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경제 대통령-55화 (55/135)

< -- 위기를 기회로 -- >

3이즈음에는 10월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제2차 석유파동의 전조로 인해, 이를 숙의하기 위해 사장단은 물론 기획실장과 비서진까지 중뿔나게 드나들게 된 것이다. 이쯤에서 제2차 석유파동의 원인과 경과에 대해 명기하면 이렇다.

제2차 석유파동의 배경은 경제적인 요인과 국제정치적인 요인으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경제적인 요인으로는 석유수출국기구 회원국의 석유수입 증가에 따라 산유국에서는 인플레이션이 진행되었고, 선진 소비국에서는 오일달러의 환수 등으로 달러로 표시된 원유가격의 실질구매력이 감소되었다. 이를 보전하기 위해 실질유가 수준을 1973년 수준으로 회복할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아울러 1978년부터 비 석유수출국기구의 산유량이 석유수출국기구의 산유량을 능가하게 되었고, 국제석유시장에서는 석유수출국기구의 영향력이 감소되고 시장지배력의 다기능화가 진전되었지만 공급부족현상은 상존하고 있어서 만성적인 시장불균형이 지속되던 상황이었다.

국제정치적인 차원에서 보면, 1978년 12월 아랍에미리트의 아부다비에서 개최된 석유수출국기구 총회가 1979년 원유의 공식가격을 14.55달러로 인상할 것을 결의한 데서 비롯된다.

제2차 석유파동은 1978년부터 시작된 이란의 이슬람혁명이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으며 사우디아라비아의 감산조치가 이를 증폭시켰다.

1978년 10월부터 가열된 이란의 정치소요는 점차 전국적 규모의 유혈폭동사태로 발전하면서 세계 제2위의 석유수출국인 이란은 그 해 12월 27일에 전면적인 대외 석유금수조치를 단행한다. 이란의 이 같은 돌연한 수출의 중단은 제1차 석유위기 이상의 충격과 위기감을 전 세계에 불러일으킨다.

미래의 일이지만 그 결과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1979년 6.4%에서 1980년의 -5.7%로 곤두박질치게 된다. 이는 제1차 석유파동 이후 경제의 체질개선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중화학공업 중심의 확대정책에 중점을 둔 것에 기인한 것이기도 하다.

매일 이에 대한 대책을 숙의하고 점검하는 사이에도 세월은 거침없이 흘러 어언 또 한해가 저물어가는 12월도 끝자락에 접어들었는데, 나는 비로소 내가 생각도 못한 병으로 인한 제대 즉 의병제대 소식을 듣는다. 오늘이 12월 28일로 내일이면 전역이라 미리 지급받은 개구리복(예비군복)을 만지작거리다 입어보는 등 별 생쇼를 벌이고 있는데, 회사 내에서는 내가 전혀 예측치도 못한 대형사건이 터졌다.

갑자기 비서실장과 기획실장이 사색이 된 얼굴로 들이닥치더니 난리법석을 떤다.

"회장님, 큰일 났습니다."

"무슨 일인데 그래요?"

"중동의 대원건설 현장에서 폭동이 일어나, 당황한 정 태순 사장이 사우디 정부에 병력파병까지 요청한 상태랍니다."

"뭐요? 정 사장은 뭐하고 있었길래 사태를 그 지경으로 키운 것이오? 가만, 가만........ 그러고 보면 대원건설은 우리가 관여할 사안이 아니잖아. 비서실장! 내 주식은 다 팔아치웠지요?"

"네. 그렇습니다만, 청와대에서는 그렇게 알고 있지를 않으니 문제입니다. 제가 출발하기 전, 청와대 비서실로부터 회장님을 들이라는 통보가 왔었고........."

이때다. 내 병실로 한 때의 인물들이 들이닥친다. 대낮인데도 무수한 별들로 온 병실이 환한 빛으로 가득찬 느낌일 정도로 무수히 많은 별들이 떴다. 그 별들 사이에서 민간인 복을 입은 사람이 불쑥 나서더니 말을 한다.

"강 회장, 준비는 되었지?"

"네? 전역 준비야 물론 다 되어있지요."

"아니, 각하의 호출 소식 못 들었느냔 말이오?"

"방금 듣고 있는 중입니다만.........."

"그럼, 됐소. 여기서 지금 한가하게 노닥거릴 여유가 없소. 빨리 청와대로 갑시다."

"실례지만..........?"

"나 국방장관이오."

"젠장, 가봅시다."

나도 모르게 입에서 욕설이 나오나 지금 그것이 문제가 아니다. 대통령의 질책과 현장을 수습하려니 아찔한 것이다. * *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

"뭐하다 이제 오는 것이오?"

"군내에 있었습니다만.........?"

"누가 그걸 몰라, 사건이 이렇게 커지도록 강 회장 자네는 뭘 하고 있었느냐 말이야. 하긴 군대에 있었으니 몰랐을 지도 모르겠지만........ 하여튼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할 거야? 자네도 요즘 뉴스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어제만 해도 당장 이란에서 석유금수조치를 단행해, 돈을 주고도 물량을 확보 못 할 처지 아니냔 말이야?"

여기서 잠시 한숨 돌리며 다소 노기를 진정시킨 대통령의 말이 이어진다.

"해서 나는 말이야, 국무총리를 단장으로 한 특사를 사우디나 여타 인근 중동국가에 파견할 생각으로 외교적 노력을 다 하고 있는데, 금번에 이런 악재가 발생을 했으니....... 자네, 지금 이 일을 어떻게 수습할 거야? 방금 들어온 소식에 의하면 사우디 정부군 수천 명이 우리근로자 삼천 여명을 향해 총을 겨누고, 모두 사살하겠다고 난리법석 아닌가 말이야."

사태가 심각해도 이정도일 줄은 몰랐던 나는 이 자리에서 대원이 나의 것이 아니니 저러니 변명하기 이전에, 책임감으로 즉시 현지로 날아가 해결할 생각으로 입을 연다.

"각하! 제가 곧 바로 현지로 달려가 책임지고 수습해 놓을 테니, 염려마시고 기다리고 계십시오."

"흥, 잘도 해결하겠다 만은 어디 한 번 지켜보지. 꼴도 보기 싫으니 당장 나가! 얼른 현장 가서 사건 수습하란 말이야. 여객기 없으면 내 전용기라도......... 젠장, 전용기 한 대도 없나....... 빨리 나가봐!"

말을 할수록 점점 더 화가 나는지 재떨이까지 만지작거리는 대통령이다. 이쯤 되니 나는 얼른 거기서 벗어나는 것이 상수다. 나는 재빨리 인사를 하고 현장을 벗어난다.

"각하! 그럼, 곧 다녀오겠습니다."

"..........!"

나의 인사에도 말없이 나를 노려보고 있는 대통령이다. 나는 어마, 뜨거라! 하고 도망치듯 대통령의 집무실을 벗어난다. 아무리 그래도 개구리복을 입고 현장에 갈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청와대를 벗어나자마자 사우디 행 항공편을 알아보는 한편, 내 옷가지도 수습케 한다.

"사우디 항공편은 어떻게 됐습니까?"

"이러실 줄 알고, 밤 9시55분 발 대한항공을 예매해하도록 지시해 놨습니다."

"옷 갈아입을 시간은 충분하군요."

"네, 그렇습니다."

비서실장의 대답에 나는 만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차를 한남동 내 자택으로 몰게 한다. 물론 제대할 때 처음에 훈련소 입소할 때 가지고간 옷을 돌려받기는 하는데, 이 옷이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후줄근해 도저히 입을 수 없는 상태라, 우선 옷을 갈아입을 양으로 집으로 향하는 것이다.

가는 차량 내에서 내가 지시를 한다.

"수행인원은 두 분(비서실장과 기획실장)과 두 여비서, 그리고 슐츠 해외담당부회장과 경호원 8명으로 합시다."

"네, 준비시키도록 하겠습니다."

"도착하면 아무래도 한 밤중이겠지요?"

"새벽 3시 10분 전후 도착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현지에 연락해 숙소도 잡아놓도록 했습니다."

"좋아요. 사건이 이 지경인데도 배는 고프네."

"하하하........!"

내 말에 모두가 웃지만 나는 웃는 게, 웃는 게 아니다. * * *우리 일행이 사우디의 리야드 공항에 내리니 정 비서실장의 예측대로 새벽 3시 11분이다.

이 밤중에도 현지 공항에는 최인준 대원-싸이펨 엔지니어링 사장, 정태순 대원건설 사장, 멀리 쿠웨이트에 있던 이상백 대원인터내셔날 사장, 원정남 중동본부장(이사급으로 승격) 등, 중동에 파견나와 있는 중역들은 모두 마중을 나와 있다. 사태가 사태인 만큼 나의 제대를 축하할 겨를도 없다.

모두 초상집에 온 분위기마냥 침통한 얼굴로 그저 인사만 꾸벅할 뿐이다. 나 또한 이들과 회포를 풀고자 하는 기분이 아니어서, 무표정한 얼굴로 준비된 내 승용차 편으로 바삐 걸어가면서 묻는다.

"현재의 사태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내가 건설의 정 사장을 노려보며 묻는 것이다.

"면목 없습니다만, 정부군 수천 명이 아측의 노동자 3,500명을 포위한 상태로 대치하고 있는 일촉즉발의 상황입니다. 내일 정오까지 해산을 않으면 전부 사살하겠다는 최후통첩을 저희에게 한 상태입니다."

설명을 하는 정 사장의 얼굴에는 밤중임에도 진땀인지 뭔지 모를 물기가 이마에 번들거리고 있다.

"여기서 내 꺼니, 네 꺼니 따지고, 선과 후를 물어서 무엇 하겠습니까? 우선은 사태를 수습해놓고서, 자초지종을 논할 테니 그리 아시고, 모두 금번 사태의 해결에 총력을 기울여주세요."

"알겠습니다. 회장님!"

일제히 고개를 숙이며 복명하는 그들을 덤덤히 바라본 내가 혼잣말인 듯 중얼거리다 지시를 한다.

"밤중이라 손 쓸 수단도 없고 하니, 곧장 숙소로 갑시다. 가서 대책이나 숙의해 봅시다."

"네, 회장님!"

이렇게 해서 우리는 미리 예약된 프라자 호텔로 직행해, 대책을 마련하느라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아침을 맞는다. 모두 밥맛이 없어 아침을 먹는 둥 마는 둥 하지만 나만은 거뜬히 한 그릇을 비우는데, 갑자기 호텔 지배인이 나타나 나를 프런트로 부른다.

"무슨 일입니까?"

"한국으로부터의 국제전화입니다."

"고맙습니다."

인사를 마치고 전화를 넘겨받은 내가 수화기를 귀에 대자마자, 저쪽에서는 다급한 비명이 터진다.

"큰일 났습니다. 회장님!"

"당신 누군데, 아침부터 호들갑이야?"

아무리 내가 군 생활을 하느라 15개월 자리를 비웠다지만, 평소 익숙한 목소리가 아니라 상대의 신분부터 묻는 것이다.

"저 수출본부장 최병열입니다. 오늘 조간신문에........."

"신 선우 사장은 어딜 가고 당신이 직보를 하는 거야?"

"8시 출근하자마자 경찰서는 물론 세무서에서 들이닥쳐 신 사장은 물론 부회장을 비롯한 전 사장단들을 전부 연행해 가고, 방금 회사에서는 세무사찰이 진행 중입니다."

"뭐야? 이런 황당할 때가........."

엎친 데 덮친다더니, 한동안 넋을 잃고 있던 내가 겨우 정신을 수습해 묻는다.

"좀 전에 조간신문 어쩌구 저쩌고 한 내용은 뭐야?"

"은마아파트 특혜로비 분양사건이 조간신문마다 대문짝만하게 대서특필 되었습니다."

"뒤늦게 이런 황당한 일이 터지다니........."

더 놀랄 기운도 없는 나는 간단히 한 마디 하고는 전화를 끊는다.

"당신을 중심으로 빨리 사태를 수습하고 있어, 내 곧 사람을 보낼 테니."

"네, 알겠습니다. 회장님!"

전화를 끊고도 한동안 나는 멍한 표정이다. 그러자 정 비서실장이 내게 다가와 묻는다.

"무슨 일이십니까? 회장님!"

그제야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퍼뜩 정신이 든 나는, 자초지종을 설명하는 한편 부랴부랴 정 비서실장과 기획실장을 귀국시킨다. 그래도 여기의 사태수습이 먼저다.

정 태순 사장과 시비를 논할 새도 없다.

'두고 봅시다!'

한 마디를 남기고, 나는 부랴부랴 총리실에 전화를 걸어, 왕세자와의 면담을 약속받는다. 오전 8시 30분이 되자, 나는 미리 통보한 대로 총리실 공관으로 직행한다.

현관에서 나를 맞는 총리비서실장도 옛날의 다정했던 사람이 아니다. 시종 무표정으로 일관하며, 나를 대하는데 속이 쓰리다.

나 역시 그런 그에게 말을 붙이기 싫어 담담한 표정으로 그의 안내에 따라 파드 왕세자가 집무를 보고 있는 총리 집무실로 직행한다. 모처럼의 해후에도 우리는 서먹서먹하다.

"잘 지내셨습니까? 왕세자님!"

내가 억지웃음을 띠고 말한다.

"이제 자네 입에서도 나를 형제로 칭하지 않는 고만."

"면목 없는 일로 찾아뵈었는데 제 입에서 당당하게 형님 소리니, 형제 소리가 나오겠습니까?"

"하하하.........! 그래도 우리 사이에는 그러면 안 되지."

파드 왕세자의 예상외의 환대에 나는 점차 기분이 가벼워지며 입이 풀린다.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일단 정부군을 전부 물려주십시오."

"그러면........ 자네가 우리의 위협에도 굴하지 않는 그들을 전부 해산시킬 자신이 있는가?"

"해보겠습니다. 아니 기필코 해내겠습니다."

"흐흠........! 그게 과연 의지만으로 될까?"

"엄연히 내 식구들인데, 제가 그들의 돌에 맞아죽기야 하겠습니까? 그 전에 병력 투입은 절대 안 됩니다."

"자네의 각오가 그렇게 필사적이라면 우선은 자네의 청대로 하지."

"감사합니다. 형님!"

"이 일로 자네가 나에게 감사할 일이 뭐 있는가? 우리 또한 우방국 국민인 자네의 근로자들에게 못쓸 짓을 안 하게 되니, 그게 나에게는 더 감사한 일이지."

"여하튼, 꼭 제 손으로 해결해 보일 테니, 형님 너무 걱정 마시고 지켜보고만 계십시오."

"알았네, 12시면 자동 발포 명령이 내려진 상태니, 서둘러 병력부터 철수시키고 보세."

"저 또한 현장으로 가 사태를 원만히 수습해 보겠습니다."

"그럼, 믿고 맡길 테니, 수고해 주게."

"감사합니다. 형님!"

다시 한 번 파드 왕세자와 악수를 나눈 나는 급히 총리 공관을 빠져나와 소요 사태가 일어나고 있는 주베일 외곽 아파트 건설 현장으로 간다. --------------============================ 작품 후기 ============================오늘도 연참입니다.

많이 사랑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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