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경제 대통령-34화 (34/135)

< -- 예비 재벌의 사소한 나날 -- >

2저녁 7시.

황제 룸싸롱.

내가 5분 전 7시에 어렵게 찾아들어가니, 전두환과 노태우가 미리 와서 기다리고 있다가, 나를 반갑게 맞는다.

"어서 오시오. 강 회장!"

"제가 좀 늦었죠?"

전두환이 자신의 손목시계를 힐긋 보더니 말한다.

"아직 늦지는 않았소. 5분 전이요."

"그래요? 그럼, 다행이고. 우리 안으로 들어가죠. 어디 자리는 잡아놨습니까?"

나의 물음에 노태우가 간단하게 대답한다.

"아직........."

"참, 그러고 보니 아직 인사를 안 누었네. 이보게, 친구! 서로 인사나 나누게."

전두환의 말에 노태우가 나에게 손을 내밀며 말한다.

"노태우입니다."

"하하하.........!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강태민이라 합니다."

우리가 이렇게 인사를 나누고 있는 사이, 마담이 다가오더니 주저주저 말을 붙인다.

"저기........ 혹시 이분은 대원의 강 회장님 아니세요?"

두 번의 기자회견으로 이제 얼굴이 많이 팔리긴 팔렸나보다. 술집의 마담까지 금방 알아보는 것을 보니. 내가 엷은 미소를 띠고 답한다.

"맞습니다. 두 분이 단골이라고 해서......... 오늘 신세 좀 지겠습니다."

"호호호........! 영광 이예요! 박 마담으로 불러주세요."

말을 하면 손을 내미니 손을 안 잡을 수가 없다. 언뜻 보니 삼십대 후반으로 보이는데 아직도 미태가 남아있고, 손도 나긋나긋하다.

"오늘 하는 것 봐서, 저도 자주 들리도록 하겠습니다."

"최고의 손님으로 모실 테니, 그 점은 염려마시고, 언제든지 들려주세요."

둘이 여전히 손을 잡은 채 수다(?)를 떨고 있는데, 전두환이 퉁명스럽게 말한다.

"마담! 어서 방이나 주시오."

"아이고, 내 정신 좀 봐! 얘들아! 아니 강군.........!"

가볍게 자신의 머리를 쥐어박으며 호들갑을 떨더니, 곁에 있는 젊은 웨이터에게 결국 시선이 간다.

"강 군아, 1번 방 준비되었지?"

"네, 세팅 끝내고, 얘들도 대기시켜 놨습니다."

"좋아! 따라 오세요."

손가락을 힘차게 튕긴 박 마담이 앞장을 서서 안내를 하는데, 연신 볼륨감 있는 히프가 좌우로 씰룩인다. 이윽고 금박의 1자가 도드라진 방으로 들어가니, 첫눈에 안이 상당히 넓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정면에는 간이 무대와 함께 전자 올겐이 한 대 놓여 있고, 그 앞은 춤이라도 출 수 있도록 제법 넓은 공간이다. 그리고 그 앞에 큰 테이블 하나를 기준으로 ㄷ자 형의 배치도 인데, 출입구 쪽을 제외하고는 전부 의자가 두 개 놓여있다. 출입구 쪽만 간단하게 의자가 한 개 놓여있다. 그리고 화장실도 안에 있는지, 화장실이라는 팻말도 좌측에 보인다.

내부를 슥 한 번 훑어 본 내가 멈칫거리고 서있는데, 전두환이 말한다.

"오늘의 주빈이니 강 회장이 헤드테이블에 앉지 그래요?"

"아이고, 새파랗게 젊은 놈이 거기 앉으면 욕먹습니다. 두 분 중에 아무나 한 분이 앉으세요."

나의 말에 더는 사양도 없이 전두환이 뚜벅뚜벅 걸어가 상석에 앉는다. 즉 바로 무대 앞으로 양 측을 거느릴 수 있는 자리다. 내가 우측에 앉자 노태우가 반대편에 가서 자리를 잡는다. 우리가 자리를 잡자 문가에 있는 의자에 간신히 엉덩이 끝만 걸친 마담이 묻는다.

"바로 아이들 들여보낼까요?"

그 말에 내가 즉각 제지를 한다.

"우리끼리 나눌 이야기가 있으니, 아가씨들은 잠시 후에 들여보내고, 우선 술이나 한 잔 주세요."

"그럼, 비록 퇴계일망정 한 잔씩 올릴 테니 잡수시고, 욕이나 하지마세요."

"박 마담이 퇴계면 우리 마누라는 뭐요? 해골만 남은 송장인가?"

"아이, 너무 하세요. 저를 띄워주시는 것은 좋지만 사모님을 그렇게 못 되게 비유하시다니요."

"하하하.........! 사실이 그런 걸, 어쩌라고."

두 사람의 주거니 받거니 하는 말에 노태우가 끼어든다.

"우리마누라는 꿔다 놓은 보리자루 같소. 영 애교가 없단 말이오, 애교가."

"흥, 여기서 계속 사모님들 흉보시면 제가 나중에 다 이를 거예요."

"어........ 종전의 내말 취소요."

"나도 동감이오."

전두환이 먼저 백기를 들고 노태우도 이내 꼬랑지를 내린다.

"자, 술도 한 잔씩 따랐으니 우리 건배 한 번 합시다. 주제는, 음........ 그냥 잘 먹고, 똥이나 잘 쌉시다. 어떻소?"

"어이~ 친구! 그러면 쓰나. 강 화장도 계신데. 대원의 발전도 축수하고, 또 각하의 안녕도 기원해야지."

전두환의 말에 노태우가 정정을 한다. 이를 받아 전두환이 호탕하게 웃으며 말한다.

"하하하.........! 그럼, 이렇게 하지. 대원의 무궁한 발전과 대통령 각하의 만수무강을, 위하여!"

"위하여!"

전두환의 선창에 나와 노태우가 우렁차게 후창을 하는데, 거기에는 가녀린 목소리의 박 마담도 동참을 하고 있다.

"술 한 잔 얻어먹었으면, 나가봐."

박 마담의 술은 노태우가 따라준 술이다. 전두환의 말에 마담이 부러 샐쭉한 표정으로 엉덩이를 흔들며 사라진다.

"강 회장, 우리에게 할 말이 있소?"

마담이 사라지자마자 바로 직설적으로 묻는 전두환이다.

"사실은 오늘 아침에 회의를 했는데, 경호 문제가 대두되었습니다. 그래서 혹시 주변에 쓸만한 경호 요원이 있으면 추천 좀 해주십사 하고요."

나의 말에 무척 뜸을 들이는 전두환이다.

"음........ 있긴 있는데......... 추천해도 될라나........?"

"근무태만이나 비리로 짤린 사람은 싫고요."

"그런 것은 아닌데........ 여보, 친구! 그 강 길만 이라고 있잖아? 요즈음은 괜찮나?"

나의 말에 전두환이 노태우에게 어느 사람의 동향을 묻는다.

"음, 요즈음은 정신 차린 것 같던데. 이혼도 하고 정리할 것 다했다며, 다시 복직할 수 없느냐고, 얼마 전에 나한테 물으러 왔었어."

"그 사람 성실하니, 괜찮겠지?"

전두환의 동의를 구하는 말에 노태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한다.

"정신만 차렸으면, 그 만한 요원도 없지. 몸 안 사리지. 무예는 또 어떤가? 아마 합하면 최소 15단은 되지?"

"정말, 아까운 놈 하나, 마누라 잘 못 얻는 바람에 신세 조져놨지."

둘의 주고받는 말이 끝났는지 전두환이 나를 보고 말한다.

"아주 유능한 요원 하나가 있었는데, 사적인 문제로 몇 달 전에 관뒀지. 그런데 친구의 말을 들어보니, 요즈음에는 모든 문제가 해결되고, 다시 일자리를 구하는 것 같으이. 그 사람에 대해서 한 번 더 알아보고 내 연락을 주기로 함세."

"정말, 믿을만한 사람이죠?"

"아무려면 대한민국의 신성 강 회장을 경호하는 일인데, 함부로 아무나 추천할 수 있나? 아주 쓸만한 놈이니, 그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오."

"그 외, 또 쓸만한 사람 없습니까?"

"찾아보면 주변에 많지. 다만 보수가 맞아야지."

노태우의 말에 내가 의자를 끌어당기며 말한다.

"보수야, 우리나라에서 우리 기업이 최고를 줍니다. 그러니 그런 문제는 걱정 마시고, 유능한 사람들이라면 얼마든지 추천 좀 해주세요."

"얼마나 구하는데?"

턱을 길게 빼고 묻는 전두환의 물음에 내가 답한다.

"당장은 아홉 명이지만, 유능한 사람이 많다면 달리 생각을 해야죠."

"어떤 생각?"

"이참에 전문 경호업체를 차리는 것은 어떨까요?"

"그거 좋은 생각이지만 수지 타산이 맞을까?"

노태우의 말에 내가 자신있게 대답한다.

"제가 이래 뵈어도 장사꾼 아닙니까? 그런 문제에 대해서는 걱정 붙들어 매시고, 많이 추천이나 해주세요. 참........ 정보부 요원 중에 쓸만한 사람은 없습니까?"

"물론 퇴직한 사람 중에 말 하는 것이겠지?"

"당연하죠."

노태우의 말에 내가 맞장구를 친다.

"그들을 데려다, 뭐 하시게?"

전두환이 점잖게 묻는다.

"앞으로는 필히 정보시대가 올 것입니다. 당장이라도 세계 어느 나라에서 발주를 하는지, 유망기술은 어디서, 어떻게, 어디 까지 개발이 되고 있는지, 등 다양한 쓸모가 있죠. 들으셨겠지만 일본의 종합상사의 정보능력은 웬만한 나라의 정보부를 뺨친다잖아요."

"맞는 말이야. 내 그 쪽도 알아보고 연락을 주는 것으로 하지."

전두환이 자신 있는 표정으로 대답을 하고 대화의 마무리를 짓는다.

"이쯤하고, 아이들이나 들여보내, 신나게 놀다 가지."

"좋습니다!"

잠시 후, 묘령의 아가씨들이 꽃단장을 하고 들어오고 그때부터 분위기는 무르익는다.

다음 날.

나는 정 비서실장에게 아침 일찍 전화를 건다.

청와대에서 추천하는 경호원이나 정보요원이 있으면 만나보고, 정 실장 단독으로 채용여부를 결정하라고 통보한다. 그리고 바로 집으로 내려간다. * * *오늘은 날씨가 무척 춥다.

거의 2월의 끝자락인데도 동장군이 물러가기 싫어서인지 대단히 횡포를 부린다. 그런 날 나는 서두른다고 서둘렀어도 거의 점심 무렵이 되어서야 청주에 도착한다.

곧바로 나는 택시를 잡아타고 어머니가 경영하는 사업체로 직행한다. 거기서 나는 점심을 얻어먹고 어머니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거의 저녁 무렵이 되어서야 집에 도착한다.

집에 가만히 있자니 무료하고, 정희도 보고 싶어서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 만나자고 한다. 저녁 7시아직도 겨울의 끝자락이라 해가 짧아 이 시간이 되자 주변은 어두컴컴하다. 다만 추운 날씨에 가로등만이 하나 둘 켜져 어둠을 사른다.

가로등이 일렬로 나열된 길을 나는 외투 깃을 세우고,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고 정희와 나란히 걷는다. 우리의 주유 데이트 코스인 무심천 제방변이다.

"춥지?"

매달리듯 팔짱을 낀 정희가 내 물음에 서슴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엄청 추워!"

"내 외투 벗어줄까?"

"자기는 어떡하고?"

언제부터 이 호칭으로 불렀는지 몰라도, 그녀의 입에도, 내 귀에도 이제는 친숙하게 들린다.

"사내대장부가 이까짓 추위쯤이야.........!"

나는 허세를 부리며 외투를 벗어 그녀에게 걸쳐준다.

"그런데, 나 이제 뭐 하지?"

"당연히 재수해서 좋은 대학에 들어가야지."

"재수는 죽어도 싫어. 나 어디 취직하면 안 될까?"

"취직.........?"

혼자 곰곰이 생각하다가 다시 내가 묻는다.

"정말 그렇게 공부하기가 싫어?"

"'공'자만 들어도, 머리가 흔들릴 정도야."

"하~! 그 정도면 정말 문제는 문제다. 그래, 어디 취직자리는 알아봤고?"

"그걸 내가 왜 알아봐? 내 옆에 전 국민이 다 아는 '강 회장'이라는 분이 계신데."

"참, 내.........."

어이가 없어서 말이 안 나온다. 한참 있다가 내가 확인 차 재차 묻는다.

"정말, 취직하고 싶어?"

"응!"

서슴없이 답하는 정희다.

"특기가 뭔데?"

"나 있잖아. 주판 잘 놓거든. 이래보여도 주산이 3단이야. 경리는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 사근사근하기도 하고."

"엄청 상냥하다?"

"그럼, 내가 애교가 없단 말이야?"

"왜 대화가 그쪽으로 튀는데?"

"그 말이, 그 말 아니야?"

"쓸데없는 소리.........!"

일갈하고 위엄을 세우는데, 이 몸이 배신을 때린다.

외투를 벗어주고 나니 추위로 몸이 부르르 떨리는 것이다. 정희도 이것을 느끼고 말한다.

"자, 이 옷 가져가고. 추운데 우리 어디 들어갈까?"

'사내 체면 다 구기네!'

나는 혼자 속으로 궁시렁거리며 그녀가 벗어 내미는 외투를 다시 그녀에게 입혀주며 말한다.

"그래, 어디든 가자."

"오빠가 경영하는 술집에 한 번 가볼까? 어떻게 하고 있나 보게."

그러고 보니 이제 그녀도 고등학교를 졸업했으니, 술집에 가도 누가 뭐랄 사람이 없다. 그녀의 말을 듣고 새삼 그녀를 돌아보니, 양 갈래 머리가 어느 순간 생머리로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왜 그렇게 새삼스러운 눈으로 쳐다봐."

"예뻐서."

"쳇! 예쁘면 뭘 해. 데이트도 자주 안 해주면서."

"내가 바쁘니까. 그렇지."

"알긴 아는데, 그래도 서운해."

"그럼, 우리가 자주 만나려면 서울에 천상 취직을 시켜줘야 한다는 결론인데, 서울에 잘 때는 있어?"

"이모네 집이 있지롱~!"

말끝에 혀를 쏙 내미는 그녀다. 갑자기 그녀의 혀를 삼키고 싶은 충동이 든다.

새삼 주변을 둘러보니 추워서인지 지나는 행인이 하나도 없다. 눈치를 보던 내가 갑자기 그녀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 쥔다.

놀란 그녀의 눈이 커진다.

이내 나의 하는 짓이 무엇을 요구하는지 깨닫고 두 눈을 꼭 감는다.

나는 서슴없이 그녀의 입에 입을 맞춘다. 꼭 다문 입이 덜덜 떨리고, 코에서는 비음이 새어나온다.

"음........! 음.........!"

나는 몇 번을 거듭해 그녀의 입을 혀로 두드린다. 그녀가 마지못해 살짝 입을 벌린다.

끝의 새하얗고 고른 치열이 보인다. 그녀의 이들 두드리다가 그녀의 혀끝을 감미롭게 안팎으로 스치고 쓰다듬는다.

하는 대로 그냥 비음만 흘린 채 상채가 서서히 가라앉는 그녀다. 나는 그런 그녀를 끌어올려 이번에는 입안 깊숙이 혀를 밀어 넣는다.

그녀의 호흡이 더욱 급박해지면서 점점 나는 그녀의 몸무게를 느낀다. 이렇게 하길 얼마.

"아.........!"

그녀의 긴 탄성과 함께 우리의 첫 키스가 끝나고, 다리가 풀린 그녀는 그 자리에 주저앉는다.

"업어!"

나는 쪼그려 앉으며 그녀를 업을 준비를 한다.

"누가 보면 어쩌려고?"

아직도 상기된 얼굴로 말하며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그녀다.

"누가 보면 좀 어때? 애인 사이에 업어주는 것도 흉인가?"

"우리 사이가 애인 사이야?"

"그럼, 뭔 사이야?"

"난 오래 사귀다보니 부부 사이로 착각했네. 메롱 이다."

갑자기 업히려다 달아나는 그녀다.

'이거 어디서 많이 본 장면인데.'

속으로 투덜거리며 나는 영화와는 달리 금방 그녀를 따라잡아, 냉큼 업고 만다.

처음에는 싫다고 버둥거렸지만 내가 몇 대 엉덩이를 살짝 살짝 때리자 얌전해지는 그녀다. 그렇지만 내 머리 위의 그녀는 지금 사방을 훑고 있는 중이다. 탄력 넘치는 둔부에 더욱 힘을 주어 바짝 끌어안으며 내가 말한다.

"대원건설에 취직시켜주려는데, 잘 할 수 있겠어?"

"응, 취직만 시켜줘 봐. 그러면 내 능력을 금방 알 수 있을 거야."

"경리로?"

"응!"

"지금 오빠한테 가고 있는 건데 괜찮지?"

"응."

"'응' 밖에 모르니?"

"응!"

"푸 하하하.........!"

"헤헤헤.........!"

-----------------------============================ 작품 후기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시고........!

^^3종 세트는 작가를 춤추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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