심한다.

이 자리에 죽어도 절대 굴하지 않겠노라고. 비록 후들거리는 다리일지라도 부쩍 힘을 주고 말을 섞는다.

"조 씨 이거 놓고 얘기합시다."

"안 돼. 들어줄 거야, 말 거야? 그거부터 얘기하자고."

"그런데, 저건 뭐지요?"

"뭐.......?"

내 꾀에 순간 한 눈을 파는 사이에 나는 젖 먹던 힘을 다해 그의 허리춤을 신속하게 움켜쥐는 동시에 내 쪽으로 방향을 튼다. 정말 이 순간은 훗날 내가 생각해도 초인적인 힘이 나왔던 것 같다.

그 육중한 거구가 번쩍 들려 오히려 그가 슈트 방향 낭떠러지에 서게 만들었으니. 이때부터 즉 형세 역전을 빌미로 나는 그를 거세게 밀어붙인다.

"죽을 래 살래, 너?"

그와 나와의 당시 나이 차이가 20살이 넘었음에도 생사가 오가는 중에는 나이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 독기가 오른 마당이니 당연히 반말이다.

"강 주임님 한 번만 봐주십시오, 제가 잘못했습니다."

내가 정말 그를 죽일 듯이 벼랑 끝으로 몰며 거세게 밀어붙이자, 와락 공포에 물든 그가 금방 숙이고 들어온다.

"흥, 이제 와서 잘못했다고. 그래 어디 네 말대로 한 번 해보자. 여기 보는 사람이 누가 있어, 죽은 너와, 네 사수 뿐이지. 네 사수는 네가 죽었는데 네 편들겠니? 죽은 자는 말이 없다고, 다 내 편들어. 너는 단순 실족사 처리되는 거야. 알아, 몰라?"

"강 주임님! 정말 제가 잘못했으니, 한 번만 용서해주십시오."

"흥, 그래? 당장 무릎 꿇고, 그 자리에서 빌어!"

"네, 강 주임님!"

털썩!

바로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싹싹 비는 조 씨다. 생명이 달린 일이니 자존심이니, 체면이고 다 내팽개치고 싹싹 비는데, 이 와중에도 웃음이 다 나올 지경이다.

결국 그를 용서했지만, 이 이야기가 사수에 의해 전 광부에게 퍼지는 바람에 나는 독종인간으로 평가되어, 내가 퇴근 무렵이면 광산 초입의 주막집에 술을 사려는 인부들로 매일 만원이었다. 그 바람에 나는 한동안 공짜 술을 실컷 얻어먹고 다녔다. 또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그 당시는 내가 갓 대학을 졸업하고 초임 감독으로 항내에 들어갔을 땐데, 한 번은 저녁 퇴근 무렵에 저희들이 나를 어느 집으로 초대를 한다. 가보니 소위 저들이 말하는 돼지 '돌부리'를 해서, 고깃살은 서로 몇 근씩 나누어 사고, 오로지 창자로 순대를 만들어 나를 대접하려 부른 것이다.

말이 초대지, 나를 시험하는 성격이 짙은 초대였다. 내가 그 집에 당도하니 벌써 술판이 어느 정도 진행되었는데, 내가 자리에 앉자마자 여기저기서 술을 한 잔씩 안겨오는 것이다.

대충 헤아려보니 모인 사람이 스무 명이 넘는다. 나는 그중에서 우선 집주인의 술을 가장 먼저 받아먹고, 쌍잔에 그라스 잔까지 차례로 받아먹는데, 10잔을 순식간에 넘기고 나니 도저히 안 되겠다 싶다.

이쯤에서 그만 먹어야겠다고 술을 안 받으니, 이제는 완연한 시비조로 나온다. '누구 잔은 받은 누구 잔은 안 받느냐'고 시비를 거는데 화가 난 내가 한 번 죽어보자고 작정을 하고 술을 받아 마시는데, 하여튼 참석자의 한 사람도 빠지지 않고 다 받아먹었다. 그러고 나니 이제는 내 형편을 알고 술을 더는 권하는 사람이 없다. 그래도 나는 자청해서 그 후로도 몇 잔을 더 먹었다. 그러다보니 그럭저럭 술자리가 파할 시간이 되어 하나 둘 떠나고 종당에는 나와 주인만 남았다.

"강 주임님도 이젠 가보셔야죠?"

"그럼, 가야지."

말과 함께 양반다리 상태에서 벌떡 일어나는데, 나는 일어서지도 못하고 그 자리에서 뒤로 벌렁 넘어갔다. 그때까지 의식은 술을 전혀 안 먹은 사람마냥 명료한데 다리는 풀려 나를 지탱 못하는 것이다.

이를 보고 빙그레 웃은 주인이 그다음에는 나를 자신의 등에 들쳐 업고 산길을 걸어 나의 집까지 업어다 준적이 있다. 그래도 나는 그 이튿날 칼 같이 출근해 아침 조회를 했다. 이때부터 내 별명이 '독종' '독사'로 서서히 불려지기 시작했다.

하필 이런 긴박한 마당에 그런 생각이 떠오르는 것은 그만큼 아니, 그보다도 이 사태를 나는 더 절박하게 인식하고 있는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래, 강단 있게 밀고 나가는 거야! 그럼, 만사형통이지!'

결심을 굳힌 나의 이가 악물려지고, 배에는 잔뜩 힘이 들어간다.

* * *내가 현장에 도착하니 약속대로 정부군은 모두 철수하고 시위하는 우리 인부들만 잔뜩 남았다. 중장비라는 중장비는 모두 동원해 포크레인, 불도져, 하다못해 개인 연장으로 무장한 폭도들이 사무실 막사를 점거하고 여기저기서 소리를 지르고 있다.

"사장 나와 이 새끼, 도망갔어, 어디 갔어?"

"이래도 되는 거야? 왜 일 년에 한 번씩 있는 귀국 휴가도 취소하고, 부식은 또 뭐야? 우리가 개돼지 새끼야? 짐승만도 못한 취급을 하다니..........."

우리 일행의 승용차가 부근에 멎자 더 열을 내는 폭도들이다. 이를 목격한 내 옆의 정 양과 라니아는 벌써부터 초주검이 되어 차에서 내리지도 못하고 벌벌 떨고 있다. 다른 사장단 또한 마찬가지여서 모두 긴장으로 굳어 안색이 파리하다.

"모두 여기 계세요. 나 혼자 해결하리다."

"아닙니다. 어찌 회장님 혼자 보낼 수가 있습니까? 제가 앞장을 서겠습니다."

모두 내 말을 수용해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판인데 나를 경호해온 강 탐장과 팀원만이 내 앞에 서서 나를 만류하고 앞장서기를 자청한다.

"강 팀장은 목숨이 두 개라도 되오? 내 앞장서리다."

"아닙니다. 회장님! 절대 안 됩니다! 돼지는 잔칫날 잡아먹으려고 키우는 것 아닙니까? 저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회장님의 생명을 목숨을 걸고 지키는 게 우리 직업인데, 이런데서 뒤로 물러나라 함은 곧, 우리보고 집에 가서 애기나 보라는 소리니, 절대 명에 따르지 못하겠습니다."

"허허허.........! 좋소! 그럼, 당신 팀원 네 명만 나와 동행하고 나머지 팀원 네 명은 여기 남아 있을, 우리 사장단을 보호해주시오."

"충~! 명에 따르겠습니다."

이제 긴박한 순간이 되자 군대 생각이라도 나는지 별 요란한 구호까지 앞에 붙이며 씩씩하게 앞을 향해 걸어 나가는 강 팀장이다. 강 팀장을 선두로 나머지 팀원 세 명이 전, 후, 좌, 우, 사방에서 에워싼 가운데 나는 씩씩하게 폭도들 쪽 앞으로 나아간다. 그런데 후미에서 누가 나를 부른다.

"회장님! 같이 가십시다. 저를 빼놓고 가시면 섭합니다."

뒤를 돌아보니 엔지니어링의 최 사장이 달려오고, 또 그 뒤에는 주춤거리면서도 이 상백 사장과 원정남까지 쫓아오는데 정 사장만은 여전히 망설이며 주위를 둘러보고 있다. 물론 두 아가씨는 나의 엄명에 의해 차에서 내리지도 않은 상태다.

이렇게 되니 네 명의 경호원들이 이들의 뒤를 쫓고, 곧 우리는 한 무리가 되어 그들의 앞으로 나아간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번 폭거의 근원이 되는 정 사장은 오히려 이들의 눈에 안 띄는 것이 나를 도와주는 길이다. 그래서 나는 경호원 하나를 불러 정 사장은 차에 숨어 있도록 지시한다. 아무튼 내가 그들의 전방 이십 미터까지 나아가자, 저들의 상태가 약간은 동요가 된다.

저희들끼리 수군거리며 뭔 말인가 나누고 있다가 차츰 목소리가 잦아든다. 나는 곧 나를 따르는 일행 모두를 불러 멈춰 세운다. 그리고 혼자 앞으로 나가 소리를 지른다.

"이봐! 거 포크레인 아저씨! 나 누구인지 알지?"

"그야, 당연히 알지요. 회장님이시지요."

"아니 다행이구만. 이리 와 ! 와서 나를 번쩍 그 바가지 위에다 태워줘. 말 좀 하게 말이지."

"회장님!"

강 팀장부터 놀래 부르짖으며 나를 말리려하지만, 나는 막무가내로 포크레인 바가지에 올라탄다. 기어코 포크레인 바가지에 올라 타 공중에 번쩍 들린 내가 말을 한다.

"내 말 잘 들려요?"

"네!"

"내가 누구요?"

"우리의 회장님이십니다."

"그럼, 됐소. 당신들의 입으로 직접 회장으로 인정하니 말하기가 편해졌소. 여러분! 오늘 아침까지 주둔했던 사우디 정부군이 하나도 안 보이죠?"

"네!"

"웬 일이랴?"

혹자는 저희들끼리 떠든다.

"오늘 12시를 기해 모두 쏴죽이겠다는 것을 방금 내가 왕세자를 만나 뵙고 철수시키고 오는 길이오!"

"와.........!"

"우리 회장님, 최고!"

"그런데, 여러분은 나에게 줄 선물이 없습니까?"

저희들끼리 몇 몇이 웅성거리기는 해도 똑 부러지게 대답해오는 사람이 없다.

"여러분들이 내게 줄 선물은 단 하나요. 바로 지금 즉시 여러분들이 자진 해산을 하고, 할 말이 있으면 대표 몇 몇을 선정해서 즉시 내게로 오시오. 그러면 내 여러분들의 불만을 들어줄 수 있는 것은 확실히 들어줄 것이고, 안 되는 것은 이 자리에서 나를 돌로 쳐죽여도 안 되는 것이오. 그러니 곧 내말대로 하시오."

"들었습니까?"

"네!"

"내 뜻이 뭔지 알지요?"

"네!"

"그럼, 해산!"

"해산!"

잘 따라 복창하던 그들이 끝에 가서는 멈칫멈칫 한다.

"안 움직일 거요?"

나의 부릅 뜬 눈이 그들을 향하고, 일부가 나서서 회장님 말대로 하자고 설득을 하자, 주동자 몇 몇 만을 제외하고는 우르르 저희들 숙소로 몰려간다. -----------------------------------============================ 작품 후기 ============================공자님 말씀에도 세 사람이 모이면 그 중에 배울만한 사람이 꼭 있다 했습니다.

다중의 지혜를 설파하신 것이겠지요. 마찬가지 이유로 작가 한 사람의 능력이라는 것은 아무리 잘나도 한계가 있습니다. 숲을 보면 나무를 못 볼 수 있고, 나무를 보면 숲 전체를 못 보는 우를 범하기도 하는 것입니다.

옛말에 좋은 약은 쓰다고 했습니다.

비판은 작가에게 뼈아프게 들릴지 몰라도 , 이를 통해서 작가는 성숙할 수 있고, 보다 낳은 기량을 연마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것입니다.

54회의 글에 보내주신 님들의 애정어린 충고를 겸허히 수용하고, 그중에서 또한 많은 소재를 얻기도 했습니다. 고맙고,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많은 질타를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제 하찮은 변명은 바로 전 회 댓글에 언급해 놓았습니다!

^^부디 행복하시고 늘 행운이 가득 하시길 기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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