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경제 대통령-33화 (33/135)

< -- 예비 재벌의 사소한 나날 -- >

1다음 날.

내가 사무실로 출근하니 이것은 돛대기시장이 따로 없다.

그동안 사업이 계속 커나가는 관계로 정말 돌아서면 또 뽑을 정도로 사원들을 채용하다보니 동진 빌딩은 금방 포화상태가 되었다. 그래서 우리는 부근에 있던 동방빌딩의 7,8층을 얻어 이사를 했다. 그래도 이것은 두 층에 팔백 명의 사원들이 근무하다보니, 사람에 치어 사무를 제대로 볼 수 없을 지경이다.

이 모양을 한동안 우두커니 서서 지켜보던 나는 모종의 결심을 하고 단출한 회장실로 직행한다. 회장실에는 이미 정윤희 양이 출근해서 사무를 보고 있다가 내가 출근하자 반갑게 맞는다.

"안녕하세요? 회장님!"

"안녕 못하오."

"네?"

"어제 막걸리를 그렇게 많이 마셨는데 안녕할 턱이 있소. 지금도 속이 부글부글 끓는 것 같소."

"이를 어쩌나.........? 해장국을 끓여드릴 수도 없고........."

"커피나 한 잔 주세요."

"네!"

"잠깐!"

"네........?"

돌아서 나가는 정윤희 양을 내가 제지한다. 그런데 그녀는 뒤태는 그냥 둔 채 목만 돌려 묻고 있다.

"너무 빼어나게 예쁜 것도 죄지요?"

"무슨 말씀이신지.........?"

"어제 만찬장에는 괜히 같이 같다가, 대통령의 노여움만 샀으니........?"

"호호호........! 각하께서 회장님을 마음에 두고 계신 듯한데, 제가 눈치도 없이 옆에 끼었으니, 많이 못 마땅하셨을 거예요."

"그게 아니고 정윤희 씨와 같은 뛰어난 미인을 제가 옆에 끼고 있으니, 질투가 나서 그랬지 않았을 까요?"

"어머, 망측해라! 이는 희롱 정도가 아니라 저를 갖고 노는 거라고요."

"그 정도로 과했다면 제가 사과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호호호........! 사과는 안하셔도 되는 데?

"그럼, 홧김에 커피에 뭐라도 집어넣었을 것 아닙니까? 하다못해 소금이라도 약간."

나의 말에 정 윤희 양이 몸을 부르르 떨더니, 괜히 호들갑을 떤다.

"어머, 어떻게 아셨죠? 헙.........!"

"커피는 관두고, 간부들이나 소집해 주세요."

"네~!"

끝이 축 쳐지는 대답을 들으니 기분이 묘하다.

잠시 후.

간부들이 회장실로 줄줄이 들어와 자리를 잡는다. 대충 서로 간에 인사가 끝나자 내가 먼저 말문을 연다.

"오늘 출근을 하다가 새삼 느낀 것인데요. 사무실이 좁아도 너무 비좁더군요. 이대로는 너무 비능률적일 것 같은데, 무슨 묘안이 없겠습니까?"

이때 노크 소리가 들리더니 생각지도 못한 건설의 정 사장이 들어온다.

"이 시간에 어쩐 일이십니까?"

"출국인사나 드리고 가려고 들렸습니다."

"오신 김에 잠시 앉았다 가지죠. 드릴 말씀도 있고요."

"그러지요, 뭐! 그런데 커피는 안 줍니까?"

"아직 우리도 전입니다. 곧 내올 겁니다."

대신 답을 하는 비서실장이다.

"어디까지 얘기 했죠?"

"사무실이 너무 비좁다고 방안을 강구하라 하셨습니다."

정 비서실장의 말에 내가 재차 촉구를 한다.

"좋은 방안이 없습니까?"

"이는 천상 보다 넓은 곳으로 이사를 하는 외에는 방법이 없지 않겠습니까?"

권순호 이사의 말에 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한다.

"그게 가장 쉬운 방법이기는 합니다만......... 내 생각에는 이참에 아예 우리 사옥을 하나 짓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안 됩니다. 절대 그런 허튼짓을 해서는 안 됩니다."

강력한 발언에 모두 시선이 일제히 정태수 사장에게로 쏠린다.

"이유라도 있습니까?"

"목수가 제 집을 지으면 망하고, 대장간에 식칼 한 자루 없는 게 제대로 된 경영입니다. 그런 곳에 헛돈을 들이게 되면 자금압박을 받게 되고, 이는 대원 전체에 파급효과가 미칠 것입니다."

사실 정 사장의 말이 일면 맞긴 맞는 말이다. 그래서 그런지, 아니면 철학관 관장의 말을 너무 믿어서인지, 정 사장은 사업이 망하기 전까지도 번듯한 사옥 하나 없이 사업채를 꾸린 사람이다. 사옥이라야 은마아파트 내 상가에 있던 건물이 유일 했으니까. 아직도 그것만은 무슨 연유인지 그의 소유로 남은 것으로 알고 있다.

각설하고 내가 말을 한다.

"정 사장님의 말씀이 옳긴 합니다만, 매번 회사가 커질 때마다 이사를 다닌다는 것도 번잡스러운 일이고........ 마침 내가 강남에 부지 15,000평을 사놓은 것이 있어서 드린 말씀입니다."

"차라리 그곳에는 강남이 번창할 것에 대비해 선점의 개념으로 백화점과 호텔을 짓는 것이 백 번 나은 장사일 겁니다."

정 사장의 말에 나는 갑자기 탁자를 탕 치고 벌떡 일어나 말한다.

"아.......! 좋은 발상이오, 아주 좋은 안이오. 그런데........ 한 가지 정 사장님이 간과한 게 있습니다."

"네........?"

나의 말에 모두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내 입만 주시하고 있다. 나의 답을 바라나, 나는 역으로 그들에게 질문을 한다.

"호텔과 백화점이 무슨 업종이죠?"

"그야 당연히 서비스 업종 아닙니까?"

신 사장의 말에 나는 단호하게 말한다.

"틀렸습니다!"

"네.......?"

"여러분도 잘 아시는 맥도널드 햄버거나 월마트 등이 그들의 장사로만 돈을 번 줄 아십니까? 물론 백화점이나 햄버거가 번창하고 잘 팔린 것도 무시할 수 없지만, 그 보다는 그들은 부동산으로 더 많은 돈을 벌어 오늘날 세계적인 기업이 된 것입니다. 점포를 낼 부지 선정 시, 그들은 반드시 땅값이 오를만한 곳에 점포를 냈습니다. 그렇게 해서 돈을 벌었으니, 차라리 부동산업이라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 것입니다.

마침 이때 정양이 커피를 내와 잠시 입을 축인 나의 말이 이어진다.

"마찬가지 이유로, 강남은 반드시 땅값이 오릅니다. 그냥 오르는 정도가 아닙니다.

아마 폭등을 할 것입니다. 그런고로 먼저 자리를 잡아 영업의 이익도 누리지만 아마 부동산이 오르는 값에 비하면 그 영업이익은 미치지 못할 것입니다.

그런 이유로 사옥도 부동산 투자로 보면 됩니다. 미리 오를 곳에 지어났다가 많이 올랐을 때 팔고, 또 다시 좀 더 오를 만한 외곽으로 이전하면 됩니다.

그런 이유에서 저는 사옥도 이번에 같이 짓겠습니다. 그 대신 나중에 팔 때 건물은 헐값이니 아담하게 12층 정도로 짓겠습니다.

"전략기획실장님!"

"네, 회장님!"

"내 주소를 줄 테니, 그곳에 호텔과 백화점, 사옥을 짓는 방안에 대해서 적극 검토해보세요."

"네, 회장님!"

나의 말에 이마에 골을 잡고 곰곰이 생각에 잠기는 정 태수 사장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의 말이 이어진다.

"아마 셋을 다 짓기는 터가 부족할 겁니다. 그래서 내가 알기로 아직도 채소밭과 뽕밭으로 남아 있는, 곁에 붙은 땅을 좀 더 사들여서, 이를 시행하는 방안을 한 번 강구해 보세요. 대신..........!"

돌연 내가 여기서 말을 끊으며 표정이 엄숙해진다.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가랬다고, 아주 세밀한 검토를 해야 합니다. 이는 이 사업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적용되고 검토 보완 되어야할 사항입니다."

"네, 회장님!"

대답을 하는 정 실장의 표정은 자신만만하고 신명이 오른 표정이다.

"그런데....... 회장님! 한 가지 청이 있습니다,"

신 선우 사장의 어려워하는 말에 내가 답한다.

"무엇이든 가리지 말고 말씀해보세요."

"어제 공항에서 보셨듯이 이젠 경호에도 신경 쓸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어제 만약 청와대 직원들이 안 나왔다면 하마터면 일이 크게 벌어질 번하지 않았습니까? 게다가 이제 회장님은 두 번의 기자회견으로, 거의 전 국민이 다 아는 스타, 아니 공인이 되셨습니다. 그러니 어떤 일을 당할지 모르는지라, 각별히 신변 안전에 유의해야 하지 않을까 해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흐흠........! 그 말도 일리가 있습니다만, 그렇게 되면 자연히 내 자유가 구속되는 것인데........."

참으로 난감하다. 앞으로 어떤 성가신 일을 당할지 모르니 경호가 필요가 하긴 한 시점이다. 그러나 경호원을 두면 내 행동이 자유롭지를 못하다. 내가 선뜻 결정을 못 내고 망설이고 있는데, 간부들이 모두 나서서 한마디씩 한다. 모두 경호원을 두자고.

"그럼, 2인씩 3교대로 6명만 고용하죠."

"너무 적습니다. 쉬는 조도 있어야 하고, 앞으로는 운전수도 있어야 하니, 그도 경호 가능한 요원으로 선발한다고 치면, 최소 3명이 12시간씩 2교대를 하고, 한 조는 비번으로 돌리면, 9명은 있어야 됩니다. 이것도 최소한의 숫자입니다."

신 사장의 말에 내가 답한다.

"그럼, 경호원을 9명두는 것으로 하되, 경호요원에 대해서는 제가 한 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경호' 문제를 이야기 하니 갑자기 전두환 차장보가 생각나서 그에게 한 번 알아볼 생각으로 내가 그렇게 답한 것이다.

"한 가지 더........."

"또 뭡니까?"

신 사장의 말에 또 성가신 일을 당할까봐 미리 언성이 높아지는 나다.

"이제 회장님도 대학에 들어갈 예정이니 지난번 말씀처럼 차 한 대는 있어야겠고, 또........"

"뭔 말인가 속 시원히 해보세요."

주저하는 신 사장을 향해 독촉하는 나다.

"다른 회사의 회장님이나 사장단들은 캐딜락 아니면 벤츠인데, 우리만 똥차인 포니를 타고 다닐 라니, 좀 남부끄럽기도 하고 품위가 안서는 것 같습니다."

"허허......! 이제 돈푼 좀 만지더니, 전부 부자놀음 하자는 겁니까? 뭡니까? 사옥과 달리 차는 완전히 소비재지 않습니까? 좋은 차 탄다고, 누가 공사 한 건을 더 주기라도 합니까? 아니면 거저 수출이 된답니까? 괜히 큰 차일수록 기름 값만 더 들고, 보험료만 더 내는 것 아닙니까?"

"꼭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회장님! 어디 관청을 드나들어도 큰 차를 탄 사람은 쉽게 통과시키는데 반해, 우리 같이 똥차나 끌고 다니는 사람은 저희들 할 짓 다하면서, 늦장을 부리니 이만저만 손해가 아닙니다. 그리고 막말로 이렇게 죽기 살기로 뛰는 것은, 품위 생활도 좀 했으면 하는 바람에서 인데, 한마디로 품위 유지가 안 된단 말입니다.

더 더군다나 외국에서 바이어나 VIP라도 올라치면........."

지금까지 조용히 입을 닫고 있던 자금담당 상무 강동운이 입을 열자 아주 청산유수다.

"그렇게까지 말하니 사긴 사되, 중고차로 사세요."

"네?"

"알겠습니다. 회장님! 명대로 중고차로 사겠습니다."

항의하려는 강 상무를 눈을 껌벅껌벅 해서 말린 신 사장이 재빨리 대답한다. * * *간부들이 모두 나간 뒤 나는 지갑을 뒤적여 명함을 꺼내든다. 그리고 그것을 정윤희 비서에게 건네 연결을 하라고 지시한다.

전생에서 내 좌우명의 하나가

'DO it now!'

이다.

생각나면 즉시 행하는 나의 습관 때문에 많은 덕을 보았다. 그래서 현생에서도 그대로 행하는 경우가 아주 많다.

내가 잠시 생각에 빠져있는 동안에 정 양이 전화기를 내게 넘겨준다.

"접니다."

"하하하.........! 정말로 전화를 주셨네요. 나는 농인 줄 알았더니........"

"오늘밤 시간 어떻습니까?"

"마침 비번이라 가능은 합니다만......... 참 한 사람 더 데려가도 됩니까?"

"누군데요?"

"행정 차장보 노태우라고, 나하고 둘도 없는 친구입니다."

"하하하........! 환영합니다."

"아는 사람입니까?"

내가 즉석에서 허락하자 의문이 든 모양이다.

"작전 차장보의 친구라는데 그 사람 또한 얼마나 뛰어난 사람이겠습니까? 얼마든지 같이 모시겠습니다."

"하하하.........! 시원시원해서 좋소. 그럼, 어디서 만날까요?"

"제가 술집을 알면 얼마나 알겠습니까? 그야........ 차장보께서 정하셔야죠."

"그럼, 00에 있는 '황제 룸싸롱'은 어떻습니까?"

"시간은?"

"7시에 만나는 것으로 합시다."

"그럼, 그때 뵙겠습니다."

"하하하........! 이따 봅시다."

공짜 술이 생겼다고 아주 좋아하는 머리 벗어진 사람이다.

아직은 아닌가?

------------------------------------============================ 작품 후기 ============================겨우 한 편 더 써서 올립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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