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경제 대통령-32화 (32/135)

< -- 일약 스타가 되다 -- >

7어둑어둑 해지는 시각.

청와대 경내에 도착한 우리 일행은 주차장에서 일제히 하차한다. 김 비서실장을 비롯한 비서관을 들은 차에서 내리자마자 무엇이 급한지 뛰듯이 해서 사라지고, 우리의 안내를 위한 비서관 하나만이 남아 우리 일행을 안내한다.

며칠 더운 곳에 있다가 추운 곳에 오니 적응을 하지 못한 내 몸이 부르르 떨린다. 그때 우리 일행을 접근해 오는 사람들이 있다.

오는 사람들을 자세히 보니 전생에서 내가 알던 인물도 있다. 전두환이다.

'아.........! 76년이니 지금쯤 경호실에서 근무하고 있었겠군.'

나의 생각이 다 끝나기도 전에 우리를 안내하기 위해 남은 비서관이 전두환을 향해 묻는다.

"차장보께서 친히 웬 일이십니까?"

"대단한 공적을 세운 사람이 누구인지 실물을 보고 싶어서, 내 검문을 자처했소이다."

비서관의 물음에 약간은 거만스럽게 대답하는 전두환이다.

"영광입니다. 차장보께서 친히 검색을 하신다니."

"나를 알고 있소?"

나의 말에 눈을 희번뜩이는 전두환이다.

"하하하........! 금방 비서관께서 직급을 부르시지 않았습니까?"

"이런, 이런.......! 내가 괜히 착각했군."

"꼭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백마부대 연대장으로 월남전에 참전했고, 공수부대 특전단 단장을 거쳐, 현 작전 차장보로 계신 유명하신 분을, 내 모르고 있으면 말이 안 되죠?"

"허허.......! 갈수록 해괴한 말만......... 내 이력을 줄줄이 꿰고 있는 당신은 누구요?"

"전이나, 오늘 텔레비전에서 보지 못하셨습니까?"

"아하.........!"

비서관의 말에 그때서야 내 정체를 확실히 파악하는 전두환이다.

"실은 나도 '요즘 대원의 강 회장을 모르면 간첩'이라고 회자될 정도로 떠들썩한 인물이, 실제 어떤지 보고 싶어서 부하들의 만류에도 이렇게 나온 것이오."

전두환의 말에 내가 웃으며 묻는다.

"보니 어떻습니까?"

"실제 보니 더 어려 보여. 지금까지의 업적이 솔직히 믿기지 않소."

"하하하.........! 솔직해서 좋습니다만, 저를 몇 번 더 만나보시면 저에 대한 의구심이 완전히 사라질 것으로 생각되어 집니다만?"

"생김은 계집 같이 희멀건 해가지고는......... 술도 제대로 못 할 것은 사람과, 뭣 하러 더 만나?"

"술은 원하는 만큼 제가 쏠 테니, 한 번 만나보시겠습니까?"

"하하하.........! 보기보다는 재미있는 사람일세 그려. 하하하........!"

다시 한 번 통쾌하게 웃는 전두환이다.

"차장보님! 각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시간이 없습니다만?"

"이런 실수가........! 예 있소. 내 명함이오. 한 번 코가 삐뚤어지도록 쏴야 하오."

"여부가 있습니까! 한 번 제대로 모시도록 하겠습니다."

"고대 하겠소."

말을 하며 직접 검색을 하는데, 주머니며 안춤을 뒤지는 것이 대충 대충이다. 그 뒤 우리는 현관 앞에서 표찰을 받아 패용하고 대통령이 기다리는 곳으로 향한다.

* * *대통령은 우리를 만찬장에서 기다리고 있다. 우리의 만찬장 도착 소식을 미리 들은 대통령께서 손수 문 앞까지 영접을 나온다. 그리고 특유의 웃음으로 우리를 환대한다.

"허허허........! 어서 오시오. 강 회장! 그간 얼마나 고생이 많았소?"

"덕분에 실망시키지 않게 해드려서, 천만다행입니다."

"기자회견 장면을 보니 말재주가 상당하던데, 여전하군."

".........!"

말없이 미소로 답하는 내 등을 툭툭 두드린 박정희 대통령이 앞장을 서며 말한다.

"솔직히 나는 주베일 공사는 기대난망이었소. 내가 불같이 밀어붙이기는 했어도, 우리의 기술력이 일천하니, 세계의 유수 기업과 겨루면 게임이 안 된다고 생각했소. 만에 하나 수주한다면 현대가 수주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거야, 원.......! 더 더군다나 쿠웨이트 건은 발주가 있는 줄도 몰랐소. 아무튼 내 마누라 험험........ 안식구 죽고, 이렇게 기뻐해보기는 처음이오."

하는 말이 길어 자신의 자리인 헤드테이블에 앉고서도 이어지는 지경이다.

"그래, 안 그래? 내가 이렇게 기뻐하는 것, 봤어?"

바로 옆에 앉은 박 근혜 양을 바라보며 묻는 대통령이다. 근혜 양은 말없이 미소만 지을 뿐이다. 그러고 보니 육영수 여사가 안 보인다.

육 여사가 문세광의 총탄에 쓰러진 것이 74년인가, 75년인가의 광복절이니 지금은 안 계시는 게 당연하다. 남의 일(?)이라고 너무 쉽게 생각했나 보다.

지난번 만찬에서도 육 여사는 물론 자녀들도 안보이길래 '아예 참석을 안하셨구나', 했는데 오늘 대통령의 말씀을 듣고 생각해보니 그게 아닌 것이다. 새삼 박 대통령과 근혜 양의 표정을 자세히 보게 된다.

자리가 자리라서 그런지 몰라도 그늘은 없다. 그리고 나는 자연스럽게 옆으로 시선이 돌아간다. 근혜 양의 옆자리에는 김 정렴 비서실장이, 그 옆에는 김재규 건설부 장관, 그리고 그 옆에는 장예준 상공부 장관이 참석해 있다.

오늘 참석한 면면을 보니 동생들이 하나도 안 보이는 것으로 보아, 가족연(家族宴)이 아니라, 근혜 양은 영부인을 대신해 참석한 자리다. 그런데 근혜양의 눈초리가 이상하다. 바로 내 옆에 앉아 있는 정윤희 양을 아까부터 가끔 뚫어지게 바라본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내 옆에 앉은 정 비서실장, 신 사장 그리고 건설의 정 사장까지 훑고는, 마지막으로 헤드 테이블 바로 옆, 즉 바로 자신의 맞은편에 앉아 있는 내게 시선이 온다.

어쩌다 보니 내 시선과 정면으로 마주친다. 그러나 그녀의 시선이 빠르게 다른 곳으로 향한다. 둘의 하는 거동을 흥미롭게 살피시던 대통령이 잔을 들더니 건배 제의를 한다.

"오늘은 참으로 기뿐 날이오. 강 회장 이하 대원건설의 쾌거를 축하하는 의미로 일제히 건배 잔을 듭시다."

그 순간 나도 따라서 잔을 드는데 뭔가 이상하다. 순간적으로 냄새를 맡아보니 분명코 술이 아니고 음료수다. 내가 갑자기 대통령을 긴박하게 부른다.

"각하!"

"왜? 강 회장!"

"제 잔은 어째 음료수 같습니다만?"

"그럼, 음료수지, 술을 기대했나?"

"저도 술로 바꿔주십시오."

"허허허.........! 고등학생이 무슨 술........?"

"저도 곧 대학생이니 마실 자격이 있습니다."

"하하하.........! 벌써 그런가? 이봐 민 비서관!"

"네, 각하!"

"잔 다시 내오게."

"네!"

비서관이 뛰듯이 사라지더니 금방 잔을 가져오는데, 이건?

사발이다. 그제야 새삼 남의 잔을 눈여겨보니, 나와 정 양, 그리고 근혜 양만이 유리잔이었던 것이다.

"자, 건배..........! 대한민국과 강 회장의 무궁한 발전을, 위하여!"

"위하여.......!"

막걸리다. 텁텁한 것을 어느 누구도 인상 하나 쓰지 않고 목울대가 잘도 움직인다.

"커.........!"

탁 소리가 나도록 사발을 테이블에 놓은 대통령이 두부김치를 한 점 집더니 나를 보며 말을 건넨다.

"그런데, 강 회장!"

"네, 말씀하십시오."

"아까 기자회견에서 보니, 유전 문제가 나오던데, 그게 솔직히 어떻게 된 건가? 그런 좋은 건이 있으면, 나한테 먼저 보고해야 되는 것, 아닌가?"

점점 언성이 높아지며 노기가 깃들기 시작하는 대통령이다. 내가 침착하게 답변에 나선다.

"그게 사실 이렇습니다."

이렇게 운을 뗀 내가 미처 안주를 집어먹지 못해 손등으로 입을 쓱 닦고는 말을 잇는다.

"우리 회사가 사우디와 쿠웨이트로부터 탐사 및 개발을 의뢰받은 곳은 양국이 서로 함부로 개발할 수 없는 중립지대입니다. 헌데 저들이 얼마 전에 합의를 보았습니다.

그런 관계로 세계 유수의 메이저들도 자료가 빈약합니다. 그런데 다행히도 저희 회사와 합작 파트너인 벡텔에서는 그들보다 나은 자료가 축적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를 기반으로 좀 더 세밀한 탄성파 탐사 등 물리적 탐사 등을 그동안 진행하여, 유망 배사구조를 중심으로 석유의 존재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시험 시추공을 뚫는 단계에 지금 와있습니다. 그런 관계로 지금은 거의 드릴 말씀이 없었던 것입니다.

여기서 잠시 호흡을 고른 나의 말이 이어진다.

"이런 상태에서 괜히 요란스럽게 언론에 흘리고 심지어 각하께 보고까지 했는데, 전혀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다면, 회사의 체면과 제 얼굴은 어찌 되겠습니까? 그래서 보고를 늦춘 것이지, 전혀 고의성은 없었습니다. 각하!"

"하하하........! 그렇게 된 것이었나? 나는 또 언론에서 묻고 떠들길래, 벌써 뭔가 있지 않나 싶어서 물어본 것이니, 너무 고깝게는 생각하지 마시게."

'그러고 보니, 이 양반이 구면이라서 그런지 아까부터 계속 반말이네.'

나의 생각과는 무관하게 이번에는 박 대통령의 시선이 장예준 상공부 장관으로 향한다.

"장 장관!"

"네, 각하!"

"지난번에 강 회장이 정유소와, 기름저장 탱큰가 뭔가를 짓는다고, 온산항을 개발해주고, 공단을 조성해 달라는 것은 어떻게 됐나?

"네, 각하! 답변 올리겠습니다. 지난번에는 제가 당황하여 제대로 된 답변을 드리지 못했습니다.

추후 확실하게 알아보니, 온산은 이미 비철금속만을 위한 공단 조성이 한창이고, 항만도 이미 개발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그런데 정유소라면 여천의 석유화학단지로 가야되는 것이 정석이 아닌가 사료되어 집니다만?"

"석유공사는 어디에 위치해 있나?"

"울산에 있습니다."

"그러니 쓸데없는 소리 다 집어 치우고, 강 회장이 원하는 대로 다 해줘. 부지가 모자라면 인근을 다 수용하는 한이 있더라도, 그렇게 해주란 말이야. 내 말 알아들었지?"

"네, 각하! 곧 바로 각하의 명대로 시행하겠습니다."

"실수는 한 번이면 족해. 알았어?"

"네, 각하!"

별로 덥지도 않은 실내인데 갑자기 손수건을 꺼내 이마를 닦는 상공부 장관이다.

"강 회장!"

갑자기 나를 돌아보며 친근하게 부르는 대통령이다.

"내가 그간 강 회장이 우리나라의 국위를 선양하고, 외환위기를 해소한 공을 생각해서 상을 하나 주려는데, 받겠나?"

내가 급히 상체를 숙이며 답한다.

"네! 감사히 받겠습니다."

"이봐! 김 장관!"

"네, 각하!"

대통령의 시선이 확 돌아가며 김재규 건설부 장관을 부른다.

"삽교천방조제의 입찰일이 언제지?"

"금명간 받을 예정으로 있습니다. 늦어도 4월말 까지는 입찰을 끝내고, 업자 선정도 5월 말 안에는 끝낼 예정으로 있습니다."

"그럼, 여기 대원건설에도 입찰서, 한 장 줘!"

"네, 각하! 내일 곧 바로 시행조치 하겠습니다."

"이봐, 이봐! 그게 아니잖아! 입찰 실시할 때 같이 주란 말이야!"

"알겠습니다. 각하!"

김재규 역시 손수건을 꺼내 몇 번이고 목 언저리를 누른다.

"또.......!"

"네, 각하!"

"월성1호기 원자력발전소 계획은 어떻게 추진되고 있지?"

"현재 부지 조성 중이고, 금년 안에 사업자를 선정할 예정입니다. 각하!"

"그것도 입찰서 한 장 줘."

"네, 각하!"

"그런데, 강 회장!"

"네?"

"옆에 앉은 아가씨가 참으로 미인이라 내 시선이 자꾸 그쪽으로 가는데, 누군가?"

"제 통역관 겸 비서입니다."

"그럼, 자네는 한국말도 제대로 못 알아듣나?"

"네.........?"

"근혜야!"

"네?"

"강 회장을 처음 보니 어떻드냐?"

"잘 생기고, 사업도 잘 하고....... 헤헤헤........ 그렇네요."

"각하!"

이때, 내가 갑자기 큰 소리로 대통령을 부른다.

"(왜).......?"

소리없이 눈썹만 위로 찡긋, 입만 벙긋하는 대통령이다.

"밥은 안 주십니까? 배고픕니다."

"하하하........! 오늘 명색이 만찬인데......... 암, 밥은 주어야지, 암 주고말고. 이봐! 비서실장!"

"네, 각하!"

"보리밥에 된장찌개, 다 안됐어?"

"다 됐을 겁니다. 각하!"

"내와!"

"네!"

"기왕이면 막걸리도 아예 통째 내오고."

"네, 각하!"

지시를 하고는 고개를 갸우뚱하는 박 대통령이다.

'잘 나가다가 옆으로 샌, 이 찝찝함은 뭐지?'

박 대통령의 생각이다.

-----------------============================ 작품 후기 ============================오늘이 2월 1일 입니다. 또 한 달을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니, 심기일전 하여 열심을 내어봅시다!

^^감사하고요!

^^오늘도 4종 세트 주시면 더할나위 없이 감사하겠습니다!

^^즐겁고 유익한 한 달 되시길 기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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