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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대통령-41화 (41/135)

< -- 대원, 그룹으로 거듭나다 -- >

3그러고 보니 어느덧 점심시간이다.

때가 되니 또 고민이다. 무엇을 먹을 까로. 어제도 비용을 많이 지출했는데, 오늘 까지 그럴 수는 없다. 그래서 나는 사무실에서 그냥 짜장면이라도 한 그릇 시켜 먹을 생각으로, 정양에게 중국집 전화번호를 묻는다.

"어디 잘 하는 중식집 있으면 전화번호 좀 알려주세요?"

"그것은 제가 잘 압니다."

오히려 정 비서실장이 나선다. 평소 짜장면을 즐기는 모양이다. 지난번에도 그랬고.

"회장님 짜장면보다 팔보채는 어떻습니까? 그러면 저도 먹을 수 있겠는데? 헤헤헤.......!"

"정 대리는 살찐 다고, 평소 중식을 좋아하지 않잖아요?"

나의 물음에 정윤희 양이 좀 더 살가운 미소로 답한다.

"그것은 해물이라 저도 먹을 수 있거들랑요."

'그건, 그렇지. 여덟 가지 귀한 재료로 만든다는 팔보채의 대부분의 재료가, 해물이나 버섯류이긴 하지.'

나는 내심 생각을 하며 고개를 끄덕이다가, 종내에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큰 소리로 말한다.

"그럼, 3인 분 시키세요."

"감사합니다. 회장님!"

'흐흐흐........!

정 양이 생긋 웃음을 짓는데 반해, 나는 음흉한 웃음을 내부에서 흘리고 있다. 잠시 후, 팔보채가 큰 접시에 배달되어 온다.

나는 당번을 자청해 직접 골고루 섞은 다음 비서실장부터 한 그릇 먼저 퍼준다. 그리고 정 윤희 양에게도 한 그릇을 퍼준다. 그런데 나는 일부러 정양에게는 팔보채 재료중의 하나인 닭고기살만 골라 퍼 담아준다. 그것도 모르고 정양은 손수 퍼주는 내 성의에 감격해(?), 깨지락거리면서도 잘도 먹는다.

나는 이를 보고 흐뭇하게 웃으며 자그맣게 꾸며진 방으로 들어간다. 아주 작은 칸막이 방에 아무 장식도 없고, 단지 덩그랗게 야전침대 하나와 메모를 할 수 있는 탁자와 필기도구만 놓여있을 뿐이다.

나는 벌렁 침대에 누워 아주 얇은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쓴다. 이내 깊은 잠에 빠진다. 그리고 얼마 후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시계를 보니 5분전 오후 1시다. 나는 급히 화장실로 달려가 간단하게 세면을 하고 오후의 면담에 대비한다.

내가 막 화장실을 나오는데 정양이 화장실 쪽으로 온다. 내가 희심의 미소를 지으며 말을 건다.

"팔보채는 맛있게 드셨습니까?"

"네, 오래 간만에 아주 맛나게 잘 먹었습니다. 다음에 또 시켜주세요. 네?"

"네. 그러지요. 그런데........"

"무슨 할 말 있으세요?"

"팔보채에는 닭고기도 들어가는 것 아세요?"

"그래요? 해물과 버섯만 들어가는 것, 아닌가요?"

"닭고기도 일부 들어가는데 제가 전부 닭고기 살은 윤희 씨 드렸다는 것 아닙니까?"

"네? 뭐예요!"

후다닥 화장실로 달려가는 정 양이다. 그러더니 상상임신이라도 됐는지, 묘한 소리가 한동안 계속해서 들려온다.

"하하하..........!"

나는 대소를 터트리며 천천히 회장실로 향한다. * * *대원건설의 정 태순(개명) 사장과 면담이 잡혀있다.

정 사장이 들어오고 나서 뒤늦게 차를 내오는 정 양의 표정이 상당히 쌀쌀맞다. 나는 내가 한 행동이 있어서 그러려니 하지만, 정 사장은 이유를 모르니 고개를 갸웃거린다. 저런 모습을 처음 본 까닭이다.

"정 비서에게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모르겠습니다."

나는 시침을 뚝 떼고, 그에게 가볍게 질문을 던진다.

"공사는 잘 진행되고 있죠?"

"네. 야간에도 횃불을 들고 일할 정도로 열심히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어느 날은 사우디 국왕이 밤에 지나가시다가 이 광경을 보고, '무슨 일인지' 물으셨고, 수행하던 관계자가 대답하길, '한국의 대원건설이라는 업체가 낮은 물론 밤에도 저렇게까지 열심히 공사를 하고 있다'는 답을 들으시고는, 아주 흡족해 하시며, '앞으로 한국의 대원건설에는 일감을 더 많이 주라'는 고무적인 지시를 했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를 사우디 관계자로부터 듣고 나 역시 기분이 무척 좋았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으니 저 역시 기분이 좋군요. 그런데 그렇게 밤낮으로 일을 하면 공기가 상당히 단축되겠는 데요?"

"그렇습니다. 한 6개월 정도는 준공기일이 앞당겨 질 것 같습니다."

"건설에서 공기단축은 곧 원가절감 아닌가요?"

"애초의 계획보다 빠른 공사의 진행으로, 사분의 일 정도는 더 이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감사하고, 고마운 일이군요. 그런데 다른 문제는 없습니까?"

"모든 주거시설과 작업 환경이 열악하지만, 불평불만을 가지면 끝이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저부터 근로자까지 참고, 열심히 일할 뿐이죠."

그런데 내 머리에 이 순간, 퍼뜩 근로자 아내들의 모습이 떠오르는 것은 무슨 까닭인가? 그것도 대낮에 시장바구니는 들고, 카바레에서 제비족들과 어울려 춤을 추는 모습이 연상이 되자, 나는 급히 정 사장에게 묻는다.

"근로자의 월급은 제날짜에 잘 나가고 있죠?"

"여부가 있습니까? 그 뜨거운 열사의 땅에서 비지땀을 흘리며 열심히 일하는 것도 다, 그 돈 몇 푼 때문인데, 제 날짜에 안 주면 난리가 나죠."

"그런데 휴가도 있습니까?"

"아직까지 그런 제도는 없습니다만."

"그들도 재충전을 시켜야 열심히 일할 것 아닙니까?"

"그야 그렇습니다만.........?"

"전 근로자는 물론 간부들에게도 1년에 보름씩 귀국 휴가를 주세요."

"네? 그러면 왕복항공료하고, 그 동안의 손실분을 감안하면 엄청난 돈이 생으로 들어가는데요?"

"다 사람이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인데, 그 정도는 베풀어주어도 이익이 많이 남지 않습니까?"

"회장님은 다 좋은데, 가끔 너무 보살 같은 마음씨 때문에........ 에잉........ 쓸데없는 돈이 자꾸 들어간단 말이야. 사업은 비정해야 하거늘........"

작지만 들으란 듯이 대놓고 푸념을 하는 정 사장을 나는 달랜다.

"그들도 인간, 우리도 인간인데, 그렇게 합시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도록 계획을 짜겠습니다."

"그런데, 삽교천 방조제 건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죠?"

"알기로 3일 후가 입찰 마감일로 알고 있습니다."

"견적은 다 됐겠네요?"

"다 나왔다는데, 미처 자세히 살피지는 못했습니다."

"좋습니다. 그럼, 이 자리에서 담당자를 부르도록 하죠."

"네."

"정 대리!"

"네, 회장님!"

아직도 외면을 하고 대답을 하는 그 모습이 또한 우습다. 나는 밸이 없는 건지, 원?

"건설의 수주과장을 좀 불러주세요."

"네."

정양이 물러나 전화를 하고 있는 동안 나와 정 사장은 삽교천방조제 공사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길이가 3.3km가 넘고, 최대너비가 168m요, 높이가 12~18m 라는 등, 이것이 완공되면 8,400만 톤을 저장할 수 있는 삽교호가 조성되어, 근처 4개 면의 농업용수가 완전 해결되고, 염해피해도 방지할 수 있다는 등의 내용이다. 또한 부수적으로 관광명소로 부각되어 관광수입을 얻을 수 있다는 등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한 사내가 회장실로 들어와 우리 쪽으로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부르셨습니까? 회장님! 수주과장 김 명도입니다."

군대 제대한지도 꽤 되는 것 같은데, 절도 있는 행동이 보기 좋다.

"거기 좀 앉아요."

"네."

"견적은 다 냈습니까?"

"네."

"얼마나 나왔습니까?"

"159억 5천만 원입니다. 회장님! 타사와의 경쟁이 치열한 까닭에 금액을 많이 다운시켰습니다."

"흐흠.........! 이게 지금까지 대한민국 건설 역사에서 공사비도 그렇지만, 어렵기로 따지면 손가락 안에 드는 공사인데, 그 단가에 과연 이익이 얼마나 남겠습니까?"

"20%를 예상하고 있습니다. 회장님!"

"조금 더 올리세요."

"네?"

"자네 귀먹었나? 회장님이 올리라면 올릴 것이지, 반문은?"

정 사장의 말에 약간은 위축된 모습의 김 과장이 약간은 작아진 목소리로 묻는다.

"얼마나 올릴까요? 회장님!"

"168억으로 올려 쓰세요."

"네, 알겠습니다. 회장님!"

"괜찮을까요? 회장님!"

정 사장이 우려스러운 목소리로 묻는다.

"나만 믿으세요, 정 사장님!"

가슴까지 두드리며 큰소리를 쾅쾅 치며 아주 자신만만하게 말하는 나다.

왜냐? 실제 전 율산건설이 이 금액에 수주했기 때문이다.

그것을 어떻게 알고 있느냐고?

전생에서 내가 결혼을 하고 신혼여행을 간곳이 온양온천이었다. 그래서 그곳에서 택시를 대절해 구경 온 곳이 삽교천방조제다. 일정을 미리 잡고 마누라에게 자랑할 양으로, 이 방조제의 공사 금액이며, 이 방조제에 얽힌 비극적 역사까지 모두 달달 외워 마누라에게 자세하게 설명을 해준 일이 있기 때문이다.

이 방조제는 실제 율산건설에서 수주해, 1979년 10월 26일 날 준공식을 가졌다. 이 역사적인 준공식에 참석했던 박 대통령이 이날 바로 상경해, 밤중에 궁정동 만찬에서 참변을 당해 비명에 가는 아이러니가 벌어진다.

이 방조제를 대부분 건설했던 율산은 당시에는 이미 그룹 자체가 풍비박산 나, 그 흔적조차 찾을 수 없는 상태였다. 어찌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니라 하겠는가! 아무튼 이곳하면 또 하나 기억나는 것은 당시 신혼여행지인 이곳에서 산낙지 회를 처음 먹어보았다는 사실이다.

곁에는 어여쁜(?) 새색시가 보고 있는데, 입안에서는 살아서 연신 꿈틀꿈틀하는 놈을 뱉을 수도 없고, 삼키자니 안에서 까지 그럴 것 같아. 억지로 꼭꼭 씹어 다 삼킨 생각을 하면, 지금도 웃음이 나온다. 그 덕분에 나는 또 하나의 대공사 수주를 목전에 두고 있는 것이다.

내가 수주과장을 돌려보내고 과거의 추억에 빠져 잠시 딴생각을 하고 있는 동안, 갑자기 신 사장이 들이닥친다. 대화도중 이렇게 막무가내로 들어올 사람은 아닌데, 무슨 일인가 하여, 내 시선이 자연스럽게 그에게로 향한다.

나는 표정만으로 묻고 있다.

'무슨 일이냐고?'

신 사장이 내 곁으로 다가오더니 말한다.

"일전에 '해운의 권 이사 고사 건' 말입니다."

"네."

나는 금방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 대답한다. 신 사장의 예기인 즉 '권 순호 이사가 내가 그를 대원해운 사장으로 임명하려 했더니, 해운에는 자신이 없다고, 끝내 고사하는 바람에, 그를 임시 사장으로 임명한 사실'을 말하는 것이다.

"그래서 제가 독단으로 해운전문가를 이쪽저쪽 수배하고, 영입의사를 타진하던 중, 현 대한해운의 전무로 계신 조 원식 씨가 저의 영입제의에 의해 응할 의사로 방금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우스운 것은, 전에 이 일로 답답해서 미국의 큰형님과 통화를 했는데, 형님께서 이쪽 분야에 밝은 전문가를 파견해 창업에 도움을 주겠다고 해서, 응한 사실이 있습니다. 그런데 온 사람이 글쎄 미모의 아가씨지 뭡니까? 저는 전문가라 해서 중년의 사내를 기대하고 있었거든요."

"허허....... 그런 일이 있었어요? 그럼, 그 아가씨도 지금 도착해 있다는 얘기죠?"

"네. 함께 만나보시겠습니까?"

"그럼, 그렇게 하도록 하죠."

우리의 이야기가 여기에 이르렀을 때, 오후에 잠깐 급한 일로 모처를 다녀온다던 정 비서실장 까지 들이닥친다. 이쯤 되자 건설에 대한 안건은 대충마무리 지은 셈이라 나는 정 사장을 바라보며 말한다.

"정 사장님, 이쯤에서 우리의 이야기는 끝내고, 다음 기회에 언제 술이라도 한 잔 하면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 할 수 있는 기회를 갖죠."

"출국인사는 별도로 드리지 않겠습니다. 그럼........"

"집에는 다녀오셨어요?"

"어제 도착해서 하룻밤을 묵었습니다."

"아무튼 고생이 많으신데, 좀 더 수고 좀 해주세요."

"네!"

말없이 목례를 보낸 정 사장이 뚜벅뚜벅 사라진다. 그가 나가자마자 교차해 남녀 두 사람이 들어오는데, 나는 전혀 남자 쪽은 잠시 어떻게 생겼는지 알 수가 없다.

왜?

쭉쭉빵빵 정도가 아니다. 도저히 한국인에게는 볼 수 없는 체형이다.

과도하게 튀어나온 가슴과 급격히 들어간 허리 라인에서, 과감하게 퍼지기 시작한 히프 라인이, 정말 모든 남성의 혼을 쏙 빼놓을 정도다. 정말 너무나 뛰어난 몸매의 소유자에 얼굴 또한 할리우드 배우 뺨치게 생긴 미인이 들어오고 있는데, 냄새나는 사내에게로 시선이 옮겨지겠는가?

잠시 넋을 잃고 있던 내가 비서실장의 큰 기침 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사내 쪽을 바라보는데, 사십대 후반의 사내치고는 풍채가 아주 당당하다.

키도 크고 덩치도 좋은데다, 배까지 나와 있으니, 절로 사장감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외모다.

"어서 오세요, 두 분!"

내 대신 신 사장이 두 사람을 반긴다. 정 양은 두 사람에게 살짝 목례만 건네고 있다.

"이리 앉으시죠."

신 사장이 내 맞은편 소파를 가르키는데, 이쯤에서 내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조 원식이라는 사람에게 손을 내밀며 말한다.

"외람되지만, 회장으로 있는 강 태민이라 합니다."

"나의 내민 손을 잡지도 않고 빤히 나를 한동안 바라보던 조 원식이라는 사람이 한참 후에나 손을 잡으며 말한다.

"얘기는 신 사장으로부터 들었지만, 생각보다도 더 젊어 보이십니다. 조 원식 올습니다."

"하하하........!

일단 앉으시죠."

그가 자리를 잡자마자 나는 바로 손을 내민다. 당연히 금발의 미모의 아가씨에게로.

"회장 강 태민입니다."

내가 생각해도 조 전무를 만날 때보다 내 자세나 말투가 좀 더 굳은 듯해, 나도 이상할 정도다.

"호호호........! 라니아 안 이라 합니다."

'미국에 안 씨도 있나?'

나는 속으로 염두를 굴리며 자리를 가리키며 말한다.

"반갑습니다. 앉아서 말씀 하시죠."

여기까지 얘기하고 내가 통역을 부탁하기 위해 손짓으로 정 양을 부르는데, 유창한 한국말이 그녀의 입에서 튀어나와 모두 뒤로 한걸음씩 물러난다.

"아버지는 이탈리아 사람, 어머니는 한국 사람이어서, 한국말 아주 잘 합니다. 통역 필요 없습니다."

"다행입니다. 천만 다행입니다."

뭐가 다행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 순간 그렇게 말하고 있다. -----------------------------------------------------============================ 작품 후기 ============================오늘은 날씨가 갑자기 무척 추워진다고 합니다!

^^미리 대비하시고,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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