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경제 대통령-40화 (40/135)

< -- 대원, 그룹으로 거듭나다 -- >

2준비할 시간을 주기 위해 나는 다음날부터 각 계열사의 사장들과 1:1 개인 면담을 갖는다.

물론 이 자리에는 정 운수 미래계획 이사이자, 비서실장만은 배석한다. 오전 9시, 내가 제일 처음 면담을 개최한 곳은 대원 인터내셔날의 이상백 사장이다.

물론 회장실에서다. 정 윤희 비서가 타다준 커피를 마시며 나는 지긋이 눈을 감고 한동안 명상을 한다. 그러다가 이 사장의 헛기침 소리에 눈을 뜨고, 명징(明澄:깨끗하고 맑은)한 마음으로, 고요히 그의 눈을 응시하며 묻는다.

"와스라 유전의 상황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습니까?"

이 사장이 침착히 답변한다.

"그간 시추한 결과를 토대로 정밀 분석한 결과 우리가 할당 받은 전 지역에 오일이 매장되어 있으나, 유감스럽게도 대부분이 지금은 개발 가치가 없는 중질유입니다."

중질유는 경질유에 비해 시추가 어렵고, 휘발유 등으로 정제하는데 큰 비용이 들어, 기름 값이 낮은 지금 상태로서는 경제성이 없다. 결론은 지금 당장은 개발 가치가 없다는 말이다. 이 외에도 또 하나의 문제점이 있으니, 이를 개발할 방법이 이 시대에는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전생에서 내 전공 분야인 만큼 꾸준히 관심을 갖고 살피고 있어서, 어느 정도는 해결 방법을 알고 있는 상태다. 그렇지만 그 방법 역시 고유가 시대에는 적용될 방법이고, 당시에도 아직 확실하게 검증이 안 된 상태이니 무어라 단언할 수 없어 낙심천만한 표정을 감추지는 못한다. 애초부터 두 왕세자의 눈치가 수상하더니, 그들도 이런 내용을 상세히는 몰라도 대충은 알고 생색내기 삼아 준 것 같았다.

지금 생각하면 그래서 내가 오한이 들 정도로 떨었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나의 이런 모습에도 여전히 담담한 표정을 짓고 있던 이 사장이 다음 말을 잇는다.

"다행히도 중심지대가 그렇고 사우디와 쿠웨이트 쪽에 각각 가까운 곳은 배사구조가 틀려, 지금 당장 개발할 수 있는 경질유가 매장되어 있는 것으로 판명되었습니다."

"하하하.......! 그 사람들이 아주 나를 갖고 노는 고만. 당장은 전혀 개발 가치가 없는 중질유 매장지대만 주자니, 너무 한 것 같아서 외각의 일부를 떼어준 것 같은데, 아닌가요?"

"그렇게 생각해도 무방할 정도로 외각만 경질유가 매장되어 있습니다."

"흐흠.........! 어쨌든 다행인데, 매장량은 확인되었습니까?"

"아직 더 시추를 하여 확인을 해보아야겠으나, 지질과 배사구조상으로 매장치를 추정한다면, 사우디 쿠웨이트 양쪽을 다 합치면, 한......... 50억 배럴은 될 것으로 추정됩니다. 당연히 가채광량은 이에 미치지 못하겠지요?"

여기서 가채광량이라는 것은 실제로 경제성이 있어서 채굴할 수 있는 양을 말한다. 내가 수정해서 다시 묻는다.

"가채광량이라도 절반쯤은 되겠지요?"

"제 예상으로는 그 보다는 조금 많은 30억 배럴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정확한 것은 계속해서 평가 공을 뚫어봐야 알겠습니다만, 사내 전문가들의 분석도 제 예상과 비슷합니다."

"하하하.........! 그래도 이게 얼마나 다행이야, 우리나라 현 원유도입량이 년 간 얼마더라?"

배석했던 정 비서실장이 재빠르게 대답한다.

"현 76년 기준으로, 년 1억5천만 배럴이면 뒤집어씁니다."

"그러면 현재 기준으로 한........ 30년은 우리 회사 매장량만으로도 공급이 가능하다는 얘기 아닌가요?"

"그렇습니다. 물론 국내의 원유소비량이 꾸준히 증가하겠지만, 최소 그 유전 둘만으로도 15년 이상은 충분히 쓸 수 있는 물량으로 판단되어집니다."

"그러면 결코 적은 물량이라고 할 수 없는 것 아냐? 이건 대형유전일세, 그려!"

"네, 그렇습니다."

나와 비서실장과의 주고받는 말을 미소 띤 얼굴로 지켜보고 있던 이 사장이 말한다.

"아직은 추정치이니 너무 좋아하시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물론, 그야 그렇지요. 아무튼 그간 애쓰셨습니다! 하하하........!"

나는 새삼스럽게 이 사장의 손을 맞잡아 격려한다. 그러나 희희낙락도 금방 끝나고, 돌연 내 표정이 심각하게 굳는다. 또한 말투도 한 톤 낮아져 확연한 중저음이다.

"하지만, 최소 78년 말 까지는 평가공은 물론 생산설비까지 완비하여 생산이 개시되어야 합니다. 이는 무엇보다 우선 시행할 지상과제요, 제 명령이기도 합니다. 아시겠습니까?"

갈수록 목소리가 확연히 커지는 나다.

"네."

"어째 자신이 없는 것인가요? 필요하다면, 사원이면 사원, 기술자면 기술자, 돈이면 돈, 그 어느 것이라도 아낌없이 쓰십시오. 대신 제 말대로 늦어도 78년 말까지는 두 유전에서 원유가 쏟아져 나와야 합니다. 이는 이 사장님에게 제가 부여한 지상과제이고, 또한 어길 수 없는 제 명령이니, 틀림없이 해내셔야 합니다.

제가 왜 이러는지는 아시고 계시죠?"

몇 번이고 강조하는 나의 말에 이 사장도 굳은 결심을 했는지 비장한 얼굴로 대답한다.

"네! 최선을 다해 해내겠습니다."

"좋습니다. 저는 이 사장님만 믿고 그날을 기대하겠습니다."

"믿고 맡겨주십시오."

"좋습니다. 그건 그렇고, 다음 문제로 정유사 정비문제와 쿠웨이트 정유사 건설문제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나요?"

"정유사 정비는 현재 65%의 공정율을 보이고 있으니, 기간 내에 무난히 끝날 것이고, 정유사 건설 문제는 현재 쿠웨이트 정부에서 부지를 선정해주는 바람에, 지금 현재로서는 기반조성 상태입니다."

"좋습니다. 그 역시 기간 내에 완공 될 수 있도록 신경 좀 써주십시오."

"네."

"국내의 사우디와 합작사 정유공장 건설 준비도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죠?"

"위치 선정만 된다면 바로 뛰어들 준비가 완벽히 되어 있습니다."

"역시 이 사장님 이십니다. 명불허전이라고 예부터 전해 내려오는 말이, 하나도 틀림이 없습니다."

"과찬이십니다."

"그런데........."

"네?"

여기서 내가 천정을 보며 한참 뜸을 들이다가 말한다.

"대화도중 번뜩 스치는 아이디어를 지금 막 구체화 해보았는데......... 중질유 개발문제 말입니다."

"네."

"이런 방법은 어떨까요?

"네?"

"중질유가 매장된 지층에 증기를 불어넣어 가열함으로써, 점성을 낮춘 뒤 지상으로 끌어올리는 시추 방법은 어떻겠습니까? 물론 이 기법은 지금의 경질유 생산 방법보다는 비용이 많이 들겠으나, 고유가 시대라면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물론 이 방법으로 그 효과부터 검증해봐야겠지만 말입니다."

"중질유는 점성이 높으니 충분히 가능성 있는 아이디어입니다. 지금 당장, 아니 현지에 임하는 대로 이 방법부터 시행해 보고, 보고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만약 보완할 점이 있다면 보완하여, 완전히 새로운 생산기법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연구진과 함께 보완 검토 하도록 하겠습니다."

나의 아이디어에 열에 들떠 반응하는 그를 보니 입가에 저절로 미소가 그려진다. 박사라더니 아직도 학구열이 식지 않은 모양이다.

사실 종전에 내가 제시한 아이디어는 어느 신문 기사에서 예전에 본 것인데, 이때 마침 떠오르는 바람에 중질유 개발에 충분한 가능성을 열었다 하겠다. 참고로 추후 와스라 유전에서 확인된 중질유 매장량은 50억 배럴이다.

이 후 나는 이 사장과 소소한 문제를 가지고 토론하다가 시간이 너무 지체되는 바람에 그를 내보내고, 지금 이 시간쯤이면 미리 대기하고 있을 다음 사장을 불러들인다. * * *다음으로 회장실에 들어온 사람은 대원-싸이펨 엔지니어링의 신임 최인준 사장이다.

"오래 기다렸습니까?"

"아닙니다. 30분 정도 기다렸습니다."

"예상보다 대화가 길어지는 바람에 미안하게 되었습니다."

"그럴 수도 있죠. 개의치 않습니다."

"시차적응은 됐습니까?"

"네, 어느 정도는 요."

"완전하지는 않다는 말인데, 어쩌겠습니까? 극복해야죠. 내 여담 좀 하죠."

이렇게 운을 뗀 나의 말이 이어진다.

"문제는 이런 사람들입니다. 날씨, 태어난 국적, 태어난 부모, 예를 들면 무수히 많겠습니다만, 애초부터 우리의 노력이나 능력으로는 바꿀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문제를 가지고 불평을 하거나, 자포자기하는 사람들을 보면 참으로 못 낫다는 생각이 들더란 말입니다."

여기서 나는 말을 끊고 최 사장을 빤히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우리가 노력한다고 아니면 불평한다고 계절을 바꿀 수가 있습니까? 아니면 내 부모를 바꿀 수 있습니까? 당연히 어쩔 수 없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입니다. 이렇게 불가항력적인 것은 순순히 받아들이고, 그 기반 위에서 내 노력을 쏟아 부어야지요. 내 능력으로는 어쩔 수 없는 것을 가지고 평생을 불만하며, 불행하게 사는 사람들을 보면 참으로 한심한 생각이 들어서요. 쓸데없는 얘기가 길었습니다만, 시차문제도 이 범주라 생각하니 엉뚱한 생각이 들어서요."

"맞는 말씀입니다."

"소감이 어떻습니까?"

"어깨가 무겁습니다. 회장님께서 믿고 맡기셨는데 어떻게 하던, 이 공사뿐만 아니라, 우리 대원 엔지니어링이 국내 1등, 더 나아가 세계 1등이 되도록, 밤잠을 잊고 뛸 생각입니다."

"하하하........! 듣고 보니 나조차 기분이 업(UP) 되는 것이, 아주 좋습니다. 그런데 요는 주베일 항만 공사가 지금까지의 최대 금액의 공사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난공사인데, 해낼 자신은 있습니까?"

"안 되면, 바다에 빠져 죽을 각오로 무슨 수를 쓰더라도 해내야죠."

"그 각오부터가 아주 좋습니다. 그럼 저는 최 사장님의 그 각오를 믿고, 오늘밤부터 편안히 두 발 쭉 뻗고, 숙면을 취하도록 하겠습니다."

"하하하........! 괜히 그런 각오를 피력했나봅니다. 회장님만 두발 쭉 뻗고 주무시면 왠지 저만 손해 보는 느낌이 드는 것은 왜 일까요? 하하하........! 농담이었습니다."

"전체 공사 인원을 산정해보셨습니까?"

"최소 3천, 많게는 4천, 적정선은 3천오백 명 정도의 인부는 가져야 된다고 봅니다."

"미리 연락은 드렸지만, 어제부로 사장이 된 분치고는 대답이 상당히 구체적인데 요?"

"사우디에 있을 때부터 만약 내가 이 공사를 맡는다면 어떻게 해나갈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해왔고, 실제적으로도 구체적 수치까지 뽑아보기도 했습니다."

"하하하......! 아무튼 좋습니다. 그렇게 까지 하니, 내 좀 더 기대를 하고, 좀 더 구체적인 수치에 대해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여기서 나는 호흡을 고르기 위해 잠시 쉰다.

"항만공사에 들어갈 구체적인 콘크리트 소요량과 철강 자재는 얼마나 됩니까?"

"콘크리트는 5톤 트럭 기준으로 20만 대, 철강 자재는 1만 톤 선박 기준으로, 12척이 소요될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신임 사장임에도 막힘없이 대답하는 그가 대견하기고 하고 믿음직 해 나까지 신명이 올라 거침없이 묻는다.

"그렇다면 그것을 도면에 의해 철 구조물로 제작하면 얼마만한 물량이 나옵니까?"

"10층 규모의 빌딩 기준으로 89개 내지 90채가 나옵니다."

"하하하.........! 좋습니다. 아주 구체적으로 정말 많은 연구를 하셨군요."

"그렇다면 이 어마어마한 물량을 한국에서 구매를 해서, 12,000km를 운송해서, 헬기 등을 동원해서 하역하고, 그것을 또 현지의 인부를 통해 제작하자면, 얼마나 많은 비용과 시일이 소요되겠습니까? 물론 현지에 나가 있는 인부들의 임금은, 한국에 있는 근로자들보다 최소 1.5배 내지 2배가 비싸다는 것은 감안해야겠죠? 게다가 현지의 열악한 시설하며........ 아무튼 이렇게 하고도 준공기일과 수지타산을 맞출 수가 있겠습니까?"

"그래도 저는 가능하다고 봅니다. 물론 모든 것이 빠듯합니다만."

"좋습니다. 역발상으로 콘크리트 구조물과 철구조물만이라도 한국에서 제작해 바지선을 통해 현지로 끌고 가는 방법은 어떻겠습니까?"

"저는 거의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봅니다. 그 많은 물량을 필리핀의 태풍권과 곳곳의 암초를 피해 하나도 유실시키지 않고, 현지까지 도착시킨다는 것은 정말, 신이 보호하사, 행운이 아니면 불가능에 가깝다고 봅니다."

"그래요?"

그의 불만족스러운 대답에 나는 여기서 기분이 팍 상한다. 벌써 내 눈꼬리가 상큼 치켜올라가는 것을 보고 그도 느꼈는지 자세부터 바로 하고 본다.

그런 그를 보니 이것은 당시 기준으로 지극히 정상적인 반응이요, 생각이라는 생각이 들자, 내가 너무 감정적으로 대할 일이 아니라는 생각에, 잠시 차를 마시며 마음을 가라앉힌다. 그리고 고요한 어투로 말한다.

"나는 가능하리라고 확신합니다. 하려고 하는 의지만 있으면 무엇이든 다 가능한 것입니다. 그러니까 여기서 저를 설득할 생각 말고, 회사에 부임하거든, 간부들과 좀 더 적극적으로 이 안을 검토해서, 가급적 수용하시기 바랍니다."

내가 확신에 차서 단호한 어투로 말하자, 최 사장도 더는 이의를 제기하지 못하고 입을 굳게 다문다. 원 역사에서 실제로 정 회장이 해낸 일을 나라고 못할 일은 없다고 본다.

그랬기에 내 마음가짐은 신념에 차 있었고, 말투는 단호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 다음에도 잠시 동안 대화가 이어졌지만, 이 문제가 둘의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한, 당연히 대화는 겉돌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나는 이쯤에서 대화를 끝내고, 좋은 말로 그를 격려해, 보낸다.

"나는 믿습니다! 최 사장님을! 최 단기간 내에, 최저의 가격으로, 기필코 해낼 것을........"

나의 광신도 같은 표정과 격려가, 그 때는 미처 몰랐다.

장래에 어떤 파장을 불러올지..........! -----------------------------============================ 작품 후기 ============================졸려서 나중에 수정하겠습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시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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