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경제 대통령-42화 (42/135)

< -- 대원, 그룹으로 거듭나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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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풉........!"

무엇이 우스운지 가벼운 웃음과 함께 손으로 입을 가리고 있는 라니아 안을 보니 문득 내 행동을 되돌아보게 된다. 지금 이 순간 나는 너무 진중하지 못하다는 생각을 하고, 사람이 바뀌어 다시 내온 차를 천천히 마시며 자세부터 고친다.

앞으로 쏠린 상체를 바로하고 몇 번의 헛기침으로 목을 가다듬은 내가 진중하게 묻는다.

"먼저 조 전무님께 묻겠습니다. 해운에서 잔뼈가 굵어 전무까지 오르신 분이니 이 분야에는 해박하시겠습니다만, 우리 대원 해운이 당장 필요로 하는 선박은 뭐라고 보십니까?"

"자체 물동량은 중동에 수출을 주로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선 컨테이너선과 일부의 벌크선이 필요로 할 것으로 봅니다."

나는 조 전무의 등치가 그래서 말투가 아주 느긋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말을 어찌나 바르게 하는지 한국어에 유창하다는 라니아가 고개를 갸웃거릴 정도로 빠른 말씨다. 나는 그의 대답이 만족스러워 고개를 끄덕이며 묻는다.

"해운이라는 것이 자체 물동량만 가지고 수지타산을 맞춘다는 것이 상당히 어려울 것 아니겠습니까?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내가 돌려 말했지만 국내 타 회사나 외국의 물량을 수주해올 수 있느냐는, 영업력을 물어본 것이다.

"제가 이 분야에만 이십 년을 넘게 종사해오다보니 비교적 발이 넓은 편이죠. 게다가 제 자랑은 아니지만 동문들의 활약이 대단하니 한 숟가락 얹는다면 웬만한 선사의 물량은 충분히 확보 가능하다고 자신하고 있습니다."

"좋습니다. 저는 신 사장님이 추천한 분이라, 더는 질문을 드리지 않겠습니다. 왜냐하면 신 사장의 사람을 보는 혜안을 철석같이 믿거든요. 아무튼 원하시면 바로 대원해운의 사장님으로 모시겠습니다. 그리고 월급은 동종 분야의 최고 대우를 해드릴 것이며, 밑의 직원선발권까지 모두 일임해 드리겠습니다.

단 모든 권한을 갖되, 그만큼의 성과로 보답을 해달라는 당부를 드리고 싶습니다. 대한민국의 최고 해운사로 키워주십시오, 더 나아가 세계 최대의 해운사로 거듭나길, 당부 겸 부탁을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믿고 맡기시는 만큼 소신껏 열심히 일해 보겠습니다. 그렇지만 저도 사내입니다. 성과가 미흡할 시에는 스스로 옷 벗고 나가겠습니다."

다부진 결의를 표하는 조 전무 아니 이제는 사장이니, 조 사장을 보니 왠지 믿음이 간다. 그래서 나는 그에게 우리 해운사의 발전발향에 대해 확실히 지침을 준다.

"우리 회사가 신생회사라 앞으로 상당한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예상되지만, 조 사장님의 결의를 보니 쉽게 헤쳐 나갈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그래서 제가 구상하고 있는 해운사의 모습을 잠시 설명하고자 합니다. 종전의 조 사장님의 말씀대로 가되, 다음은 우리가 많은 기름을 운송해야할 처지가 될 겁니다.

해서 컨테이너선 다음에는 다량의 유조선을 우선적으로 확보해주시고, 그 다음이 벌크선이 되겠습니다. 원유는 물론 여타 광물자원 즉 예를 들어 철광이나 석탄 등의 자원을 개발해 국내는 물론 해외에 수출하자면 많은 벌크선이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그 뿐 아닙니다.

이 후에는 곡물에도 손을 댈 예정이니 충분한 톤수를 확보해, 우선적으로 우리의 해상 운송에 차질이 없도록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회장님의 뜻이 무엇인지 알겠습니다. 발전 단계별로 대원의 물동량 운송에 차질이 빚어지는 일이 없도록 선제적 조치를 취해나겠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선박은 어찌 할 것인지요? 중고를 구입하실 것인지? 아니면 제작 의뢰를 할 것인지? 아니면 어느 부실한 해운사라도 인수할 의향이 계시 온지요? 다 나름대로의 일장일단이 있습니다만?"

"어디 물량이 나온 곳이 있습니까?"

"범양 해운이 막대한 부채로, 부도가 나서 지금 시중에 나와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 회사를 인수하는 방향으로 가격을 알아보시되, 웬만하면 인수하는 방향으로 하십시다. 그리고 그 밑에 있는 직원들은 사장님이 알아서 채용여부를 결정시기 바랍니다."

"알겠습니다. 일단 그렇게 추진하도록 하겠습니다."

"더 궁금한 점이 있습니까?"

"질문도 업무 파악이 되어야 하는 것이니, 일단은 되었습니다. 추후에 궁금한 것이 있으면 일괄 질문토록 하겠습니다."

"좋습니다. 그럼, 그렇게 아시고 오늘부터 일을 보시는 게 어떻습니까?"

"당장 오늘부터 웃통 벗고 일하죠."

"하하하.........! 아까부터 옷 벗는 말씀을 자주 하시는데, 숙녀가 둘씩 있는데, 아무리 열이 많은 체질이라도 감안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껄껄껄........! 앞으로는 고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나의 농담에 같이 웃으며 답하는 그다. 그가 막 나가려고 일어서는데 잠시 내가 그를 막고 내 말을 전한다.

"참, 옆에 계신 아가씨에 대해 들으셨는지 모르겠지만 국제해운 분야에 상당히 조예가 깊은 모양입니다. 해서 도움이 되었으면 하고 보내 드릴 테니, 잘 대우해주세요."

"껄껄껄........! 저런 아가씨라면 열이라도 마다하지 않겠습니다. 그럼, 저 먼저........."

조 사장이 나가자 나는 자연스럽게 미모의 라니아에게 시선이 간다.

"라니아 안의 구체적으로 전공분야가 뭡니까?"

"해운의 국제적 운영시스템입니다. 이 분야의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네? 실례지만 라니아 양의 나이가 올해 몇 입니까?"

"27입니다."

"상당히 빠른 편이죠?"

내가 배석한 신 사장과 정 비서실장을 바라보며 묻는다.

"한국 나이로 치면 28쯤 될 텐데, 빨라도 상당히 빠른 편이죠. 우리나라마냥 군대를 안 간다 치더라도, 하긴 우리나라도 여자는 상관이 없지만........"

"하하하........!"

비서실장의 말에 모두 웃음을 터트리는데 라니아의 말은 한술 더 뜬다.

"미국에서 수재소리를 들으려면 이 정도 나이에 박사 학위는 기본입니다."

"하하하........! 그렇습니까? 그런데........."

여기서 나는 라니아의 에머랄드빛 눈을 정시하며 과감하게(?) 묻는다.

"혹시 결혼 하신 것은 아니죠?"

"네? 저 아직 처녀입니다. 내가 그렇게 늙어 보여요?"

그녀의 지나친 반응에 내가 강력하게 손까지 저으며 부인한다.

"그게 아니고........ 지금 외모상의 나이로는 스물 서넛 즉 23~4살 정도로 보입니다만, 일곱이라서 혹시 몰라서 물은 것이니 오해는 마시기 바랍니다. 그런데 우리의 애초의 의도대로 라니아 양이 국제운영 시스템을 구축한다고 합시다. 얼마나 걸립니까? 한시적이죠?"

"네, 당연히 짧은 기간 안에 끝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 다음은? 귀국할 예정이십니까? 아니면 저희 회사에 계속 근무할 의향이 계십니까?"

"보수만 맞으면 어머니의 나라고, 어머니의 강력한 뜻이 계시니, 계속 근무할 생각이나 보수가 맞을 런지.......?"

내가 바로 받는다.

"우리 계열사 중에 대원-싸이펨 엔지니어링이라는 회사가 있습니다. 합작회사인데요, 싸이펨이라는 회사가 이탈리아 국적입니다. 그래서 그들과 접촉하려면 당연히 이탈리어에 능통한 사람이 하나쯤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평소부터 늘 해왔습니다. 해서 묻겠습니다. 이탈리어 통역은 가능하시겠지요?"

나의 말에 라니아가 자신있게 대답한다.

"당연히 아버지가 이탈리아 사람이라, 어렸을 때부터 말을 배워. 이탈리아어는 아주 능숙하죠. 글도 물론이고요."

"한글도 능숙하게 읽고 씁니까?"

"그럼요.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께 매 맞고 배운 글과 말인데 어찌 잊어요? 그 것 뿐이 아니 예요. 아시다시피 미국에서는 대부분의 상류층 사람들이 거의 필수이다시피, 제2외국어를 마스터하는데 저의 제2전공은 독일어예요. 그래서 모국어이다시피 한 이탈리어와 한국어 그리고 독일어를 좀 하죠"

"당연히 영어는 능통하시겠지요?"

나의 썰렁한 농담에 주위에 한동안 웃음꽃이 핀다.

"좋습니다. 그럼, 일단은 해운 사에 국제적 운영시스템을 갖추어 줄 때까지는 주임으로 거기에 파견근무를 하시고, 그 일이 끝나면 비서실로 돌아와 통역 겸 비서 일을 하시면 어떻겠습니까? 직급은 이때는 대리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물론 보수는 일차적으로 본사 규정에 따르겠습니다만, 협상의 여지는 있습니다. 우리 회사의 보수가 대한민국 최고이니 아마 어느 정도는 만족하실 것으로 예상은 하지만 말입니다.

"뜻에 따르겠습니다."

말을 마친 라니아가 나와 신 사장 그리고 정 비서실장에게 새삼스럽게 다시 인사를 한다. 이것으로 그녀와의 면담도 끝났다.

원래는 오늘 한 건 더 면담이 잡혀있지만, 오늘 이상하게도 피곤을 느낀 나는 일정을 급히 취소한다. 그리고 급히 집으로 향하려는데, 정 비서실장이 그만 나의 발목을 잡는다. 내가 막 자리에서 일어나려는데 그가 같이 일어나며 말한다.

"회장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만.........."

"뭔 데요? 참, 얼마 전에 남자 비서를 하나 두라는 지시는 어찌 됐습니까?"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정 대리의 예를 보아, 최소한 4개 국어 이상 할 줄 아는 재원을 찾다보니 쉽지가 않습니다."

"기왕 이렇게 된 것, 라니아 양을 비서로 채용했으니, 그 일은 회사가 좀 더 큰 뒤에 거론하기로 하죠. 혹시 이사님이 필요하시다면 당장 뽑아도 좋고요."

"아, 아닙니다. 기획실이 거의 남정네들이라 저도 그만 됐습니다."

"하하하.........! 용건이 뭐라 하셨죠?"

"어제 야간에 전 차장보로부터 제게 전화가 왔었습니다. 처음에는 회장님을 찾는 전화였지만 댁에 계시다고 하니까, 저보고 오늘 한 사람을 만나보라 하더군요. 회사 근처로 보낸다고."

"뭐하는 사람인데요?"

"전 정보부 제1차장 이었다고 하는데 금번 김재규가 부장으로 오면서 브리핑 도중에 되게 깨진 모양입니다. 그것도 많은 부하들과 간부들 앞에서요. 그 양반이 성질이 여간 급합니까? 하여튼 이에 심한 모욕감을 느낀 그가 홀연히 사표를 던졌다고, 저보고 회장님께 말씀드려 적극 영입하라고 하더군요. 아주 뛰어난 인재라고 거듭 칭찬을 하면서요."

"허허허........! 오늘 저녁때는 또 그 양반으로부터 술사라는 전화가 빗발치겠고 만."

"그럴 지도요. 면담 결과 그 사람이 저는 마음에 들어 대기시켜놨는데 한 번 만나보시겠습니까?"

"정 이사님과 추천한 사람의 면을 보아서라도 만나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들여보내시죠."

"네!"

기분 좋게 나가는 정 비서실장이다. 잠시 후.

비서실장의 뒤를 따라 들어오는 사람이 있다.

말쑥하게 차려입은 사십대 초반의 남자다. 생긴 것은 툭 튀어나온 이마에 두터운 뿔테 안경을 썼다.

대개 이런 사람의 경우는 머리를 길게 길러 튀어나온 앞이마를 가리는 것이 상례이나 이 사람은 아주 자랑이라도 하듯, 당당하게 머리를 올백으로 빗어 넘겼다. 때문에 첫인상이 아주 재주가 많고 자신만만하게 보인다.

정 비서실장의 안내를 받아 내 앞에 단정히 서는 그다. 앉아있는 나에게 비서실장이 '회장님 이십니다'라는 말에, 가볍게 목례를 건네고 자신을 소개한다.

"이 주찬입니다."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내가 천천히 일어나 그의 손을 잡으며 나도 자신을 소개한다.

"강 태민입니다. 일단 앉으시죠. 앉아서 얘기합시다."

"네."

자리에 앉자마자 정 양이 생글생글 웃으며 차 주문을 받는다.

'이거 또 왜 이러나? 강력한 경쟁자가 생겨서 그런가?'

내심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커피를 주문한다. 나머지 둘은 홍차로 통일한다. 내가 막간을 이용하여 그에게 질문을 한다.

"제1차장이면 차관급 아닙니까?"

"맞습니다."

"1차장이면 주로 무슨 업무를 담당합니까?"

"해외 파트입니다."

"외국어에도 능통하시겠군요."

"어느 정도는 요."

내가 염려스러운 것을 묻는다.

"차관급이면 우리 회사로서는 거물급인데, 직급이 낮아도 상관이 없겠습니까?"

"아주 낮지만 않으면 상관없습니다.

"흐흠.........! 그 이유를 물어도 될까요?"

"우선 작전차장보의 강력한 권유가 있었고요. 또 하나는 신생기업이라는 게 마음에 들었습니다. 기존 그룹들은 무언가 답답한 느낌인데 비해, 무한한 발전성과 활기가 느껴져 면담 차 찾아뵈었습니다. 듣기로 또 회장님이 영악하고 철저히 계산적이지만, 때로 온정적인 면도 많다고 해서 끌렸습니다."

이 주찬의 대답을 듣고 나는 잠시 내온 차를 마시며 생각에 잠겼다가, 갑자기 깨어나며 비서실장을 부른다.

"비서실장님!"

"네?"

"이 주찬 씨를 미래전략기획실장으로 임명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정 이사님께서는 비서실장직만 수행하고요. 이제 기업의 덩치가 커지다보니 두 개의 보직을 동시에 수행하기에는 아무래도 벅차지 않겠습니까?"

"글쎄요........!"

잠시 생각을 하던 비서실장이 말을 다시 시작한다.

"생각해보니 맞는 말씀이긴 합니다만........ 아무래도 하나를 손에서 놓으려니 좀 서운하긴 합니다만......... 그룹의 미래를 생각하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봅니다. 하긴 요즘 저도 점점 무리를 느끼고 있던 참이었으니까요."

"동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주찬 씨, 들으셨죠?"

"네!"

"들으신 대로 미래전략계획실장은 장래 회사의 먹거리, 사업의 타당성, 또 현재는 정보 및 경호부서까지 운영하고 있는 그룹 내 요직 중의 요직입니다. 직급은 부장급이고, 월급은 1차장 시절보다 많으면 많았지, 적지는 않으리라 봅니다. 어떻습니까? 의향이 있습니까?"

"저에게는 과분한 직책이나 최선을 다해 수행해 보겠습니다."

"좋습니다. 내일부터 출근하셔서 정 이사님으로부터 인수인계부터 받으시죠."

"네.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벌떡 일어나 씩씩하게 걸어나가는 그를 보며 정 비서실장은 아쉬움인지 홀가분함인지 모를 긴 한숨을 뿜어낸다. --------------------------============================ 작품 후기 ============================날시가 무척 춥네요!

^^내일은 더 추워진다고 합니다.

미리 단단히 채비하시고 즐거운 하루 되시길..........!

^^선작, 코멘, 추천은 작가를 신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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