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경제 대통령-54화 (54/135)

< -- 위기를 기회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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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장님! 부르셨습니까?"

원래는 관등성명을 대고 제대로 신고를 해야지만, 그동안 중대장과는 여러모로 많이 친해진 관계로 일반 사회인이나 다름없이 스스럼없이 군다. 사실 그동안 나는 중대 살림이 어렵다고 해서 조금은 금전적 지원도 해주었고, 더군다나 비서실장이 통이 커놔서 면회를 올 때마다 전 중대원이 먹어도 남을 통닭 150마리에 막걸리 10말씩을 한 달이 멀다하고 안기니, 이것도 중대원의 사기진작 차원에서는 무시 못 할 도움이 되었다.

"거기 앉아."

중대장이 부드럽게 웃으며 접이식 의자를 가르킨다. 그의 말대로 사양없이 털썩 앉자마자 내가 웃음을 띤 채 묻는다.

"마침내 휴가입니까?"

"미안해서 어쩌지, 휴가는 아니고.........."

말꼬리를 길게 끄는 중대장에게 나는 거침없이 항의성 질문을 퍼붓는다.

"제 휴가는 왜 이렇게 늦어지는 것입니까? 얘길 들어보면 다른 부대는 1년이면 보통 보름씩의 휴가를 갖다 온다던 데요?"

"고의는 아니고 자네 소대의 휴가 지체가 상당하다보니 낸들 어쩌겠나? 그 대신 좋은 소식도 하나 있네."

"뭡니까?"

중대장의 좋은 소식이라는 말에도 휴가가 아니라는 말에 대수롭지 않게 묻는다.

"12월 1일자로 자네 상병 진급 소식이 있네."

"14개월 갓 넘어 상병을 다는 것이니 진급은 상당히 바른 편이네요."

"휴가 복이 없으니 진급 복이라도 있어야지 않겠나? 그런데 다음 소식은 좋다고 해야 되나 나쁘다고 해야 되나? 나도 헷갈리네."

"뭔데, 그렇게 뜸을 들이십니까?"

"전출 소식일세."

"네? 제가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 중대장이 소식을 잇는다.

"내일 자로 여단 병참대로 여단 인사과에서 발령이 났네."

"젠장, 그러면 따블빽 또 싸야하는 것 아닙니까? 정들만 하니 또 옮겨야 하니 이거야, 원?"

"여단장님의 명령으로 내려온 명령서니 나도 어쩔 수 없네. 그렇게 알고 가서 준비를 하게."

"휴가는 요?"

"신상에 기간이 꽉 찼는데도 아직 휴가 미 실시로 명기해 도움이 되도록 하겠네."

"젠장.........! 아무튼 중대장님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나는 새삼스럽게 중대장님의 손을 다시 잡는데, 옆에서 같이 이를 지켜보고 계시던 상사인 인사계님이 늙은 손(?)을 내밀어 같이 잡고 한동안 흔들어 댄다. 다음 날 나는 중대장님의 배려로 그의 전용 찦차를 타고 여단으로 향한다.

어렵게 병참대 내무반을 찾아가니 기존의 병사들은 하나도 없고, 어디서 나처럼 전출을 온 모양인지 일병 계급을 단 두 놈이 따블빽 곁에 쪼그려 앉아 있다가 나를 보더니 벌떡 일어난다.

"충성, 일병 강용기입니다."

"충성, 일병 유재철입니다."

"됐어. 쉬어 나도 같은 전출자 출신이니 서로 잘 지내보자고."

이때 나는 미리 상병 계급장을 단 상태다. 아무튼 그들의 인사에 우쭐해진 내가 내무반 한 옆에 따블빽을 팽개치고, 그들 곁으로 다가가 묻는다.

"요즘 병참대가 신설됐나? 왜 한꺼번에 세 명씩이나 전출자로 보충을 하지?"

그러나 나의 질문에는 대답도 않고 나만 빤히 바라보던 두 녀석 중 강용기라는 놈이 주저주저하며 묻는다.

"혹시 대원그룹의 강 회장님이라는 분 아니십니까?"

"사회 있을 때 텔레비로도 보았고, 2대대에 계신다는 소문을 들어서요."

"맞긴 맞는데, 군대에서 까지 나를 알아보니 좀 불편하군."

"혹시 군번이.........?"

이번에는 유재철이라는 일병 놈이 내 군번을 들먹인다.

"군번 들먹일 것 없이 나는 상병이고 너희들은 일병이니 나보다는 쫄다구가 당연하잖아? 아니야?"

"그래도 진급이야 늦을 수도 빠를 수도 있으니, 군번이 가장 확실하죠."

이번에는 강용기라는 놈이 아는 체를 한다.

"너희들은 군번이 어떻게 되는데?"

"저는 논산군번으로 1278로 나갑니다."

유재철의 대답에 내심 터져나오는 욕설이다. 이런 엿 됐다.

나는 뭔 일인지 논산에서도 군번을 늦게 받아 1279에서도 후반인데 말이다. 1278이면 나보다 한 달 정도는 입대가 빠를 수도 있다.

내 표정이 심상치 않자 이번에는 강용기라는 놈이 씩씩하게 자신의 군번을 대는데, 1279전반의 군번이다.

'이놈도 나보다 빠르네. 나와 비슷한 입대일자 인걸.'

내심 중얼거리며 나는 헛기침으로 얼버무리고 있는데 병장 계급장을 단 사람이 하나 내무반으로 쑥 들어오더니 고함을 지른다.

"너희들 여기서 지금 뭐하고 있나? 새로운 전입병인 모양인데, 점심때면 얼른 식당에 가서 밥 안타먹고?"

"알겠습니다. 곧 식사하러 가겠습니다."

"가서 빨리 식사하고 와. 오후에는 병참대로 내려가, 대장님에게 신고를 해야 하니."

"네, 알겠습니다."

"식당은 알지? 빨리 다녀와."

"네."

중대로 내려가기 전에 이곳에서 이틀을 묵었기 때문에 식당의 위치를 잘 알고 있던 나는 서슴없이 식당으로 향한다. 오후에는 고참병의 말대로 소령인 병참대장에게 정식으로 전입신고를 하고, 정식으로 병참대 보직을 받게 되는데, 나는 사수인 상병 하나와 또 고참 중사와 함께 앞으로 전 여단내의 2.7,9,10종을 취급하게 된다.

여기서 10종은 시체처리를 의미한다. 나머지는 군대의 필수품목인 의류, 군화, 전투장구류일체부터 생활비품에 이르기까지 수 천 품목을 수령해서 예하대에 지급하는 것이 곧 앞으로 나의 임무가 된 것이다. 그렇게 신고를 마치고 고참 즉 내 사수로부터 내 책상 지정과 함께, 앞으로의 일에 대해서 설명을 듣고 어쩌고 저쩌고 하니 금방 저녁때다.

직업군인인 소령, 준위, 중사 등이 모두 퇴근하고 우리는 저녁을 먹으로 식당으로 향한다. 저녁을 먹고 내무반에 들어오니, 우리는 고참으로부터 우리의 내무반 위치를 지정받고, 따블빽을 풀러 관물정리부터 하라는 명을 받는다.

그게 다 끝나고 점호에 대비해 미리 슬슬 청소나 하려하고 있는데, 어디서 불쑥 나타난 내 사수로부터 오늘 전입자 세 명의 집합을 명받는다. 우리가 후다닥 튀어나가 막사 앞 공터에 횡으로 일렬로 정렬을 하니, 낮에 보았던 1종 사수와 또 같은 병장인 3종 사수가 뒷짐을 짚고 우리를 엄한 얼굴로 내려다보고 있다.

그 앞에는 내 사수인 고 창녕이 야전삽을 어루만지며 대기하고 있다.

"군대 어디든지, 전입자에게는 나름의 신고식이 있다. 너희들이 그 유명한 병참대의 일원이 된 것을 환영하는 의미로 지금부터 정신교육을 실시하겠다. 고 상병 실시해!"

"네, 전병장님!

"세 놈 다 엎드려뻗쳐!"

쫙!

내 사수의 명이 떨어진지 채 일초도 되지 않아 우리는 엎드려뻗친 상태가 되어 그들을 올려다본다.

"지금부터 매타작을 실시하는데, 아프다고 비명을 지르거나 엄살을 피우는 놈은 더 맞을 줄 알아라! 지금부터 내가 때릴 때마다 그 숫자를 헤아리도록!"

이어 바로 세 놈 중, 가운데 있는 좌측의 강용기라는 놈부터 비명에 가까운 헤아림이 나온다.

"하나!"

"복창소리가 작다!"

"둘!"

그런데 와중에도 내 느낌에 뭔가 엉성하다. 보통 엉덩이에 빠따를 치면 뒤에 서서 올려 부치는 것이 상례인데, 내 사수는 그의 앞머리 앞에서 내려치고 있다. 그러니까 야전삽이 위에서 히프로 떨어지는 형국이다. 그렇게 열 몇 대가 진행되어 더는 못 견딘 강 일병이 그 자리에 나동그라지자 이제는 내 차례인데, 가까이 오니 술 냄새가 확확 풍긴다. 그러나 말거나 내 위에서 매는 떨어지고 나는 복창을 할 수 밖에 없다.

"하나.........!"

나마저 열대가 넘어가자 도저히 못 견디고 앞으로 픽 쓰러지자, 이제는 남은 옆의 유 일병 차례가 되어 곡소리가 신나게 난다. 아무튼 그렇게 되게 얻어맞고 절뚝거리며 점호준비를 마쳤는데, 강용기 일병이 안 보인다.

궁금해도 물을 수 없는 분위기라 꾹 참고 점호를 받았는데, 취침자리조차 그가 안보이니, 신경 쓰이는 정도가 아니라 은근히 걱정이 된다. 이윽고 소등이 되고 잠자리에 눕는다. 그런데 도저히 낮에 맞은 자리가 아파 똑바로 누워 잘 수가 없다.

유독 아픈 부위를 만져보니 꼬리뼈다. 나는 고통으로 이를 악물고 똑바로 자려하나 도저히 안 되겠다.

똑바로 안 누워 잔다고 또 터지는 한이 있더라도 고개를 옆으로 해서 모로 누워 자는데, 옆의 유일병도 마찬가지인지 나를 보고 누워 입모양으로 '아파 죽겠다'는 말을 연발한다. 그 이튿날 기상하여 억지 아침점호를 마치고, 식당을 향해 가는데 도저히 뛰는 것은 고사하고 걷기도 힘들다.

남 안 볼 때 몇 번을 쉬어가며 식당에 가서 억지로 밥을 한 그릇 타먹고 오전 근무를 하는데, 고통이 점점 더 하다. 실제 꼬리뼈가 이렇게 중요한지는 태어나서 처음 알았다.

아무튼 이대로는 도저히 안 될 것 같아서 보급관인 중사에게 이야기를 하고 의무대가서 치료를 받아야 하나 말아야 되나 망설이고 있는데, 갑자기 여러 명의 헌병이 우르르 병참대로 들이닥친다. 그리고 중사 하나가 우리에게 엄포를 놓는다.

"모두 꼼짝 마! 내가 호명하는 놈은 순순히 헌병대로 갈 것."

"상병, 강 태민!"

"네!"

"상병 고창녕!"

"네!"

헌병대라는 말만 들어도 겁부터 나는데, 차례로 호명된 사람을 보니 직업군인을 제외한 병참요원 전부가 헌병대로 연행되는 게 아닌가! 이쯤 되니 병참대장이 화가 나서 헌병중사에게 소리를 친다.

"이게 뭔 일이야? 하나 둘도 아니고 전 병참요원을 헌병대로 다 잡아가다니.........?"

"저도 자세히는 잘 모릅니다. 상부의 지시로 구타사건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 명령이 내려와, 이 조치를 취하고 있는 중입니다."

"뭐? 상부? 상부가 도대체 어디야?"

"직접 명을 내린 곳은 3군단사령부지만, 진원지는 육본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럼, 이거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잖아?"

"저도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됐습니까?"

"어쩔 수 없지. 상부의 지시라면."

할 수 없이 자신의 예하 병력을 보내야하는 병참대장의 얼굴에 쓴 웃음이 맺힌다. 맞은 우리는 그냥, 구타 용의자 세 명은 포승줄에 묶인 채 헌병대로 굴비 꿰이듯 엮여가니, 졸지에 병참대는 직업군인만 남아 우리를 멍하니 쳐다보고 있다.

* * *[몇 월 며칠, 00시부터 00시 0분까지 부대 앞 00상점에서 누구, 누구 등 세 명은 오가피주 5병을 마시고, 새로 전입 온 조수들의 정신교육 차, 야전삽으로 엉덩이를 각각 10여 차례 이상 가격한 사건인 바, 일병 강창녕 외 두 명은 전치 8주 이상의 치료를 요하는 부상을 입은 상태로, 부상병 3명은 곧 국군수도통합병원으로 후송조치하고, 범인 3명은 금일부로 군사령부 영창으로 이송 조치한다]위의 사항이 헌병대 조사 결과 최종 내려진 조치다. 나는 바로 또 따블빽을 싸서, 자대 엠블런스에 실려 군군수도통합병원으로 후송조치 된다.

여기서 나는 그동안 행방이 묘연했던 강창녕 일병을 만났는데, 이 강 일병에 의해 모든 사건이 백일하에 폭로되어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다. 강 일병에 들은 바에 의하면 이렇다.

원래 강 일병은 KIST에 재학 중인 학생으로 원래는 군 면제에 해당되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는 남자라면 꼭 군대에 다녀올 필요가 있다는 생각으로 휴학계를 제출해 자원입대한 사람이다. 나는 그의 말을 듣고 한동안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나같이 나라에 충성(?)하고자 하는 멍청이가 또 한 명 있는가 싶어 무척 반갑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어이가 없기도 했다. 아무튼 빠다를 맞은 그날 그는 바로 여단 내의 의무대를 찾아가 입원하는 한편, 육본의 소장으로 있는 자신의 외삼촌에게 전화를 걸어 지금의 상태를 하소연 했던 것이다.

이때는 이미 군을 필해야겠다는 순수한 의지는 퇴색하고 마음에 고참들의 부당한 횡포에 독기를 품은 상태로, 구타 사건을 좀 더 과장보고까지 했으니, 바로 육본 장성에 의해 예하대로 사건을 조사하라는 명이 떨어져, 사건이 크게 확대됐던 것이다. 이런 사건 정도야 군내에 비일비재한 일로 어떻게 보면 병참대 고참병들은 한 마디로 재수가 없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튼 훗날 들은 바로는 이 사건에 연루된 고참병들은 모두 군사재판을 받고, 남한산성으로 이송되어 형을 살아야 하는 처지로 전락되었다. 또한 나와 같이 이송된 유재철 일병은 고대 재학 중 휴학계를 내고 군에 입대한 사람이다. 특이하게도 공수부대에 차출되어 공수훈련 중, 낙하가 잘못 되는 바람에 허벅지에 큰 부상을 입고 완치되어 우리 부대로 전출되었다가, 이런 변을 맞아 또 병원신세를 지는 처지가 된 사람이다.

한 마디로 병참대 조수들을 학벌을 보고 유능한 인재들을 뽑았는데, 그 중에는 막강한 빽이 있는 놈도 있어, 윗고참들이 되게 당한 케이스라 하겠다. 내가 이렇게 병원생활을 하는 중에 상부 즉 육본 장성에 의해 병가로 인한 의병제대가 추진되고 있었다.

나는 그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면회오는 사장단과 비서진들에 의해, 제대로 치료를 받을 수 없는 상태로 내몰리고 있었다. 병원의 위치가 서울 내 등촌동에 있었으므로 가능한 것이다.

-----------------------------------------------============================ 작품 후기 ============================군대 문제는 다음 회로 마무리 짓고, 차차회부터는 본격적인 사업 내용이 다시 전개됩니다. 많은 사랑 부탁드리고요, 즐거운 한 주 되세요!

^^참, 댓글에 유전 등 좋은 내용을 많이 올려주셨는데, 앞으로도 이런 부분의 많은 조언을 부탁드리겠습니다!

^^ 사업 아이템도 좋고, 대단위 광산도 좋습니다!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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